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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리 연쇄 살인사건 (8부) (9/16)

호연리 연쇄 살인사건 (8부)

제 8부   Touch

북부경찰서장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럴만도 했다. 최근 2주일 사이에 세 건의 엽기적인 살인이 연속으로 터졌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의례히 그렇듯 언론에서는 연일 경찰의 무능함과 안일함등을 질타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태정동 강도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것이다. 담당인 강력3팀은 의기양양했다. 반대로 강력1팀은 완전히 기가 죽었다. 3명의 강력계 팀장들중 강두가 소속된 1팀의 김팀장이 가장 고참이었다. 그럼에도 승진이나 진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밑에 부하들을 닥달하여 성과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유순한 성격에다가, 강두처럼 윗사람들한테 잘하지 못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되지 못한다면 반장진급은 물건너 가는 것이다.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 강두는 죽을 맛이었다. 

“ 죄송해요. 팀장님… 아… 그 씨발새끼… 보통 놈이 아니더라구요 “ 

서장실을 나오며 강두는 김팀장에게 말했다. 방금전 서장실에서 보고할 때 난리도 아니었다. 연배도 김팀장이랑 비슷한 경찰서장은 사시출신으로 정치적인 경찰이었다. 서류를 집어던지고, 육두문자를 날렸다. 좀처럼 표정변화가 없는 김팀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새끼… 괜찮아… 니 말 믿어.. 니랑 1:1 떳는 놈이 달아났다면 그놈이 어떤 놈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신차리고, 다시 한번 가보자. 일주일 시간 받았어. 그안에 해결 못하면 우린 산골로 쫓겨난다 “ 

강력1팀의 회의가 소집되었다. 수사를 원점부터 재검토하는 회의가 열렸다. 

현재까지 나온 증거물부터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최미정 현장에서 나온 큐빅 조각에 대한 단서는 끝내 찾지 못했다. 너무 광범위했고, 별 의미가 없는 것일수도 있다는 의견에 팀원들은 모두 공감하였다. 

실크와이셔츠에 대한 단서는 최미정의 신원을 밝히는 것에 현재까지는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최미정과 모텔에 동반투숙한 남자와 저수지에서 피살된 남자는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남에 따라 역시 입고 있던 와이셔츠 또한 별개일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와이셔츠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보자는 의견의 일치를 봤다. 

프로포폴에 대한 부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최미정의 남편 최정재를 제일 용의자선상에 올려놓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영숙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다. 알리바이가 완벽하고, 살해동기 또한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최미정의 불륜 때문에 그럴 수 있지 않냐고 진수가 얘기했지만, 그 역시 밝혀진 것 없다고 결론 내렸다. 조형사가 최정재를 추적관찰 하였지만,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이틀 정도 병원문을 닫고 슬픔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프로포폴에 대한 입출고 및 사용내역 관리 또한 완벽했다고 말했다. 핸드폰 통화기록 조사는 민감한 부분이라 구체적 혐의점이 드러난 후 영장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확실한 혐의점은 없다하더라도, 일단은 용의자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할 수 있는 작은 단서라도 잡아야 한다는 것에 팀원 의견 일치를 보았다. 

다음은 진수가 조사한 저수지 피살남 현장에 있던 타이어 자국 조사였다. 진수는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섰다. 

“ 흠! 흠!... 수사결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요. 정말 3일동안 밤잠 안자고 덕명읍 타이어가게란 가게는 이잡듯 다 뒤졌거든요. 이건 제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정말 형사라는 직무에 대한 자부심과 철저한 경찰정신이 없이는… “ 

“ 아.. 꼴통! 설레치지 말고 빨리 결과나 얘기해 “ 강두가 소리쳤다.

“ 아.. 정말.. 진짜 고생했다니깐요 “ 

“ 아.. 그 새끼.. 알겠다. 좆나게 고생했다. 고생했고.. 빨리 얘기해봐 “ 

“ 예.. 큼~!... 그 현장에서 발견된 타이어자국은 아주 오래된 거랍니다. 타이어가게 주인말로는 2003년에 마지막으로 나온 제품이라네요. 결론은 최소 10년은 넘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15인치 타이어구요. 주요 장착차량은 준중형차량… 그래서 일단은 등잔밑이 어둡다고 호명리에 있는 차부터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총 12대의 준중형 차가 있었고, 그중 문제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뭐냐? 놀라지 마세요~! 송만식 레이크모텔 사장 명의로 된차입니다 “ 

놀라지 말라는 진수의 말과는 달리 모두는 놀랐다. 의외였다. 첫번째 살인도 레이크 모텔… 두번째 살인과도 얽혀있는 레이크모텔… 

강두와 영숙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셋번째 희생자인 성길의 전화기록과 살인범이 떨어뜨린 칼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였다. 

전화기록 조사는 영숙이 맡았다. 

“ 죽은 김성길은 피살되기 직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번호로 피살 12일전 그러니까 저수지 남자피해자가 발견된 날 한번 낮 12경 발신했고, 8일전에 한번 밤 10시경 수신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죽기 바로 10분전 수신 한번 되었고, 피살 바로 직전 발신 한번 되었습니다. 

“ 번호주인은 확인됐어? “ 팀장이 물었다.. 

“ 네… 서울역 노숙자로 밝혀졌습니다. 대포폰인거죠 “ 

“ 그럼 김성길 살해범이 대포폰을 쓰고 있었는건가? “ 

“ 글쎄요… 김성길 살해범이 대포폰을 쓰고 있었다면, 살해 직전 바로 앞에 있는 사람한테 전화를 했을까요? 이강두 형사와 제가 범인이 김성길의 낚시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채 5분도 안돼서 불이 꺼졌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그리고는 저희들이 도착했고, 범인은 달아났습니다. 김성길은 이미 칼에 찔린 상태였고,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유추해보자면 범인과 성길은 5분도 안되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성길이 전화하는 틈을 이용해, 불을 껀 후 곧바로 칼을 찔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성길이 전화를 건 번호는 범인의 전화가 아니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 

“ 음… 그렇겠군. 다음 강두… 범인이 떨어뜨린 칼에 대해 얘기해봐 “ 

“ 네… 김성길 살해범의 칼은 군용나이프입니다. 미국 특수부대인 네이비씰에서 주로 사용하는 특수작전용 나이프입니다. 칼날의 길이는 15cm, 폭은 4cm… 저수지 피살자를 살해한 칼도 길이 15cm, 폭 4cm로 밝혀졌습니다. “

“ 뭐야? 그럼 범인은 특수부대원이란 말이야? “ 

“ 허허~! 그건 알 수 없지만, 이 칼은 서울 용산이나 이런데 가면 뭐.. 쉽게 구입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칼은 아무나 구할 수 있지만, 그 칼을 다루는 사람은 다 다르겠죠? 놈은 전문가였습니다. 칼쓰는 것으로 봤을 땐 훈련 받은 솜씨였습니다. “ 

“ 좋아… 김성길과 저수지남자… 동일범일 수 도 있다는 얘기네… “ 

“ 그렇죠 “ 

“ 그래..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꺼야? “ 

“ 다시 레이크모텔에서 시작해보겠습니다. 현재 송덕수가 잠적상태 입니다. 아까 진수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저수지남자 살해도 레이크모텔과 관계가 있습니다. 제 직감으로는 모텔사장 송영감이 보다는 송덕수가 많이 의심스럽니다 “ 

영숙이 거들었다. 

