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 드럭 제 2장―19
「나오는 게 어떻습니까, 이국에서 오신 분」
은색의 소녀가 문득 몸을 비키며 내 등뒤를 향해 말을 건다.
자갈을 밟는 소리와, 공기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또 너냐···. 괴물···!」
「엑!」
뒤돌아본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저 금발 소녀였다.
분하다는 듯 우리를 교대로 노려보고 있다.
말투로 봐서 이 둘은 서로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고토우·코이치에게서 오늘에야 말로 비약과 비본을 손에 넣을 작정이었는데···. 팔과 발은 이제 고친거야? 역시 빠르네」
「이번엔 저번처럼 가게 놔두지 않습니다. 이쪽도 코이치님을 지킬 준비를 해 왔으니까」
지잉, 하고 공기가 바뀌었다.
묵직하고 긴박한···예리한 날붙이가 목을 찌르는 것 같은 긴박감.
등에 식은 땀이 맺힌다.
「돌아가시면 좋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않으면?」
「죽입니다」
갑작스런 살인 예고에 놀라 은색의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변함없이의 무표정···.이지만, 그 눈에서 뿜어지는 것은 진짜, 진짜 살기.
전신의 털이란 털은 다 곤두서는 것 같은, 기가 약한 녀석이라면 오줌이라도 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금발 소녀는 코웃음치며 살기를 받아 넘겼다.
「준비를 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 이번엔 손발로 끝나지 않아요, 방해가 되면 완전히 소멸시켜버릴거니까」
이쪽도 이쪽대로 무섭네···뭐하는 놈들이야 이녀석들···!
먼저 움직인 것은, 금발 소녀쪽이었다.
「작열의 검, 막을 수 있을려나 !?」
금발 소녀가 양손을 주머니에 넣어 작은 단검같은 물건을 꺼냈다.
들었다 내리치자 단검 앞에서 강한 빛을 뿜는 검이 나타났다.
라이트 세이버냐!?
가볍게 수직으로 점프해, 나를 습격했을 때와 같이, 탄환처럼 깊숙이 들어왔다! 그때보다 빨라!
「붉은 야차(紅夜叉)!!」
빛의 검이 은색 소녀의 앞가슴을 관통하기 직전, 그녀가 오른손을 흔들었다.
기모노의 붉은 꽃잎 무늬에서, 꽃잎이 무수히 흘너나오기 시작했다.
진홍의 꽃잎들이 모여들어 얇은 천처럼 변해 다시 두개로 갈라진다.
끼이이잉!!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빛의 검을 받았다!
끼기기기긱···, 마치 강질의 금속끼리 스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빛과 진홍색 이질의 물체가 맞부딪친다.
「작열···이라고 했죠!?」
금발 소녀의 의기양양한 외침과 함께 빛의 검이 더 강하게 빛을 뿜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위의 온도가 상승해 간다 ···검에서 열기를 내뿜고 있는 건가!?
떨어져 있는 내게도 사정없이 열기가 전해진다 ···!
겍! 주위의 잔디가, 누렇게 말라간다!?
지근거리의 은색 소녀에겐, 화상을 입을 정도의 열을 받을 텐데 ···괜찮은 건가?
「왜 그래, 이걸로 끝이야!? 그렇다면 이대로 뼈까지 구워주지!!」
「거절입니다.···금색보살(金色菩薩)!!」
뜨거울 열기에 몸하나 움직이지 않던 그녀가, 왼손을 들었다.
이번은 기모노의 노란 꽃의 무늬에서, 황색···아니요, 금색으로 빛나는 꽃잎들이 무수하게 뿜어져나온다.
이번의 꽃잎들은 모이지 않고, 낱장인 채로 우리의 주위를 흐르듯이 떠돌기 시작···어라?
「뜨겁지···않아졌어?」
피부가 그을릴 것 같은 강한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춤추고 있는 금색 꽃잎이 막아내는 것 같다···.
「큭 ···!?」
끼깅! 하는 소리를 내며 금발 소녀가 물러났다.
다시 노려보는 시간이다.
「···아버지에게서 들은 적이 있어. 이 나라엔 오리하르콘에 비길만한 금속이 있다고 했었어, 아마도 이름이···『히히로카네』」
「그렇습니다. 이 기모노의 꽃 무늬는 얇은 히히이로카네의 『조각』을 몇겹으로 꿰어놓은 것, 진홍의 꽃은 공격용, 금색의 꽃은 수비용. 파괴하는 일은 불가능해요」
『히히이로카네』···? 게임같은 것에서 들은 적이 있다.
절대 녹슬지 않는 금속으로 태양처럼 붉다던가, 빛난다던가 어떻다던가.
또 이상한 물건이 나왔다.
「역시, 그래서 이 검을 받아 낼 수 있는 건가, 이건 오리하르콘을 사용한 열에너지 검, 원래대로라면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대로 끊어져야 하는 데, 열도 반사된다기보다 그대로 흡수하는 느낌이네」
「그렇습니다.다. 자, 계속하시겠습니까?」
「······」
금발 소녀가 몸을 낮추고, 공격 자세를 잡았다.
은색 소녀도 진홍의 띠를 움직여, 방삼하지 않고 준비태세를 갖춘다.
아직 남은 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서있을 뿐인 나는, 경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서, 선배!?」
금발 소녀의 뒤에서 놀란 소리가 들렸다.
「아, 아소우!?」
내가 지나온 길 위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소우가 서 있었다.
손에는 근처 수퍼의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쇼핑하고 돌아가는 중인가? 아앗-, 타이밍이 안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