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호주성 유희 5
5.
옥주가 되물었다.
“자네들은 그때 성안에서 보았나? 먼저 말 좀 해 보게.”
죄수들 중 하나가 말했다.
“뭐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버린 거 말고는 그다지 본 것도 없으니까요. 그때 동창 놈들이 그 계집애의 팔다리 관절을 뽑아서 나무나귀에 엎드려 놓았는지라 그 계집이 아파서 비명 지르던 것과 팔다리가 늘어져서 흔들리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러니 제대로 본 옥주님이 이야기 좀 해주세요.”
“그 계집이 미인은 정말 미인이었네. 내 생전에 그런 미인은 처음 보았으니까 말이야. 머리를 빡빡 빌어버린 게 흠이었지만 그런 건 제대로 흠이 안 된다 싶을 정도로 미인이었네. 게다가 처녀였으니 더 했지.”
“아니 처녀를 여기 남자들 옥실에 같이 가둬요? 동창 놈들이 옥주 형님이 일부러 처녀를 따먹게 한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동창 놈들은 몰라도 여기 아전이 먼저 와서 신신당부를 하더군. 마구 주무르는 건 얼마든지 허용되지만 따먹었다간 여기 감금된 죄수는 모조리 죽은 목숨이라고 말이야.”
“그럼 제대로 재미를 못 보신 겁니까?”
“그렇지가 않았네. 그 계집이 숫처녀 주제에 정말 앙큼했네. 보지에 박는 것만 빼고 남자랑 즐기는 법을 제대로 알더구먼. 그리고는 하는 말이 자기가 처녀 따위를 지킨다고 하다가 지금 머리를 빡빡 밀리고 빨가벗겨져 수모를 당하는데 차라리 처녀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면서 남자의 욕망에 대해 궁금해하더군 . 그때정말 제대로 남자에 대해 배우고 갔네. 물론 그 대가로 우리도 그 계집을 실컷 주무르고 만지고 좋은 구경도 했고 말일세. 그년이 무림인이었다는 건 알고 있나?”
“에엣 무림인이요? 아무리 계집이라고 해도 관부에서 감히 무림인을 잡아요? 그년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무림맹이 있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동창에서 직접 처리했답니까?”
“특별한 사문도 없이 무슨 독행대도 비슷한 짓을 하던 계집이었던 모양인데 조금 심하게 치근덕거리던 사내 둘을 혼내줬는데 그놈들이 글쎄 환관의 양자들이었던 모양이네. 그 뒤에 도망 다니다 여기 호주에서 잡혔는데 누군지 몰라도 명령한 높은 사람이 그 계집을 홀딱 벗겨서 조리를 돌리고 경성까지 그대로 벗겨서 압송하라고 했다더군. 눈썹을 빼고는 온몸의 털이란 털은 전부 밀어버려서 머리는 비구니처럼 빡빡 밀어버리고 겨드랑이와 조개에 난 털까지 싹 밀어버린 건 자네들도 봐서 알겠지.”
“아 전 그때 호주성에 있다가 그걸 봤지요. 하지만 무림인이라는 얘기나 특별한 죄명은 듣지 못하고 그저 조정에 죄를지은 계집이라고만 들었습니다. 가까이서 본 놈들이 계집이 몸매가 굉장히 좋다고 하던데 무림인이어서 그랬군요.”
“그렇지 무림인이나 춤을 배운 무희가 아니면 그런 몸매를 가진 계집은 정말 드물지.”
“그나저나 환관의 극성이 점점 심해지네요. 말을 들으니까 요즘 금의위나 동창의 세력이 무지 강해져서 경성이나 경성 가까이의 직예, 산동 일대에서는 그놈들이 무서워 무림인들도 함부로 날뛰지 못한다더군요.”
“원래 동창과 금의위 놈들은 무공이 강해서 무림인들이 함부로 여기지 못했는데 지난 번 십이혈마가 날뛸 때 그놈들이 거의 대부분 십이혈마에게 죽어버려서 이후로 조정에서는 어마뜨거라 무림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벌써 십여 년이 지났으니 그놈들도 다시 힘을 길렀을 걸세. 사실 그동안 관에서 무림의 일에 일체 상관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지. 사도백천도 죽었고 무림맹도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동창이나 금의위 놈들이 세력을 회복했다면 다시 한바탕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네.”
