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다분교 여 교사 K 7 {패스워드2}
[그냥 한번 보자는것도 안되냐?]
[그러게 내가 너를 왜 봐야 하냐고? 나하고 친구하고 싶니?]
[아따, 웃긴 년이구만, 니가 내 친구가 돼냐? 내가 밥을 먹이도 니 보다 고깃배 수십대분량
은 먹었을 거구만.]
[그럼, 왜 귀찮게 하는거야? 난 말봉이 니가 맘에 안들어. 만나고 싶지도 않고....]
말봉이 얼굴이 벌게져서는 내 코앞에 얼굴을 드리 밀었다.
약간의 위협이 느껴졌지만, 말봉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말봉도 지지 않으려는듯 내
눈의 촛점을 따라왔다. 말봉의 화난 콧바람이 세차게 내 뺨을 쳐댔다.
[니! 그리 잘났냐? 뭐 믿고 그리 까부냐?]
말봉이 입술을 앙 다물며 뇌까렸다. 이빨사이로 뿌드득 소리가 나는 듯 했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았다. 말봉의 노랗게 충혈된 눈을 한치의 양보도 없이 쳐다보며 정말로 대
가 쎈 나 자신을 보여 주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을뿐더러 나의 자존심을 건드
리는자는 그 누구도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말봉이 이 섬에서는 세도가의 아들인걸 익히 알지
만, 우리집은 말봉네의 녹도 먹지 않는 집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말봉이 나를 호락호락 대하
는것을 결코 볼 수없었다.
[너! 아마 조만간 나한테 큰코 다칠줄 알어! 알았어? 그리고 한가지 더! 나한테 반말하면 죽
어!]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밀며 누런 이빨사이로 말을 뱉어냈다.
여전히 버티며, 내가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자 말봉이 식식거리며 발 걸음을 돌렸다.
말봉의 뒷 모습을 보며 나는 갑자기 또아리를 틀며 나를 보호해주던 긴장감이 한 순간 사라지
는 것을 느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오줌이라도 찔끔 흘리고 싶을 정도였다. 말봉에게 결코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범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흩 날리는 말봉이 나에
게도 결코 녹녹한 상대가 아님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한치의 흐트러
짐도 저 아이에게 보이지 말아야지 하며 자신을 다잡아 보지만, 나도 한낯 이제 갓 열 세살먹
은 계집아이에 불과 한 것이다. 이 섬에서 채말봉의 비위에 거스르면 뭔지 몰라도 꼭 불상사
가 생긴다는 것쯤 나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한 알의 자존심밖에
없었다. 이미 서울에서 쫓겨 내려올 즈음부터 나는 나 자신만을 믿고 살기로 작정했다.
길선 어머니가 주었던 다래주(酒)가 얼큰히 올라왔다.
워낙에 술을 마셔본적이 없는지라 눈에 더더욱 힘이 들어갔다. 달짝지근하고 맛있다고 마셔댄
술의 알콜이 금방 K를 자극했다. 박선생은 잠시도 쉬지 않고 술을 홀짝 거렸다. 박선생의 얼
굴이 어른거렸다. k는 취한 기분이 이것인가 생각되었다. 팔로 머리를 고였지만, 자꾸 고개가
숙여졌다.
[이장이라는 사람, 그렇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일면 너무하단 구석이 많습니다. 나도 여기 생
활한지가 십 수년입니다. 왜 채 만덕이란 사람을 모르겠습니까?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
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세도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섬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순박하고 속아만 살아온 섬 사람이 잔 머리로 뭉쳐있는 이장을 이길것 같습니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근방, 목포 사람까지도 그 사람 무너뜨리기 녹녹치 않을 겁니다.]
[그럼 박선생님은, 채 만덕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그게 현실이니깐 넘어가자는
말씀인가요?]
[어쩔수 없다는 거지요. 이 섬사람이라고 왜 모르겠어요.]
[그건 꼭 현실 도피성 발언같군요. 너무나 소시민적인 말이예요. 참말로 맘에 안드는 말씀이
십니다.]
[.......]
[아니, 어떻게 불의를 보고 그냥 넘어가자고 말씀하실수 있죠? 소위 교육을 담당한 박선생님
같은 분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볼 수 있겠어요.]
[아직 선생님은 모르시느게 많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어떤땐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
에게도 굽실거릴때가 있습니다.]
[난, 아직 나이가 어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실실거리며
비위를 맞춘다면 이 세상의 정의는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 섬 앞바다에 모두 버렸나요?]
[나도 한때는 세상의 불의에 잠 못 들며 술로 지세운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의
이치를 어느정도 안 이 나이에는 세상이 결코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을 알기까지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세상의
때들이 켜켜히 온몸에 덕지덕지 붙을 때쯤이면 자신에게 남는 것은 세상과의 타협이었습니다.
나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때 장담했습니다만, 인간사라는것이 다 비슷하게 흘
러가더군요.학창시절의 뜨거운 정열이 사회에 나가면 쉬이 식어버리는 것, 그것은 내 나이쯤
이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기분나쁜 나이테 같은것이죠.]
[글쎄요. 한낫 자신을 합리화 할려는 말씀같군요.]
k는 주절거리며 박선생의 말을 반박했다. 박선생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가만히 술잔을 들고
멀리 날아가는 갈매기에 눈길을 주었다.
[정주댁, 정말 오랜만에 회포를 푸네 그랴]
[아이, 이장님. 정말 누구 볼까 살금거리며 왔는디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리네여.]
[어따, 한두번 헌것도 아닌디 새삼스럽기는....왕서방이 잘 안내해 줬을 거구먼, 안 그러던
가?]
채만덕이 정주댁의 치마를 들추어 올리며 능글스럽게 이빨을 삐죽거렸다. 정주댁은 아양떨 듯
채만덕의 품을 파고 들었다. 채 만덕이 속곳을 끌어 내리려 하자 옷을 꼬옥 끌어 잡으며, 채
만덕의 손을 제지했다.
[아, 천천히 해요. 뭐가 급하다고.....]
[정주댁, 왜 그랴. 한두번 만리장성 쌓은 사이도 아닌디....]
[여긴 정말 안전헌거지요?]
[아따, 한두번 와 보남? 안채하고 멀리 떨어져 있응께 아무 걱정 말드라고...]
[바람피는 년이 어디 신경 안 쓴다고 안써지남요....]
채 만덕이 정주댁의 젖가슴의 헤치며 고인 침을 넘겼다.
[우리가 한 두번 헌것도 아닌디, 아직까정 아무일도 없잔니어...]
[고건 고렇고, 아무래도 애 아비가 눈치 챈것 같은디....]
[박 서방이 눈치 챌리가 있남? 임자가 말 허지 않으면 말이여.]
[그랴도.....]
[걱정 말드라고. 박서방이야 허구헌날 고기잡으러 나가는디 우리 사이를 알리가 없을거구먼.]