“ 송덕수 행방에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할꺼 같아요. 연변댁과 송덕수와의 관계도 의심스럽구요 “

김팀장은 타는 속을 애써 감추며 팀원들을 독려했다. 

“ 다들 고생 많다. 여러가지 어려움 있지만, 우리 한번 해보자. 일주일 안에 확실한 실마리를 잡아야 해. 다들 조금만 더 힘내자고! 우리가 누구냐? 맞제? “ 

“ 예.. 맞습니다! 해낼 수 있습니다! 형님들 힘냅시다! 아자! 아자! 파이팅!!! “ 

진수가 벌떡 일어나 회의실이 떠나갈 듯 소리쳤다. 

“ 아… 씨발… 고막 터지겠다! 새꺄~! 하여튼 저놈 덩치랑 목소리밖에 내세울꺼 없어.. 어이구! “ 

“ 하하하~! 호호호~! “

진수와 강두의 티격태격에 팀원들이 일제히 웃었다. 

팀장도 웃으며…

“자자~! 주목~! 오늘 반장님이 힘내라고 특별히 회식비 쏘셨다. 그리고 우리 김영숙 형사 오고 회식 한번 제대로 못했다. 2차는 내가 쏠 테니 오늘 함 달려보자!! “ 

“ 와아~! 짝짝짝~! 팀장님 만세~! “ 

다들 마음에 돌 하나씩은 안고 있었으나, 회식이란 작은 것에 또 웃고 하였다. 

그랬다. 늘 힘든 삶은 연속이지만, 동료가 있어 웃을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었다.

회식이라고 해봐야 삼겹살에 소주다. 별 새로울 것도 없는 회식이었지만, 팀장을 비롯하여 팀원들은 다른 때보다 더 크게 웃고 떠들었다. 스트레스가 그만큼 많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었다. 

술이 빠른 속도로 돌았다. 타켓은 영숙이었다. 홍일점이기도 하겠지만, 환영의 의미가 컸다. 영숙은 술이 그렇게 세지를 못했다. 하지만 요령있게 술을 마시며 거친 남자들 5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곧 왔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반면 강두는 별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강력 1팀에서 술이 가장 세고, 또 좋아한 강두가 말이다.강두는 범인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본인이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던 세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해결의 핵심을 맡았고, 그럼으로써 그 어느 때 보다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눈앞에서 범인을 놓치고 말았다. 7년동안 형사질 하면서 나름 쌓아온 자존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놈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잡는 것…

“ 이형사님… 내 지랄 같은 파트너.. 이형사님~! 저 술도 한잔 안주시고 뭐예욧! “ 

강두의 상념을 깨며, 혀꼬부진 소리로 영숙이 강두에게 소리쳤다. 

“ 어.. 어… 아.. 하하~! 아이구 우리 이뿐 파트너 김영숙 형사님~! 취했구만요~! 킥!! “ 

강두가 애써 웃었다. 

“ 많이 취했구만.. 이것만 마시고 그만 마셔요 “ 

강두가 잔을 따르며 말했다. 

“ 저 안취했어요~! 저 이래뵈도 술 잘 마셔요. 남자들보다 술 자알~ 마셔요~! “ 

“ 어허~! 우리 완벽녀께서 오늘 무너지는구만~! 다들 이제 우리 김형사 술 좀 그만 줘요~! “ 

꼴통진수가 게슴츠레한 눈초리로 말했다. 

“ 어~! 강두형… 이상해요. 둘이 사귀남? 디게 챙기네요~ 킥킥~! “ 

“ 야이… 새끼… 죽을래? 김형사 결혼했어 임마~ 큰일 날 소리하고 있네.. “

“ 에이~ 형이 언제 아줌마 아가씨 따졌어? 그냥 막 먹었지! 킥킥~! “ 

“ ….. 너 이새끼…. 진수야.. 말 조심해… “

강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 아… 형님… 농담한 거 가지고.. 정색은… 킥킥~! “ 

“ 농담도 눈치껏 해라~! 꼴통아~! 뒤지기 싫음… “

강두가 인상을 풀지 않고 정색으로 다시 한번 말하자, 그제서야 진수는 머리를 끍적이며 말했다. 

“ 아.. 알았어요. 형~! 죄송해요~! 김형사님께도 죄송합니다 “ 

“ 킥킥…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움… 사실을 말하면요… 이강두 형사가요… 나 좋아하는 거 맞아요. 근데… 난 저언~혀! 관심 없어요! 호호~! “

“ 아.. 아니.. 이 아줌마가….내가 언제… “

“ 언제? 나… 처음 봤을 때부터 내 엉덩이, 가슴.. 훑어봤잖아~! 지금도 계속 보고 있잖아? 침 질질 흘리면서… 흥~! 나 다 알고 있거등… “ 

강두가 손사래를 치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 아.. 아니에요!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아놔… 사람 미치게 하네.. 이 아줌마가~! “ 

“ 형~! 아까 사과한 거 취소~! “ 

“ 야이.. 이새끼… 아니랬잖아~!!! “ 

“ 하하하~! 낄낄낄~! 호호호~! “ 

고딩도 아니고 유치한 말장난에 모두들 웃고 떠들며 1차 회식이 끝났다. 팀장이 노래방을 가자고 일어섰다. 가정적인 조형사와 김형사는 팀장의 눈치를 보며 슬쩍 빠져나갔다. 결국 팀장, 진수, 강두, 영숙 네사람이서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강두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뺀질이 조형사와 김형사는 늘 이런식이었다. 하지만 욕할 것도 못됐다. 강두의 시선으로 보면 두 사람은 뺀질거리게 보일지 몰라도, 두 사람은 자기네 가정에 충실할려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살아가는 힘겨운 가장들이었다. 강두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그러질 못해서 이혼 당했으니깐… 

하지만 오늘은 좀 심했다. 1~2년 선배들이라 대놓고 말은 할 수 없었지만, 팀원 모두 힘내자는 단합의 자리이고, 영숙을 환영하는 첫 회식인데… 섭섭했다. 사실 빠져야 될 사람은 영숙이었다. 술이 많이 취했음을 강두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영숙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일까? 취해서 흐느적 거리고 실실 웃는 모습의 영숙은 낯설었다. 또 새로웠다. 

