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6장 놀라운 만남 -- >
그렇게 많이 지난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전에 있었던 일을 나에게 말하는 내내 전소미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크고 촉촉한 흑요석 같은 눈은 세리스의 말을 듣고 조금 가지고 있었던 의심마져 눈녹 듯 사르르 없어지게 하기 충분했다.
"크흠.... 정말 힘들었겠어요"
"정말... 흑.... 잠깐이지만 정들었던 주민들이.... 그들에게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도망치던 순간은.... 흐윽....."
"기운내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채 뜨거운 눈물을 뚝뚝흘리고 있는 그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어깨를 잡고 토닥토닥 거리는 것 밖에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 처럼 막 끌어안아 주고 싶
었지만 아직 나에게 톱스타 전소미라는 벽이 있었다.
"아빠, 아빠"
"응?"
한참 전소미를 잡고 달래주고 있는데 품에 안겨 있던 엘리가 내 옷자락을 잡아 끌더니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해왔다.
"아빠.... 저 언니 기분 나뻐...."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몰라... 그냥 기분 나뻐...."
갑작스러운 엘리의 말에 잠깐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세리스에게 보였던 반응이 지금도 나타난 것으로 판단하고 전소미를 계속 달래 주었다.
"저기 근데....."
"편하게 불러 주세요.... 제 생명에 은인이신데..... 나, 나도 편하게 할게"
"그, 그럼 소미 누나 저....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그 습격한 자들을 자세히 말을 해줄 수 있어..... 요?"
".......... 일단 모습은 밤이었고 머리에서 발 끝까지 검은색이어서 정확히 얼굴은 보지 못 했어.... 그런데 사람인 것은 확실하고 아마도 다른 마을의 히어로나 플레이어가 협동해서 습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말을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살짝 더듬거리며 물어보자 소미 누나는 정말 기억하기 싫은 듯 표정을 한 껏 찡그리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 정도면 됬어.... 요 생각하기 싫으면 더 하지 않아도 돼...."
"으, 응 고마워...."
"그런데 누나 마을은 어디에 있어... 요?"
"무작정 앞만 보면서 달려 왔으니까..... 입구에서 나가서 쭉 달리면 나올 거라고 생각해"
"흐음....."
하긴 한스가 만들어 준 지도는 대충 여기 근처의 산맥과 입구만 그려져 있었으니 조금 멀리 나가면 마을이 있을 수 있었다. 오늘 밤에 한스가 돌아 온 다면 한스에게 부탁해 산맥을 벗어나 멀리까지 살펴보고 와달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품안에 아이는?"
"엘리야!"
"아하하하.... 이름은 엘리고 양녀라고 할 까요?"
"와아...... 이런 곳에서 딸을 받았구나?"
아까 까지의 슬픔은 이제 다 떨쳐냈는지 살짝 신기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나와 엘리를 번갈아 가면서 살펴보는 누나에 살짝 안심이 되었다. 내가 구한 사람이니 왠지 끝까지 책임을 져야겠다는 책임감이 마음속에서 약간 드는 순간이었다.
"똑! 똑!"
"주군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어 들어와! 배고프지? 일단 밥 부터 먹어"
"정말 고마워 준혁아... 근데 나이가?"
"20살 내가 동생이지 아무튼 밥먹고 조금 쉬고 있어"
반말에 익숙해질 때쯤에 마침 세리스가 식사를 담은 쟁반을 가지고 왔고 누나에게 쟁반을 넘겨준 후 세리스와 엘리를 데리고 방을 빠져 나왔다. 방을 빠져나오기 전에 쟁반의 식사를 살짝 살펴보는 듯 하였으나 바로 어제 습격을 받고 도망쳐 왔는데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 한 후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주군 뭐라고 하던가요?"
"도적떼의 습격을 막은 다음에 의문의 무리에게 마을을 습격당했다...... 라고 하더라 우리도 조심을 해야 겠어 혹시 알아? 저 누나의 흔적을 찾아서 우리 마을을 찾아 올지....."
"과연.... 왜 조용하나 했습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제 경계를 조금 멀리도 해야 겠어..... 세리스 이제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해서 마을을 나간 다음 산맥근처에 갔다가 돌아와줘 만약 무언가 발견을 하면 바로 돌아오고 알았지?"
"예 주군"
"아빠! 아빠! 나는! 엘리는?"
"엘리는 아빠랑 같이 있으면 돼요"
방에서 나온 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를 하여 세리스에게 내일 부터 할 일을 지시하고 나를 올려다 보면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엘리를 번쩍 안아 들었다.
"곧 점심 때니까 한스가 돌아 오겠지?"
한스의 하루 일상은 매우 규칙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한 후 산맥에 가서 근처를 둘러보며 사냥을 해서 점심에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냥한 것 2분의 1은 마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 후 남은 것을 내게 들고와 같이 사냥한 동물을 구워 먹었다. 그리고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다시 마을을 나가서 산맥을 타면서 주위를 경계한 후 늦은 저녁 마을로 돌아와 숙면을 취했다. 그러니 이제 곧 점심이니까 한스가 찾아 올 터였다.
"아마도 그렇겠죠.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는 사냥꾼이니....."
"사냥꾼 아저씨 만나러 가는 거야?"
"응 그래야 할 것 같아 말해 줄 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곧 마을로 돌아 올 한스를 만나서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아까 생각했던 것을 시키기로 결정한 다음 세리스와 엘리를 먼저 내보내며 복도를 완전히 벗어 나려고 했을 때였다.
"스윽! 툭!"
"음?"
방금 나왔던 방문에서 마치 옷가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잠깐 들렸던 소리였고 매우 작은 소리여서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넘어 가기로 했고 세리스와 엘리의 뒤를 따라서 마을 회관을 벗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