채 만덕이 정주댁의 속곳을 급히 내렸다. 거무죽죽한 털 속에 음흉한 골짜기가 길게 패여 있
었다. 채 만덕이 입술에 침을 가득 발르고서 정주댁의 두덩을 탐욕스럽게 더듬었다.
정주댁은 눈을 감으며 채 만덕의 탐욕을 속으로 음미했다. 채 만덕이 자신의 덩어리를 급히
끌어내자 정주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입안가득 품었다.자신의 성기가 정주댁의 입안에서
더 할 수 없이 영글자 채 만덕은 아낙의 가랑이를 맘껏 벌리며 아낙의 골짜기에 쓱쓱 문질렀
다.
아랫도리를 관통하는 쾌락을 기대하며 눈을 감고 음미하던 정주댁이 남자의 성기를 손으로
잡았다.골짜기의 음습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채 만덕은 정주댁의 고무 찰흑같은 질구를 만끽
했다. 온몸을 가득 채우는 쁘듯함에 정주댁의 목구멍 깊숙히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삐져나왔
다.
[거 좀 씻고 다닐것이제....냄시(냄새)가 장난이 아니여.]
채 만덕이 담배재를 재떨이에 딱딱치며, 정주댁에게 핀잔을 주었다.
오랜만에 욕정을 채워 나른하게 누워 있던 정주댁이 채 만덕의 핀잔에 기분이 상해 옷을 다듬
어 입었다.
[아따, 지저분한 년이믄 상대안하믄 될거 아녀?]
정주댁이 삐죽거리자 채 만덕이 능글 스럽게 정주댁의 머리를 스다듬었다.
[아니, 씻으면 깨끗허고 얼마나 좋것냐 이거제.]
[누군 씻을줄 모른다요. 그럼 왜 급히 불렀다요? 씻을 시간이나 좀 주지.. 동냥치 밥 보듯
급히 서둔 양반이 누군디....]
[어따, 말 많네. 한마디 헌고 갓고. 자, 이거나 가져 가드라고.]
채 만덕이 지폐 몇장을 정주댁 치마위에 툭 던졌다. 삐죽 거리던 정주댁의 입가에 일순 미소
가 맺었다.
[아따, 누가 이런걸 바란다고 그러요.]
[받아둬. 다 임자 요긴한디 쓰라고 허는 건께.]
돈을 꼬마리에 소중히 쑤셔 넣은 정주댁이 허리를 살랑거리며 문밖인기척을 살폈다.
[왕서방! 정주댁 나간다!]
[이 봐 아줌마!]
말봉이 방으로 들어오며 차순을 불렀다. 채 만덕이 어디 갔는지 내심 의심하며 잘 준비를 하
던 차순은 말봉이 방문턱을 넘어오자 힐끔 쳐다 보았다.
[아버지 어디갔어?]
[내가 아니?]
[거 씨발, 소위 마누라라는 사람이 모르면 도대체 누구 아는 거여?]
[그럼 너는 왜 니 아비 어디 갔는지 모르는디?]
[어, 씨발 어른이라면서 나하고 똑같이 노네.]
말봉이의 말 버릇이야 이미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어미라고 인정해 주지 않아도 되지만, 철저
히 자신을 무시하는 말봉이 차순은 여전히 못마땅했다. 언제나 자신을 아줌마라고 칭하면서
집안 어른으로서의 자신을 애써 무시했다.차순도 철저히 말봉을 무시했다. 어차피 자신을 인
정하지 않는 아이라면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안 될 것이라는 것이 뻔히 보였다. 더구나 차순
이 채 만덕의 집으로 들어 왔을때 말봉은 이미 피붙이를 구별할만큼 큰 아이였다.
[아짐마, 이제 보니 야하구만. 옷이 말이여...흐흐]
말봉이 차순의 잠옷을 보며 매만지려했다. 차순은 질겁을 하며 웃옷을 찾아 걸쳤다.
[너, 정말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구나. 비록 내가 내 속으로 널 낳지는 않았지만 법적으론, 니
엄마여. 엄마뻘 되는 나이를 먹은 어른 한티 너 지금.....]
[으 씨벌, 엄마 좋아하네. 아짐마가 법적으로 내 엄마라고? 누구 그러던디? 호적에 올라가지
도 못한 주제에.....]
말봉이 방바닥에 벌러덩 누우며 차순에게 콧방귀를 끼었다.
[뭐야? ]
[엄마뻘 되는 나이? 웃기는 구만. 이제 갓 삼십넘은 주제에....아뭏튼 아줌만, 우리하고 아
무것도 아니여. 아버지 헌테는 도움이 되는 여자인지 몰라도 나하고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
여. 착각에서 헤매기는....]
차순은 더 이상 말봉과 말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이 이상 말을 해봤자 말봉의 세치 혀는 더
현란하게 움직일 것이다. 말봉도 아무말 없이 천장만 응시하고 누워 있었다. 녀석이 옆에 누
워 있으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지라 차순은 밖으로 나갔다. 말봉이 자신의 주위에 있는것만으
로 차순은 부담스러웠다. 이미 어둠이 짖게 깔린 밤 하늘에 담옆 감나무의 가지가 길게 솟아
있었다.가지사이에는 초승달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힘들게 걸려있었다. 채 만덕은 어디서
무엇을하는지아직안채에들어오지않았다.
[별 일 없제라우? 어르신?]
그 날도 채 만덕은 왕서방을 대동하고 마당에 들어섰다. 왕서방의 손에는 정종과 쇠고기가 누
런색 종이에 쌓여 들려있었다. 노인은 채 만덕을 보자 인상을 찌푸렸다. 다 헤진 어망을 손질
하는 앙상한 손 마디에 얼른 눈길을 돌렸다.차순은 채 만덕을 보자 얼른 정제로 몸을 피했다.
정성스레 빗어넘겨 기름 바른 머릿칼이 햇살에 반짝이고 통통하게 처진 볼 살에는 금방이라도
튀길수 있는 기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따, 어르신 또 이렇게 탁주를 드시는고마잉.]
채 만덕이 파리가 덤실대는 탁주잔을 손으로 툭치며 노인옆에 앉았다. 발 아래 소금으로만 절
인듯 고춧가루는 보이지 않는 김치의 배춧잎사귀 몇개가 백색 사기에 초라하게 담겨 있는다.
[아따, 요렇고롬 풀만 먹어서 어쩐다요?]
[넘들도 다 그렇게 사는것 아니겠는감?]
[넘들이 그렇게 산다고 어르신까정 그렇게 살면 안되지요.]
채 만덕이 왕서방한테 눈치를 주자 가져온 정종과 쇠고기묶음을 노인 옆에 놓았다.노인의 힐
끔 쳐다 보았다.
[자네가 뭣땜시 나헌데 이렇게 정성을 쏟느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서도 그것은 안되는 일인
께 그렇게 알드라고.]
[어르신, 그딴것때문에 그런거 아닌께 너무 신경쓰지 마소.]
[나가 오날날 요렇게 궁상을 벗어나질 못했지만서도, 우리 집안 뼈대야 요 안터리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여.]
