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5화 〉여선루 2 (95/148)



〈 95화 〉여선루 2

2.

한교운은이렇게 조그만 여선촌에 어째서 여선루 같은 규모의 주루가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비밀은 마을사람들이 다 물러가고 반시진도 안 돼 바로 풀렸다.

한교운이 완전히 발가벗은 채로 마을사람들이 먹고 간 그 뒤처리를 하고 빗자루를 들어 청소를 하려고 했을 때 주루의 주인이 한교운을 말렸다.

“조금 있다 손님이 올 것이라 먼지가 날리는 빗자루질은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지금은 물걸레질만 하도록 하거라.”

“네,주인님. 남해보지 교운이는 주인님의 말씀에 따르겠어요.”

주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내게는 그렇게 예의 있게 굴지 않아도 된다. 남해보지니 뭐니 하는 건 그만두고 그냥 주인님이라고만 불러라.”

“네, 주인님.”

한교운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행주를 들고 부산하게 움직이며 탁자들을 다 훔친 뒤에 자루에 달린 물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았다.

마을사람들이 전부 음식을 먹고 갔는데 손님이 어디서온다는 것인지 알  없었다.

그렇게 일하는 한교운의 곁으로 점소이가 다가와서 엉덩이와 젖무덤을 만졌지만 한교운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점소이가 한교운의 몸뚱이를 만지는 걸 보면서도 주인은 그저 혀만 끌끌 찰뿐 특별히 점소이를 말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주인이 자리를 떠나자 점소이의 손길은 더욱 대담해져서 한교운의 뒤쪽에 서서 한손으로는 젖꼭지를 비틀고다른 한손은 사타구니 사이로 내려 보지를 매만지고 주물렀다.

한교운은 이미 홍아와 녹아의 명령이 있으면 수캐와 흘레붙을 각오도 하고 있어서 점소이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점소이의 손길이 점점 대답하게 움직이더니 딱딱하게 일어선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탁탁 튕기기 시작했고 보지를 만지던 손을 보지공알을 매만지고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교운은 점소이의 대담한 손길을 받기 시작하자 과거 십이혈마의 소굴에서 십이혈마의 수하들에게 받던 희롱이 생각났다.

그때도 그 사내들은 자신을 이렇게 붙잡고 마구 만지고 주물렀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그것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치욕과 수치심을 가져다주었지만 지금 점소이의 손길은 서서히 한교운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점소이는 아직 젊은 나이의 애송이에 불과했지만  여선루로 온 뒤로 홍아나 녹아가 데려오는 여러 여인들을 상대하면서 이미 여인의 몸을 다루는 상당히 이골이 나 있었다.

어디를 만져줘야 흥분하고 어떻게 하는 건 싫어하고 어떻게 하는 걸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한교운은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자신이 생전 처음 보는 놀라운미인이었다. 그런 미인을 완전히 발가벗겨놓고 마음대로 다뤄도 되니 정말 여선루에 온 일은 자신의 생에서  번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한교운은 점소이의 능숙한 손길에 점점 흥분해 가고 있었다. 특히 젖꼭지를 비틀면서 다른 손으로 보지공알을 문지르니 입에서 교성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아아. 아아. 제발, 나리 제발.”

한교운의 말은 점소이가 손을 멈춰달라는 말인지 아니면 더 해달라는 말인지 알  없었지만 사실 어떤 의미라고 해도 점소이는 손을 멈출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점소이의 손길은 밖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어나고 큰 말소리가 들리면서 바로 그쳤다.

히히히힝!

히히히잉!

몇 마리의 말 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주씨 안에 있는 가? 있으면 주방장에게 당장 나와 보라고 하게 오늘은 곰을 잡았어. 주방장에게 이놈도 요리할 수 있는가 물어보게. 곰 말고 멧돼지도 잡았으니 곰을 요리하지 못한다면 일단 멧돼지로 하세.”

한교운은 마을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말이 들려오자 안색이 약간 창백해지며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점소이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발가벗은 채로 나가서 손님을 맞이해야 할지 아니면 발가벗은 여인이 주루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어딘가로 숨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점소이는 자신이  이상 한교운을 주무르지 못해 아쉬운지 침을 삼키며 한교운의 볼기를 제법 강하게 찰싹 때리며 약간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고 있어 보지야. 당장 나가서 손님 맞이 해.”

한교운은 점소이의 말을 듣자 발가벗은 몸으로 바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해는 조금 전에 졌지만 아직 날은 전혀 어두워지지 않아 아직 대낮이나 다름없었다.

한교운은 발가벗은 채로 주루 밖으로 뛰어나가 말을 타고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저희 여선루에어서오십시오. 저는 여선루의 노예인 교운이라고 합니다. 나리들의 시중을 들 것이니 무엇이든 명령해 주십시오.”

말을 타고  사내는 모두 여덟 명이었고 말은 열두 마리였다. 말을 사내들 중 네 명은 모두 호화로운 옷을 입었고  명은 평범한 옷을 입었는데 평범한 옷을 입은  명은 자신들이 탄  외에도 다른 말을 한 마리씩  끌고 있었다.

사람을 태우지 않은 네 마리 말은 뭔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썰매 같은 것을 끌고 있었다.

곰과 멧돼지를 잡았다고 했으니 무게 때문에 말 등에 실을  없어 저렇게 급히 나뭇가지를 엮어서 일종의 썰매 같은 걸 만들어 끌고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사내들은 모두 사냥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마 호화로운 옷을 입은 네 명은 주인이고 평범한 옷을 입고 다른 말을 한 마리씩 더 데리고 있는 넷은 그들의 시종인 듯싶었다.

아마도 주인 넷이 시종 넷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감을 가지고 여기 여선루로 들린 듯싶었다.

