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돌아온 한교운 3
3.
한교운은 사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 소상 뒤편을 살폈다. 자신이 놔뒀던 바구니가 그대로 있었다.
바구니를 열자 방울 달린 개목걸이 하나가 들어있었다.
한교운은 옷을 전부 벗어서 바구니에 집어넣고 목에 방울 달린 개목걸이를 찼다. 그리고 바구니를 소상 뒤편에 놔두고 사당을 나와 여선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옷을 전부 벗고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한교운의 보지는 촉촉해졌다. 그리고 나중에 여선촌에서 겪을 일을 생각만도 마음이 고양되었다.
마을 사람들이전부 자신의 발가벗은 몸뚱이를 구경하고 개처럼 네 발로 기어가는 자신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지 때리기 놀이를 하고, 탁자 위에 올라가 보지를 맞을 생각을 하자 보지가 움찔거리는 게 바로 느껴졌다.
자신이 결국 참지 못하고 여기로 다시 온 이유도 회초리가 보지에 떨어지는 생각을 할 때마다 보지가 움찔거린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자신은 혈신문의 암캐이자 노예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쩌면 진짜 수캐와 교미시킬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홍아선자님과 녹아선자님은 자신을 진짜 수캐와 교미시킬까?
수캐의 자지가 보지 안으로 들어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자신은 처녀다 자신의 보지 안에는 지금까지 손가락 하나도 함부로 침범하지 못했다. 이건 십이혈마의 소굴에서 빨가벗고 간자노릇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십이혈마의 수하 놈들은 예쁘장하면 누구나 잡아다놓고 만지작거렸지만 처녀의 보지에 감히 손가락을 집어넣을 생각은 못했다.
그랬다가는 가장 가벼운 게 보지에 집어넣은 손가락이 부러지는 것이고 조금 더 심하면 손가락이 잘려나갔고 더 심하면 자지가 잘라나갔다.
그런 자신의 깨끗한 보지 안에 사람의 자지도 아니고 개의 자지가 들어온다고? 정말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이 두려움의 떨림인지 아니면 야릇한 기대감이 섞인 떨림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한교운은 길거리에서 개가 흘레붙는 광경이 생각났다. 암캐와 수캐 두 마리가 엉덩이를 서로 맞대고 뒤로 붙어 있는 광경. 어릴 때 개들이 뭘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면 어른들은 얼버무리기 위해 땀을 흘렸다.
그리고 그게 개의 교미이며 사람이고 개고 교미를 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가 열세 살이었던가 열네 살이었던가?
한교운은 여선촌으로 가는 길을 계속 걸었다. 여선촌으로 가는 길은 다행히 산길이라 중원의 평원 길과는 달리구비가 많고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들이 많아 멀리서도 보이는 길이 아니었다. 또 여선촌 자체가 워낙 외진 산골이라 이 길 또한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아예 다니지 않는가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여선촌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 길 자체는 꽤나 여러 마을과 연결된 길이었다. 전부 여선촌과 비슷한 규모의 작은 마을들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숫자가 많으면 간혹 이 길을 걷는 사람도 있었다.
한교운은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다 한 사람을 만났다.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이는, 말을 타고 사냥용 활을 든 모습으로 보아 사냥을 나온 부잣집 도련님같았다.
첫날 만났던 은가장의 공자들이나 두 번째 만났던 네 사내들처럼 아마 이 부근 어느 장원의 아들이 아닐까싶었다.
말에 탄 청년은 발가벗고 산길을 걸어오는 여인을 보자 정말 놀랐다. 처음 발가벗은 여인이 걸어오는 모습을 봤을 때는 자신의 눈이 뭔가 다른 나무나 바위 같은 것을 발가벗은 여인으로 잘못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인이 걸음을 걸어서 다가오면서 지금 자신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하얀 물체가 발가벗은 여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청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누군가 자신을 놀리려고 기녀를 이용해 이런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 의심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산길은 그런 연기를 하기에는 어울리는 장소가 아니었다. 애초에 사냥을 간 자신이 어디로 갈 줄 알고 여기서 그런 연기를 하겠는가. 자신이 여기로 온 것도 우연히 사냥감을 쫓다가 여기까지 온 것에 불과했다.