[지도 알고 있지요. 어르신. 그러니께 내가 이러고롬 어르신을 깍듯이 모시는거 아니겠소?
지도 이제 세상이치를 아는 나이를 훌쩍 먹어버렀고, 살만큼은 재물도 있는 놈인디...... 고
렇다 보니께 그 뭐시냐..... 그렇지. 그러다 보니께 이제 지 이름석자를 알리고 싶은 소박한
소망도 생깁디다. 이것이 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것습니까? 없을때야 먹고 살라고 바
둥거리고, 이제 먹고 살만하면 명예를 생각허는것이 다 인생사드라 요것입니다.]
[그랴서, 우리집 족보라도 달라는것인가? 시방? 내가 아무리 없이 살아도 집안을 팔지는 않는
다네.]
[아따, 어르신도.... 지가 족보갖어다가 뭐에 쓰게요. 밥 끓여 먹을 물건도 아닌디.다
만.....]
[아, 고 이야그는 고만 하드라고. 자네가 뭔말헐라고 허는지는 나도 아니께. 나도 귀는 뚫려
있어 이 사람아. 족보 달라는 말이나, 딸년 달라는 말이나 그것이 그것이제.]
[아따 아신당께 이야기가 의외로 쉽게 풀리것소잉. 나는 또 징하게 걱정했고마잉]
[허허. 이 사람이.... 아니 가당키나 헌 소리를 혀야지, 내가 대꾸라도 헐것 아닌가? 우리
딸이 가난하여 비록 보잘것은 없지만서도 그랴도 이제 스물을 넘긴 나이여. 그란디 자네헌티
돈받고 팔라고? 우라질 애기 그만허드라고...]
[아따, 어르신 누가 나보고 팔라꼬 그랬소. 어르신 집안이야 지금은 요렇고롬 궁상을 벗어나
질 못했지만, 아, 과거야 뼈대있는.....]
[...아, 그만허세. 그런다고 자네같이 다 늙은 놈헌티 시집보내지는 못허지. 아들놈이 국민핵
교에 다닌다면서? 아, 50인 놈이 처녀장가를 또 갈라꼬?]
[...지는요. 따님한티 관심이 지대한 것도 사실이고요. 다군다나 거 뭐시랄까?....아따 뭔말
을 헐꼬..... 어 그라제. 왕서방이 제대로 말해주는구마잉..... 이제 제 자신의 집안, 거시
기... 족보도 중요헌 관심사가 됐다, 뭐 요런 야그인디잉....]
[이 사람아,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말 허지도 말드라고. 내 딸년허고 결혼하믄 자
네 집안도 덩달아 좋아진다던가? 머슴신분이 어디 가냔 말이여?]
[아따, 이 양반 징허게 못알아듣네이.... 나헌테 딸만 주면 어르신 살림이야 금방 쫙 펴질 것
이고, 나야 명예로다가 조금 얻은게 있은께 좋은거고, 둘다 좋은것이 아니것소? 누이좋고 매
부 좋은일 아니냐 이 말이요. 또랑치고 가재잡고, 과부 먹고 딸년 훔치고.... 뭐 이런일 아니
것냐 이말이요, 내 말인즉슨....]
노인은 채 만덕을 힐끔 한번 더 쳐다 보다 빈 탁주잔을 들었다. 채 만덕이 얼른 주전자를 들
었지만, 술은 남아 있질 않았다. 지켜 보던 왕서방이 얼른 정종병을 따서 채 만덕에게 넘겼
다. 채 만덕이 정종병을 들고 히죽거리자 노인이 대접을 내 팽개치고 곰방대를 뻑뻑 빨아댔
다. 채 만덕은 겸염쩍은듯 정종을 바닥에 놓고 입맛을 쩍쩍 다셨다.
[....자네, 고 말헐라고 요로코롬 목포까정 나왔는가?]
[어르신도.... 지 헌티 요 일보다 더 급한 일은 없는디요. 하루라도 빨리 장가가고 싶어갔
꼬....]
채 만덕이 쑥스럽게 웃었다. 옆에 서 있던 왕서방이 채 만덕을 따라 웃었다.
[........]
[어르신, 아들놈도 빼야 되지 않것소? 하나밖에 없는 놈인디, 흠없게 대를 이어야제 이 집안
도 그나마 일어날 희망이라도 있는것 아니냔 말이요.]
[지 좋아서 데모헌놈을 어떻게 빼남. 다, 나라에서 허시는 일인디.... 우리같은 백성이야 나
랏님한티 대들수는 없는 법이네. 고놈이 뭔 속으로 이승만박사님을 반대허는지 이 촌로(村老)
는 아직 모르지만서도, 나랏님에 대 들었으니 어떻게 빼것는가?]
[아따, 어르신도.... 지금이 조선시댄줄 아요? 이 채 만덕이가 손을 한번 써 볼랍니다.]
노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채 만덕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니깐놈이 무슨 재주로 하는 눈길을
만덕의 히죽거리는 면상에 덧칠했다.
[머슴인 니 놈이 돈푼께나 만진다고 나랏님이 우습게 보이는 모양인디. 우리 세대는 너같이
불경스러운 놈은 몽둥이로 팼는디...]
[아따, 이 양반이 아직도 나를 머슴정도로만 아네 그려. 징그럽구만.]
[그 놈은 내 하나밖에 없는 독자여. 우리 집안의 대들보지. 거기다가 조상님이 보호하여 머리
가 좋아 서울에 좋은 고등학교에 없는 돈 꿔서라도 유학을 보내났더니만....그 놈이 죽어 조
상님을 어떻게 대할라고 나랏님한티 반역을 도모혔으니.....삼대(三代)가 멸(滅) 당할 일을
혀갔고....고놈을 어떡해서든 뺄수만 있다면야 내가 지금 이 어망줄에 목메 죽어도 여한이 없
는디....]
[다 내가 손을 좀 쓸텐께 나만 믿어보드라고요.]
그때 채 만덕은 믿음을 주기라고 하려는듯 시골 노인의 갈라진 손을 굳게 잡았다.노인은 믿음
이 가지 않는 채만덕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을 숨김없이 채 만덕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
고 몇 주후 정말로 집안의 마지막 희망인 아들이 감방에서 나왔을때 노인은 애써 위엄을 보였
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은 끝내 감추질 못했었다.아들의 어깨를 감싸며 폼잡듯 서 있는 채 만
덕을 그때 노인은 다시 보았다.채 만덕의 위세와 능력에 노인은 흡족해 했고 아직 유교의식에
뿌리박혀 있는 노인에게 관가를 상대로 아들을 빼내온 채 만덕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로 부
터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차순은 채 만덕에게 시집갔고, 노인은 여전히 늙은 사위를 깍듯히 대
해 주었다.
하지만 차순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돈에 팔려 온 여자라고 온 동네 사람들이 손
가락질하는것 같아 처음 몇년은 대문밖을 나가지도 못했다. 자신 또래의 남자를 만나 정말 오
손도손 살고 싶었던 차순에게 늙은 남자 채 만덕의 존재는 인생의 패배처럼 느껴졌다. 거기다
가 전처 소생의 아들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괴롭혔다.