한교운이 오늘 먹어본 바에 의하면 음식이 정말 정갈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여기 주방장에게 요리를 시키기 위해서 사냥감을 가져오는 건 충분히 가능한  같았다.

사내들은 여선루에서 갑자기 완전히 발가벗은 알몸의 여인이 뛰어나와 허리를 굽히고 인사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들 중 여섯은 깜짝놀라긴 했어도 바로 얼굴에 웃음을 띠우는 걸 봐서 이런 일에 익숙해 보였다.

하지만 사내들  호화로운 옷을 입은  명은 발가벗은 채 나온 한교운의 모습에 너무 놀라  다 말에서 떨어질  했고  와중에 말들도 등에 주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요란하게 소동을 부렸다.

놀란 두 명은 자세히 살펴보니 열대여섯  정도의 어린 소년들이었다. 다른 호화로운 옷을 입은 두 사내가 다가와 소년들이 탄 말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놀라지 말게 말들이 놀라서 떨어질 수가 있네.”

소년 중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형님 저, 저거 여인이 지금 빨가벗고.”

그 소년의 말을 잡아주던 사내가 말했다.

“괜찮아, 놀랄 것 없어. 이 여선루에서는 자주 벌어지는 일일야.”

다른 소년의 말을 잡아주던 사내도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 여선루는 주방장의 요리솜씨도 훌륭하지만 가끔 이런 일이 벌어져서 사냥을 나오면 반드시 여기로만 오게 된다니까.”

놀랐던 말이 진정되자 두 소년은 자신들보다 열 살 가량 많이 보이는 청년들을 향해 물었다.

“두 분 형님,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주루에서발가벗은 여자가 나오는 겁니까?”

“이 주루가 요리만 파는 곳이 아니라 몸을 파는 창녀도 있는 주루였어요?”

소년들이 황급히 질문하자 두 사내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 그렇게 놀랄 필요 없으니 먼저 진정하도록 해라.”

다른 사내가 손에 든 말채찍으로 북쪽에 있는 장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계집은 창녀가 아니라 저기  적화산장에 사는 홍아선자와 녹아선자라는 여자들이 잡아다 훈련시키는 무림인이다.”

사내의 말을 들으니 북쪽 산기슭에 있는 장원은 홍아와 녹아가 사는 곳인 모양이었다.

한교운이 무림인이라는 말에 두 소년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이 빨가벗고 있는 계집이 무림인이라고요? 어떻게 무림인이 이렇게 빨가벗고 잡혀 있을 수 있죠?”

“여자를 잡아다 옷을 전부 훈련시키는 일이 일어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관부에서 이런 일을 그대로 놔두나요?”

나이 든  사내가 번갈아가며 대답하고 설명해 주었다.

“이 계집은 무림인인데 저 산장에 사는 홍아선자와 녹아선자른 여자들이  무공이 강해 이 계집을 잡아와서 자신들의 수하로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빨가벗겨서 사람들 앞에 내세우는 것도 훈련의 일환이라고 들었다. 우리야 좋은 구경거리가 생겨서 좋은 거지.”

“무림인이 하는 일에 관부와 왜 개입하겠느냐. 그리고 이런 촌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욱관심이 없는 게 관부다. 그들이야 뇌물이나 챙기면 되는 거지 계집 하나가 잡혀가서 빨가벗고 수모를 당한다고 해서 눈이나 깜빡 하겠느냐.”

소년들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한교운의 알몸을 힐끗힐끗 바라보았고 다른 두 사내는 한교운의 알몸을 잠시 감상하더니 그  하나가 들고 있던 말채찍으로 한교운의 턱을 올리며 말했다.

“얼굴을 들어보아라.”

한교운은 지금까지 그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로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들은 미처 한교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다른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 계집은 젖통이 정말 크군. 이렇게까지 젖통이 큰 계집은 처음 보는  같군.”

말채찍으로 한교운의 턱을 들어 올리던 사내가 그에게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젖통이 이렇게나 크면서도 이렇게 처지지도 않고 동그랗게 모양이 좋은 젖통은 정말 드물지. 홍아선자와 녹아선자가 이번에는 정말 좋은 계집을 잡아온 거 같아.”

다른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하던 사내는 한교운을 바라던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지며 얼빠진 모습을 보이자 깜짝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려 한교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교운의 얼굴을 본 사내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홍아와 녹아가 여선촌에 잡아와서 훈련시킨 여인들도분명히 다들 미인이었다. 개중에는 저 정도 얼굴이면 절세미인이라고 불러도  것 같은 여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교운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나이는 스물두세  정도 될까? 몸매도 커다란 젖통을 제외하면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골반 그리고 쭉 뻗은 허벅지까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곳이 없이 뛰어난 몸매였지만 얼굴은 더욱 놀라웠다.

순진해 보일 정도로 커다란 눈망울에 긴 속눈썹,오똑한 콧날에 또렷한 입술선 그리고 가느다란 턱의 선까지 세상에 이런 미인이 살고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미모였다.

여덟 명이나 되는 사내 전부가 말에 탄 채로 얼빠진 모습으로 있을 때 여선루 안에서 주인과 주방장이 달려 나왔다.

주인은 여덟 사내가 전부 얼이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며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흠흠, 나리들 여선루에 어서 오십시오. 저 말에 실린 것이 곰과 멧돼지입니까?”

주인이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사내들은 정신을 차리고 당황해하며 말했다.

“그, 그렇네, 저 두 마리가 끌고 온 게 곰이고 저쪽 두 마리가 끌고 온  멧돼지일세. 오늘은 운이 좋아   마리를 잡을  있어 다른  더 잡을 필요가 없다싶어 저 두 마리만 잡고 바로 돌아오는 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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