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아◀ 제3화 낯선 제의 ②
-영화 [그대의 창] 관객 80만 돌파. 연일 매진사례. 당분간 지속될 듯.
-인기절정의 여배우 초희. 모화장품 C.F 4억에 전속 계약.
출연했던 영화 세 편의 연속 히트로 그녀가 이미 브라운관과 C.F모델에 이
어 스크린까지 점령하여 당분간 아무도 뵬아오지 못할 정도의 탄탄한 인기
를 구축해 놓았음을 누구나가 알고 있었다. 소녀들은 누구나 그녀처럼 화려
한 무대의 주인공이기를 원했고 남자들은 한번쯤 그녀를 안아보기를 꿈꾸었
다.
5년 전 항구도시에서 스타의 꿈을 안고 단역배우와 차비와 점심값 밖에 되
지 않는 적은 돈을 받으며 잡지 모델을 했던 눈물겨운 시간이 있었음을 사
람들은 몰랐다. 단지 사람들이 지금 보고 있는 숱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의 화
려함만을 부러워할 뿐이었다.
정상에 오른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기뻤지만 조금씩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 잠시도 쉬지 못하는 타이트한 스케줄과 개인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극성스런 기자들과 팬들의 성화 때문일 것이었다.
이미 숱한 영화감독들과 방송사 P.D들이 그녀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합류시
키기 위해 연락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때로는 그녀의 약점을 들추어내면서
까지도. 아직은 매니저가 잘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매니저와의 스캔들이 일어
날 가능성도 있었다. 아뭏튼 그녀는 휴식이 필요했다. 영화촬영과 미니시리
즈의 촬영만으로도 벅찬 시간이건만 각종 오락프로에도 얼굴을 내밀어야 했
다. 덕분에 그녀의 수면시간은 형편없이 줄어들고 말았다. 하루 두세 시간의
수면이 전부였다. 의자에라도 앉으면 그녀는 쉽게 잠이 들어버릴 정도였다.
-쉬고싶어. 누가 납치라도 해주었으면....
[ 초희. 35억에 영화출연 계약 -여배우 초희는 S그룹 계열사의 영화사와
향후 10편의 영화출연조건으로 35억에 계약....]
[ 여배우 초희 - 과로로 입원.............]
초희는 푹 쉬고 싶었다.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하던 도중 쓰러진 그녀는 이
미 자신이 피폐해졌음을 알았다. 한 두달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
지 않고 쉬고만 싶었다. 그러나 매니저는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
녀의 입원으로 펑크난 시간들을 매우려면 빨리 일어나 며칠간 더 바쁘게 뛰
어야 한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인기라는 게 마냥 가는 것은 아니잖아. 이렇게 잘나갈 때 열심히 뛰어야
지. 조금만 더 뛰자구.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알았지?"
내연의 관계인 매니저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가느다란 튜
브를 통해서 몸 속으로 들어오는 노란 수액이 계속 잠만 몰아오는 것처럼
그녀는 쉬지 않고 쏟아지는 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녀가 죽음 같은 잠
에서 깨어난 것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는 황혼녁이었다.
낯선 남자의 방문을 받은 것은 그때였다.
"무척이나 힘드시죠?"
"누구시죠?"
초희는 그가 잠입해 들어온 기자로 생각되어 새침하게 말했다. 그는 꽃병에
가져온 꽃을 새로 꽂아 매만지고 있었다.
"어느 신문사에서 오셨어요? 전요, 지금 너무 피곤하고 힘드니까 제발 좀
나가주세요"
"제가 기자처럼 보입니까?"
그는 꽃병 속의 꽃을 세팅한 후에 온화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전 이런 사람입니다"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환타지아란 이름과 전화번호만이 적혀 있
었다.
"환타지아?..........이게 뭐죠?"
"당신이 꿈꾸는 모든 것.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그리고 당신이 평소 가져왔
던 성적환상의 완성. 그런 것을 이루어 드립니다. 아, 물론 모든 것은 철저
한 비밀이 보장되지요. 납치라도 해드립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그는 말을 마치며 초희를 보며 빙긋 웃었다, 마치 그녀의 바램을 알고 있다
는 듯. 그녀는 허를 찔린 것처럼 긴장되어 그가 건네준 명함을 꼭 쥐었다.
"제가 그런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납치라니.....도대체 누구시
죠?"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제 본명을 알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
라면 명함에 있는 대로 절 불러주십시오. 절 찾으실 땐 본인만이 연락될 수
있는 전화가 하나 필요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그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저, 이봐요...."
"환타지아입니다. 당신의 환상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그의 몸은 이미 사라지고 굳게 닫힌
문만이 보였다.
"환타지아.....나의 환상이라..."
초희는 그가 남기고 간 명함을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