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친구의 아들에게 빠져들다 (1)
친구의 아들에게 빠져들다 (1)
내 이름은 최윤아.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 47살. 하지만 독신이다. 쉰이 가까운 나이지만,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미혼이다.
요즘은 다들 늦게 결혼하는 추세지만, 쉰이 멀지 않은 나는 마음속으로 거의 결혼은 단념한 상태였다. 폐경기를 맞은 나이에, 이제와서 결혼할 생각 따윈 없었다.
나 역시 나름대로 30대 중반까지는 제법 인기가 있어서 남자 친구도 많았고, 섹스도 남들만큼은 했다. 아니 솔직히 남들보다 더 실컷 섹스를 즐겼다.
하지만 사랑과 결혼보다는 일을 더 우선시하고 일에 시간을 쏟아부었던 나는, 30대가 다 지나갈 때까지, 그 많던 남자 친구들 중 누구도 "아내"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40대에 접어들자, 내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남자들이 사라져 갔다.
시간을 쏟아부어 정열적으로 일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하는 일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었고, 지금은 남 부럽지 않은 수입을 얻고 있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타워 팰리스에서 독신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즐길 만한 충분한 돈과 여유가 있는 독립적인 생활..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단 한 가지, 내가 혼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 * *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 시절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 진희를 만났다.
진희는 일찍 결혼해서, 다 자란 아이들이 둘이나 있었다. 딸과 아들을 사이좋게 한 명씩 낳았는데, 딸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동생인 아들도 작년에 성인식을 맞아 어른으로 자라 있었다.
딸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눈치로, 곧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눈치였다. 여자로서 행복하고 순조로운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것였다.
"윤아야. 나도 할머니가 될 날이 멀지 않았어. 믿겨지니? 내가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진희는 연애로 사귄 자상한 남자와 결혼해, 첫딸을 임신한 걸 계기로 다니던 좋은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지금껏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결혼 대신 커리어를 쌓으며 일에 몰두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나와 진희지만 우리의 우정은 그 뒤로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았다. 나도 진희도 서로의 삶이 더 좋다는 불평을 늘어놓는 일은 없었다.
* * *
오늘밤은 평소 내가 자주 이용하는 단골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로 진희와 약속이 되어 있었다.
이미 아이들도 다 자란 탓인지, 진희의 남편은 아내의 외출에 너그러운 편이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입맛을 돋구기 위해 식전주(Aperitif)로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인 쉐리(Sherry)를 시켜 마시면서 메뉴를 살펴보고 있자, 진동으로 해 놓은 듯 진희의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냈다.
"응?"
"진희야, 네 전화 아니야? 어서 받아."
"뭐? 나?"
진희가 의자 등에 걸쳐 놓았던 샤넬 백을 뒤적거렸다.
"아, 아들 전화네. 여보세요?"
주위의 이목을 신경 쓰는 듯, 진희가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뭐, 정말? 아빠도 누나도 없다고? 큰일이네. 어떡하지? 나 지금 강남인데. 뭐? 그럼 그럴래? 그래 알았어. 그럼 카톡으로 주소 보낼게."
"진희야, 누구 전화? 무슨 일인데 주소를 보내."
메뉴를 덮으면서 나는 진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진희는 쉐리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응. 우리 아들. 집 열쇠를 깜빡 잊고 외출했던 모양이야. 그런데 지금 집에 아무도 없는 모양이네. 집에서 여기까지 그리 멀지 않으니까. 여기로 열쇠 가지로 온데. 가게 이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거야."
"어머, 그러고 보니, 산호 얼굴 본지도 정말 오래 됐네. 중학교 때 보고 못 봤으니까, 5~6년은 된 것 같은데."
"어머, 벌써 그렇게 되니? 아마 얼굴 보면 못 알아 볼 걸. 후후. 껑충하게 크만 컸지, 하는 짓은 아직 아이라니까. 얼마나 내 속을 썩히는데."
"지금 대학생이지 않니?"
"그래 S 대학 경제학부야."
