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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백운산장 1 (105/148)



〈 105화 〉백운산장 1

第 二十 章. 백운산장

1.

한교운의 항문에 박힌 꼬리는 한교운이 내공을 운용하는 방식에 따라 좌우로 흔들 수도있었고 빙글빙글 돌릴 수도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위로 들어 올릴 수도 있었고 겁먹은 개가 꼬리를 말듯이 아래로 늘어뜨려 엉덩이 사이로 끼울 수도 있었다.

꼬리를 아래로 내리면 지금처럼 두 발로 일어서 있을 때는 보지를 가릴 수 없지만 개처럼 네 발로 엎드려 있을 때는 꼬리를 내리는 것만으로 보지를 가릴 수 있었다.

전대랑이 말했다.

“여선루에서 일하는 암캐 주제에 하루 종일 잠만 쿨쿨 자고, 지금 해가 중천에 뜬 것도 모르지?”

한교운은 전대랑의 말에 깜짝 놀라 동창을 바라보았다. 과연 해가 비쳐들고 있었고 그림자의 각도로 보아서 해가 뜬지도 꽤 오래된 듯싶었다.

거기다 전대랑와 임불이 그리고 세 청년 모두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고 지난  격전을 벌였던 침상의 이부자리도 전부 교체되어 있었다.

한교운은 원래 새벽에 동녘이 조금 밝아지면 바로 눈을 떴다. 하지만 지난 열흘간이나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데다 어제 육십 리나 걸은 뒤 또 보지 때리기 놀이 등을 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깊은 잠에 빠져 일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전대랑이 계속 말을 이었다.

“네가 잠을 자는 동안 녹아가 다녀가면서 이 꼬리를 주고 갔어.  꼬리를 박은 뒤에 이렇게 말하라고 하더라. 오늘 네 제자들이 백운산장으로 놀러올 건데 네가 잠에서 깨는 게 빠를지 제자들이 백운산장에 오는  빠를지 궁금하다더라. 만약 네가  제자들보다 일찍 백운산장에 오면  얼굴을 가리게 해줄 거고 만약 늦게 오면 얼굴을 그대로 내놓고  제자들을 맞이해야 할 거래.”

한교운은 정말 놀랐다. 심지어 지금 당장 수캐와 흘레붙인다고 해도 지금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교운은 지금 당장 백운산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전대랑과 임불이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임불이가 웃으며 말했다.

“잘 들어 절대 경공을 쓰면 안 되고 그냥 뛰어가야 돼. 만약 경공을 사용했다간 네 얼굴을 그대로 내 놓고 제자들 앞에 나서게 할 거야. 그럼 가 봐.”

한교운은 전대랑과 임불이 그리고 세 청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바로 백운산장으로 달렸다.

백운산장은 여선촌 북쪽 산기슭에 있었다. 여선루에서 바로 바라다 보이지만 그건 백운산장의 위치가 높아 시선을 가리는 것이 없고 한교운의 눈이 좋아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거리는 제법되어 거의 사오 리나되었다.

경공을 사용해 달린다면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안 걸리지만 경공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다리의 각력만으로 달린다면 이삼  정도는 걸리는 거리였다.

거기다 백운산장으로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라 순수한 다리 힘만으로 달리기에는 힘이 더 들었다. 하지만 한교운은 그런 건 생각할 틈이 없었다.

만에 하나 제자들이 자신보다 먼저 백운산장에 도착하거나 조금 늦더라도 한교운이 백운산장으로 달리고 있을 때 오게 된다면 발가벗은 여인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반드시 경공을 사용해 다가 올 것이고 그랬다가는 바로 자신의 제자들에게 자신이 그동안 벌였던 추태 전부를 들키게  것이었다.

한교운은 정말 모든 힘을 다해 백운산장으로 달렸다. 제자들에게 지금의 자신을 들켰을 경우 어떻게 될 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그런 잡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한교운은 밀려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전부 지우고 오로지 달리는 데만 집중했다. 항문에 박혀 거북한 감각을 주고 있는 개꼬리에 대한 생각조차 지워버렸다.

