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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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들

다음 날,여행지의 날씨는 아주 화창했다.

바닷가로 놀러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현만아, 괜찮겠니?"

인혜가 걱정스런 얼굴로 다시 물었다.

"괜찮아. 이제는 열도 많이 내렸는데 뭘 그래. 방안에만 누워 있는게 더 몸을 아프게 한다니깐..."

현만이 애써 씩씩한 듯 웃고 있었지만 얼굴이 그렇게 밝아보 이지는 않았다.

"정말이야? 정말 괜찮은거야?"

"진짜야. 치료받고 잠을 푹 잤던 몸이 확실히 좋아졌어."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야. 계속해서 컨디션이 나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

"모처럼 놀러왔는데 너한테 걱정만 끼치고 있었네. 정말 미안 해."

"아니야. 그렇게 생각안해도 돼"

손사래를 치던 인혜는 바닷가에 놀러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 러 갔다.

사실 현만은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었다.

병원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최소 며칠은 쉬어야 했다.

어제 죽을뻔했던 상태보다는 나아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도 미열과 진땀이 조금 흐르고,배가 이따금 쓰려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방에 누워있을수는 없었다.

여행 스케줄상 오늘은 인혜와 바다를 거닐면서 백사장에 몸을 누이고 일광욕을 하는 날이었다.

인혜의 벌거벗은 신체 구석구석을 맘껏 즐긴 현만이었지만 바 닷가에서 분위기 좋게 새로운 설레임울 느끼고 싶었다.

"현만! 정말 괜찮을까? 너무 과감하지 않은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인혜가 밖으로 나와서 현만을 바라보면 서 쑥스럽게 말했다.

"와우.."

현만은 진심으로 놀란 듯했다.

이미 사권지 오래되었고, 침대에서 발가벗고 뒹굴기도 셀수없 었지만 여행지에서 저렇게 수영복으로 차려입은 인혜를 보고 있으니 마치 다른 여자를 본 것 같았다.

인혜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욱 육감적으로 느 껴 졌다.

"이야..이게 누구야.. 정말 인혜 맞니?"

현만이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인혜는 다소 부끄러움 이 사라졌는지 이제 완전히 방에서 나와서는 거실의 커다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멋진 가슴과 잘록한 허리,육감적인 골반이 현만의 눈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더군다나 인혜의 뽀얀 피부는 어두운 색상의 비키니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다소 작은 듯한 비키니로 그녀의 부드럽고 새하얀 피부가 더 욱 부각되고 있었다.

인혜의 보드라운 젖가슴의 옆쪽과 엉덩이 밑쪽이 얇은 비키니 를 살짝 삐져나와있는게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비키니가 부끄러운지 박스형 티셔츠를 위에 걸치고는 현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바닷가에는 아직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한적한 바다를 한동안 즐기며 오랜만의 즐거움을 느꼈다.

"우와, 정말 이쁘다."

갑자기 뒤에서 감탄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려는 듯,타이밍도 절묘했다.

현만이 뒤를 돌아보고는 안색을 찌푸렸다.

3,4미터 뒤에서 티셔츠와 반바지 따위를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정호 녀석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이런 악연이...'

현만이 속으로 내심 불쾌감을 느끼면서 인혜의 안색을 살폈는 데 놀랍게도 그녀는 현만과는 달리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저 녀석들이 와서 기분이 좋은 건가? 아마도 어제 무척이나 즐거웠던 모양이지...?'

현만은 내심 속으로 묘한 질투심이 생기는 걸 느꼈다.

"인혜야, 잘 잤어? 근데 현만은 이제 좀 괜찮아? 너무 무리하 는거 아니야?"

녀석들은 잘도 남의 커플사이에 참견하려고 했다.

남이야 나오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어제 고마운 일도 하니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어제 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어. 고마웠어"

"그렇지? 하하. 정말 너 어제 우리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누 워있어야 했을걸?"

녀석들이 장난스레 웃으면서 생색을 내고 있었는데 진심인지

농담인지 경계가 애매했다.

"와, 그런데 정말 인혜는 수영복이 잘 어울린다."

정호 옆에 있던 민한이 녀석이 인혜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말 했다.

"정말이네. 완전 예쁘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녀석들이 이제는 인혜의 몸 전체를 살피 고 있었다.

"정말이야?"

인혜도 조금은 부고러운 듯 하지만 싫은 내색은 아니었다.

"그래, 정밀이고 말고. 한영이 녀석 얼굴이 완전 빨개졌잖아, 하하"

"아, 아니야. 그냥 오늘 햇볕이 따가워서 그런거야."

"박한영, 이새끼 혹시 인혜 비키니 보고 흥분한거 아니냐?"

