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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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

"내가 잘아는 동생이 있는데 한번 만나볼래? 개도 1학년이야. 보기만 하면 완전 네 마음에 들거야."

''물론, 우리 둘 사이는 비밀로 해야하는거 알지? 그 애는 너 무 착해서 이런거 알면 상처받을지 모르거든.. 그러니까 혹시 잘돼서 애인이 되면 절대 괴롭히면 안돼."

그렇게 말하며 보미는 현만의 젖꼭지를 간지럽혔다.

"그냥 선배나 괴롭힐래요. 하하."

현만이 손을 뻗어서 그녀의 다리 사이를 만지려는 듯 장난을 쳤다.

그렇게 잠시동안 서로를 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다 현만이 껴안고 놓아주지 않 자 오히려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그의 가슴에 기대어서 잠이 들었다.

'선배가 여자후배를 나에게 소개해준다고? 이미 나랑 이렇게 되어버렸으면서도?

혹시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내가 비밀을 말할까봐, 나에게도 애 인을 만들어주고 입막음을 하려는 것인가?'

현만은 잠시 보미의 제안에 대해서 고민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풍만하고 아름다운 가숨과 매끈한 허벅지를 만 지다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잠이 몰려와서 곧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늦은 아침에 현만이 눈을 떠 보니, 이미 보미 선배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였다.

"아... 정말 대단한 선배야...

현만은 어젯밤 보미 선배와의 일을 떠올리며 다시한번 기쁨에 잠겼다.

'역시 어른말 들어서 나쁠게 없다더니,엄마말 듣고 자취하고 나니까 계속 좋은 일만 생기잖아?

"게임 따위랑은 정말 비교가 안되는구나.."

현만이 혼자서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즐거운 일들을 감사하 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방문 너머로 복도 건너편에서 여러사람들이 무엇인가 재미난 일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 저쪽은 보미 선배 방 쪽인거 같은데??

현만은 조용히 문을열고 복도를 살폈다.

아닌게 아니라 보미 선배네 방의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그 안에서는 남녀의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는데 여러명의 목소리였다.

현만은 샤워장과 세탁실에 볼일이 있는 것처럼 이리 저리 돌 아다니는 척 하면서 보미 선배네 방의 안쪽을 살폈다.

방안에는 보미 선배와 그의 남자친구인 뿔테안경, 그리고 처음 보는 얼굴의 여자아이가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 었다.

현만은 자신과 보미 선배가 어제 어떤 일을 했는지도 모르는 채 아무생각없이 웃고 있는 뿔테안경을 보면서 왠지모를 우월 감을 느꼈다.

분명, 보미 선배와 잠자리를 갖기 전에는 그가 미워죽을만큼 시샘이 났었는데 말이다.

네 녀석은 아껴두고 있겠지만 어제 나는 선배의 입안에다 싸버렸다고. 하하하

현만이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느라 보미 선배의 방 앞 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고 있었나보다.

"현만아! 어서 들어와."

보미 선배가 그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면서 불렀다. "안녕하세요, 선배"

현만은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일어난거야? 어제 너무 늦게까지 게임이라도 한거야?"

보미 선배가 얼굴색도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짓궂게 굴었다.

"그러게요. 저도 통 뭘하느라 이제 일어난건지 모르겠어요."

현만이 그녀를 똑바로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의 이런 태도에 보미 선배는 잠시 당황한 듯 하였으나 이내 웃으면서 자신의 옆에 앉은 여학생을 소개해주었다.

"서로 인사해. 이쪽은 혜지야. 너랑 같은 일 학년이야. 혜지야. 이쪽은 현만이야. 같은 층에 저기 옆방에 살아.서로 친하게 지내면 되겠다."

보미 선배의 말에 현만과 혜지는 서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 서 인사를 나누었다.

한동안 네 사람은 연예인이나 영호卜, 오락프로그램 등에 대해서 웃고 떠들었는데 놀랍게도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참, 현만아. 우리 조금있다가 쇼핑하러 갈건데 같이 갈래?

뭐 이것 저것 사놓아야 개강하면 편할거 같은데 말이야."

보미 선배는 현만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물 묻고 있었는데, 무엇인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아.... 저 혜지라는 여자애가 소개해주겠다던 그 여자애로구나

현만이 눈치를 채고는 다시 한번 혜지를 바라보니 자신의 마 음에 들었다.

"아 그래요? 안그래도 조금 있다가 저도 뭐좀 사려고 했는데 정말 잘되었네요. 이런 우연이...하하"

순진한 그녀

개강전이라서 그런지 아직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사람들이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백화점과 곳곳의 상점들은 학생들을 위한 각종 할인행사를 하 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싸다고 홍보하는 편에 비해서 그다지 가격이 저렴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네사람은 이것 저것 옷가지를 구경했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중간중간 맛있는 것도 사먹으면서 여기 저기를 걸어다녔다.