이제 결혼한지 벌써 8년이 지나 어느정도 채 만덕에게 정이 들고 꼭 자신의 지아비로써 섬기
고 있느나, 언제나 속썩이는 아들녀석은 아직도 어쩌지 못하였다. 요새는 훌쩍 커버려 더 억
세진 말봉이 어쩐땐 두렵기까지 했다.
차순이 안방에 다시 들어갔을때, 말봉은 코를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었다.
[얘, 말봉아. 니 방에 가서 자!]
말봉을 흔들어 깨웠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말봉아, 일어나래도....]
차순이 말봉을 일으켜세우자 말봉이 가늘게 실눈을 떳다.
[에이, 씨발. 달게 자는데.....]
[빨리 니 방에 가서 자! 이 녀석아!]
차순의 품안에서 몇번 눈을 비비다 말봉이 와락 차순을 안아왔다. 엉겹결에 포옹을 당한 차순
의 눈이 똥그래졌다. 말봉의 쉰내나는 콧바람이 목덜미에서 올라왔다.
[뭐해! 이 놈아! 빨리 안 떨어져?]
말봉은 차순의 말을 무시하려는지 더 강하게 끌어 안아왔다. 어찌나 완력이 세던지 차순의 힘
으로는 뗄수가 없었다. 말봉의 손이 등뒤에서 위 아래로 타고 내렸다. 입이 젖가슴께로 내려
왔다. 차순은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말봉을 밀쳐냈다. 말봉이 벌러덩 방바닥에 떨어졌다.
[너 이 녀석! 아버지한티 다 일르꺼여!]
차순은 옷매수새를 여미며 무섭게 말봉을 째려 보았다.
[헤.... 아줌마, 쥑이는데..... 풍만혀....]
말봉이 툭툭 털며 일어나 능글맞게 웃고는 방을 나갔다. 차순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정말로 처음 마셔본 술에 취해 k는 그대로 마루에 누워서 잠을 잤다.
방보다는 시원하겠다는 기분에 마루에 누웠는데 상쾌한 기운이 등짝에 느껴졌다. 하늘에는 여
느때보다 별들이 더 없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아득히 광주가 손끝에 만져지는 듯했다. 혼
자 떨어져 있는 딸년 걱정에 어머니는 오늘밤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리라. 잠을 불러 들이
려 아버지는 연신 담뱃불을 향인양 피워 올리실게다. 부모님 생각에 k의 콧끝이 얼큰해졌다.
술 마신 기분에 박 선생에게 주정을 부린건 아닌지 못내 찜찜했다. 처음 취하도록 마셔 본 술
이었지만, 쉬이 잠을 몰고 오지는 않았다. 이제 겨우 시작인 섬생활이 이미 k의 의식을 피곤
하게 했다. 전원적인 분위기에서 순박한 섬 아이들과 즐거이 1년만 생활하겠다는 생각이 끝내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k는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홍다도는 결코 순박한 섬이 아니었다. 들으
면 들을 수록 섬의 모순은 점점히 드러났다. 섬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한 삶인양 온순한 양이
되어 채 만덕의 탐욕을 고스란히 받들고 있었다.
처음 채 만덕에게 능욕만 당하지 않았어도 k는 섬의 비리를 지금처럼 금방 알지는 못했을 것
이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섬의 모순은 이것만이 아닐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은 아무것도 아닐수 있다. k는 이 섬을 떠나기전 꼭 채 만덕의 만행을
낱낱히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온 섬이 조용히 잠든듯 했다. 이미 인간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방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길선이 눈을 비비며 나와 마당에 오줌을 갈겼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
가려다 k가 누워있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
[뭘 그리 놀래니?]
[...귀신인줄 알았구만요.]
[사내녀석이 겁 많기는.... 길선아 선생님하고 같이 자자.]
길선이 k의 제안에 눈이 똥그레져서 쳐다 보았다. 망설이는 길선의 손을 잡아 끌여 자신의 옆
에 누이며 k는 길선의 머리를 스다듬었다.
[길선인.... 육지에 나가본적 있니?]
빳빳하게 긴장한 몸뚱이가 그대로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k의 몸에 닿지 않으려 애쓰는 길선이
귀여워보여 킥킥 웃었다.
[....한번도....없는디....여.]
길선이 k쪽은 보지도 않고 마루천장을 보며 말했다.
[나가보고 싶겠구나.....]
[.....예.....말봉이 형이 그러는디 여기하고는 하늘 땅 차이래요. 목포도 그렇지만 광주는
엄청나다고 허던디.....정말 그럽니까?]
길선이 그제서야 k를 보며 물었다.이미 잠에서 완전히 깬 순진한 섬 아이의 동공이별빛에 반
짝였다.
[글쎄다. 니가 직접 가봐야지, 어떻게 선생님이 설명할수 있겠니? 수학여행에 광주나 가볼
까?]
[수학여행요? 우린 그런거 없는디.... ]
[선생님도 희망사항이란다. 보내줄 부모가 어디 있겠니.....그런데 말봉이하고는 친하니?]
[형인께로 친한것도 아니고, 아닌것도 아니고....그라지요 뭐.]
[말봉이하고 자주 노니? 얘기도 자주 하고?]
[지는 말봉이 형하고 놀지 않고요. 석충이하고 박 충석이 잘 따라 다니는디....]
[음....석충이하고 충석이.....]
k가 길선을 더 끌어 안고 눈을 감자 길선의 콧끝에 알콜 냄새가 확 풍겼다.길선은 선생님이
하는대로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데도 길선의 심장이 속절없이 쿵쾅거렸다.
[자, 손 내미세요.]
영식이 다가올 고통에 미리 겁먹은 듯 인상을 찌부리며 교실 천장을 쳐다 보았다.
k는 그런 영식의 손바닥을 세차례 때렸다. 영식이 손에 입김을 불며 자기자리에 앉았다.
[이런 쉬운 문제도 풀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영식학생이 못 푼 문제 한 번 풀어볼
사람 나와서 풀어도 좋아요. 선생님은 자발적으로 나오는 학생을 매우 좋아 한답니다.]
k가 쭉 둘러 보자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과 눈을 맞우치지 않으려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나
마 고개를 꼿꼿히 들고 앉아 있던 애숙이 조용히 칠판으로 나가 분필을 들었다. 거침없이 문
제를 풀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애숙양은 더 이상 나올 필요 없는데..... 잘 하는 학생을 계속 시켜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뭏튼 잘 했어요. 자, 여러분 다 한 번씩 풀어 봐야 하니까 선생님이 다른 문제
를 내겠어요. 이번엔 잘 하리라 믿습니다.]
k가 칠판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이들이 일제히 칠판쪽을 바라 보았다.
[자, 이 문제 풀어볼 학생 앞으로 나오세요]
아이들이 또 고개를 책상에 박았다. 한심하다는 듯 k가 아이들을 둘러 보았다.