어쩌면 제자들이 이미 백운산장에 와 있을 지도 몰라 지금 이렇게 달리는 것이 완전히 헛수고가 될 수도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오로지 달리는 일만 생각했다.

그리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한교운은 백운산장의 대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 뒤 녹아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어머나 우리 강아지 제자들보다 먼저 도착했네. 하지만 저기  멀리서 오고 있는 게  제자들 아닐려나?”

한교운은 공포에 질려서 뒤돌아보았다.

 멀리 남쪽 길에 세 사람의 여인이 보였다. 한교운은 첫눈에 그들이 자신의 제자들 중 전아, 선아, 용아라고 바로 알아보았다.

다행히 거리가 꽤나 멀어 내공이 부족해 눈이 한교운만큼 뛰어나지 못한 세 사람은아직 자신을 알아볼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백운산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발가벗은 여인이라는 건 알아 볼 수 있는 거리였다.

한교운은 황급히 엎드려 애원했다.

“녹아 선자님 제발  보지년을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녹아가 차가운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대로는 들여보내   없어. 넌 감히 암캐 주제에 백운산장의 대문을 두드렸어. 개가 백운산장에 드나드는 방법은 저기 개구멍뿐이야.”

한교운이 녹아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과연 대문 귀퉁이에 조그만 개구멍 하나가 보였다.

“그러니 넌 지금부터 백운산장을 바깥을 한 바퀴 돈 뒤에저기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와 그리고 개가 되면 말을  수 없다는 건 기억하고 있지.”

한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뛰어.”

한교운은 빨리 들여보내 달라고 아무리 빌어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한교운은 녹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백운산장의 담을 따라 달렸다.

백운산장은 꽤나 큰 산장이라 벽을따라 달리는 또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한교운은 제발 자신의 제자들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벽을 따라 달린 뒤 다시 대문 앞으로 돌아오자  발로 엎드려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다.

한교운은 제자들이 오는 모습을 돌아 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한교운은 산장 안으로 들어서자 개처럼 짖기 시작했다.

“왕왕! 왕왕! 왕왕! 왕왕!”

녹아가 말했다.

“어머나 우리 강아지 뭐라고 하고 싶은 걸까?”

녹아는 한교운이 제발 제자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해달라는 애원이라는  알면서도 모른척했다.

한교운은 계속 짖었다.

“왕왕! 왕왕! 왕왕! 왕왕!”

마음 같아서는 당장 사람 말로 애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바로 자신을 이대로 빨가벗고 네 발로 기게 한 채로 제자들 앞으로 데려갈 게 분명했다.

한교운은 어떻게든 녹아가 자신을 제자들에게서 숨겨주기만을 바랄 따름이었다.

“왕왕! 왕왕! 왕왕! 왕왕!”

그렇게 한참 짓고있을 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탕! 탕! 탕! 탕!

그리고 용아의 약간 까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아! 녹아! 빨리 문열어줘. 조금 전에 이상한 걸 봤는데 그거 뭐야.”

조금 전 제자들이 자신이 발가벗고 개구멍을 통해 백운산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분명했다.

한교운은 감히 짖지도 못하고 녹아에게만 겨우 들릴 정도의 가는 목소리로 낑낑거렸다.

“낑낑!낑낑! 낑낑! 낑낑!”

녹아가 한교운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저기  대청 뒤로 돌아가서 기다려.”

한교운은 재빨리 대청 뒤로 기어갔다. 한교운은 방금 녹아가 자신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 소리를 제자들이 듣지 못했기만을 바랐다.

한교운이 대청을   무렵에 대문이 열렸고 한교운은 황급히 대청 뒤로 숨었다.

대문이 열리자마자 용아가 뛰어들며 말했다.

