〈 90화 〉한교운 2
2.
한교운은 두 어린 꼬맹이들이 도대체 뭘 믿고 감히 자신에게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비록 여자의 몸으로 홀딱 벗겨졌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아도 당금 천하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어가는 고수인 자신이 내공까지 멀쩡한 상태에서 저런 꼬맹이 둘을 상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방금 자신의 내공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한교운의 내공이 사라진 걸로 생각한 어린 계집애들이 함부로 말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계집애들의 말을 들으면 자신의 내공이 살아있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 저렇게 건방지게 말하고 있었다.
거기다 계집애들의 입에서 보지를 까 벌리라는 말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 나이의 계집애들은 길거리에서 남자애들이 조금만 거친말을 해도 부끄러워서 도망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저 계집애들은 사내애들도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할 수 없을 말을 잘도 지껄이고 있었다.
하여간 저 계집애들의 말을 들으면 저 꼬맹이들이 자신에게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들고 옷까지 홀랑 벗겨버린 놈들과 한패가 분명했다.
한교운은 더 이상 계집애들이 어리다고 사정을 봐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몸뚱이로 싸운다는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상대도 어린 여자애들이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일단 저 계집애들을 먼저 제압해서 옷을 벗겨 입으면 최소한의 수치는 면할 수 있었다.
한교운은 손에 의자 하나를 들고 세워둔 탁자 밖으로 나오며 계집애들을 향해 의자를 휘둘렀다.
하지만 분명히 계집애들이 있어야 할 장소에 계집애들이 없었다.
찰싹!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회초리 같은 것으로 맨살을 때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자신의 벗은 엉덩이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한교운은 볼기에 통증이 느껴지자 재빨리 몸을 돌리며 의자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의자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고 그저 허공을 저었을 뿐이었다.
찰싹!
그리고 또다시 이번에도 맨살에 회초리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 바로 아래 허벅지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볼기에 느껴졌던 통증보다 조금 더 강한 통증이었다.
한교운은 무림에서 오래 굴러먹은 여강호답게 이렇게 불리해 보일 때라도적을 확인하려고 함부로 몸을 멈추거나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교운은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해서 의자를 사방에도 휘둘렀다.그렇게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하는 동작은 철판교라는 수법으로 적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적에게 전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만큼 위험한 수법이기도 했다.
찰싹!
이번에는 다른 부위가 아니라 바로 털이 다 뽑혀나가 반들반들해진 보지에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다.
“악!”
이번에는 한교운도 보지가 너무 아파서 참지 못하고 바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한쪽에서 한 계집애의 질책하는 소리가 들렸다.
“홍아 무슨 짓이야. 벌써부터 보지 때리면 어떡해. 보지는 아껴뒀다가 나중에 때려줘야지.”
그리고 바로 다리 아래쪽에서도 어린 계집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눈앞에 쭉 갈라진 보지가 바로 보여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그러니까 자동적으로 손이 먼저 나간 거니까 용서해 줘.”
한교운이 목소리가 들린 자신의 다리 쪽에 계집애들 중 하나가 잔뜩 미안한 얼굴로 서 있었다.
한교운은 철판교의 자세가 무너져 바닥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보지가 너무 아파서 참지 못하고 의자를 들지 않은 왼손으로 보지를 움켜쥐고 문질렀다.
“저것 봐. 벌써부터 보지 때리니까 저렇게 보지 잡고 안 놓잖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음에는 네가 먼저 보지 때릴 때까지 절대 내가 먼저 보지 때리지 않을게. 한 번 봐줘.”
어느 틈에 한교운의 머리 쪽에도 한 소녀가 나타나 있었다.
한교운은 왼손으로 아픈 보지를 문지르며 좌우를 번갈아보며 소녀들을 살폈다.
한교운은 소녀들이 목소리만 어리게 들릴 뿐 나이어린 소녀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짐작과는 달리 두 계집애의 몸과 얼굴 모두 열네댓 살정도의 어린 계집애에 불과해 보였다.
한교운은 두 계집애가 나이는 어려도 너무 엄청난 수법을 사용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두 계집애는 아무리 봐도 열네댓 살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저런 무공이 가능하지? 그리고 방금 그 수법은 진짜 이형환위일까? 혹시 저 두 계집애는 용모만어려보일 뿐 사실은 엄청나게 나이를 먹은 전대의 여마두들인가?“
방금 두 소녀가 한교운을 상대로 보여준 이형환위는 한교운 같은 고수로서도 이름만 들어봤을 뿐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수법이었다. 한교운이 두 소녀가 사실은 나이를 엄청나게 많이 먹은 전대의 여마두로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교운의 보지를 때린 문제로 자기들끼리 잠깐 다투던 소녀들은 둘 다 손에 회초리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두 소녀 중 한교운의 다리 쪽에 있는 소녀가 오른손에 든 회초리로 왼손 손바닥을 탁탁 때리면서 말했다.
“남해검문의 한보지 잘 들어. 우리는 혈신문의 홍아와 녹아라고 해. 내가 홍아 그리고 쟤가 녹아야. 우리는 문주님의 명령을 받고 널 암캐로 훈련시킬 생각이야. 그래서 네 제자들인 전아, 선아, 용아와 친구가 되어 그들에게 여기 경치가 좋고 음식과 술이 먹을만 하다는 걸 알려줘서 널 여기 오도록 유인한 거야.”
한교운 비로소 이들이 자기 제자들인 전아와 선아, 용아가 최근에 알게 된 친구들이며 이들이 자신을 여기로 유인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한교운은 눈앞의 두 어린 계집애가 자신의 정신을 잃게 만들고 옷을 벗긴 무리와 한패일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무리의 한패가 아니라 바로 이 두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정신을 잃게 만들고 발가벗긴 장본인들이었다.