"어머, 정말? 최고 명문이잖아. 어렸을 때부터 예쁘장하게 생겨서 여자 애들한테 인기 많았잖아? 머리까지 좋은 줄은 몰랐어."
"그래. 중고등학교 때부터 여자 애들한테 인기가 많긴 했어."
"지금 사귀는 여자 애는 없데? 여자들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 같은데."
진희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몰라. 자기 입으로 말을 안 하니까. 여자친구라고 집에 데려온 적도 없고."
"그래..."
곧 테이블 위에 요리가 나오자, 우리는 옛추억을 더듬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어머, 요리가 정말 맛있다. 애."
"괜찮지? 나도 입맛이 제법 까다로운 편인데, 여기 요리는 내 입에 딱 맞거든. 프랑스에서 미셸랑 별 2개 짜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그만둔 프랑스인 셰프가 직접 하는 가게거든. "
"어쩐지. 정말 맛있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우리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커리어 우먼인 나와는 달리 전업 주부라 돈에 대한 관념이 같을 수는 없었지만, 진희의 남편은 회사에서 진급이 빨라, 진희 역시 경제적으로 그리 궁한 눈치는 아니었다.
'상냥한 남편에 예쁜 딸과 아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유복한 가정...진희 같은 인생도 나쁘지 않을 거야.'
나는 처음으로 진희의 삶이 조금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결혼이라니..이미 늦었어...'
* * *
"아."
입으로 화이트 와인을 가져가던 진희의 손이 멈추었다. 그리고 가게 입구를 향해, 손을 쳐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산호가 왔나 보네.'
고개를 뒤로 돌려, 문 쪽을 쳐다본 순간, 나는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입구에서 이쪽 테이블을 향해 걸어 오는 아름다운 윤곽에 나는 눈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훤칠한 키에 허리를 곧게 펴고, 쓸데 없는 움직임 하나 없는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로 진희의 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샤방샤방 춤을 추고 있었다.
"찾는데 힘들지 않았어?"
진희는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얼굴이 되어,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금방 찾았어. 이 근처에 가끔 오니까."
산호가 나를 보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산호야 기억나니? 옛날 너랑 자주 놀아 줬던 내 친구 윤아."
"응. 초등학교 때는 가끔 함께 바다에 놀러가고 그랬잖아. 기억 나. 누나가 나를 많이 귀여워해 줬으니까."
산호가 곱상한 얼굴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우아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친구 아들인 산호에게 말을 걸었다.
"산호야 미안, 오늘은 엄마를 좀 빌릴게."
"하하하, 상관 없어요.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니 더 자주 엄마를 빌려 가세요. 그럼 전 좋거든요."
"안 돼. 내가 그렇게 자주 집을 비우면, 산호 너, 여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와서 응큼한 짓 할려고 그러지?"
"네?! 엄마...누나 앞에서."
"흥. 엄마를 만만하게 보지마.
누가 봐도, 사이 좋은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었다. 진희는 농담을 하면서도 여전히 자상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마실래?"
나는 이 예쁜 자지를 좀 더 살펴보고 싶어, 은근히 동석을 권했다.
"어머, 윤아야 안 돼. 아들이랑 마실려고 일부러 외출한 거 아니거든. 아들이랑 무슨 맛으로 와인을 마시니. 오늘은 너랑 오붓하게 수다 떨면서 마시고 싶어."
진희는 산호를 쳐다보며, 열쇠 받으면 곧장 돌아가라는 듯한 눈짓을 주었다.
"네. 네. 어마마마. 열쇠 받으면, 소인은 그길로 물러나겠습니다."
"산호 너, 엄마한테 또 까분다."
진희가 가방 속을 부스럭거리며 열쇠를 찾아 산호에게 내밀었다. 산호가 찡긋 달콤한 윙크를 날리며 열쇠를 낚아챘다.
"저 한 모금 마셔도 돼죠? 누나."
산호가 내가 입술을 대었던 포도주 잔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아직 붉은 립스틱 자국이 남아 있는 와인 글라스를 슬쩍 잡아채면서, 와인잔을 돌려서 립스틱이 묻어 있는 곳에 입을 대고 와인을 홀짝거렸다.
