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 제17화 도착 (17/28)

                      ▶환타지아◀ 제17화 도착 

     덜컹거리는 진동에 승환은 잠에서 깨었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콘테

     이너 안의 어둠 속에서  곁에서 새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는 여자의 

     숨소리에 익숙해지려 애를 다 잠이 들었었나 보았다. 좁고 굴곡이 심

     한 길을 가는지 트럭의 속도는 뚝 떨어진 채 이따금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얼마나 더 가야하지?

     

     이렇게 굴곡이 심한 곳이라면 머지않아 도착할 듯 싶었다. 십분 뒤, 

     트럭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육중한 몸을 한번 떨더니 정지했다.

     

     -다 왔군.

     

     "여기가 어디죠? 다 온건가요?

     

     언제 잠에서 깨었을까? 어둠을 뚫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곧 문을 열어주면 알겠지요..."

     

     곧 문을 열어 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트럭은 콘테이너를 떼어놓으려 

     하는지 앞쪽이 조금 들리는 듯 하더니 잠시후 쿵하며 들렸던 쪽이 아

     래로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잠시후 콘테이너를 이리로 실고 온 듯한 

     트럭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가나봐요.."

     

     어둠 속에서 겁에 질린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환도 내심 

     긴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여자를 달래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른 사람이 와서 문을 열어줄 겁니다. 아무려면 사람이 있는데 그냥 

     가겠어요?"

     

     그녀에게 말을 했지만 사실 자신이 그 말을 더 믿고 싶었다.

     

     "그렇겠죠?...."

     "그럴 겁니다.."

     "음악이라도 들을까요? 이 안에서 라디오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디오는 잡음이 섞여있긴 했지만 그런 대로 들을만 했다. 승환은 실

     내등을 켰지만 망가졌는지 들어오질 않았다. 

     

     "실내등은 망가진 모양이군요..."

     "무서워요..."

     "괜찮을 겁니다. 맘 편히 먹고 조금만 기다려봐요.."

     

     스스로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승환은 큰소리로 호탕하게 말을 

     했다.

     

     -몇 시나 됐을까?

     

     운전석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01:13이라고 디지털 시계의 초록색 시그

     널이 빛나고 있었다.

     

     -세시간 반쯤 왔다는 얘긴데.....어디쯤일까?

     

     "차소리가 들려요.."

     

     상념에 빠져있는 승환에게 여자는 소리치듯 속삭였다. 귀를 기울이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우리에게 오는 차일까요?.."

     

     여자는 여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그런 것 같은데요. 여기는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자동차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들의 뒤쪽에 멈추는 소리가 들렸

     다. 차의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그리고. 삐이꺽- 콘테이너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 승환은 긴장이 풀리는 것

     을 느꼈다.

     

     "이제 왔나보군요..."

     

     여자에게 말을 건네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딘지 들떠있음을 승환은 알

     았다. 그리고 그런 들뜸은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가봐요."

     

     문이 활짝 열리자 푸르스름한 달빛이 콘테이너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신선한 바람도 밀려드는 기분이었다.

     

     "죄송합니다. 오다가 사고가 있어서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이제 나오

     시죠.."

     

     승환과 여자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지면보다 높이 솟아있는 

     콘테이너에서 승환은 풀쩍 뛰어내린 후 여자를 잡아주기 위해 팔을 뻗

     었다.

     

     "기다리는 동안 무섭지는 않으셨습니까?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사내는 사과를 하며 승환에게 손전등을 하나 건네주었다.

     

     "뭡니까 이건?"

     

     손에 쥐어진 것이 손전등임을 알면서도 승환은 사내에게 질문을 했다.

     

     "아직 켜지는 마십시오. 지금부터는 조금 걸으셔야 합니다. 차가 들어

     갈 수는 있지만 오는 동안 다리도 좀 굳었을 테니 운동겸 걸어보시죠. 

     두 분이 같이 밤길을 걸으면 좀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불편하시다면 차로 모실 수도 있습니다만.."

     

     -어떡할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 

     

     승환이 생각을 하는 동안 여자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러지요. 밤길 걷는 것도 낭만적일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저쪽으로 삼십분 정도 걸어가시면 작은 별장이 나올 겁

     니다. 열쇠는 현관 입구 우편함 안에 들어있고, 두분이 일주일 정도 

     지내실 수 있게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그럼 좋은 휴가 되십시오.."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승환은 손전등을 켰다. 그의 손

     에서 뻗어나간 빛줄기 속으로 숲으로 향한 작은 길이 드러났다.

     

     "가시죠.."

     "네.."

     

     둘의 모습이 숲 속으로 사라지자 사내는 콘테이너의 문을 잠그고 차에 

     올라 시동을 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