[할 수 없군요. 선생님이 지적하겠어요. 선생님은 원래 자발적인 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입
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엔 지적도 한답니다.]
k가 둘러보자 모두가 자신없는 눈빛으로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다. 말봉이 팔짱을 끼고 k를 무
섭게 노려 보고 있었다. 당돌한 말봉의 눈빛에도 이제 어지간히 적응이 되었다. 그가 수업을
빼먹지 않는 것도 k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코를 후비던 석충이가 k와 눈이 마주쳤다.
[석충이 학생 한 번 해 봐요!]
석충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k를 쳐다 보았다. 여기 저기가 안도의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빨리 나와요.]
석충이는 의자에서 뭉기적 거리다 간신히 엉덩이를 땠다. 앞으로 걸어 나오는 녀석의 표정이
과히 지금의 심정을 말해 주는 듯 했다. 녀석은 분필을 들고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k가 지켜
보았지만, 풀만한 능력이 없는 아이라는 것을 금방 알수 있었다.
[석충이 학생. 안되겠어요? 그럼 저기 손들고 서 있어요!]
4학년 수준의 산수도 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6학년을 논한다는 것이 무리 였다. 아이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국민학교 졸업장만으로 만족해 하는 섬
사람들의 생각이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의무교육이 되지 않았다면 이 아이들은 벌써 고
깃배를 탔을 것이다. 석충이 손을 들고 서있자 다시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러자 여전
한 말봉의 눈빛이 k의 시선을 잡았다.
[자, 항상 고개를 꼿꼿히 들고 자신있는 눈빛을 계속 선생님에게 보내는 학생이 있습니
다.....]
아이들이 k의 말에 의아해서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쳤다.
[채 말봉 학생! 나와서 풀어 보세요.]
아이들이 놀라운 표정으로 선생님을 쳐다보더니 일제히 말봉이에게 눈길을 돌렸다. 말봉은 지
금까지 결코 지적을 받지 않은 아이였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말봉은 자신들의 영원한 보스였
다. 결코 범할수 없는 으악스러움을 아이들에게 발산하는 말봉을 그동안 박선생도 결코 건들
지 않았다. 처음 지적받는 말봉이 오히려 어색했던지 아이들은 말봉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
말봉이기에 k의 말에도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으며 그 자세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채 말봉 학생! 선생님 말 안 들려요? 빨리 나와서 풀어 보세요.]
말봉은 여전히 k를 뚫어져라 쳐다 보며 더욱 팔장을 견고히 끼었다.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
작했다. 할 수 없이 k는 말봉의 자리로 걸어 나갔다. 말봉은 여전히 칠판에 눈을 고정시킨채
옆으로 다가오는 선생님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선생님 말이 말 같지 않아요? 나와서 풀라는데 왜 아무 반응이 없죠?]
책상을 지시봉으로 탁탁 치며 말봉을 내려 보았다.
말봉은 여전히 눈을 앞으로 고정시킨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질 않았다. k의 가슴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선생님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한참을 노려 보았다.
[말봉이 너! 정말 선생님 말, 무시 할 거야?]
k가 말봉의 어깨를 지시봉으로 툭 찔렀다. 순간 말봉의 눈썹이 올라가며, 끼고 있던 팔이 부
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금방 말봉의 얼굴이 붉어졌다.
[으, 씨발!]
말봉이 k를 밀치더니 교실을 뛰쳐 나갔다. 당황하여 k는 말봉이 뛰쳐나간 문을 한참 쳐다 보
았다.
일순 교실이 숨 죽인 듯 조용해졌다.
[자, 선생님한테 모두 말하기다. 말봉이하고 평소에 자주 어울리니?]
충석과 석충이는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k는 두 아이를 조용히 쳐다 보았다. 충석이는
책상위에 파인 골을 따라가다 k와 눈이 마주치자 손가락을 다리사이에 끼었다.
[선생님이 너희들을 혼내 줄려는 것이 아니야. 말봉이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그게 궁금해
서 너희들을 남으라고 한거야.]
[선생님.....]
[응.석충이가 말해 줄래?]
[우리들은 말봉이 형하고 별로 놀지 않는디요? 아무 것도 몰라요.]
[너희가 그래도 말봉이하고 젤 친하지 않니?]
[친하지 않아요. 말봉이 형이 우리 하고 놀겠어요?]
충석이가 시무룩하게 덧붙였다.
[그럼 학교끝나면 아에 만나지 않니? 그래도 너희들이 말봉이하고 제일 잘 어울린다고 들었
는데?]
[우린 몇번 말봉이 형 심부름만 했을 뿐이에여....]
[심부름? ]
[예..... 뭐 갖고 오라면 갖다 주구요. 누구 불러 오라면 불러 오구여. 다른땐 말봉이 형 보
지도 못해요.]
[주로 누굴 불러 달라고 했는데?]
[그건......]
충석이가 말을 꺼내려다 머뭇 거렸다. 그리고 두 아이는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니가
말하라고 미는 듯 서로 어깨를 툭툭 쳤다. k는 두 아이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두 아이
는 책상만을 긁고 있었다.
[충석아, 말해 봐.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말을 않는거니? 누굴 불러줬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야? 단지 선생님이 궁금해서 그래.....]
[저..... 말순이 누나를 가끔 부르구요. 또 어쩐땐.......]
충석이 k의 눈치를 다시 살폈다. 시골아이에게 선생님의 옆은 별로 있고 싶지 않는 장소인 모
양이다. 아무것도 아닌데 k의 온화한 눈빛에서도 주눅이 들어서 인지 눈을 가끔 치켜 뜨며 k
의 눈치를 살폈다.
[.....어쩐땐?]
[.....애숙이 순이, 이런애들을 불러달라는 때도 있고여....]
[걔들을 왜 불러 달라는 것 같아?]
k는 말봉이 유독 계집아이들만 불러 달라고 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지는 잘 모르것는디요.....]
[불러주면..... 걔들이 만나서 뭐하는 것 같으니?]
[지는 모르는고만요..... 말봉이 형하고 여자애들이 만나면 나한테는 가라고 허니께....]
k에게 뭔지 모를 의구심이 생겼다. 도대체 말봉과 여자 아이들은 만나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k의 미간에 불길한 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 말봉이 하고 세 여자아이하고 다 같이 만나는 거니?]
[....아아니요. 다 따로따로 만나는 디요.]
k는 무의식간 자신을 가다듬었다. 자꾸 이상한 쪽으로 가려는 뇌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고
개를 흔들었다. 그렇지만 평소 말봉의 성징이 뇌의 활동을 자꾸 그 쪽으로 몰았다. 두 아이를
보내고 k는 한동안 교실에 앉아 있었다. 일단 말봉의 어머니를 만나보기로 했다. 의붓 어머니
지만 말봉이를 누구보다 잘 알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봉의 집에 가야한다고 결심하자 채 만
덕의 음흉함이 매스껍게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박선생을 찾아 보았더니 없었다. 이미 수업을 마치고 바다낚시를 떠난 후였다.
k는 말봉의 집으로 향하며 제발 채 만덕과 마주치기를 바라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말로
용기를 내어 채 만덕의 집으로 향하지만, 지금이라도 돌아서고 싶은 심정이 강하게 자신을 압
박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교실을 뛰쳐 나간 학생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사로
서의 직무유기일 것이다.