‘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더니… 저런 면이 있었나… ? ‘

아마도 내면의 갈등이 컸으리라… 의욕만 앞세워 무작정 뛰어든 강력계 형사… 그것도 기괴한 살인이 연속으로 발생하는 것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부딪쳤으니 얼마나 내상이 심하겠는가? 이정도 사건이라면 왠만한 남자고참형사들도 힘들어 하는데… 쌩초보 여자 형사이니 더더욱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술이 취할 만 하다고 강두는 생각했다. 

영숙도 스스로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33년 살아오면서 이렇게 술을 마셔본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경찰학교 수료식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다. 늘 반듯했고, 늘 맑았다. 

연속된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몸도 힘들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그 어느때 보다 심했지만, 정작 자신을 취하게 만든 것은 연변댁이었다. 죽은 남편 시체를 부여잡고, 온몸으로 울어대던 연변댁의 처절한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먼 이국땅에서 팔려오듯 한 시집살이에… 비루한 삶… 없으니 만 못한 남편… 그리고 그 남편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 같은 여성으로써 너무나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연변댁의 모습은 같은 여성으로써 기억하기 보다는 지워버리고 싶었다. 

모든것이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 술을 자꾸만 마셨다. 

‘ 그날 밤 내가 조금만 더 가게로 일찍 쳐들어 갔다면… ‘ 그 순간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2차는 삼겹살집 지하에 있는 노래주점으로 정했다. 맥주가 더 들어왔다. 팀장은 도우미를 두명 불렀다. 영숙은 잠시 술이 깨는 듯 했다. 화장실로 가서 남편에게 회식이라 조금 늦겠다고 전화를 했다. 

“ 응.. 알았어.. 조심해서 들어와~ “ 

영숙과 마찬가지로 남편은 매사에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항상 먼저 배려했다. 영숙 또한 그랬다.어떻게 보면 완벽하다 할 정도… 지금까지 5년 가까이 살면서 큰 부부싸움 한번 없었다. 전화를 끓으며 영숙은 생각했다. 

‘ 만약 남편이 성길처럼 갑자기 죽는다면, 나도 연변댁처럼 그렇게 처절하게 울 수 있을까? ‘

연변댁의 울음은 단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것에 대한 슬픔만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증이 얽히고 설킨, 질곡 많은 삶을 같이 살아온 ‘생의 반쪽’을 떠나 보낸 허탈함이었을 것이다. 영숙 자신은 그렇게 울지 못할 것 같았다. 

영숙이 노래방에 들어오니 꼴통진수가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 자! 자~! 주목~! 2차는 제가 오야 입니다. 대한민국 최고로 이뿐 아가씨 두분 환영합니다. 모두들 환영의 박수~! “ 

“짝! 짝! 짝!~ “

“ 김태희 닮은 언니는… 에… 저 영감님 옆으로~! 아가씨는 오늘 최선을 다해서 영감님 회춘시켜야 됩니다. 오케이? “ 

“ 최선 다할 것도 없어요! 벌써 섰는데요? 호호호~! “ 

“ 야야~! 진수야~! 우리 김형사도 있는데 점잖게 놀자~! 응? 하하~! “ 

팀장이 짐짓 손사래를 쳤다. 

“ 이효리 닮은 언니는… 저 시커먼 산적 옆으로~! 아가씨는 굳이 노력할 필요 없어요. 그 사람은 여자만 봐도 자동으로 서~! 버얼떡~! 괜히 노력하면 아가씨가 죽어나~! 크고 쎄~! 캬캬캭~! “ 

“ 어머 정말요? 아이 좋아라~! 저 오늘 죽고 싶어요~! 호호호~! “ 

“ 아주 지랄들을 하고 있어요. 야~! 진수! 오늘 내가 기분이 좀 그렇다. 이효리는 니가 해라~! “ 

“ 앗~! 이런 잿쑤가~! 아이구 감사합니다. 자알~ 먹겠습니다 “ 

“ 어머~! 제가 싫어요? 흥~! “ 

“ 이효리~! 삐치지 말아요~! 나도 크고 쎄요~! 킥킥~! “ 

“ 하하~! 호호~! 킥킥~! “ 

진수의 너스레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팀장과 진수는 아가씨들과 어울러 뽕짝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진수의 산만한 덩치가 엉덩이를 씰룩이며 돌아가는 모습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 ♬ 하! 짜라짜라 짠짠짠~! 아핫! ♪ “ 

영숙과 진수는 나란히 앉아 그네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맥주를 마셨다. 네 사람의 한바탕 소란스런 노래가 끝나자 팀장이 영숙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영숙은 한번 빼는 척 하다가 마이크를 잡고는 엄정화의 ‘포이즌’을 부르기 시작했다. 

“ 휘이익~! 와아~! 짝짝짝~!!! 영숙씨 쵝오~!! “

“ 언니 넘 멋져요~! 완전 섹시~!! “ 

진수와 아가씨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강두는 영숙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새로움을 발견했다. 꽤 노래를 잘 불렀다.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노래솜씨와 과하지 않게 적당히 흔드는 춤에 어딘지 모를 섹시함이 묻어났다. 

‘ 저런 끼가 있었나? 아무튼 새로움의 연속이야~ ‘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강두의 돼지 멱따는 노래가 끝나고 양주가 들어왔다. 네사람은 원샷으로 거푸 잔을 비워가기 시작했다. 즐거운 2차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팀장이 아가씨들을 물린 다음 마무리를 할려는 데 영숙이 조용했다. 도를 넘은 술에 결국 영숙이 고꾸라졌던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는 살포시 잠들어 있었다. 

“ 어이~! 김형사? 김형사~!... 아이구.. 김형사가 과했나 보네… 강두야? 너 김형사 집 알아? “ 

“ 아뇨… 저 모르는데… “ 

“ 야~! 이거 어쩐다냐? 할 수 없다. 파트너니깐 니가 책임지고 김형사 좀 데려다 줘 “ 

“ 예.. 그러죠 뭐… 먼저 들어가세요. 술 좀 깨는 거 보고… 제가 바래다 줄께요~! “ 

진수가 입가에 음흉한 웃음을 짓고는 

“ 형~! 찬스는 돗대~! 킥킥! “

“ 퍼억~! 아우… 씨… “ 

결국 진수는 강두에게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고는 엄살을 부렸다. 

팀장과 진수는 먼저 일어섰다. 

강두는 영숙을 소파에 편히 누이고는 담배를 한대 물었다. 

잠든 영숙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지금까지 함께 한 시간을 잠시 돌이켜 보았다. 꽤나 힘들었나 보다 생각이 들었다. 

영숙은 깊이 잠든 듯 했다. 새끈새끈 호흡을 할때마다 가슴의 불룩한 융기가 티셔츠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꼭 끼는 청바지를 입은 하반신은 더욱 더 자극적이었다. 두 다리를 꼭 붙히고는 허벅지를 세워 반쯤 구부리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와 대조적으로 풍만한 엉덩이와 허벅지가 강두의 중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적당히 마신 술은 촉매제가 되어 물건을 터질 지경으로 만들었다. 

