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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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샵

혜지의 시야와 몸뚱이를 가득 감싸고 있던 육욕과 쾌릭이 점 차 희미해지고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했다.

그리고 또다시 무엇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병원에 누 워있는 자신과,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었다.

M혜...혜지야.. 정신이 들어?"

눈을 뜬 혜지를 바라보며, 그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엄마.. 여긴 어디야?"

혜지는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긴 어디야! 병원이지. 내가 누군지는 알아보겠어??"

"아.. 네.. 당연하죠....."

"그래.. 그만하길 천만다행이야. 혹시라도 더 무서운 일이라도 당했으면...."

"여... 여긴 정말.. 정말...."

혜지는 호텔에서의 부끄럽고 괴로웠던 악몽이 떠올랐는데 그나 마 자신이 이렇게 몸 성하게 살아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스스로 고통을 짊어지기로 했던 것인데... 그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란 말인가?

"당연히 살아있지. 그런데 꼬박 한 달은 병원에 누워있어야 할 것이야. 정말 이만하기가 천만다행이다.

혜지야.. 이번 일은 정말로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너는 잘못 한게 하나도 없어.

그냥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일어난 우연일 뿐이야..."

그녀는 혜지의 손을 꽉 붙잡고는 충격 받았을 딸을 걱정하며 위로해주고 있었다.

혜지는 엄마의 자상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쉼없이 홀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혜지는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자신을 범한 흑인들이 나누었던 말중에 무엇인가 수상한 내용이 있었음을 생각했지만 최음제 기운에 취해있던 터라 결국은 어차피 자신은 아무것도 판단 할 수 없다는 결론밖에 얻지 못했다.

육체적인 고통은 금세 아물었으나 그녀를 고통짓게 만드는 것 은 현만이 자신의 병실을 한번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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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 우리 그냥 해어져... 나는 순결한 여자가 좋아서 말이야 ... 여기저기 아무런 놈에게나 박혀버리는 애들은 취향이 아 니니까 이해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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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는 현만의 이름으로 온 메시지를 보면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며칠동안이나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했다.

믿었던 현만에게 당한 배신감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작 저정도의 남자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 고 살았던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처음에는 슬펐던 혜지의 마음은... 점차 증오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그 증오는 얼마되지 않아 애증이 되었고.. 나중에는 인 생을 달관한 승려처럼 오히려 홀가분해지고 말았다.

'그래,고작 그 정도인 놈이었던 거지... 그런 녀석에게 얽메 였던 나를 풀어준 수수료라고 생각하지 뭐..'

엄청난 일을 겪어서일까...

혜지는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범하고 당당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쿨하게 현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는 학교를 그만두고 는 다른 길몰 선택했다.

"이제 정말로 혜지를 괴롭히는 일은 없는 것이겠죠?"

현만은 희주에게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으면서 말했다. "그래. 나는 네 놈이랑은 달리 약속은 지킨다는걸 잊지마...

하지만 기억해둬... 언제라도 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이 밖 으로 세어나간다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그 동영상은 곧바로 인터넷에 풀리게 될 거라는걸..."

말을 마친 박희주 교수는 다시한번 현만을 서늘하게 노려보고 는 몸을 돌려 떠났다.

현만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자신이 아니라 혜지를 위해서였다.

자신이 박희주 교수를 능욕할때는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자신이 고통을 받는 것은 괜찮았다. 감옥을 가는 것도 상관없 었다.

하지만.. 이미 육체적으로 강간을 당하며 충격을 받은 혜지의 인생까지 날려버리게 할 수는 없었다.

새하얀 피부의 글래머러스한 소녀가 세명의 흑인에게 강간을 당하는 동영상이 풀리게 된다면 혜지는 정상적인 삶을 살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겪은 충격도 충격이지만 여기에서 멈추어야만 했다.

그래서 현만은 혜지를 위해서 그녀를 떠난 것이다.

다행인 것은 박희주 교수는 의외로 더 현만을 괴롭히지는 않 았는데, 자신이 사람을 고용해서 혜지를 범하게 만들었던 것도

결국에는 올바른 일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커리어에 그 일이 알려지게 될까 봐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현만은 혜지가 떠나고도 몇 달을 폐인처럼 지내면서 한 학기 룰 통째로 날려먹고 말았다.

현만이 죄책감을 어느정도 벗어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 어 학교앞으로 돌아갔을때는 이미 개강을 하고 며칠이 지난 후였다.