청년은 또 혹시 여인이 어딘가에서 발가벗은 채로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길에서 강도나 도적을 만나가진 것은 전부 빼앗기고 도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여인의 걸음은 너무 태연했다. 만약 어딘가에서 발가벗은 채 도망을 치거나 강도나 도적을 만났다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자신이 제대로 도망가고 있는지 극도로 조심할 것이고 또 말을 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면 구원을 청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도적의 한패로 의심해서 숨거나해야 했다.
하지만 여인은 자신의 존재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평이한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청년은 조금 더 가까워지자 여인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아무리 발가벗은 알몸이라도 하더라도 신발만큼은 신는 법인데 여인은 신발조차 신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목에 이상한 검은 끈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점보다 청년의 마음을 끄는 건 여인의 몸매였다. 크고 둥근 젖가슴은 저 정도 크기라면 아래로 처져야 할 것 같은데 조금도 처지지 않았고 잘록한 허리와 큰 엉덩이는 너무 대조되어 여인의 매력을 한층 더 강하게 해주고 있었다.
청년은 여인의 아름다운 몸매에 침을 삼켰다. 하지만 여인이 몇 걸음 더 다가와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되자 청년은 입을 딱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저런 미인이 존재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신으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미인이었다.
청년은 걸어오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혹시 여인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아닐까하는 상상까지 했다. 여인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면 오히려 지금까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의 선녀라면 인간의 예절에 구애받지 않고 옷을 벗은 채 걸어가는 일도 있을 수 있었고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 일도 가능할 듯싶었다. 하늘의 선녀라면 자신 같은 범속한 속세의 청년 따위가 자신의 알몸을 보든 말든 아무 상관도 하지 않을 듯싶었다.
청년은 여인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자 목에 걸고 있는 검은 끈 같은 것이방울 달린 개목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요즘 장원 같은 데서 키우는 큰 개는 저렇게 목에 날카로운 쇠징이 잔뜩 박힌 목걸이를 채우는 일이 많았다. 저런 목걸이를 채워두면 목을 주로 공격하는 개들의 특성상 개들끼리 싸울 때도 그렇고 어쩌다 늑대와 싸워도 그다지 다치지 않는다.
하지만 저런 개목걸이를 왜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목에 차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청년은 한교운이 가까이 다가오며 목에 개목걸이를 차고 있고 살짝 지분 냄새를 풍기는 바람에 한교운이 하늘의 선녀가 아니라 인간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남해검문은 여인들만의 문파인데다 아미파처럼 여승이 있는 것도 아니라 특별히 화장하는 걸 꺼리 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기방의 기녀들처럼 진하게 화장하는 일은 없었지만 간단하게 입술을 바르고 눈썹을 칠하는 정도는 문주인 한교운 자신도 했다. 그리고 한창 화장을 배운다고 난리인 나이의 제자들이 있으니 남해검문에는 항상 지분 냄새가 가득했다.
그런 향기가 청년을 스쳐갈 때 사내의 코를 자극했고 청년은 한교운이 선녀가 하강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벌건 대낮에 아름다운 방년의 여인이 발가벗은 게 길을 걸어간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청년은 한교운의 뒤를 따라 말을 몰면서 한교운에게 말을 걸었다.
“넌 어째서 옷을 입지 않고 길을 걷고 있느냐?”
한교운은 청년이 말을 걸어오자 그제야 발견한 표정으로 힐끗 그를 바라본 이후 말했다.
“당신과는 아무 상관없으니 끼어들지 마세요.”
청년은 당황했다. 뭔가 도울 일이 없을까하고 물어봤는데 한교운이 너랑은 관계없는 일이라는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청년이 계속 말했다.