채 만덕의 집에 당도하여 쉼호흡을 깊게 했다.
대문은 열려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벌써 개가 짖고 있었다.
[아따, 선상님 아니시오?]
얼굴을 알 수 없는 덥수룩한 한 사내가 k를 보자 아는체 했다.
[채 말봉 어머니 집에 계시는지요?]
[사모님이여? 계시제라우. 따라 오시시오]
사내를 따라 k는 안채로 들어갔다. 그때 잔치때는 어수선하여 미쳐 꺼닫지 못했었는데, 집은
정갈하며 고풍스런 멋을 곳곳에 감추고 있었다. 오래된 맛을 은은히 풍기며 절로 마음을 안
정시키는 기품이 서려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외투를 걸쳤을때의 어색함처럼 채 만덕에게는
과분한 집이었다. 정갈하게 정돈돼 있는 장독대를 지나자 거기가 안채인 것 같았다.
[사모님! 말봉이 선생님이 오셨는지라우!]
사내의 호들갑에 금방 안방문이 열렸다. 소담하게 한복을 입은 말봉의 의붓어머니가 당황한
얼굴로 k를 보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어마, 선상님이 갑자기 연락도 없이 왠일이세요?]
[죄송합니다. 예의가 아닌걸 알면서도......]
[자, 안방으로 들어오시시요.]
양어머니가 정답게 k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안내했다.
[아, 좆같아서.....]
[언젠가는 선생님한테 당헐줄 내 알고 있었구먼....]
[시끄러! 씨발. 내 그 년을 언젠가는 요절 낼겨!]
[선상님한티 말 버릇, 허고는.....]
[이년이 뭔 말이 이렇게 많어!]
말봉은 시간이 갈수록 흥분하고 있었다. 학생으로서 당연한 일을 당했는데도 자신의 자존심에
심대한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업을 끝내고 바로 집으로 갔었지만, 말봉의 부
름에 어쩔수 나온 말순의 귀에 방앗간의 시원한 물소리가 청량음료 마냥 떨어졌다.. 다시는
이런 놈을 만나지 않으리라, 항상 되뇌이지만 말순에게 말봉의 부름은 거절할수 없는 마약이
었다 . 이미 남자의 몸을 알아보린 그녀였기에 말봉을 은근히 기다리는 자신이 정말로 저주스
러웠다. 서글픈 생각에 죄없는 입술만 깨문다.
[말순아. 내가 누군디 그 싸가지 없는 년한티 이 수모를 당해야 헌다냐?]
[우리는 매일 그런 일을 당허는디, 니는 딱 한 번 그러고도 그기 뭐가 그리 자존심 상허는 일
이라고 그런다냐? ]
[니는 모른다. 싸나이의 자존심이란 그렇게 호락호락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여.]
말봉이 인상을 찌푸리며 담배연기를 허공에 날렸다. 말봉의 옆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
다. 오늘 학교에서의 일을 보면서 말순의 가슴속에서는 작은 희열이 일어났었다. 박선생도
결코 말봉을 건들지 않았었는데 새로 오신 여선생은 말봉에게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주
었다.
[내가 누구냐? 내가 아그들하고 같이 취급받을 인간이여? 이 채 말봉을 어떻게 보기에 그런일
을 꾸밀수 있는지, 그 여선생은 이제 나한티 당할 일만 남았구먼....]
채 말봉의 입에서 빠드득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콧바람에 날려 담배연기가 이내 흩어졌다.
말봉을 익히 보아온 터이기에 겁이 덜컥 났다. 그는 맘만 먹으면 무슨일이든 꼭 하고야 말
았었다. 섬의 황태자에게 대들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말봉아 나 갈게.....]
[뭐여? 너 왜 그랴? 니도 이제 날 무시허냐?]
[그게 뭔 말이여. 니 기분이 하도 안좋아 보이길레 집에 가서 저녁밥이라도 헐라고 그라
제....밥 안해 놓으면 엄니헌테 혼난다 말이여.....]
[이리 안거봐. 내가 니를 왜 불렀것냐.]
말봉이 일어서는 말순의 손을 잡아 당겨 품으로 안았다. 곧바로 치마를 들추더니 속곳에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길이 거웃을 더듬자 몸이 부시시 떨렸다.
[빨리 가야 허는디.....]
[조금만 있다 가.]
말봉이 말순의 입술을 게걸스럽게 함았다.
[지도 다 아는 고만요]
[어머니, 말봉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디.....]
차순이 찻잔을 k앞으로 더 깊게 밀며 한숨을 쉬었다.
[말봉이 제 말 안 듣는지 이미 오래 됐어라우. 지도 걔 상대 안한지 오래됐구요.]
[저렇게 놔 두면 말봉은 점점 성격이 삐뚜러지게 되요. 이미 교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말봉은
막무가내의 아이가 되어 있구요.]
[저한티 얘기하는 것보다는 애 아비한티 말하는기 더 빠를 건데요.]
[아버님이요?]
k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찌뿌려졌다. 찜찜한 입맛을 씻으려 찻잔을 들었다.
[어머님. 말봉이 집에서는 어떤가요? ]
[뭘 어쩐다는 거죠? 말봉이에 대해 말 할게 아무것도 없어요. 저한티는 얻는게 아무것도 없을
거구만요. 이미 전 그 아이를 포기한지가 오래되서요.]
[........]
[선생님이 이런 일로 우리집에 오신건 처음이구만요. 그러니께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지금까
진 이런일이 없어서...... 박선생님은 이런 일로 우리집에 오시진 않아서.....]
[그렇다고 아이를 포기한다면 안되지요. 아버님은 어떠신지?]
k는 아버님이라는 말을 꺼내며 새로운 메스꺼움이 목구멍속을 슬슬 간지럽히는 것을 느꼈다.
[모르지요. 아마 그 분은 걔가 무슨 짓을 해도 좋아할 거구만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디 좀
이뻐보일까요?]
말봉의 이런 버릇은 아마도 채 만덕의 영향이 클 것이다. 아버지의 끝없는 응석받음이 말봉의
성격을 점점 안하무인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아니지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채 만덕의 평소
의 언행이 부지불식간에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충분할 것이다. 더 이상 차순에게
서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일어서려다 내심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근데..... 남편분은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차순이 k를 쳐다 보았다. 선생님이 뭐 그런걸 물어보냐는 눈치였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제 팔자가 그 남자를 만나라는 것 , 아니것는갑요?]
[.....그만 일어날께요]
k가 일어나자 차순이 따라 일어났다.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 모양이었다.
[....애아비 한 번 만나고 가시지요?]