보미 선배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앞서서 걸어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현만은 혜지와 뒤에서 따라가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면, 보미 선배와 뿔테안경은 한눈에 커플임을 알수 있고,현만과 혜지는 오늘 처음 소개 팅을 한 것이라 쉽게 짐작을 했을 정도였다.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나 좁은 복도를 지나갈 때는 어찔수 없 이 현만과 그녀는 몸을 조금 가까이 하기도 했는데,그럴때마

다 혜지의 몸에서 무엇인가 좋은 냄새가 나서 현만을 설레게 만들었다.

'보미 선배가... 여자 보는 눈이 있구나! 보통 여자가 소개해 주는 소개팅을 절대 하지 말라고 하던데...'

현만은 혜지와 함께 걸어다니며 옆이나 뒤에서 그녀를 조금씩 살펴보았다.

혜지는 보미 선배처럼 가슴사이즈 자체가 크진 않았지만 허리 가 가늘고 골반이 커서 오히려 비율적으로는 훨씬 섹시하게 보이는 몸이었다.

얼굴은 뽀얀 계란형에 턱선이 날카로웠다.

그리고 길다란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땋아서 내려서 풋풋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별로 크지 않은 두 눈은 촉촉한 물기로 젖어있고, 쌍가풀이 없는게 오히려 전체적으로 그녀의 얼굴에 잘 어울리고 있었다.

그런 혜지는 장난스럽게 웃는 것을 좋아했는데,그럴때마다 보 이는 하얀 치아와 두 볼의 보조개가 인상깊었다.

평범한 청바지에 반팔 기본 카라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전형 적인 대학교 신입생의 평범한 모습이었다.

'몸매가 좋아서 그런지 저렇게 평범한 옷을 입었는데도 너무 이쁜데?'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며 필요한 몇가지를 구매한 뒤에 네 사람은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들어갔다.

더운 날씨에 한참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시원한 카페에 들어오 니 다시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보미 선배는 현만과 혜지를 이어주기 위해서 쉬지도 않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자꾸 꺼냈다.

다 같이 웃고 떠드는 중에 현만은 혜지의 성격이 조용하고 내 성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말하는 중에 자주 웃고, 장난스런 표정을 짓기는 했다.

하지만 주로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고, 작은 유머에도 친절하게 웃어주고 있었다.

현만은 착해보이는 그녀를 보면서 보미 선배의 부탁과 반대로,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커피 다 마시고 요앞에 극장가서 영화한편 때릴까?" 보미 선배는 내친 김에 끝까지 지원을 해줄 생각인가보다. 처음만난 젊은 남녀가 친해질만한 모든 것을 그녀가 마련해주 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찬성하여, 그들은 곧바로 옆에 있는 영

화관으로 들어가 한동안 영화를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는 보미 선배랑 영화를 보다가 일이 벌어졌는데,왠지 느낌이 좋은걸..?'

어쩐일로 영화를 고를때는 다들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내세 워서 다소 진통이 일어났는데, 결과적으로 혜지가 현만의 선택 을 지지하는 바람에 현만이 고른 영화로 낙점되었다.

상영관 안쪽으로 들어가서 지정된 좌석으로 이동하는 중에 불 이 꺼져버렸다. 밖에서 떠드느라 영화가 시작되는 시간에 촉박 하게 온 것이다.

밝은 곳에 있다가 금세 불이 꺼지는 바람에 네 사람은 앞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내 손 좀 잡아줘!"

그때 보미 선배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 는 말을 하였는데, 이거 필시 현만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 다.

이미 사귀는 사이에 그녀가 먼저 잡아도 되는 것인데, 일부러 입 밖으로 말까지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현만은 아무말 없이 자신의 옆에 있던 혜지의 손을 잡고는 자 리를 찾아서 엉금 엉금 걸어갔다.

그에게 손을 잡힌 혜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져버렸는데, 상영관의 불이 꺼진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혜지는 올해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으로 줄곧 멀리 떨어

진 도시에서 자랐는데 거기에서도 여학교만 나온터라 남자를 만나기가 힘들었다.

당연히 이렇게 남자의 손을 잡아본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 손을 잡혔을 때 부끄러워서 가슴이 두근구든거렸는데. 조 금씩 지나면서 단단한 현만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복 잡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현만은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도 혜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남자와 관련된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알수 없 었던 혜지는 슬쩍 고개를 돌려서 현만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영화 스크린만 보고 있었는데 마 치 이렇게 하는게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처음 만난 사이에 이렇게 손을 꼭 잡고 영화를 보는 것이 꼭 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 학생들은 개방적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혜지도 현만이 별 뜻이 있어서 그러는게 아닐수도 있 다고 생각하고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영화가 끝이나고 상영관에 불이 켜지자,혜지는 보미 선배에게 손을 잡고 있는걸 들킬까봐 현만에게서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영관 밖으로 완전히 나올때까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안내를 했다.

현만과 혜지가 이렇게 미묘하게 감정선을 태우고 있을 때, 보

미 선배는 남자친구 팔짱을 끼고는 이리저리 매달리며 좋아 죽는 표정을 했다.

"나 기숙사로 들어갈 시간이 다 되가. 늦으면 벌점을 먹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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