'어머, 애 좀 봐..내가 입을 댄 곳에 일부러...'
"응, 좋은 와인이에요. 윤아 씨."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었다.
'윤아 씨? 어머, 이 아이 좀 봐. 지금 나를 놀리고 있는 거니?'
나는 47살의 숙녀답게 여유를 보이며, 빙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마음은 마치 수줍은 소녀처럼 설레였다.
* * *
산호에게 전화가 온 건, 그로부터 1주일 뒤였다.
그날은 늦게까지 진희와 술을 마셨지만, 대리를 불러 진희가 돌아간 뒤에도 좀 더 마시고 싶어서 집에서 혼자 마시고 있었다.
진희의 꽃미남 아들을 안주삼아.
진희의 아들은 어딘지 모르게 내가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아이를 닮았다.
나는 여고생 때부터 키가 크고 마초 같은 스포츠 소년 같은 타입에게는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 연약해 보이면서도 선이 가는 곱상하면서 소악마적인 매력을 지닌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나 역시 보통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포츠 맨 타입의 남자들과도 여러 명 사귄 적이 있었다. 왜 여자들이 그런 남자들을 좋아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결혼 상대로 선택하는 것은 자신들이 지켜주고 싶은 평범하고 고분고분한 타입의 여자였다. 뭐랄까 쉽게 얘기해 나랑 정반대의 타입을 그들은 자신의 배우자로 선택했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가냘프고 선이 가늘고 곱상한, 소악마처럼 짓궂어 보이는 남자를 본 것이다. 오랜만에 여자로서 가슴이 설레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오랫만에 찾은 이상적인 남자가 친구의 아들이라니...
나는 조금 더 술을 마신 뒤, 응큼하게도 친구 아들을 자위의 반찬으로 삼아 므훗한 망상을 하면서 달뜬 몸을 달랬다.
* * *
모르는 번호라 나는 조금 주저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최윤아입니다."
"여~ 지금 뭐해요, 윤아 씨."
귀에 달콤하게 스며드는 기분 좋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전혀 거리낌 없이 밀어붙이는, 둘 사이의 거리를 단번에 좁혀 버리는 시원시원하고 허물 없는 말투였다.
"...산호니?"
"넵, 단번에 알아보시네요. 네, 진희님의 아들 이산호입니다."
"...엄마 휴대폰 보고 전화한 거니?"
"엄마는 그냥 아무데나 휴대폰을 방치해 놓거든요. 비밀번호도 설정 안 해 놓고...우리 엄마는 바람 같은 건 절대 못 피울거에요. 조심성이 없어서."
전화기 너머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어디일까? 길거리 같은데."
"왜 전화 한거니?"
"처음엔 카톡으로 연락할까 생각했는데..그만,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거든요."
"…산호 너, 지금 나를 놀리는 거니?"
아무리 친구 아들이라고 해도, 너무 거리낌 없는 말투로 아줌마를 놀리자, 나는 조금 화가 치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산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진지한 톤으로 바뀌었다.
"지금 만날 수 없어요? 차나 한잔 해요. 벌써 잠자리에 든 건 아니죠?"
'왜? 왜 내가 너랑 차를 마셔야 하니?'
하지만 나는 문득 산호와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그 시원시원한 자세로 걷는 산호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다.
"좋아. 난 상관 없어."
* * *
그렇게 친구인 진희의 아들과 통화를 한 것이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산호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타워 팰리스의 거실에서 내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창가 턱에 앉은 나는, 다리를 M자로 음란하게 벌린 채, 무릎과 무릎 사이에 있는 산호의 머리를 잡고 있었다.
곱상하고 선이 가는 산호가 얼굴을 내 살틈에 묻고, 끈적끈적하게 열심히 개처럼 내 보지를 혀로 핥고 있었다.
* * *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에 산호는 정각에 모습을 나타났다.
허리를 곧게 펴고, 미끄러지듯 아름답게 걷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나는 뜨겁게 욕정했다.
그리고, 산호 역시 내게 욕정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