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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신마(好色神魔) 전기-서장 (1/9)

흑설낭자    2003-09-09 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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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신마(好色神魔) 전기-서장

열락의 밤은 깊어만 간다. 

  거친 호흡소리는 쾌락을 향해 질주하고, 번들거리는 땀에선 달콤한 향내 

음이 흐르는 듯하다. 

  누가 교성을 짐승의 울부짖음과 비슷하다 하는가? 

  천상의 악기가 몸부림을 치며 선율을 만든다 해도 이와 같은 음악을 만 

들어 내지 못하리라. 

  때론 규칙적으로, 때론 불규칙한 움직임은 그 어떤 무용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어 내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반응하는 두 개의 육신의 화 

합은 천계를 옮겨 놓은 듯 했다. 

   

  쾌락이 절정으로 향하니, 전신에 작은 떨림이 파도처럼 번지고 타는 듯 

한 열정은 한마디 외침이 되어 방안을 채웠다. 

   

  하나였던 두 몸이 분리되는 순간부터 아쉬움이 생기는 뜨거운 정사는  

거친 호흡과 끝을 알 수 없는 쾌락의 여운을 남긴 채 마쳐졌다. 

   

  제멋대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로 잡으며 여인은 사내의 가슴에 안겨 

들었다.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는 아닐지라도 여인의 눈에는 세상 그 어떤 사내 

의 가슴보다 넓고 듬직해 보였다.  

   

  백옥처럼 하얀 팔을 들어 사내의 허리를 감싸 않은 여인은 작은 콧소리 

를 냈다. 이토록 가는 허리에서 어찌 그리 격렬하면서도 유연한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사내는 거친 호흡을 가라앉히며 손을 들어 여인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부드럽고 세심한 손길에 여인은 다시금 전율을 느꼈다. 채 가라앉지 않은 

열락의 환희가 지속되는 것이었다. 

   

  “하룻밤의 인연으로 남기기엔 아쉽군요.” 

   

  남자가 말했다. 

   

  여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남자와 몸을 섞은 것이 처음이 아니건만, 자 

신에게 바쳐지는 허울 좋은 남정네의 말들에 익숙해 질 때도 되었건만  

여인의 얼굴은 입술에 바르는 붉은 주사빛으로 물들었다. 

   

  고개를 살짝 움직여 사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서른의 나이에 담장  

밖을 내다보다 사내에게 들킨 여염집 규수마냥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어이가 없어할까?  

   

  이 좁은 공간 내에는 오직 두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여인이었으나 무의식중에 세인들의 입방아를 걱정하는 그녀였다. 

   

  “하룻밤이 아니라면?” 

   

  비음이 자연스럽게 섞인 여인의 음성이었다. 삼십의 나이라 보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탄력 있는 그녀의 피부처럼 음성에서도 발랄하기 그지없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이십년을 넘게 쌓아온 내공(內攻)은 그녀의 노화를 

멀찌감치 미뤄 놓았다.  

   

  “누님께서 감당하실 수만 있다면...” 

   

  사내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녀답지 않게 살짝 사내의 눈 

을 피했다. 마치 눈을 마주보면 타오르는 사내의 시선에 재가 될 것만  

같았다. 

   

  “나 알고 보면 무서운 여자야. 후회하지 않겠어?” 

   

  “그 무서움을 이미 느꼈으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무서움을 느꼈다니?” 

   

  “헤어 나올 수 없는 누님의 몸에 빠져 버린 것보다 무서울 게 있을까 

요?” 

   

  “짓궂어!” 

   

  “하하핫.” 

   

  은은히 타오르던 향초가 꺼졌다.  

   

  방안에서는 다시금 후끈한 열기가 감돌며 이해할 수는 없으나 느낄 수 

는 있는 언어인 교성의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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