그는 부라부랴 짐을 갖고 다시 하숙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와.. 엄청나게 오랜만인 것 같네.."

현만은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기분 이 새로웠다.

지난 2학기 때 자취를 하면서 쌓은 많은 추억이 생각이 났다.

개강에 한 일주일가량을 늦기는 했으나, 개강하고 한 달까지는 수강 신청을 정정할 수 있었기에 이번에는 성실히 학교에 다 니리라 다짐을 하고 있었다.

얼핏 듣기로는 혜지는 다른 학교로 편입을 위해서 열심히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혜지의 인생을 멀리서 응원하고.. 남은 대학생활은 여 자를 멀리하고 공부에 열중해야겠다.'

현만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물론, 스스로도 얼마나 오래갈지는 확신을 하지 못했다.

3월의 대학가는 아직도 상당히 추웠다.

마침 주말이라 침대에 누워서 어떤 과목을 수강할까 고민을 하는 그의 눈에 자신의 엉클어진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급하게 오느라 머리 꼴이 말이 아니잖아!"

현만은 머리부터 깎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밖에는 약간의 봄비가 내리고 있어 더욱 쌀쌀했다.

현만은 본래 학교 정문 앞에 자주 가는 미용실이 있었는데, 오늘 같은 날씨에 거기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귀찮다고 생각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스마트폰울 꺼내서 근처에 영업하는 미 용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주말은 미용실의 황금시간이긴 하지만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직 문을 연 미용실이 별로 없었다.

"어, 여기도 미용실이 있었나?"

현만이 자취하는 빌라 건물 뒤쪽으로 내려가는 골목길 끝에 있는 미용실을 하나 찾아냈다.

그는 서둘러 낡은 우산을 하나 들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리저리 좁은 골목길을 걸어간 끝에 작은 간판이 걸려있는 미용실을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현만이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미용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 다.

'뭐야,문은 열려있기는 하는데 아직 영업시간이 안된 건가?’

그가 미용실 바닥을 바라보았는데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게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오늘 처음 온 손님이라는 뜻일까?

"혹시 안 계시나요?"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하던 현만이 안쪽을 향해서 소리쳤다. "아, 잠시만요."

미용실 안쪽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하얀 피부의 여인이 나오 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커트 하시게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여인은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현만을 대했는데, 자연스레 현만 은 그녀에게 호감물 느끼게 되었다.

그녀가 안쪽에서 조심스럽게 유아용 바운서를 하나 꺼내어 밖 으로 내어놓았는데, 안에는 아주 작은 아기가 누워서 잠을 자 고 있었다.

"와,정말 귀엽네요."

현만이 아기의 귀여운 얼굴에 정신이 팔려버렸다.

"몇 살이에요?"

"이제 6개월이에요."

미용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남자친구와 곧 결혼할 예정인데, 그 사람의 형네 아기예요. 시어머니 될 분이 돌봐주고 계시는데 오전에 일이 있으셔서 잠깐 나가셨어요."

그녀는 아주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조금도 귀찮은 표정 이 없이 잠을 자는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밑에 깔린 유아용 이불을 이리저리 만져주면서 말했다.

"한시간 정도 있으면 시어머니가 오셔서 찾아간다고 하긴 하 셨는데, 커트 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거예요. 이쪽으로 앉으시 죠."

"별말씀을요 아기가 너무 귀엽네요."

현만이 세 개의 의자 중에 가운데에 앉으면서 말했다. "머리는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미용사가 물었다.

조금 짧게 잘라주세요. 기분 전환을 좀 하고 싶거든요.

그녀는 현만에게 이런저런 스타일에 관해서 물어본 후에 고무 조끼와 천으로 된 가운을 갖고 와서 현만에게 입히고는 스프 레이로 그의 머리에 물을 뿌렸다.

그리고는 가볍게 머리 옆쪽부터 커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머리를 자를 때 손님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현만도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자의 말 대로라면 곧 결혼한다고 했는데, 기껏해야 20대 초 반으로 보였는데 현만과 비슷한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넓고 큰 니트처럼 생긴 셔츠를 입고 소매는 팔꿈치까 지 걷고 있었는데, 하의는 심플한 횐색의 스커트를 입고 있었 다.

스커트는 조금 짧은 편이라 그녀의 상의 니트에 거의 가려져 있어서 얼핏 보면 치마를 안 입은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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