‘ 경찰질 하기에는 아까운 몸이야… 크크~ ‘ 강두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항상 해왔던 생각이었지만, 영숙은 남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섹시한 것을 넘어 묘한 매력을 풍기는 몸이었다. 새삼 영숙의 남편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으음~! “

강두는 바지를 뚫을 듯한 기세로 솓아오른 물건을 손으로 지긋이 눌렀다. 

강두는 구부리고 있는 영숙의 양발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똑바로 펴주었다. 

구부린 다리가 불편해 보였던 것이다. “ 

“ 후훗~ “

함부로 할 수 없는 여자임을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아랫도리 물건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꿈틀거리는 것에 강두는 피식 웃었다. 

강두는 영숙의 옆에 앉아 남은 맥주를 마시며, 벌떡이는 물건을 진정시키고자 사건에 대해서 생각했다. 

‘ 내일 레이크 모텔 덕수에 대해서 좀 더 조사해봐야 겠어… 그나저나 어디 갔을까? 하필 이런 때에… 그리고 연변댁과의 불륜… 남편의 죽음… 성길을 죽인 건 덕수일까? ‘

‘ 최정재가 아무래도 걸려… 뭔가 이상해… 이상한 점이 없지만… 그게 더 이상해… 감이 안좋아.. 내일 덕수 조사해보고 정재한테 가보자 ‘ 

이런저런 생각에 물건이 다소 잠잠해졌다. 

“ 으응~ “ 

영숙이 머리를 감싸쥐고는 일어나 앉았다. 

“ 괜찮아요? 그러게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그리 마셔요? 술 좀 깨요? “

“ 아… 팀장님하고 진수씨는요? “ 

“ 조금전에 먼저 갔어요. 여기 물 좀 마셔요. 집이 어딥니까? 내가 바래다 줄께요 “ 

“ 아.. 아뇨.. 택시타고 가면 돼요 “ 

“ 택시는 무슨… 내가 바래다 줄께요 “ 

“ 괜찮은데… 우우욱~! “ 

영숙이 토가 나오는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더니, 화장실로 달려갔다. 

“ 어이구… 내 참… “ 

강두가 뒤따라 갔다. 

여자화장실로 들어간 영숙은 안에서 계속 헛구역질을 해댔다. 강두는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 괜찮아요? 등 좀 두드려 줄까요? “ 

“ 우욱~ 컥! 우우욱~! “ 

강두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숙이 변기를 머리를 박고는 바닥에 꿇어앉아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 일어나서 엎드려 봐요 “ 

강두가 말하며 영숙의 어깨를 잡고는 일으켜 세웠다. 영숙은 강두의 말대로 변기를 두손으로 잡고는 무릎을 세웠다. 

“ 탁! 탁! 탁! 우우욱~! 우욱~! “ 강두는 천천히 영숙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러자 영숙이 좀더 수월하게 토를 할 수 있었다. 

“ 배 좀 만져줄께요. 그럼 훨씬 더 좋아요 “ 

강두는 왼손을 밑으로 가져가 단전 위 영숙의 복부를 마사지 하며, 오른손으로 등을 부드럽게 두들겼다.

“ 우욱~! 우우욱~! “ 

강두의 말대로 배를 만져주자 구역질은 훨씬 더 수월했다. 강두는 영숙의 복부가 탄탄하면서도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 섹시하지 않은 구석이 없구만… 남편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코피 터지겠다. 씨~ ‘ 

그런데 변기를 잡고 있던 영숙의 왼쪽 팔꿈치가 강두의 사타구니 언저리를 슬쩍슬쩍 터치했다.

등을 두드려주고 구역질을 하느라 용을 쓰는 바람에 잠깐씩 닿았던 것이다. 

잠잠했던 물건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속 영숙의 팔꿈치는 떨어지질 않았다. 아마도 구역질을 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서 모르는 것 같았다. 

급기야 빳빳하게 솓아오른 강두의 물건은 영숙의 팔꿈치를 쿡쿡 찌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 아하~! 헉!헉! “ 

영숙은 있는대로 다 토하고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는 미세하게 엉덩이를 꿈틀거렸다. 강두는 움찔하였다. 

“ 이제 좀 낮죠? 이제 그만 할래요? “ 강두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영숙이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 네.. 좀 나아지긴 했는데… 조금만 더… 요… “ 

이렇게 고마울 수가… 강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 좆두강두가 믿지도 않는 신께 감사해 했다.

강두는 복부와 등을 계속 쓸어내리며 팽창할 대로 팽창한 귀두를 영숙의 팔꿈치에 은근히 비벼댔다. 영숙은 팔을 빼지 않았다.

강두는 정신이 없었다. 비록 팔이지만… 꿈에 그리던 영숙의 몸을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랬다. 아니 5분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엉덩이를 움직여 영숙의 팔꿈치 주변을 찔러대고 때론 딱딱한 좆대를 비벼댔다. 귀두와 좆대의 턱진 그곳이 팔꿈치 걸리는 자극이 미칠 지경이었다. ‘이건 분명 성희롱이다’ 이미 이성의 끈을 놓은 강두는 그렇게 생각치 못했다. 

영숙의 미세했던 엉덩이의 꿈틀거림이 조금 더 심해졌다.

‘ 으으~! ‘ 강두는 흥분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가만히 있던 영숙이 팔을 바깥으로 약간 뺐다. 순간 강두의 물건은 팔 안쪽 불룩하니 밑으로 보기좋게 늘어진 영숙의 가슴의 윗부분을 쿡 찔렀다. 

“ 흐읍! “ 강두가 그만 약하게 신음을 내뱉었다. 제 바람에 놀란 강두는 얼른 신음을 삼켰다. 영숙의 몸도 순간 움찔 하였다. 그리고는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변기를 항해 머리를 숙이고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강두는 자세가 불편하였다. 영숙과 같은 방향으로 자세를 취했던 몸을 약간 돌려 영숙과 반대방향으로 하고는 복부를 만지던 왼손은 등을, 등을 만지던 오른손은 반대로 배를 맛사지 하였다. 그 틈에 강두의 팽팽한 물건은 영숙의 가슴을 본격적으로 찔러갔다. 지긋이 찌르는가 하면 은근히 엉덩이를 돌려 좌우로 슬슬 문지르기도 하였다. 영숙이 시선을 조금만 더 밑으로 해서 자신의 가슴께를 본다면 앞으로 힘차게 뻗친 강두의 물건이 자신의 가슴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찔러댄다는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 굳이 보지 않아도 느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영숙이 봤는지 어쨌는지 강두는 몰랐다. 그리고 영숙의 엉덩이 움직임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 것도 몰랐다. 오로지 자신의 물건과 그 물건이 짓이기는 가슴의 감촉에 정신이 없었다. 