한교운은 눈앞의 두 어린 계집애가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어마어마한 무공의 소유자로 최소한 속도에서만큼은 한교운 자신을 절대 따라갈 수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속도에서 뒤진다고 해서 바로 항복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세상의 무공 중에는 느림으로 빠름을 제압하는 방법도 있었다.
눈앞의 두 어린 계집애가 보이는 외모대로 나이가 어리다면 특이한 수련 방법이나 기연으로 속도만큼은 놀라울지 몰라도 오랜 단련이 필요한 초식에 있어서는 자신만 못할 터였다.
한교운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의자를 부숴 두 개의 다리를 한 손에 하나씩 잡고 검처럼 사용해서 자신의 머리 쪽에 서 있는 녹아라는 소녀를 공격했다.
녹아라는 소녀는 한교운이 의자다리로 펼치는 검술을 피하며 말했다.
“어머나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공격하는 게 어디 있니? 그리고 네 물건도 아닌 의자를 부쉈네. 이거 어쩌지? 홍아 의자 값은 어떻게 할까?”
녹아는 입으로는 한교운을 놀리고 이죽거리면서도 한교운이 의자다리로 펼치는 검술을 하나하나 피하고 있었다.
한교운도 일검에 녹아를 죽일 수 있다고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초식으로 속도를 제압하는 검술은 적이 미리 움직일 지점을 예측해서 미리 투로를 준비해 뒀다가 그 투로에 따라 검술을 펼쳐 적이 빠르게 움직이다가 정해진 투로에 스스로 뛰어들기를 기다리는 방법이었다.
어떻게 보면 엉터리 검술로 보일지 몰라도 상대가 움직일 경로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검술이라 절대 엉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교운이 정해진 투로에 따라 검술을 펼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서로 만나는 부분 바로 그곳에 회초리가 떨어졌다.
찰싹!
“아악!”
일개 조그만 회초리에 불과했지만 아파도 너무 아팠다. 한교운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입에서 비명을 토해냈다.
또 비명을 토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녹아를 향해 펼치던 검술을 바로 멈추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의자다리를 잡고 있는 두 손의 손등으로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를 마구 문질렀다.
한교운은 과거 십이혈마의 거처에 잠입해서 간자로 활동하기 위해 스스로 대법을 받고 완전히 발가벗은 채 그들의 소굴에 잠입했던 적이 있었다.
과거 십이혈마는 그 자신들이 고자인데다 처녀만 자신의 시중을 들게 하면서 자신의 시중을 드는 처녀들은 자신의 수라들이 건드리는 걸 절대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처녀성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도 수치나 굴욕을 주고 때로 뭔가 실수를 하거나 하면 매섭게 때리는 것까지 안하는 건 아니었고 한교운 자신도 몇 번이나 그렇게 발가벗은 채로 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발가벗고 맞은 매도 결코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정말 아파도 너무 아팠다.
한교운은 비로소 큰 두려움을 느꼈다. 이런 아픔이라면 자신이 과연 몇 번이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교운은 두 소녀 사이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엉덩이를 손등으로 마구 문지르며 서로 반대편에 선 두 소녀를 살펴보았다.
자신의 엉덩이를 때린 홍아가 회초리로 손바닥을 탁탁 때리면서 말했다.
“자기 물건도 아닌 주루의 의자를 멋대로 부러뜨렸으니 벌로 회초리 서른 대가 적당하겠어. 녹아 네 생각은 어때?”
“응 그 정도면 적당하겠어. 대신 탁자 망가뜨리면 회초리 백 대 어때?”
“응, 그게 좋겠어. 그렇게 하지. 들었지 보지야? 네가 멋대로 네 물건도 아닌 의자를 부러뜨렸으니 벌로 회초리 서른 대 추가야. 아, 그리고 추가라는 건 널 서른 대만 때리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이렇게 널 훈련시키고 복종시키는 데 사용하는 건 빼고 네가 우리에게 완전히 항복한 뒤에 맞을 숫자야. 그게 서른 대 추가고 다른 의자를 부수거나 탁자를 부수면 그만큼 더 추가 될 거니까 알아서 해.”
한교운은 정말 홍아의 말이 두려웠다. 그 지독한 회초리를 어떻게 서른 대나 더 맞는단 말인가. 그리고 또 두 소녀와 싸우다가 다른 걸 부수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한교운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녹아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홍아, 얘 네 말이 무서워서 떨고 있어. 네가 너무 무섭게 말했나 봐.”
한교운은 등을 최대한 벽 가까이 붙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철판교를 썼을 때 한 번을 제외하면 두 소녀가 계속 자신의 엉덩이나 허벅지만을 때렸기 때문에 몸 뒤쪽을 최대한 두 소녀에게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게 더 나빴다.
녹아의 몸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두 개의 커다란 젖무덤에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찰싹!
“아아악!”
한교운은 젖무덤이 너무나 아파 엉덩이를 문지르던 두 손을 앞으로 돌려 젖무덤을 마구문질렀다.
사라졌던 녹아가 다시 제자리에 나타나 말했다.
“어머나 바보같이 우리가 네 엉덩이나 허벅지만 때릴 걸로 생각했어? 눈앞에 그렇게 커다란 젖통이 출렁출렁 아래위로 흔들리고 있는 데 어떻게 그걸 안 때리고 놔두겠니.”
한교운은 녹아가 이형환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죽었다 깨어나도 눈앞의 두 소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교운은 두 손에 들고 있던 의자다리를 버리고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무수한 사람들이 보는 눈앞에서 빨가벗고 달리는 한이 있어도 당장 자신 앞에 있는 두 소녀에게서 달아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