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4화 〉백유선 5 (124/148)



〈 124화 〉백유선 5

5.

백유선은 떨리는 손으로 옷을 하나씩 벗었다. 동창의 위사들이 바라보는 한가운데서 옷을 벗자니 너무 서러워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백유선이 옷을 전부 벗고  손으로 사타구니와 젖가슴을 가린 채 서자 동창 위사들의 당두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세 걸음 앞으로 나와서 무릎을 꿇고 손을 뒤로 돌려라.”

백유선은 동창의 위사들을 바라보자 너무나 두려워졌다. 백유선 자신은 강호사미의  명으로 불릴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빼어난 미인이다. 그런데 자신 같은 미인이 옷을 전부 벗고 발가벗고 서 있는데도 동창 위사들은 자신의 알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지극히 사무적인 눈으로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유선은 자신을 저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난생 처음 보았다. 사내들이란 언제나 자신의 비위를 맞추려하고 자신의 몸에 욕심을 가진 존재였지 자신의 알몸에 저렇게 무심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백유선은 비로소 동창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공포의 집단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동창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고문하는 이유는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들을 미워해서도 아니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관료적이고 직업적으로 사람들을 대해고 고문했다. 일체의 인간다운 감정이 배제되고 오로지 당위성과 효율성만 따지는 집단 그것이 바로 동창이었다.

백유선의 벗은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백유선은 이제 동창 사람들에게 알몸을 보이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동창 사람들이 자신의 알몸을 보면서도 전혀 색심을 느끼지 않듯이 이제 백유선도 동창 사람들을 보면서 수치심이 아니라 두려움만을 느끼고 있었다.

“어서!”

백유선은 당두의 말을 조금도 거역할 수 없었다.

백유선은 덜덜 떨면서 앞으로 세 걸음을 걸어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뒤 두 손을 등 뒤로 돌린 뒤 손목을 교차시켰다.

다른 위사들은 백유선이 벗어놓은 옷과 짐을 뒤지더니 당두에게 뭔가를 바치며 말했다.

“당두님, 여기 은표와 은자 그리고 옥결이 있습니다. 독주께서 말한 옥결이  물건 같습니다.”

“그래 독주께서 말한 대로 네모난 양지백옥에 모란이 새겨진 옥결이니 말씀하신 게 맞군.”

백유선이 위사가 말하는 물건이 우희남과 남천에게서 훔쳐온 옥결을 말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백유선은 그제야 자신이 우희남과 남천의 사지를 부러뜨려 지금 이 처지에 놓인  알 수 있었다.

백유선이 무릎 꿇고 엎드려 땅바닥만 바라보며 덜덜 떨면서 말했다.

“두 분 공자가 저를 강간하려고 해서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 저지른 일이에요. 두 분 공자는  달이면 완쾌되실 거예요. 아니 동창의 약이면 한 달이면 완치되실 거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하지만 백유선의 애원에 돌아오는 건 가혹한 매질 뿐이었다.

찰싹! 찰싹! 찰싹! 찰싹!

무릎 꿇고 엎드린 배유선의 등과 엉덩이에 가죽으로 만든 몽동이질이 가해졌다. 가죽몽둥이는 몸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 혹독한 고통을 주기 위해 동창에서 만든 물건이었다.

백유선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아아아악! 아파요. 아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때리지 마세요. 너무 아파요.”

당두가 말했다.

“바보 같은 년, 강간 위험을 피했으면 그냥 돈이나 가지고 도망칠 것이지 어쩌자고 귀한 공자님들 몸에 그런 짓을 했느냐. 그나마 치료될 수 있는 수준이라 너도 목숨을 건진 것이다. 만약 두 분 공자를 해치거나 나을  없는 상처를 입히기라도 했다면 넌 사지를 잘려서 돼지 먹이로 끌려갔을 것이다.”

당두가 수하 위사들에게 말했다.

“털 뽑아버리는 건 호주성에 가서 하려고 했지만 관절을 뽑는  놔두고 털을 뽑아버리는 건 그냥 여기서  뒤에 끌고 가는 게 좋겠어. 당장 처녀를 검사해 보고 시행해. 처녀가 아니면 여기서 팔다리 잘라버리고.”

백유선은 엎드려서 당두의 말을 들으며 소름이  끼쳤다. 당두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처녀가 아니라면 여기서 사지가 잘려나갔을 것이었다. 백유선은 자신이 그 동안 처녀를 깨끗이 간직했던 일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위사들은 무릎 꿇고 엎드린 백유선의 목과 등을 땅바닥에 대고 강하게 누르더니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린 뒤 가랑이를  벌리고 백유선의 보지를 벌렸다.

백유선의 등이 활처럼 휘어졌고 가랑이는  벌어졌다. 백유선은 처녀의 몸으로 너무나 수치스러운 자세였지만 그래도 사지가 잘려나가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백유선의 보지를 벌려보던 위사가 말했다.

“처녀가 맞습니다.”

당두가 가죽몽둥이로 백유선의 아랫배를 찰싹 때린 뒤에 말했다.

“네 년이 처녀라서 그나마 다행인 줄 알거라.  년이 처녀가 아니었다면 감히 처녀도 아닌 년이  분 공자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사지를 잘라서 끌고 오라는 명령이 있었으니 말이다.”