팬티.. 그리고 바지.. 그리고 영숙의 티셔츠.. 그리고 브라.. 강두의 물건과 영숙의 가슴 사이에는 무려 네가지의 방해물이 있었지만, 강두는 가슴의 부드러움을 ‘좆끝’으로 느낄 수 있었다. 탱탱하면서도 부드러운 유방… 남자들의 안식처이자 오아시스… 남자를 욕망의 노예로 만드는 신비의 에베레스트… 강두는 그 느낌만으로 사정감이 밀려올 정도로 흥분 되었다.

강두의 시선이 영숙의 숙여진 허리께로 옮겨갔다. 영숙의 티셔츠는 약간 밀려 올라와 잘록한 허리의 맨살이 약간 노출되어 있었다. 이어진 풍만한 엉덩이… 청바지 허리춤은 그 터질듯한 엉덩이 에로틱하게 걸쳐져 있었고, 약간 들려진 청바지 뒷 허리춤 안으로 하얀색 팬티가 약간 드러나 보였다. 죽을 지경이었다. 젊은 애들 말로… 그야말로 맨붕상태….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강두는 끝을 보고 싶었다. 엉덩이를 더 크게 움직여 가슴에 닿아있는 물건의 자극을 비등점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터져나올려는 신음소리를 이빨로 앙다물려 억지로 참았다. 

‘ 조금만.. 더..!! ‘ 

하지만 더 가지 못했다. 점점 커지던 영숙의 엉덩이 씰룩거림이 어느 순간 멎더니 약한 떨림이 이어졌다. 미련한 강두는 역시 알아채지 못했다. 또 변기를 잡고 있는 영숙의 손등에 푸른 정맥이 불거져 나왔다는 것도 보지 못했다. 

“ 으응 음~!.... 이제 그만요. 괜찮은 거 같아요. “ 

영숙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고개를 든 영숙은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엇! 예.. “ 한창 무아지경에 빠져 있던 강두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 아… 씨발.. 좆도… ‘

“ 커흠…! 그러게 못마시는 술을 왜 그렇게 마셔요? 에이… 사람 귀찮게 시리… 씨.. “ 

“ 후후~ 그냥 속상해서요… 고마워요… 이형사님… “ 

“ 고맙긴… 뭘… 이제 갑시다. 집이 어디요? “ 

“ 월광동요… “ 

“ 어? 그래요? 우리집도 거긴데.. 잘됐어요. 대리 불러서 내차 타고 갑시다. “ 

곧 대리기사가 오고 강두와 영숙은 차 뒷자석에 나란히 올랐다. 

차는 시야에서 곧 멀어져 갔다.

그런데 건물 옆 어두운 골목길에, 멀어져 가는 차의 뒷꽁무니를 주시하는 차가운 시선 하나가 있었다. 그 시선은 사실 강력 1팀이 1차 회식때 부터, 강두와 영숙이 차를 타고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그 자리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온통 검은 복장에 검은 모자 어둠속에서 눈동자만 형형하게 빛내고 있는 그 시선은 어딘가 낯이 익었다. 놈은 성길을 단칼에 찌르고 강두와 몸싸움을 벌였던 놈의 시선이었다. 

차안에서 강두는 두손을 깍지 끼고는 자연스럽게 사타구니를 가렸다. 아까 화장실에서 너무 흥분한 탓에 귀두에서 액이 나와 얇은 면바지 바깥으로 배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숙도 강두처럼 두손을 깍지 끼고는 하복부에 얌전히 올려 놓고 있었다. 

욕망의 불완전 연소로 물건은 쑤셨지만, 강두는 기분이 좋았다.. 

대리기사에게 고생 많다느니.. 수고 많다느니 괜한 너스레를 떨며, 어색한 분위기를 바꿀려고 하였다. 기사도 맞장구를 쳤다. 

“ 정말 미인이십니다. 선생님은 좋겠습니다. 애인이신가요? “

“ 에헤… 이 양반이… 허허~! 회사 동료입니다 “

“ 아이구.. 제가 실수를.. 죄송합니다. 너무 미인이시라서… “ 

영숙도 괜시리 가슴이 울렁거렸다. 강두와 처음에는 조금 떨어져 앉았으나, 이리지리 차가 쏠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둘 사이가 점점 좁혀지더니 급기야 두사람의 허벅지가 서로 밀착되었다. 그런데도 강두와 영숙 누구 하나 떨어질려 하지 않았다. 강두는 차가 너무 빨리 달린다고 생각했다. 시내와 집까지는 꽤 먼 거리인데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 기사양반.. 그 좀 천천히 갑시다. 사고 나겠네… “ 

영숙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자기는 거의 총알택시급이면서… 

“ 저기 백화점 신호등에서 세워주세요 “ 

집이 가까워 오자 둘은 슬그머니 떨어져 앉았다. 

“ 고마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낼 뵐께요 “ 

“ 흠.. 그럽시다. 끝까지 조심하세요 “ 

“ 훗~! 저 형사에요. 쓸데없는 걱정마세요 “ 

“ 남편한테 안혼나요? 괜찮겠어요? “ 

“ 울 신랑 이런거 가지고 뭐라 할 사람 아니에요. “ 

“ 어이구.. 알았수다. 그저 신랑 자랑은… 잘 들어가쇼 “ 

“ 네… “

집에 온 강두는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 사건 때문이 아니라, 영숙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존재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일주일안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시골로 좌천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랑하는 딸 ‘미소’ 교육문제부터 골치 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님에도 지금 이순간 강두의 뇌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영숙의 탱탱한 가슴과 엉덩이라니…

가라앉지 않는 흥분에 강두는 영숙을 생각하며, 안하던 자위를 하고서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자위… 정말 오랜만이었다. 

영숙은 영숙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은 자고 있었다. 영숙이 들어오는 소리에 잠시 눈을 뜨고는 잘 왔느냐는 말로 인사하고는 곧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영숙은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 물줄기를 아랫도리로 가져가며 가만히 고개 숙여 자신의 그곳을 바라보았다. 까맣게 윤기 흐르는 음모가 수북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숱이 많은 머리결과 같이 영숙의 그곳 털 또한 빽빽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고3 때 마지막으로 엄마와 같이 간 목욕탕에서 엄마는 영숙의 몸을 씻겨주며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 우리 이쁜 영숙이 시집가면 신랑한테 사랑받겠다 “ 

“ 왜요? 이뻐서? 호호~! “ 

“ 음.. 이뻐기도 하지만… 털이 많아서.. 호호~! “ 

“ 뭐야~ 엄마… 난 부끄럽기만 하구만.. 놀리고 있어 “ 

“ 호호~! 나중에 시집가면 알게 돼.. 울 이뿐 딸…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돼~ “ 

조금전까지 불같이 달아올라 입을 벌리고 액을 쿨럭쿨럭 토해내던 영숙의 그곳은 어느새 얌전히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영숙은 조심스럽게 가랑이 사이를 씻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까 주점 화장실에서의 사건(?)이 자꾸만 떠올랐다. 부끄러웠고 잊고 싶었다. 하지만 자꾸만 생각이 났다. 