“헤헤 그건 무림맹 놈들이나 걱정하게 나두고 그때 그 계집 얘기나 좀 들려주십시오.”
“하여간 그 계집이 나이는 열대여섯 밖에 안 됐다던데 젖통은 제법 커다랗게 출렁거리더군. 젖통 위에는 바늘이 가득 꽂혀 있었네. 게다가 보지에도 바늘이 몇 개나 꽂혀 있었지 하여간 보지에 박힌 바늘 때문에 다리를 오므리지도 못하고 그 반들반들한 조개까지 전부 다 보였지. 그런데 그 계집은 온 몸에 바늘이 꽂혀서 아파 죽으려고 하면서 제발 옥 안에 있을 때만이라도 뽑 아 달라고 사정사정하더군. 바늘만 뽑아주면 좋은 걸 보여주겠가다고 했는데 바늘을 뽑아주니까 이런저런 무공도 펼쳐 보이고 두 손으로 보지도 까 벌려 보이고 정말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모습을 잔뜩 보여줬네. 숫처녀의 처녀막이라는 걸 난 그때 처음 구경해 보았다네.”
“그 뒤에 그 계집이 어떻게 됐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까?”
“나야 옥안에만 있으니 바깥일을 알기는 어렵지만 뒤에 들어왔던 누군가가 그냥 소문이라면서 전해주기로는 여기서 경성까지 그렇게 빨가벗겨진 채로 끌려갔고 경성에서도 조리를 돌려졌는데 그 뒤에 동창으로 끌려간 뒤로는 소식이 없다고 하더군.”
“그나저나 오늘 들어 올 계집도 무림인이라던데 몸매가 그때처럼 죽여주려나요? 옥리 말로는 예쁘장한 계집이라며 기대하라지만 다 믿을 수도 없고 말이죠.”
양세현은 무릎 사이에 끼운 긴 나무몽둥이 때문에 도저히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옥리들이 처음 몽둥이를 끼울 때만 해도 무공을 익힌 자신에게는 그다지 장애가 되는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몽둥이의 끝부분이 둥글고 매끄럽게 되어 있는데다 몽둥이의 길이가 무릎 사이에 끼우기에는 너무 길어 제대로 힘을 주어 걷기가 힘들게 되어 있었다.
결국 양세현은 엉덩이를 약간 뒤로 빼고 몸을 앞으로 약간 구부리고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의 나무 몽둥이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무릎 사이에 끼운 몽둥이를 계속 바라보며 조심하면서 어거정어거정 걸을 수밖에 없었고 불과 십여 장의 길이밖에 안 되는 곳을 가는 데도 한참이나 걸려 뇌옥 안에서 죄수들이 지껄이는 나누는 이야기를 전부 다 들을 수 있었다.
양세현이 복도 끝에 나타나자 백유선의 이야기를 나누던 뇌옥 안의 죄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계집년 나리들이 널 귀여워 해줄 테니 어서 이리 오너라.”
“어이쿠 저년 무릎 사이에 저거 뭐야, 뭘 끼웠잖아.”
“무슨 막대기 같은데 저렇게 긴 걸 잘도 끼웠네. 다리가 제법 긴 모양이지.”
“어이쿠 저년 저 다리 좀 봐 저렇게 쪼그리고 있는데도 저렇게 길고 늘씬해. 진짜 무림인인 모양인데.”
양세현은 가랑이에 몽둥이를 끼우고 있어 가랑이를 거의 한계까지 벌린 상황이라 늘씬한 허벅지와 긴 다리가 모두에게 잘 보였다. 또 가랑이에 끼운 몽둥이가 빠지지 않게 하려고 몸을 살짝 구부리고 있어 커다란 젖통이 아래로 약간 늘어져 더 커 보였다. 그런 젖통이 자유롭게 흔들리고 있으니 남자들이 자극을 받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저저 젖통 좀 봐. 어이쿠, 저렇게 커다란 게 저렇게 흔들흔들, 뭉클뭉클 아이고 나 미쳐.”
