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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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현만은 다음날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는 학과 사무실로 가서 수강 신청을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과 사무실의 직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아니,지금 다 기간이 끝난 후인데 지금 와서 이러면 어떻게

"지금 좋은 강의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분명히 자기가 새롭게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기 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현만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병원진단서를 보여주고 결 국에는 추가신청 자격을 얻어냈다.

학교 전산실에서 특별히 발급된 아이디로 수강 신청을 했는데 전공과목의 경우는 어차피 제한이 없어서 무리가 없었는데, 교양과목은 공석이 없어서 신청하기가 애매했다.

교양과목의 특성상 듣고 싶은 과목은 별로 없었으나, 전공과목 과의 스케줄이 가장 중요했다.

너무 일찍이거나, 너무 늦게 끝나거나..

금요일과 목요일 수업은 또 예의상 걸러주어야 했다..

한참을 뒤진 끝에서야 몇가지 교양과목을 겨우 신청하고 학점 제한기준을 맞출 수 있었다.

"휴, 이게 시험을 치는 것보다 더 힘들구나."

현만은 한숨을 내쉬고는 컴퓨터실에서 나와 학교 앞 게임방으 로 가기 위해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그가 컴퓨터실에서 나오자 마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새로 수업 신청한 학생이시죠? AA과목 담당 교수 입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늦게 신청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개인적 인 사정이 있어서 휴학을 좀 오래 해서요."

"괜찮습니다. 마침 잘 되었어요. 우리 과목은 3인 1조로 조별 과제를 진행하는데 지금 1명이 모자라던 참이었어요.

문자로 번호를 찍어줄 테니까 팀원들이랑 만나서 한 학기 동 안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세요."

교수는 현만에게 인원 부족으로 2명으로 구성해놓은 조원들의 연락처를 보내주었다.

"이런,조별과제라니... 이런 거는 딱 질색인데 말이야.

그래서 아직도 자리가 남아있었던 건가...?"

현만은 짜증이 났다.

공부를 안해서 학점이 잘 안 나오더라도 혼자서 공부하고, 혼 자서 시험을 치는 게 훨씬 좋았다.

최소한 학점이 안 나와도 자신의 탓이니 말이다.

그러나 조별과제의 경우는 달랐다.

자기 혼자서 잘한다고 해도, 다른 조원이 도와주지 않으면 고 생만 하고 학점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무임승차하는 사람들 간의 형평 성 문제도 항상 일어나는 방식이다.

"흥, 사회주의가 몰락한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라는데 아직도 조별과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가 있단 말이야?"

현만은 다시 한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나, 자신은 선택권이 없었다.

수강정정기간이 따로 주어지려면 아직 3주의 시간이 남아있었 다.

그리고 정정을 해보아도 이미 수업을 한 달이나 앞서서 들은 학생들을 자신이 쫓아간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래,뭐 차라리 아직 조원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 는 수업이 더 나을 수도 있겠지...."

현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고서는 조원들 중에 위쪽에 위치한 학생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수업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알게 되었는데요.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잘 부탁드릴게요. 진행된 내용 있으면 많이 좀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박인혜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저는 신입생이니까 선배님이라고 부를게요."

신입생이라는 그녀는 싹싹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는데 현만은 발랄한 그녀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았다.

이야기를 조금 나누어보니, 그녀는 현만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

"참, 선배님! 혹시 괜찮으시면 학교 구경 좀 시켜주시면 안될 까요? 제가 일주일 정도 다니기는 했는데 어차피 수강 중인 과목의 강의실 말고는 제대로 다닌 곳이 없어서요.

혹시 시간이 되시겠어요?"

"지금이요?"

현만이 시간을 확인하며 다시 물었다. 오늘은 수업이 없어서 게임방에 가서 시간을 때우려던 참이었다.

"네, 혹시 안되세요? 수업이나 다른 일정 있으시면 괜찮아요. 저 혼자 다녀보아도 될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현만이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학교 앞 정문에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만나기로 약 속했다.

현만이 부지런히 걸어서 패스트푸드점 입구에서 기다렸는데 아 직 오지 않았는지 아무도 없었다.

"뭐야,후배가 빠져서는..."

혼자 투덜거린 현만은 가게 앞의 벤치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하면서 기다렸다.

"안녕!"

그때, 현만의 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하며 나타났다.

현만이 고개를 돌려서 뒤를 바라보니 한 여자가 빙그레 웃으 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손에는 작은 가방을 들고, 매끈한 몸매를 뽐내며 맵시 있는 패션이 돋보이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박인혜...? 후배님......?_’

현만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분명 후배라고 들었는데 조금전 자신을 향해서 반말을 한 것 같은데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하하! 정말 몰라보는 거야?1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현만은 그녀의 말에 멍해졌다.

그녀가 이렇게 그에게 말하는 것을 보았을 때,그녀는 분명 자신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현만이 곰곰이 생각을 거듭하여 그녀를 기억하려고 노력했는데 왠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 소녀는 한참 동안 자신을 알아내려고 생각하고 있는 현만 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끝까지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얼굴에 실망한 표정을 드러냈 다.

"뭐야,이 멍청이야! 나 신혜야 신혜...!"

그녀의 말을 듣자 현만은 단번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신혜는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때 내리 현만과 짝꿍이었던 여자애다.

그때는 남녀가 하나의 책상을 같이 썼는데,대부분이 그렇듯이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책상 한 가운데 선을 그어놓고 사용하기가 일쑤였다.

남학생이든,여학생이든 그 선을 넘기만 하면 그날은 전쟁인 것이다.

그녀는 6학년이 되면서부터 신체가 급격히 발육하기 시작했는 데,또래의 다른 여학생보다 훨씬 빠르고 급격히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남학생들의 웃음거리가 되곤 했는데, 현만은 그때 아주 장난꾸러기였기에 다른 애들보다 더 심하게 그녀에게 장 난을 치곤 했다.

한번은 또래 친구들이 다 보고 있는 중에 일부러 그녀의 막 피어오르고 있는 가슴을 세 개 때린 적도 있었는데 갓 망울이 지고 있던 그녀는 고통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사건은 막 사춘기에 접어든 그녀에게는 커다란 상 처가 되고 말았다.

그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신의 짝궁인 현만과 한마 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자연스레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해서 현만은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여기까지라면 초등학교 때 흔히들 겪는 일인지라 현만이 그녀 를 절대로 기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만이 그녀의 이름을 듣고 단번에 기억해낸 것은 다 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 신혜는 현만의 첫 키스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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