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 드럭 제 2장―8
커튼 틈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눈에 닿자,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 깨어났다.
귀에는 탁탁탁, 기분좋은 소리가 들려오고,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눈을 문지르면서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응 ···」
「아, 코이치 오빠, 일어났어? 좋은아침-」
「안녕, 코이치 오빠.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다
되요」
좁은 부엌에서 쿠나와 후나가 아침 밥을 만들고
있었다.
(아아, 그렇지, 어제밤 둘과 함께 H하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지)
서서히 의식이 깨어나는 것 과 함께 어젯밤의 일들이
기억난다.
도대체, 몇 번이나 했었지···.
쿠나가 끝나면 후나가, 후나가 끝나면 쿠나가,
차례차례로 『해달라고 졸라』 댔었지.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잘 버텼다고 감탄스럽다.
마지막엔 3명이서 서로 껴안은 채로, 지쳐 잠이
들어버렸다.
그래도, 몸은···어디 아프지도 않고, 피로감도 남아
있지 않다. 내몸이긴 하지만 굉장하다.
게다가, 그녀석도 아침이 되자 원기왕성하게 일어서있다. 으음,
최고조다.
아침밥은, 구운 생선, 나물무침, 김, 두부와 된장국에 따끈따끈한
쌀밥.
···감동했다!
이제까지 내가 만든 밥이라고는, 아침에는 인스턴트 카레와 인스턴트
우동뿐이었는데∼.
쌀도, 전날 잊어버리고 씻어두지 않았을 때는, 전자렌지 팩으로
해결했었다.
순 일본식 메뉴에 무의식중에 눈시울이 붉어져, 허공을
쳐다보았다.
「오빠, 젓가락을 꽉 쥐고 뭐해?」
「보기만해도 맛있을 것 같아서, 감동에 떨고 있는
거야」
「후훗, 과장이 심해,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요리는
아니잖아 ?」
실제로, 맛은 크게 맛있다거나 할 그런 것은 아니다.
요리로써는 간단할 지도 모르지만, 이제까지 내 식생활과의 차이와,
무엇보다 나를 좋아하는 소녀가 만들어준 밥이다.
맛이 없을 리가 없자-나.
아침을 먹고 디저트로 차를 마실 때, 걱정되던 일들을 두 사람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아직 시간 여유는 있으니까.
「그런데, 두 사람에게 묻고 싶은게 있는데」
「「응? 뭐?」」
멋진 두사람의 싱크로율. 역시 쌍둥이로군.
「나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뭐야? 난 별로 짐작가는
것이 없는데」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보았다. 아이 콘택트?
나를 돌아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후나었다.
「저어, 코이치 오빠가 우리들 공부를 봐 준 적이
있었잖아」
「아아, 있었지」
집주인의 부탁으로 공부를 봐 준 것이, 이 둘과 알게된 계기였다.
「그때, 내가 오빠의 실수를 지적한 일이 있었잖아?」
「아아, 있었지」
후나는 머리가 좋아서, 지금 고등학교에 가도
충분했다. 아니, 대학교도 잘하면 대학교도 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코이치 오빠가, 그때 감탄하면서 웃어줬잖아 ···그게
이유」
「흐음, 과연 그게 이유인가···에엥?」
감탄하면서 웃어줘서? 그것 뿐이야?
「그 그런게 이유?」
「응···」
「으-음, 그 앞은 내가 설명할게」
「쿠우짱···」
왠지 울적해하는 후나의 기운을 북돋워주듯, 쿠나가 끼어들었다.
「언니는, 초등학교때 클래스 안에서 친구등에게 따돌림
당한 적이 있어」
「초등학생 즈음에?」
「응. 그때 담임 선생님이, 누나를 편애해서,
시험칠때마다 언니랑 다른 반 친구들이랑 비교하거나, 문제를 잘 못푸는 학생을 언니가 가르치게 하거나 해서···」
···으음, 대충 짐작이 간다.
「그래서, 같은 반 아이들의 질투를 받았다 ···는
건가?」
「그래, 언니는 전혀 나쁜게 아닌데 말야. 반 클래스의
아이들이 언니한테서 떨어져 나갔어···. 언니는 원래 얌전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더 얌전해져버렸어」
「···그랬구나···싫은 기억이 떠올랐겠구나, 후나」
나는 옆에 앉아 있던 후나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조금 울고 있었던 듯하다···무리도
아니지.
지금도 얌전한 후나가 그런 일을 당하면, 있던 적극성도
줄어들겠지.
「그래서, 코이치 오빠에게 배우고 있을 때 무의식중에
실수를 지적해서, 『미움받겠구나』하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코이치 오빠는 『오∼, 굉장한걸 후나.
머리가 좋구나!』하고 웃으며 칭찬해 주었어, 나, 다른 사람에게 공부 가르쳐주고 칭찬받은 건, 초등학교 때 그
선생님 말고는 처음이었어」
쿠나의 말을, 얼굴을 든 후나가 이었다.
후나는 이제 울지 않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 안에서 코이치 오빠가 점점 커진거야」
「언닌말야, 그때부터 말만하면, 코이치오빠뿐이야!
좋아하는 음식은 뭘까, 어떤 타입의 여자를 좋아할까, 던가!」
「쿠, 쿠우짱!」
후나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가슴을 양손으로 꼬옥
껴안고 부끄러워한다.
그랬군, 후나에 대해서는 알겠다.
그럼, 쿠나는 왜?
「내 경우는···코이치 오빠, 다정해서, 일까」
「그, 그래?」
「공부를 봐준 뒤에, 그 보답으로 저녁식사를 만들어
주었잖아?」
「아아, 그랬었지, 그때도 맛있었어」
그때도 카레 햄버그였었지. 아마.
카레는 평범하게 맛있었지.···카레는,
「햄버그 쪽은 아니었지?」
「욱?」
쿠나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 ···어째 들킨 것 같은
데?
「햄버그에 넣는 후추의 양이라던가, 소금이나 설탕,
멋지게 착각하고 있었었어, 나···」
예, 들켰습니다.
후나가 만든 카레는 맛있었지만, 쿠나가 만든 햄버그는
예의로라도 맛있다고 할 수 없는 지독한 것이었다.
카레의 맛으로 가려 어떻게 먹기는 했지만, 그것을
단일품목으로 먹으라고 한다면 위장약을 옆에 두고 먹어야 했을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이 돌아간 뒤에, 화장실에서 한시간
이상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맛보기를 하지 않은 내 실수지만, 남은 걸 가져와서
집에서 햄버그를 만들어 언니랑 둘이서 먹었더니, 얼마동안 몸도 못움직였어」
「음, 확실히 너무 했었어···」
「하, 하하하, 그랬나··」
단일품목으로 먹으면 그렇긴 하겠지···.
「좀 뻔하긴하지만···, 그런 것을 맛있게 먹어준
코이치 오빠가 다정하게 느껴졌어 ···오빠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 일걸」
응, 뻔한전개군, 요즘 이런 전개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잘 안쓰일 것이다.
뭐, 계기야 사소한 문제다.
뻔한 전개, 그것이 쿠나에겐 약점이었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