“녹아, 방금 저기 개구멍으로 빨가벗은 여자가 기어들어가는 걸 봤어. 그거 뭐야?”

녹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빨가벗은 여자가 개구멍으로 들어오다니 뭘 잘못 봤겠지.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용아가 소리를 높였다.

“아냐, 분명히 빨가벗은 여자였어. 엉덩이에 꼬리 같은 걸 달고 있는 게 보였지만 분명히  하나 없는 사람 알몸뚱이였다고.”

“꼬리가 달렸으면 그게 개지 어떻게 사람이야. 네가 뭘 잘못 본 거야.”

“아냐 절대 잘못 본 게 아니라고 대사저, 이사저, 분명히 빨가벗은 여자 맞았지. 저 멀리서 보고 너무 이상해서 바로 달려온 거야. 분명히 빨가벗은여자였다고.”

한교운의 대제자 전아와 둘째 제자 선아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아가 말했다.

“그래 분명히 빨가벗은 여자였어. 우리가 저 멀리서 보는데 웬 빨가벗은 여자가 저쪽 담장을 따라 달려오더니저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가더라고 그래서 너무 이상해서 급히 달려온 거야. 도대체  여자 정체가 뭐야. 자꾸 우기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줘.”

선아도 말했다.

“우리 셋이 동시에 뭘 잘못 볼 수는 없어. 꼬리 비슷한 걸 달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히 빨가벗은 여자였다고. 그러니 사실대로 말해줘.”

용아가 녹아의 표정을 보고 바로 잡아았다는 식으로 말했다.

“녹아 네 표정 방금 그거 분명히 네가 거짓말할 때 표정이야. 빨리 사실대로 말해.”

녹아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내가 거짓말할  표정이 진짜 따로 있어? 그거 몰랐네. 그거 뭔지 말해줘.”

용아가 약간 화가 난 투로 말했다.

“말 돌리지 말고 빨리 사실대로 말해. 안 그럼 나 화낼 거야.”

녹아가 어쩔 수 없다는  말했다.

“아이참 그걸 어떻게봤어? 들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필 이럴 때  걸려버렸네.”

용아는 자신의 추궁에 이제야 녹아가 바른 말을 한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전아와 선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녹아에게 물었다.

“그거 진짜 빨가벗은 여자 맞았구나. 그 여자 도대체 뭐야?”

“그래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빨가벗고  개구멍으로 기어들어  거야? 그리고 우리가 꼬리처럼 본 거 꼬리 맞아?”

녹아가 망설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그거 우리가 키우는 노예야. 아 그러니까 돈을 주고 산 노예가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빨가벗고 개처럼 구는 걸 좋아하는 여자인데 우리가 거기 맞춰서 걔를 빨가벗겨놓고 개처럼 취급하는 거야.”

남해검문의 세 소녀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스로 원해서 빨가벗고 개처럼 구는 여자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용아가 말했다.

“아니, 스스로 원해서 너희들 노예가 됐다고? 그리고 빨가벗고 개처럼 구는 걸 좋아한다고?”

녹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희들은 명문정파에다 산에서 자라서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자기 스스로 원해서빨가벗은 채로 사람들 앞에 나서고 그걸 보이면서 좋아하고 또 개처럼 대접받거나 하는 걸 좋아는 거지. 그리고 홍아와 내가 그런 여자를 우연히 알게 되어서 그 계집애를 빨가벗겨서 여기 백운산장에서 키우고 있어. 아 키운다고 해서 항상 여기 사는 건 아니고 자기 집에 갔다가 여기 왔다가 하는 데 여기 올 때는 항상 빨가벗고 와서 우리 산장을 한 바퀴 개처럼 돈 뒤에  개구멍으로 들어오거든. 그런데 하필 너희들이 올 때랑 겹쳐서 너희가 그걸 본 거야.”

용아뿐만 아니라 전아와 선아도 세상에 그런 일도 있나 싶어서 입을 벌리고 녹아의 설명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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