[예?.......다음에....다음에 만나지요.]
k는 채 만덕을 보고 싶지 않았다. 완력으로 한 번 당했단 사실 때문에 채 만덕이라는 이름을
듣는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스멀거리는 것을 느꼈다. 채 만덕하고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
다. 차순의 눈인사를 받으며 k는 장독대를 가로질러 나갔다. k가 안채문을 나서자 다른 사내
가 문앞에 서 있었다. k를 기다린 눈치였다.
무시하고 갈려는데 사내가 k를 불렀다.
[이장님이 좀 보시자는디요.]
[이장님이요? ......오늘은 시간이 그러네요. 그냥 간다고 말씀드리세요.]
[아니, 말봉이 문제라면 이장님하고 말씀허는기 빠른겁니다.]
[....안녕히 계세요.]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채 만덕이 집에 있는 모양이었다.k의 가슴이 본능적으로 옥죄옴을 느
꼈다. 여자의 본능이 빨리 이집을 나가라고 손짓했다. k는 서둘러 걸음을 재촉허다.
[아니, 이장님이 좀 보시자는디, 왜 그냥 간데요?]
그냥 간다는데도 사내가 따라오자 k는 잰걸음을 놀렸다. 걸음 걸이를 더 서둘렀다. 순간, 뒷
사내의 손길이 어깨에 느껴졌다. 뜨악스러웠다. 깜짝 놀라 사내의 손을 쳐 낼려고 눈을 치켜
뜨는 데 눈 앞에 누군가가 금방 서있었다. 어떨결에 쳐다 보니 벌써 채 만덕이 와 있었다.
[선생. 나허고 말헐라고 우리집에 오지 않았든가?]
채 만덕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k를 내려 보고 있었다. 숨이 딱 막혀왔다.
[자, 들어가시드라고요. 왕서방! 사랑방으로 안내해드려.]
채 만덕이 앞장서 걸었다.
[.....아...아니요. 오늘은 그냥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k가 채 만덕의 뒤통수에 대고 서둘러 말했다. 채 만덕이 k의 말을 무시하고 사랑채로 팔자걸
음을 옮겼다. 그런 채만덕을 찔끔 쳐다 보면서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왕서방이 k의 발걸
음을 막았다.
[왜 그러세요?]
[아따, 이장님이 선상님하고 야그좀 하시지는데 왜 그런다요? 금방이면 될건께 좀 있다 가시
시오!]
왕서방이 센 발음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사랑쪽으로 가리켰다. 왕서방을 노려보았
다. 전형적인 집사의 기운이 왕서방의 얼굴에 흐르고 있었다.
[아따, 선생! 학부형이 선상님을 좀 보자는데 그렇게 거부하는 이유가 뭐단가? 왕서방! 잘
모시드라고. 에헴!]
채 만덕이 벌써 사랑방문을 열고 문턱에서 k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k는 지금의 상황이 더
이상 피할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요. 아드님에 대해 얘기좀 하지요. 하지만, 방은 좀 그렇습니다. 여기 마루에서 하시지
요. 방은 답답하잖아요.]
[허 ~ 어. 그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어떻게 선상님같은 귀한 손님을 이렇고롬 마루에서 맞
이 할 수가 있것소? 그건 채 만덕의 상식으로는 용납이 안되는 결롄 뒤? 그러지 말고 들어오
시시요. 차도 한잔 하시고 말이죠...]
채 만덕이 문턱에 서서 k를 재촉했다. 왕서방은 k의 뒤에서 어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두 사
내에 끼어 난망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k의 입장에서는 방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채
만덕의 음흉함이 k를 가만 두질 않을 것이다. 이미 경험을 한 k였다. 박선생과 같이 오지 못
한게 후회스러웠다. 낚시를 갔다고 하지만 내일이면 돌아올 것이다. 그때 같이 왔으면 이런
난망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k가 망설이자 왕서방이 k의 등을 은근히 밀기 시작했다.
위협적인 몸짓이었다. k는 호랑이 굴에 스스로 들어온 자신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더 이상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어서 피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생
각할 겨를 없이 k는 대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차순을 보러 온 것 뿐이다. 채 만덕
에게 예절을 보일 하 등의 이유가 없었다. 앞 뒤 잴 필요가 없었다. 여인의 본능이 k를 무조
건 뛰게 하였다.
[어? 야! 그 년 잡아!]
왕서방이 몇 걸음 만에 k를 낚아 챘다. 여자의 걸음 걸이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이거 놔요!]
k가 왕서방의 손아귀에서 발버둥쳤다. 곧 닥쳐 올 위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오금이 져리고
오줌이 찔끔거릴 정도로 긴장이 척추를 타고 흘러 내려, 허벅지가 쥐나게 했다. 동그렇게 뜬
눈에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어서 이 자리를 어떻게든 빠져 나가야 했다.
[왕서방! 그 년 방으로 쳐 넣고 문 잘 지켜!]
충실한 개 답게 왕서방은 간단하게 k를 방으로 쳐 넣었다. 방바닥에 온몸이 부딪치고 채 만
덕의 음흉한 미소가 자신의 입술에 부딪칠 때 k는 이제 절망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느끼지 않
을 수 없었다.
-- 이제, 나는 강간을 당하는 것인가? 학부형한테?
k는 채 만덕의 아귀를 벗어나려 벽쪽으로 기어갔다.
[선생. 학부형이 좀 야그좀 하자는디 이런 무경우가 있는감? 내가 감히 선상님을 잡아 먹것
어? 너무 하는구먼!]
채 만덕이 바짝 k의 얼굴에 주뎅이를 드리 밀었다. 마늘냄새가 금새 k의 코를 자극했다.
[지금. 뭐 하시는거죠? 나를 어떻게 할려고 이러는 거예요?]
[아니, 내가 우리 아들 선상님헌테 뭘 허것는가? 난 단지 선생이 말봉이 문제로 우리 집에 왔
다는 소식듣고 기다렸구먼. 우리 아들 문제야, 어미보다 내가 더 아니께로... 말이여.]
[그럼, 애기하면 되지. 왜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거죠?]
[아따, 말이야 바로 허드라고. 내가 그랬는가? 자네가 도망가니께 그런것이제...]
[아뭏든, 오늘은 그냥 가겠어요. 내일 정식으로 오도록 하겠어요.]
k가 일어나려 하자 채 만덕이 k를 밀어 다시 뉘었다.
[그렇게는 못하제.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있을라꼬?]
[왜 이러는 것에요? 정말로 당신은 세상이 무섭지 않아요?]
[아따, 고년. 앙탈 부리기는.... 배운년이라 다르구마잉. 나가 예의를 최대한 갖출 때 니 년
도 그랬어야지..... 왜 나를 또 이렇고롬 딴 생각나게 허는 거여?]
[채 만덕씨! 내 몸에 손하나라도 대면 가만 있질 않겠어욧!]