“피부 좀 봐 저렇게 매끄러워. 누구 저런 계집 지금까지 본일 있어?”
“옥리가 꽤 예쁘장한 년이라더니 얼굴은 몰라도 몸매는 진짜 보통이 아닌데.”
양세현이 조금 더 가까이 오자 사타구니도 모두 보였다.
“어이쿠 저년도 그때 그 무림인이라는 계집애처럼 사타구니에 털이 하나도 없네.”
“저렇게 털을 밀어놓으니까 보지가 훤히 다 보이잖아.”
“저 보지 갈라진 거 좀 봐. 어라 약간발랑발랑 움직이는 거 같은데.”
“이 계집년아 고개 좀 들어봐 나리들도 네 얼굴을 봐야 할 것 아니냐.”
양세현은 고개를 들어 얼굴을 사내들에게 보여주었다. 양세현이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이자 그렇게 시끄럽던 뇌옥 안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양세현의 눈부신 미모는 그들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고 더구나 이런 뇌옥 안에서 완전히 발가벗고 있는 상태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삽시간에 뇌옥 안은 조용해지고 오로지 사내들의 숨 쉬는소리만이 들려왔다. 양세현이 어거정거리며 몇 걸음을 더 걸어 들어갔다. 불과 이십여 장에 불과한 길이지만 너무나 멀게만 보였다.
뇌옥 안에서 숨죽이고 양세현을 바라보던 죄수 무리 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기억이 안 나는군요. 저런 미인이 흔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봤더라?”
“저런미인, 더구나 무림인을 네 주제에 어디서 봐. 어디 기원에서 본 여자를 멋대로 끼워 맞추는 거겠지.”
“그러니까 이상하죠. 분명히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저런 미인 얼굴이 기억 안나다니 정말 이상하네요.”
양세현은 뜻밖으로 이런 뇌옥 안에 자기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자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뇌옥 안에서 사내 하나가 소리쳤다.
“이것 봐 예쁜 계집애야. 네 이름이 뭐냐?”
양세현이 무릎의 막대가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 조심조심 몇 걸음을 간신히 떼며 고개를 들고 말했다.
“소녀 이름은 양세현이에요. 나리.”
“양세현? 누구 양세현이라는 이름 아는 사람 있어?”
“우리가 무림인 이름을 어떻게 알아 더구나 여자를.”
사실 양세현의 명성은 그렇게 높았지만 대개 사람들은 사도부인이라고만 알았고 양세현이라는 이름은 거의 몰랐도 무림인을 제외하면 양세현의 성이 양씨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도 대부분 이었다.
뇌옥 안에서 다시 누군가가 물었다.
“네년은 어디 출신이냐?”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어디 출신이라고 하면 네 주제에 알겠냐? 네 놈이 무림 문파나 제대로 알고 있냐?”
“그래도 일단 물어보는 거죠 뭐.”
양세현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소녀는 성무장 출신이에요.”
아무리 뇌옥에 갇힌 죄수라고 해도 최소한 호주에살면서 성무장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헉 성무장이라니 성무장에 사도부인 말고 저런 미인이 있었어?”
“아니 성무장에서 왜 저렇게 사람을 발가벗겨서 보낸 거야.”
“누구 성무장에 저런 여자 있다는 소리 들은 사람 있어?”
사람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맨 처음 양세현을 얼굴을 본 적이 있다고 했던 죄수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으아아악!”
누군가가 그걸 보고 소리쳤다.
“아니 저놈이 미쳤나 갑자기왜 저래?”
사내가 양세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말을 더듬었다.
“사, 사, 사도, 사도부인.”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 자식아 성무장에 사도부인이 산다는 걸 누가 몰라 저 여자가 누구냐고 묻는 거지.”
그자가 소리쳤다.
“저 여자가 사도부인이라고요. 예전에 사도대협이랑 무림맹 사람들이 호주성 안에서 회합했을 때 본적이 있다고요. 분명히 저 여자가 사도부인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