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내가 악녀 (9)
내가 악녀 (9)
"송이는 제 약혼자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멜빌의 노기어린 목소리
"아무리 저하라고 해도 남의 아내를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멜빌. 난 네 아내를 빼앗겠다고 말한 적 없다. 너무 앞서가지 마."
멜빌은 톤을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노기가 서린 목소리였다.
'아무리 멜빌이 왕족이라도, 왕세자에게 저렇게 목소리를 높여도 될까? 걱정 돼.'
"멜빌, 무례한 소리는 한번까지야. 저하 앞에서 말을 삼가해."
옆에서 듣고 있던 첫째 남편 드니가 엄한 목소리로 멜빌을 타이른다.
"하지만 전 도저히 수궁할 수 없습니다. 드니님."
'드니의 말이 통하지 않아.'
"멜빌, 나도 너만큼 저하의 말씀을 듣고 싶다. 그러니까, 너무 나서지 마."
'역시 드니가 멜빌보다는 조금 더 어른스럽네.'
곧이어, 알현실에 다른 왕자들이 차례차례 들어오자, 멜빌이 저벅저벅 나에게로 다가왔다.
"송이, 불안한 표정 짓지 마. 무서워할 필요 없다. 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테니까. 절대 빼앗기지 않아!"
"아니…난 괜찮아."
'우르르 몰려와서, 조금 무섭긴 해.'
"걱정할 필요 없다. 아내를 지키는 건 남편의 기쁨이자 의무니까."
'지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알 것 같아. 드니나 멜빌에게 다른 남자는 모두 나를 빼앗으려는 '적'인 거야.'
멜빌의 표정은 진지하다.
'내가 셋째 남편으로 맡아들인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새 남편이 첫째 남편이 되는 건 원치 않는다는 뜻일까?'
드니의 얼굴을 힐끔 보았다. 첫째 남편의 표정 역시 더 없이 진지하다.
'엘라시아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결투'가 허용된 나라가 아닐까?'
"그녀가 어제, 알몸으로 너희들 앞에 나타난 여자란 말이지?"
"디아노 저하, 이쪽은 저와 멜빌를 약혼자로 맞이한 송이입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녀를 부르기 전에 이미 들었으니까."
두 남편들의 얼굴에 지금껏 본 적이 없었던 긴장감이 감돈다.
'싫다. 나까지 떨리잖아.'
'설마 내 남편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겠지? 왕세자의 아내면 왕세자비잖아. 그러면...'
나는 내 앞에 있는 왕자들을 물끄러미 살펴보았다.
'아무리 음란한 세계라도 해도, 왕세자비가 마음대로 남편을 늘릴 수는 없을거야. 안 돼! 난 적어도 남편 다섯은 필요하단 말야!'
'두 명의 왕자는 스무살은 넘어 보여. 나랑 비슷하거나 조금 연상일 거야.'
'하지만 왕세자는 멜빌을 닮아서, 나이를 종잡을 수가 없어.'
왼쪽에 서 있는 왕자는 정말 미술실의 석고상처럼 섬세한 얼굴이다. 피부색도 희고 고와서, 중성적인 인상이 풍긴다. 화장하면,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미인일 것 같은데.
오른쪽의 왕자는조금 야성미가 풍기는 마초풍의 미남.
왕세자 저하는 멜빌만큼 소년티가 남아 있는 귀여운 인상.
'아니, 사람은 겉으로는 성격을 알 수 없다. 성적인 취향이나 성격이 더러울지 누가 알아.'
알현실에는 여전히 무거운 공기가 떠돌고 있다.
* * *
"멜빌, 여긴 어디야?"
"영빈실이야. 타국의 왕족이나 귀족 같은 내빈과 국내의 귀족을 맞는 곳."
영빈실에는 호화로운 응접 세트가 놓여 있었다.
호위를 위해 시종하고 있는 근위 기사들은 여전히 근엄한 표정으로 문 양쪽에 서 있다.
소파 비슷한 의자에 왕세자가 앉아, 내게 맞은 편 자리를 권한다.
멜빌와 드니는 앉지 않고, 내 뒤에 서 있다.
"드니, 멜빌 내 옆에 앉아. 공간 많은데."
드니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왕세자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앉을 수 없는 걸까?'
내 두 남편들은 앉으라고 권해도 내 뒤에 선 채, 꼼짝도 안 한다.
키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다른 왕자들이 앉는다.
왕세자를 중심으로 긴 소파 양 쪽에 왕자 두 명이 앉아 있다.
왕세자가 입을 열자, 예상대로 놀랄만한 얘기가 시작되었다.
* * *
"몇 시간 전에 내 서재로 유리나비가 날아 들었없어."
'유리나비라면.....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내가 무지개나비로 채색해야할 그 유리나비?'
"다들 알겠지만, 유리나비는 엘라시아에서 성스럽게 여기는 생물이야. 사람들의 눈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고귀하고 성스러운 나비지."
왕세자가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유리나비가 엘라시아의 역사서를 읽고 있던 내게 날아왔다. 그리고 펼쳐 놓은 책에 내려 앉았지."
"유리나비가 저하의 앞에 나타난 건, 길한 조짐입니다."
"맞아. 내가 유리나비를 본 건 이번이 두번째야.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왕세자에게 쏠린다.
"처음이야. 말하는 유리나비를 본건."
"!!"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드니와 멜빌도 꽤 놀란 것 같았다.
"역사서와 선왕들의 기록을 살펴보았지만, 말하는 유리나비의 기록은 찾을 수 없었없어."
"그럼..."
'이건 신탁이야."