북부서 강력1팀으로 옮긴 후부터 영숙은 당황의 연속이었다. 사건도 사건이었지만, 새로운 자신의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까 화장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의 자신 같았으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럴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술도 과했지만, 화장실에서 토를 할 때는 이미 어느 정도는 깨어 있어 정신은 멀쩡했다. 

강두가 문을 두드리며 괜찮냐고 말할 때 충분히 괜찮았다. 그냥 혼자 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 대답도 안했다. 

등을 두드려 줄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외간남자의 손이 몸에 닿도록 한단 말인가? 하지만 내버려 두었다. 

이어 배를 만져주겠다고 했다. 그 순간 거절했어야 했다. 등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배까지 가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강두는 별 의도가 없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허락했다고 스스로 위안했지만, 그래도 아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강두의 손이 배를 마사지 하는 순간 토가 휠씬 수월해지며 속이 편해졌다. 속이 편해짐에 따라 배에서 시작된 전혀 다른 종류의 느낌이 전신으로 서서히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전신으로 퍼지던 그 느낌은 조금 지나자 이제는 신체 어느 한곳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집중된 신체의 부위가 어딘가를 알아 챈 영숙은 당혹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허벅지의 중심… 가랑이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 왜이래? 김영숙…!! 이건 아니잖아 ‘ 

스스로 꾸짖으며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순간 왼쪽 팔꿈치에 뭔가가 닿았다. 약간 딱딱한 무엇… 처음에는 강두의 허벅지쯤으로 생각했지만, 닿은 그것은 허벅지가 아님을 곧 알 수 있었다. 닿은 면적은 뭉특했으며, 느낌은 훨씬 더 딱딱했다. 막대기 같았다. 토를 하느라 숙이고 있던 머리를 조금 더 숙여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지… 

‘ 흡..!! ‘ 속으로 헛바람을 삼켰다. 강두의 물건이 바지를 뚫을 듯 솟아 올라서는 그 뭉특한 그 끝이 팔꿈치와 닿아 있었다. 강두의 약간은 헐렁한 면바지는 물건의 용솟음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바지에 감춰져 있음에도 그 크기와 굵기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건의 뜨거움이 팔꿈치에도 전해져 오는 듯 했다. 

“ 아하~! 헉!헉! “ 

구역질 뒤끝이라서 그런지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팔꿈치와 맞닿은 강두의 귀두에서 전해지는 뜨거움이 팔을 타고 가슴으로 흘러갔다. 가슴으로 흘러간 뜨거움은 영숙의 유두를 일으켜 세우고는 가슴 전체를 부풀렸다. 그리고는 곧 하복부를 달구고는 부끄러운 그곳에 … 마침내 다다랐다. 강두가 처음 배를 만져줄 때 이미 깨어난 그곳은 귀두의 뜨거움이 전해지자 

본격적으로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숨이 가빠오고, 가랑이 사이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팬티가 축축히 젖어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참으려고 했으나 엉덩이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목이 탓다. 약간 벌어진 다리를 꼬옥 붙혀 모았다. 두번 다시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껏 조였다. 이상한 것은 힘을 주면 줄수록 그곳의 자극은 더 심해졌다. 한번 가해진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원했다. 힘을 풀었다. 그리곤 다시 조였다. 조금 더 큰 자극이 되었다. 하지만 부족했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 이제 좀 낮죠? 이제 그만 할래요? “ 강두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좀 나아지긴 했는데… 조금만 더… 요… “ 

하마터면 ‘안돼요! 더 해주세요! ‘하고 소리칠 뻔 했다. 

애타는 자신의 마음을 알았을까? 강두가 대담하게도 팔꿈치에 물건을 비비기 시작했다. 좌우로 조금씩 왔다갔다하다가는 쿡쿡 찔렀다 물러나기를 반복하였다. 

‘ 아.. 이런.. 이건 분명히… 성희롱이야… 이 나쁜 놈… 그만해야 해! ‘ 

영숙은 단호히 결심하고 일어설려고 하였으나, 머리만의 생각으로 그치고 말았다. 

몸은 일어서지 못했다. 아니 일어나지 않았다. 

팔을 빼지도 못했다. 아니 빼지 않았다. 

강두는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 곧추 선 물건을 팔꿈치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노골적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그것도 엉덩이를 느릿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움직이며 자극해왔다. 딱딱한 그것은 말 그대로 경찰곤봉과도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끝이 더 굵고 턱이 져 있다는 것… 귀두와 좆대 그 사이 굴곡진 그곳이 영숙의 팔에 그대로 전해져 왔다. 영숙은 다시한번 고개를 숙여 팔 여기저기를 자극하는 강두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바지의 불룩 솟아 오른 그 정상은 물에 젖어 었다. 강두의 물건이 뿜은 끈끈한 액이 얇은 면바지를 적셨던 것이다. 그것이 뜻하는 바를 영숙은 곧 알 수 있었다. 물은 영숙도 나오고 있었다. 강두처럼 바지 겉으로 배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영숙은 자신의 엉덩이 일렁거림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냥 본능이 시키는 대로 가랑이 사이에 힘을 줬다가는 풀고를 반복했다. 영숙의 팔에 강두의 좆질이 시작되자 영숙은 가랑이를 죄고 푸는 것

‘ 으응.. 아~! ‘ 영숙은 죽을 힘을 다해 신음을 삼켰다. 이것만큼은 참아야 했다. 한동안 팔 이곳저곳을 좆질해대던 강두가 갑자기 떨어졌다. 그리고는 약간 몸을 돌리더니 손을 맞바꿨다. 배를 마사지 하던 왼손을 등을.. 등을 쓸어내리던 오른손은 배를 마사지 했다. 하지만 허전했다. 팔을 자극하던 물건만 못했다. 

하지만 곧 영숙은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사라졌던 강두의 물건이 이번에는 팔이 아니라 바뀐 자세를 이용해 밑으로 불륨감있게 늘어진 자신의 가슴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 흐읍! “ 강두가 약하게 내뱉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저도 놀랐는 가 보다. 

‘ 이.. 나쁜 놈… 도대체 어디까지 갈려는 거야? 이제 정말 그만 둬야해… ‘ 

‘ 아냐.. 설마… 그냥 조금만 더 있어보자 ‘ 

결국 모른 척 조금만 더 있기로 했다. 강두의 물건은 영숙의 가슴을 지긋이 찌르다가는 때로는 좌우로 부드럽게 쓸어갔다. 강두의 큼직하고 딱딱하고 뜨거운 그것이 비록 옷들이 가로막고 있지만 자신의 민감한 가슴을 자극한다고 생각하니 영숙은 미칠 지경이었다.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흥분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아.. 아… 아흥..! ‘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이를 앙다물며 억지로 참았다. 

어느 순간 강두의 물건 움직이며 커지며 점차 빨라졌다. 