“사해가 다 동포라지 않느냐. 너 같은 여인이 발가벗고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찌 참견을 않겠느냐.”
한교운은 청년이 말은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실제로는 수작을 건다고 생각했지만 발가벗고 산길을 걸어가는 여인을 보면서 아무런 참견도 않는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분명했다.
한교운이 말했다.
“전 무림인이에요. 그런데 저보다 더 강한 분께 잡혀서 이렇게 발가벗고 길을 걷는 벌을 받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참견해서 개입했다가는 당신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몰라요. 제발 그대로 갈 길을 가시고 제 일에는 참견하지 마세요.”
청년은 한교운이 무림인이라고 밝히자 그제야 뜨끔했다. 무림인들이 일을 거칠게 처리하고 또 무공만 강하면 완전히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은그도 잘 알고 있었다. 청년은 무림인이 개입했다는 위협적인 이야기에 더 이상 개입했다가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말을 멈추었고 한교운은 계속 길을 걸어갔다.
육십 리나 되는 길을 뛰지 않고 걸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교운이 만약 경공을 사용한다면 전혀 먼 길이 아니지만 뛰어간다면 반나절이 걸릴 거리고 걸어간다면 하루 종일 걸리는 거리였다.
그러나 홍아와 녹아의 명령은 너무나 지엄했다. 한교운은 그나마 빠른 걸음을 걷기 위해 엉덩이를 좌우로 실룩거리며 최대한 빠른 걸음을 걸어갔다.
한교운은 그렇게 걸어서 여선촌에 닿을 때까지 세 번이나 사람들을 만났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엉둥이를 좌우로 실룩거리며 걸어가는 한교운을 보고 급히 나가왔지만 무림인이라는 한교운의 위협에 전부 물러났다.
그렇게 무려 육십 리라는 먼 길을 걸어와서 겨우 앞에 여선루가 보였다. 그나마 워낙 걸음을 빠르게 걸을 수 있어 해가 지기 전에 여선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교운은 여선루까지 걸어가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여선루의 젊은 점소이가 나와서 한교운을 발견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주인님 집 나갔던 개가 돌아왔어요.”
점소이의 말을 들은 주인이 잠시 뒤 나와서 한교운을 보고 말했다.
“곧 손님들이 올 시간이니 돌아왔으면 바로 일을 시작하거라.”
한교운은 발가벗은 모습 그대로 여선루 안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탁자를 정리하고 그릇들을 씻거나 정리했다. 그리고 잠시 뒤 바로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이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사냥을 갔다 온 걸로 보이는 손님들이 들이닥쳤는데 놀랍게도 손님 중에 길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두 사람의 다른 청년과 함께 왔는데 급히 한교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바로 저 계집일세. 저 계집이 낮에 산길에서 발가벗은 채로 걷고 있었다는 그 계집일세. 어떤가, 이제 자네들도 내 말을 믿겠는가?”
다른 두 청년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우리는 자네 말을 처음부터 믿고 있었네. 단지 우리는 자네가 말한 계집이 바로 여기 여선루의 암캐라 생각되어 바로 자네가 다른 곳에 소문을 내기 전에 여기로 데려 온 것일세.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 줄 테니 지금은 저 계집 구경이나 하세.”
“여기 여선루에서 간혹 이렇게 무림인을 발가벗겨 두고 훈련을 시키는데 자네 말을 듣자 마자 우리는 여기 여선루에 새로 훈련받는 계집이 왔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이리 데려온 걸세. 그나저나 자네 말대로 정말 천하절색이군. 자네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자네가 무림의 미인을 처음 봐서 그렇게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자네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네. 이런 미인은나도 생전 처음 보네.”
두 청년은 이 청년과 만나 청년이 길에서 만난 한교운 이야기를 하자 바로 여기 여선루에서 훈련시키는 무림의 여인이라는 걸 깨닫고 청년을 여기로 데려온 듯싶었다.
한교운은 앞으로 나가 공손하게 세 청년을 맞은 뒤 삼층으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