채 만덕은 k의 말을 무시하고 두꺼운 손바닥을 k의 허벅지에 댔다. 순간 k의 육체에 경련이
일어난다. 채만덕을 무섭게 노려보며 k는 그의 손을 쳐냈다. 채 만덕이 다시 k의 허벅지에 손
바닥을 댔다. 뜨거운 기운이 피부를 타고 내려왔다. 피하려 했으나 곤란하게도 벽이 가로 막
고 있었다. 채 만덕이 너무 바짝 붙어 앉은 바람에 k의 공간은 더 이상 없었다. 채 만덕의 콧
바람이 음흉한 분위기를 고조 시켰다. 채 만덕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이제 시간은 그의 것
일 것이다. 도회의 당당한 신 여성 k에게도 지금 이 순간은 본능적인 방어를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내가 그랬제. 난 내가 원하는 기집은 결코 놓치질 않는다고 말이여. 그것이 자존(自存)의 이
유여. 알것는가? 더 이상 고집 부리면 상(傷)한게로 가만 있드라고...]
채 만덕이 덥썩 k의 허벅지를 압박했다. 갑작스러운 압박에 k의 가슴이 철렁내려 앉았다. 싸
늘한 기운이 동맥을 타고 흘렀다.
[그만 해욧 !]
짝!
k의 손바닥이 둔탁하게 채 만덕의 뺨을 후려쳤다. 금방 붉은 선이 피둥피둥한 그의 피부에 선
명히 나타났다. 채 만덕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이 년이.....! ]
채 만덕이 갑자기 우악스럽게 k를 올라 탔다. 그리곤 거칠게 k의 옷을 쫘 - 악 찢었다. 하얀
색 속살이 금방 드러났다.k는 발버둥쳤으나, 채 만덕의 힘에 비할바 못되었다.
[깨질까, 다칠까 가만가만 다루었드니만, 이년이 나의 충정을 몰라주고 말이여....]
채 만덕이 주절거리며 k의 브래지어를 단방에 벗겨냈다. 풍성한 k의 젖가슴이 튕겨 나오자 사
늘한 공기가 타고 돌았다. k의 젖가슴을 보며 채 만덕이 음흉하게 침을 흘렸다. 부드러운 젖
가슴을우악스럽게 움켜 왔다.악에 바친 k가 채 만덕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하지만 용케도
그는 k의 발길질을 피했다..
[왜 그래욧! ]
이번엔 혼신의 힘을 다해 채 만덕을 밀어냈다. 순간 무언가 번쩍하더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옷이 힘없이 벗겨짐을 느꼈다. 뱀이 허물을 벗듯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알
몸이 드러남을 느끼면서도 k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서서히 컬
컬한 액이 입안으로 스며듬을 느꼈다. 마지막 허물에 무언가가 닿자 k는 본능적으로 손을 내
저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진행에 아무런 방해도 주지 못했다.
[허허. 고년 요로코롬 멋진 불두덩을 가졌으면서도, 빼기는..... 흐흐]
채 만덕이 k의 음부를 탐욕스럽게 훑어 보며 볼살을 음찔 거렸다.
두꺼운 혓바닥이 거웃을 스치자 닭살처럼 소름이 파르르 돋았다. 틈새를 찾아 스며드는 연기
처럼 혓바닥은 구석구석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따, 고년. 풍실헌게, 사내 몸살나게 허는 구만.]
채 만덕의 손바닥이 자신의 음부를 온전하게 스다듬자 k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느꼈다.
채 만덕은 k의 젖가슴을 움켜 쥐며 그 녀의 음부를 게걸스럽게 물어 뜯었다. 채 만덕이 온 몸
에 타액을 바르며 올라왔다.. 채 만덕의 혀가 턱에 느껴졌다. 끈적한 타액이 모욕마냥 턱에
남았다.
[이 년아. 그러게 왜 까불어...]
채 만덕이 k의 입술을 타고 내린 피를 닦으며 자신의 옷을 벗었다.
굵고 단단한 덩어리가 사늘한 k의 허벅지에 닿았다. 그리고 아프게 자신의 골짜기를 파고 드
는 덩어리를 느꼈다. 채만덕이 몇번 버둥거리자 날카로운 아픔이 하체를 타고 내렸다. 채만
덕의 벌겋게 달아오른 이마에 땀이 흘러 내렸다. 채 만덕이 손바닥에 침을 뱉고서 자신의 덩
어리에 바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다시 아린 거웃에 축축한 덩어리가 파고 들었다. k
는 이제 자신의 육문에 덩어리가 온전하게 침투하는 것을 뚜렷이 느꼈다. 채 만덕의 성기를
끈적이게 죄여주는 자신의 음부가 저주스러웠다.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의 반항은 아무
런 의미가 없음도 알았다. 채 만덕의 허리가 몇번 움직이자 단단한 성기가 완전하게 k의 길을
타고 들어 왔다.
[어메..... 징허게 찰지구먼. 이런 멋진 두덩은 첨이여...]
채 만덕이 k의 질이 주는 압박에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이마의 땀이 k의 입가에 떨어졌다.
굵고 단단한 덩어리가 자신의 육문을 난도질하자 k는 어서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스멀거리며
피어 오르는 까실한 간지러움이 하체를 파고 들었으나, 억지로 틀어 막았다. 채 만덕은 k의
육체가 주는 흥분을 쫓아 한참 자신을 내몰고 있었다.
[음...... 좋구먼..... 생각보다 더 좋구먼.......음....]
채 만덕의 몸 움직임을 따라 k의 몸도 힘없이 흔들거렸다. 육문을 가득채운 덩어리가 더 굵고
단단해 지자 채만덕의 허리가 크게 움직였다. 그리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k는 자신의 질근육이
강하게 수축함을 느꼈다.
[으..... 정말 찰 고무여..... 오랜 만......에..... 제대로..... 푸는구먼......]
채 만덕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죄어오는 k의 육문에 허우적 거리며 더러운 정액을 k의 몸
속에 깊숙히 쏟아내기 시작했다. 뜨거운 기운이 자궁 깊숙히 느껴졌다. 그리고 k는 치욕이 끝
자락에 있음을 알았다. 채 만덕은 사정후에도 몇번 잘게 허리를 움직이며 젖가슴을 빨아댔다.
k는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이를 지긋이 물었다. 이 순간 자신이 연약한 여자임을 나타
낼 필요는 없었다. 아직도 여흥에 눈이 충혈되 있는 채 만덕의 얼굴을 메 마른 눈으로 매섭게
쏘아 보았다. 채 만덕이 k의 눈을 보고 흠찝 놀래는 듯 했다.
[비켜욧! ]
k가 소리 치자 채 만덕이 어색하게 몸을 일으켰다.
[허어. 고년. 보통이 아니구먼. 독살스런 년이여......]
k는 찢어진 옷으로 부끄러운 알몸을 숨기고서 방문을 열었다.
[당신! 오늘 일, 꼭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k가 톡 쏘며 방문을 꽝하고 닫자 채 만덕은 꼭 갖고 싶었던 물건을 기어이 차지하고야 만 덩
어리를 숨기지도 않은 채 담배대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