‘ 어~아~! 허헉!! ‘ 

유방을 툭툭 쓱쓱 자극하는 강두의 물건 움직임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느끼며 변기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엉덩이의 일렁임도 따라서 커져갔다. 가랑이의 조임은 더욱 강력해지고, 조임이 강력해질수록 영숙의 뜨거운 중심은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영숙과 영숙의 그곳은 처음으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서로 손잡고 끝까지 가고 싶었다. 폭발하고 싶었다. 영숙의 유방에다가 하는 강두의 좆질이 더욱 거칠고 빨라졌으면 좋겠다고 영숙은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영숙의 가랑이 중심이 바라는 것이었다. 

바람대로 강두의 좆질이 커지고 빨라졌다. 

‘ 아..아.. 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다 왔어~! 그래 왔어.. 어~! 어흑! 어흐윽~! ‘ 

영숙과 영숙의 중심은 바라던 끝을 끝내 보고야 말았다. 순간 정신이 아득했다. 온몸이 떨려왔다. 영숙은 잠시 아득했던 정신을 곧 추스리고는 몸의 떨림은 애써 진정시켰다. 강두의 좆질은 계속되고 있었다. 정신을 온전히 차려야 했다. 

“ 으응 음~!.... 이제 그만요. 괜찮은 거 같아요. “ 

영숙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엇! 예.. “ 강두가 놀라 일어섰다. 

“ 커흠…! 그러게 못마시는 술을 왜 그렇게 마셔요? 에이… 사람 귀찮게시리… 씨.. “ 

강두가 짐짓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물론 영숙도 강두를 바로 보지 못했다. 

‘ 풋~! 의외로 순진한 구석도 있네.. 호호~! ‘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 후후~ 그냥 속상해서요… 고마워요… 이형사님… “ 

강두에 차에 오늘 영숙은 당황스러워 얼른 손으로 하복부를 가렸다. 사타구니는 흘러 넘친 액으로 말이 아니었다. 팬티를 흠뻑 적신 것은 물론 허벅지까지 액이 흐른 것 같았다. 액은 두꺼운 청바지 바깥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 아.. 이렇게 까지… 액이 넘친 적이 있었던가? ‘ 

생각해보니 결단코 없었다. 남편과의 섹스는 별 재미가 없었다. 남편도 그렇게 열정적이 않았다. 영숙의 터질듯한 몸을 늘 곁에 두고도 한달에 한번 정도였다. 굳이 애기를 가질려고 하지 않아도 될 판이었다. 당연하게 오르가즘도 없었다. 

‘ 말로만 듣던 오르가즘이란게 그런건가? ‘ 영숙은 차에서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차의 쏠림에 떨어져 있던 강두와 허벅지가 닿았다. 굳이 뗄려고 하지 않았다. 섹스후 부드러운 후희처럼 자신의 허벅지에 전해져 오는 강두 허벅지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강력1팀의 아침이 여느때와 다르게 조용했다. 평소 같으면 꼴통진수와 이를 맞받아치는 강두로 인해 시장통이 따로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을 텐데 유달리 조용했다. 조용할 수 밖에 없었다. 진수와 팀장은 2차 끝나고 3차를 또 갔는지 진수의 얼굴은 아침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고, 팀장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나란히 앉은 강두와 영숙은 서류에 코를 박고 있었다. 보고는 어제 다했는데… 어제 일로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진수가 골골대지만 않았어도 둘이 무슨일이 있었냐고 놀려댔을 터인데 다행이라고 강두는 생각했다. 

화장실을 두번 다녀온 팀장이 조금 진정됐는지 수사를 지휘했다. 강두와 영숙은 다시 호연리로…김형사 조형사는 최정재를… 진수와 팀장은 제반 증거물을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 

호연리로 향하는 강두와 영숙은 서로 아무 말도 없었다. 평소 같으면 티격태격 했을 터인데 영숙은 수첩만, 강두는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달리 할 말도 없었다. 

내심 어떻게 대할까 걱정했던 강두는 안심이 되었다. 술이 취해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제의 일이 꿈 같았다. 

영숙은 영숙대로 ‘아마도 내가 술에 취해 있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꺼야 ‘ 라고 강두가 생각하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어제의 일이 꿈 같았다. 

호연리로 들어선 두사람은 놀랐다. 사람들은 가게 문을 열 생각도 않고 삼삼오오 모여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여느때 하고는 다른 분위기였다. 살인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뒤숭숭한 분위기는 있었으나, 이정도은 아니었다. 

호연리에서 오리식당을 제법 크게 하는 이장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쏜쌀같이 달려왔다. 

“ 형사님들… 이제 우째 됩니까? 와.. 이거 죽겠슴미더~ 이제 장사는 물 건너 같어요. 아래께 낚시가게 김씨 죽고 난 후로는 무서버서 사람들 여 못살겠다고 난리 아입니꺼? 어제는 손님 한명도 못받았어요. 벌써 부동산에 가게 처분해달라고 내 논 사람 부지기수라예~ 우째 빨리 좀 해결 좀 해주이소. 우리 다 망하겠니더~ “

“ 예~ 죄송해요.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곧 잡을 꺼예요 “ 

“ 아따마~! 레이크모텔 여자 죽은기 벌써 2주일이 넘었어요. 경찰들 다 머합니까? 예~? “

영숙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장은 핏대를 높였다. 

“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죠. 곧 해결될 꺼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영숙이 다시한번 사과했다. 

“ 해결된다고요? 그 소리 골백번도 더 들었어요. 세금 받아 먹고 뭐 하는 겁니까? 도대체~ “

이장이 좀 격하게 나오는가 싶자, 참다 못한 강두가 소리를 냅다 질렀다. 

“ 기다려 달라고 안합니까? 우리가 신이야? 응? 우리도 최선 다하고 있다고요~!!! “

강두의 호통에 이장이 찔끔거렸다. 

“ 아니.. 내말은… 빨리 좀 해결해 달라는 뜻으로다가… 그리고 민주경찰이 이렇게 소리 질러도 돼요? “ 

“ 뭐라구요? 소리질러도 돼냐고? 확 정말~! “ 

강두가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아갈려고 하자, 영숙이 말렸다. 

“ 이형사님! 왜 이러세요! 제발 성질 좀 죽여요… 죄송해요 이장님.. 이장님도 진정하세요 “ 

평소 귀차니즘이 줄줄 흐르는 무표정한 강두가 인상을 쓰며 서슬 퍼렇게 나가자 이장은 완전히 쪼그라 들었다.