백유선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나리, 제 사지를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두가 계속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대로 빨가벗기기만 해서 끌고 가면 되는 일이다면 널 잡아오라고 명령하신 분이 워낙 화가 많이 나셔서 이래도 끌고 갈 수는 없구나. 그 정도로는  분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거다. 그분들 말씀이 눈썹만 빼고 네 몸의 털이란 털은 모조리 뽑아버린  사람들에게 잔뜩 구경을 시킨 뒤에 끌고 오라고 하셨다.”

당두가 백유선의 머리카락을 문지르며 계속 말했다.

“물론 이 머리카락도 털이라서 전부 뽑아버리라고 하시더구나.”

당두가 위사들에게 말했다.

“시작해.”

위사 하나가 무릎을 꿇은 채로 엎드리고 있는 백유선에게 다가오더니 품에서 가위를 꺼내들고는 백유선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했다.

싸각! 싸각! 싸각! 싸각!

백유선의 길고 윤기 있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백유선의 머리카락처럼 길고 윤기 있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이라면 꽤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이지만 동창의 위사들은 그런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잘린 머리카락을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백유선은 바닥에 떨어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위사는 백유선의 머리카락을 전부 깎아버리자 동료에게 말해 조그만 자기 병에 담긴 액체를 백유선의 머리카락에 발랐다.

위사는 거품이 날 정도로 액체를 백유선의 머리에 문지르더니 예리한 칼 하나를 들고 말했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칼에 머리를 베인다.”

백유선은 두려워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위사는 조그만 칼을 싹싹 움직여서 백유선의 머리카락 그루터기들을 전부 밀어버렸다.

잠시 뒤 백유선의 머리카락은 그루터기 하나 남지 않고 완전히 밀려버려 머리에는 파랗게 깎은 자국만이 이전에 머리카락이 존재했던 흔적으로 남았다.

백유선의 머리를 밀어버린 위사는 손가락으로 백유선의 머리를문질러 보았다. 백유선의 머리는 그루터기 하나 남지 않고 매끈매끈했다. 하지만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위사는 이번에도 조그마한 자기 병 담긴 이상한 액체를 백유선의 머리카락에 바르기 시작했다.

액체를 바르자 백유선의 머리가 따끔따끔 따가웠지만 감히 아프다는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위사는 그렇게 일각 정도 시간을 두고 기다리더니 이번에는 하얀 종이로 이상한 액체로 뒤덮인 백유선의 머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위사는 그렇게 하얀 종이로 머리에 묻은 액체를 전부 닦아내더니 종이를 백유선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종이게 묻어있는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바로 네 머리카락의 모근이다. 앞으로  달 정도는 머리가 자라지 않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라면 한 달 정도만 지나면 다시 머리가 자라나기 시작하니 말이다.”

백유선은 거울을 볼 수 없어 몰랐지만 백유선의 머리는 모근까지 뽑힌 이후로는 파랗던 깎은 자국도 사라지고 사물이 비쳐 보일 정도로 매끈거리고 있었다.

백유선이 자신의 하얀 종이게 가득한 자신의 모근을 바라보며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을 때 당두가 말했다.

“이제 몸뚱이의 털도 전부 정리 해.”

위사 넷이 다가와서 엎드려서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는 백유선을 일으키고는 조금 전 백유선의 머리에 발랐던 이상한 액체를 벡유선의 몸 전신에 발랐다.

백유선은 액체를 바르자 조금 전 머리에 발랐을 때처럼 전신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 정도를 가지고 하소연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일각 정도 지난 뒤 위사들은 이번에도 하얀 종이를 가지고  백유선의 몸에 묻은 액체를 꼼꼼하게 닦아내었고 그럴 때마다 종이에는 백유선의 몸을 덮고 있던 잔털들이 모근까지 통째로 종이에 묻어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유선의 사타구니에 우거진 곱슬곱슬한 음모까지 전부 뽑혀 나왔다.

백유선은 이제 눈썹과 속눈썹만 제외하고는 몸뚱이에  한 오라가의 털도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당두에게 물었다.

“당두님 지금 바로 시작할까요?”

당두가 대답했다.

“아니, 순순히 말을 들었으니 굳이 지금 바로 시작할필요는 없겠지. 특별히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혔으니 그 정도 편리는 봐 주기로 하지. 그냥 묶기만 해서 호주성으로 끌고 가.”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려 빡빡머리가 되고 사타구니 체모도 전부 뽑혀 민둥보지가 된 백유선 옆으로 위사 하나가 다가와 백유선의 목에 밧줄을 두르고 그 밧줄을 겨드랑이를 통과시키더니 뒤로 돌린 팔을 위로 바짝 끌어올린  꽁꽁 묶었다.

그리고는 묶은 밧줄 사이에 백유선의 죄명이 적힌 기다란 목패 하나를 꽂았다. 위사는 목패를 꽂기 전에 백유선이 읽을 수 있게 잠시 보여주었는데 독행대도 백유선이라고 적힌 목패였다.

당두가 말했다.

“지금부터 널 호주성으로 끌고 가서 조리돌림을 할 건데 그렇게 도둑년이라는 명패를 붙이는 게 너에게도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 사람들은 설마 널 강호사미의 하나인 섬전옥수 백유선이라는  눈치 채지 못하고 그냥 도둑년이 도둑질을 크게 벌였다가 잡힌 걸로 생각할 테니 말이다. 백유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그냥 우연히 이름이 같은 걸로만 여길테고 말이다.”

백유선이 눈을 뚝뚝 떨어뜨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당두님께서 제 체면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시키시는 대로 말을 잘 들을 테니 너무 심하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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