"당연하지, 인혜처럼 이쁜 애가 이렇게 비키니까지 과감하게 입었는데 누가 흥분하지 않겠냐."

한영이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호에게 소리를 질렀다.

녀석들의 태도는 묘했는데 인혜를 칭찬하는 듯하면서도,그 안 에는 무엇인가 희롱의 의미도담겨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인혜는 즐거운 얼굴로 약간 얼굴이 붉어졌을뿐,전혀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순진한 편인 그녀는 자신을 칭찬하고,조금 놀리려나 하고 생 각할 것이었다.

물론 현만은 인혜와는 다르게 녀석들의 수작을 짐작하고 있었 지만 젊은 녀석들끼리 으레 할 법한 장난이었기에 화를 내기 도 애매했다.

파도가 조금 높았지만 오히려 그편이 더 즐거웠다.

적당히 수영을 즐기기에도 좋으면서 가만히 있을때는 몸을 이 리저리 흔들어주었다.

현만은 예전에 집앞 헬스클럽에서 수영을 배우면서 몸을 섞었 던 그녀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때 배운게 그래도 조금은 먹히잖아? 하하'

조금전까지 정호녀석들에게 들었던 불쾌한 감정이나, 좋지 않 았던 몸상태도 깨끗한 바닷물에 뭄을 담그고 파도를 즐기다 보니 즐거운 기분만 들었다.

"너무 좋다."

인혜는 커다란 핑크색 튜브를 타고는 어린이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영은 전혀 못하는 것 같았고, 단지 파도에 몸을 둥 둥 띄우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현만도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 낮은 곳에서 인혜의 튜브 룰 끌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놀고 있었다.

"인혜, 그런데서 놀면 재미없어. 저기 조금 깊어보이는데로 같 이 가자. 우리가 도와줄게."

녀석들은 현만과 인혜가 조금이라도 재밌어하는 꼴을 보지 못 하는 듯 했다.

"저기? 너무 먼 거 아니야?"

인혜가 녀석들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말했다.

"한영이가 사실 수영 선수거든. 예전부터 날렸다니깐 하하. 너 는 그냥 튜브에 타고만 있으면 될거야."

"그래, 저쪽에는 커다란 바위도 있으니, 저기 앉아서 놀아도 재밌을 것 같아."

한영이가 자신있게 말하고는 현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인혜의 튜브를 잡고 바위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현만아, 너도 같이 가자."

백정호와 여민한도 한영이의 뒤를 쫒아서 헤엄치기 시작했다.

현만은 헬스클럽에서 수영을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수영보다

는 다른 짓(?)을 하느라 그리 자랑할 실력은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몸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녀석들을 따라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와, 정말 빠르다. 마치 배를 타고 가는 것 같아."

인혜가 자신의 튜브를 잡고 끌고가는 한영이를 칭찬하는 모습 을 보고는 현만도 마음을 굳히고 같이 헤엄쳐서 따라가기 시 작했다.

"그것봐 인혜야. 한영이 녀석은 정말 선수라니까. 구청 대회에 서 상도 여러번 탔어.’'

녀석들은 헤엄을 치면서도 제법 여유롭게 말하고 있었다.

인혜는 녀석들과 즐겁게 떠들면서 가끔 뒤를 돌아보면서 현만 을 살폈다.

"현만아 괜찮아? 갈수 있겠어?"

그녀가 물어볼때마다 현만은 안간힘을 쓰면서 따라갔다.

아직까지는 몸에 무리도 없고,바닷물에 어느정도 부력이 있어 서인지 수영장에서보다 훨씬 수월했다.

목표로한 바위까지도 절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한영이는 인혜의 튜브를 끌고도 제일 먼저 앞서있었는데 거의 바위에 도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녀석들도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었는데,현만 이만 20여미터 뒤에서 느리고 쫒아가고 있었다.

"현만,어서와! 조금더 힘을 내야지 하하"

정호 녀석이 바위에 올라가서는 현만을 보면서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자 현만은 기분이 나빠지며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천천히 가던 페이스를 을리려고 팔과 다리에 더욱 힘 을 주기 시작했다.

휘 청...

느리게나마 잘 가고 있던 현만의 몸이 조금씩 휘청이기 시작 했다.

애초에 수영을 잘하는 편이 아니고, 몸 상태도 별로였지만 힘 을 빼고 무리하지 않았기에 잘 가고 있었다.

그런데 빨리 가려고 서두르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고,얼마 되지 않은 수영실력은 한번 튀틀어진 몸의 밸런스를 회복하기 에는 역부족이었다.

거기다가 갑자기 제법 높은 파도가 현만의 옆에서 그를 떠밀 고 있었다.

현만이 팔을 휘두르며 숨을 쉬기 위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 는데, 마침 그 타이밍에 파도가 그를 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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