“ 그기 아이고… 내말은… “ 

“ 됐구요… 레이크모텔 송사장님은 지금 모텔에 있나요? 여기는 안보이시는 것 같은데.. “ 

“ 아이고 말도 마소..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오는 그 인간도 아들내미 덕수 없어진 뒤로는 미친 사람처럼 온 산 다 헤집고 다니고 난리도 아임미더~ 모텔은 아래께부터 문 닫았어요 “ 

“ 아니.. 산은 왜요? 뭔 일이라도 있어요? “ 

“ 아니.. 내 생각에는 아부지가 돈도 안주고 하도 쫄라매니 답답해서 가출한 거 같은데, 송영감 지는 죽었는거 아닌가 하고 저카고 있다 아임미까? “ 

“ 그래요? “ 

강두와 영숙은 또 다른 불길한 생각에 인상이 구겼다. 

“ 그럼 일단 연변댁한테 가봅시다 “ 

연변댁은 불도 켜지 않고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남편 시체는 국과수 검안 때문에 장례도 못치렀다. 애들은 광역시에 살고 있는 시아버지가 와서 데리고 갔다. 그나마 시댁이 조금 사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시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연변댁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며늘아~! 미안쿠나. 애들은 당분간 내가 데리고 있으마. 아니 쭈욱 내가 데리고 있어도 된다 “ 

연변댁은 시아버지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이틀동안 울고 울어서 이제는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강두와 영숙을 맞이한 연변댁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영숙은 연변댁이 위험해 보였다. 

“ 지난번에는 뭐라 위로의 말도 전해지 못했네요. 힘내세요. 애들을 봐서라도… “ 

영숙은 겸연쩍었다. 상투적인 말로 밖에는 위로할 수 없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연변댁 눈의 초점이 서서히 모아지고 있었다. 

“ 어쩐일로… “ 

“ 상심이 크시겠지만… 몇가지 물어볼께 있어서요… 송덕수와는 어떤 관계죠? “ 

강두는 곧바로 돌직구를 날렸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터득한 방법이었다. 

바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 괜히 빙빙 돌리면 상대방에게 생각할 시간만 준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 어.. 어…그.. 그냥… 종업원과 모텔 아들…관계입네다 “ 

예상치 못한 강두의 질문에 연변댁은 심하게 더듬거렸다. 서로 맞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남편 성길씨가 죽기전 그날 밤 8~9시경 우리들이 아주머니 집 근처에 잠복해 있었어요. 그리고 아주머니가 퇴근하면서 남편과 통화하는 내용을 모두 들었어요… 그러니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

연변댁의 손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 영숙이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 컵 떠왔다. 

“ 이거 드시고… 있는대로 말씀해보세요. 남편 살해범을 잡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몰라요 “ 

“ 덕수씨는 누굴 죽이고 그럴 사람이 아닙네다 “ 

“ 그래요?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요? 두 사람은 어떤 관계에요? “

강두의 추궁에 결국 연변댁은 울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울고 난 뒤에야 덕수와의 관계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덕수와의 관계를 다 듣고 난 후 강두는 재차 물었다. 

“ 그럼 송덕수가 사라진 것은 남편 김성길씨가 살해되기 이틀전이란 말이죠? 특별한 말이나 이상한 행동은 없었나요? “ 

“ 없었읍네다. 평상시랑 똑같았어요. 친구인거 같은데.. 웃으며 전화 받았지요. 그리고는 만난다고 나갔습네다 “ 

“ 두 사람의 관계를 봤을 땐 뭔가 얘기를 남겼을 꺼 같은데…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 

강두가 언성을 높였다. 

“ 어.. 없었시요. 아무 말도… “ 

겁에 질린 연변댁은 몸을 움츠리며 시선을 피했다. 

“ 저기.. 이형사님.. 잠깐 담배 한대 피고 오세요. 제가 얘기해 볼께요 “ 

강두는 자리를 피했다. 심문할 때 잘 써먹는 방법이었다. 한 사람은 쎄게.. 한 사람은 부드럽게…

방을 나온 강두는 담배를 한대 물고는 주택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는 연변댁의 집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곤궁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강두는 인상이 찡그려졌다. 방안에서는 간간히 연변댁의 울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뒷마당을 둘러보던 강두는 뭔가를 발견하였다. 신문지에 싼 그것은 뒷마당 잡동사니 틈에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강두는 곧바로 꺼내어 신문지를 펴보았다. 칼이었다.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식칼이었다. 날에는 오래된 녹이 슬어 있었고, 다른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이 왜 여기에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성길이 숨겨놓은 칼일 것이다. 지난번 잠복때 연변댁은 남편에게 그 칼이 뭐냐고 추궁한 것을 떠올렸다. 짐작컨데 성길은 덕수와 연변댁의 관계를 알고 두 사람을 혼을 내줄려고 칼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강두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녹슨 식칼로는 썩은 호박도 제대로 못 자를 것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알코올중독자 성길이 덕수 같은 젊은이를? 강두는 죽은 성길이 떠올랐다. 참.. 못난 사람… 강두는 칼을 던져버렸다. 

담배 한대를 더 피고 시계를 보니 20분이 훌쩍 지났다. 연변댁의 울음소리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방으로 다시 들어 갈려는 데 영숙이 나왔다. 

“ 가요.. 물어볼 건 다 물어봤어요 “ 

“ 뭐라던 가요? “ 

“ 확실히 송덕수에게 뭔가 있는 것 같아요 “ 

연변댁은 영숙에게 모든 걸 털어 놓았다. 

두 사람은 단순 섹스를 떠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연변댁은 말했다. 속궁합도 속궁합이었지만, 연변댁과 덕수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다고 했다. 

저수지 죽은 남자를 최초 발견한 것도 덕수라고 했다. 그날 새벽 차에서 성관계를 가진 후 처음 발견했다는 것과 차 또한 명의만 송영감 것이지, 사용하기는 덕수가 사용했다는 것도 털어 놓았다……

모텔에서 여자시체가 발견된 이후로 덕수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이었다. 관계도 훨씬 더 자주 요구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도둑섹스를 일주일 두번 정도 치르던 것을, 살인사건이 벌어진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연변댁을 안았다. 그래도 연변댁은 덕수가 좋았다. 불안함의 반증이 아니었을까?

전화를 받고 사라지기 몇시간 전… 청소아줌마들 휴게실에서 뜨거운 섹스를 치른 후 덕수는 연변댁에게 말했다. 

“ 누나… 조금만 참아요.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곧 호강시켜 줄께요. 며칠만 기다려요 “ 

“ 호호~! 덕수씨 말만 들어도 행복해… 난… 사실 지금 이대로도 좋아. 얼마전까지만 해도 돈땜에 아둥바둥 했는데.. 지금은 돈 좀 없어도 덕수씨랑.. 울 애들이랑 여기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어.. 정말이야… “ 

“ 사랑해요.. 누나 “ 

“ 나도 사랑해.. 덕수씨 “ 

그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연변댁은 말했다. 

영숙의 말을 다 들은 강두는 주먹을 쥐었다. 

“ 됐어요. 실마리는 잡았어요. 덕수가 뭔가를 알고 있어요. 송덕수를 빨리 찾읍시다 “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강두와 영숙은 발길을 레이크모텔로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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