왕세자의 입에서 나온 '신탁'이라는 말에 다시 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말하는 유리나비, 신탁....'
내 머릿속에 사신의 얼굴이 스쳐지난다.
'사신 오빠의 소행?'
"유리나비의 신탁은,"
모두의 시선이 왕세자에게 쏠린다.
"엘라시아를 구할 '성녀'가 이계에서 태어났을 때 모습 그대로 이곳으로 왔으니, 모든 남자들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봉사하라! 였어."
드니와 멜빌, 두 잘난 남편들이 나를 쳐다본다.
내 맞은 편의 왕자들도 나를 쳐다 보고 있다.
왕세자도 존경과 사랑을 담아, 나를 보고 있다.
문 양 옆에 서 있는 근위기사들도 한 없는 존경을 담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가 성녀? 비치가 아니고?'
* * *
"성스러운 생물인 유리나비, 그 유리나비의 입을 통해 엘라시아를 구할 성녀를 찾아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봉사하라는 신탁이 떨어진거야."
'사신오빠! 무슨 생각으로 날 성녀로 만든거야? 잠깐, 성녀가 되면....득일까 독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아아~...모르겠다...'
"성 안의 도시와 성하촌을 모두 뒤져, 드디어 성녀를 찾아냈없어."
'드니 아니면 멜빌이 말했을거야. 알몸으로 나타난 이계의 여자가 있다고.'
'너무 빤히 쳐다보네. 내가 성녀? 비치 아니고? 어떡하지...'
드니가 디아노 저하께 묻는다.
"저하, 유리나비의 신탁은 그게 전부입니까?"
"그 성녀가 엘라시아를 구할 거라고 했지."
"하지만 제 아내인 송이가 어떻게 그 성녀라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디아노 저하의 말이 이어진다.
"어제 두 명의 남자와 약혼서약을 한 알몸의 여자, 그녀가 성녀라고 유리나비가 신탁을 전했다.."
"......"
"어제 두 명의 남편과 약혼서약을 한 여자는 둘이야. 그리고 그 두 명 중 알몸으로 나타난 여자는 송이님 한 분 뿐이지. 송이님이 성녀라는 사실을 더 의심할 필요가 있을까?"
디아노 저하가 짓궂은 미소를 짓는다.
"왕세자인 난 신탁을 거스르는 불경한 짓은 할 수 없다. 게다가..."
뒤를 돌아, 멜빌과 드니를 힐끔 보면, 남편 둘이 똑같이 긴장되고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하, 하지만 성녀가 어떻게 이 엘라시아를 구한다는 겁니까? 내 아내 송이가 어떻게 아들만 태어나 백성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이 엘라시아를 구할 수 있다는 건지...전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의심했지. 하지만 신탁의 말은 놀라움 그 자체라네."
"그 말씀은?"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한 나라를 구한다는 거니?'
"송이님은 이계에서 온 분이야. 신탁이 없었다면 안 믿었을지도 몰라."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다.
디아노 저하의 말이 이어진다.
"성녀님이 있던 곳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거의 비슷하게 태어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네에..."
"역시 신탁의 말에 거짓은 없군요."
'그게 어쨌다는 거야?'
"성녀님의 성스러운 체액을 흡수한 남자들은 아들보다 딸을 많이 낳을거라는 신탁의 말씀입니다."
'뭐니? 그게 가능해? 체액이라면? 침이나...그거?'
"게다가 그 핏줄은 이어져, 자식들 역시 딸이나 아들을 불문하고 딸을 많이 낳게 됩니다."
뜨거운 존경을 담은 왕세자의 눈빛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여아선호가 뿌리 깊은 이 나라에서 딸 많이 낳으면 성녀가 된단 소리네.'
"송이님은, 엘라시아를 구하기 위해 신이 저희에게 보낸 '성녀'입니다. 엘라시아의 모든 남자들은 송이님을 여신처럼 사랑하고 모시겠습니다."
'내가 이 나라를 구할 구세주? 여신? 성녀?'
너무 커진 판에 내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얽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송이가...내 아내가 성녀? 구세주?'
넋이 나간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멜빌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 *
'잠깐...성녀는 처녀여야 하는 거 아닌가? 나 처녀 아닌데. 처녀는 커녕 어제도 짐승 같은 절륜 남편들에게 셀 수도 없이 듬뿍 사랑을 받았잖아?……하긴, 음란한 엘라시아에서 처녀 성녀는 말이 안 되는 건가?'
디아노 저하가 나를 빤히 응시한다.
이어, 내 두 남편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송이님은 성녀야. 자네 둘만의 약혼녀가 될 수는 없어."
"전 송이와 약혼했습니다. 파혼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멜빌의 노기어린 목소리가 무겁게 방 안에 울린다.
'멜빌, 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마.'
디아노 저하 역시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어, 무겁게 입을 연다.
"파혼을 하라고 소리는 아냐."
"저와 멜빌을 파혼 시키고, 송이를 저하와 다른 왕자들의 아내로 삼으려는 것 아닙니까?'"
멜빌이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트린다.
"비록 드니님이 인정한다고 해도,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약혼서약은 마법으로 맺어져 있습니다. 파기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디아노 저하가 언짢은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멜빌과 디아노 저하의 말다툼이 이어진다. 그때 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하, 제가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첫째 남편 드니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말해도 좋아. 뭐지?"
"송이가...아니 성녀님이 너와 멜빌을 사랑하고 있다면, 약혼을 파기시키려는 사람의 '피'가 필요합니다."
"피?"
"아내가 남편을 여전히 사랑하는데, 강제로 파혼을 시키려고 하면, 결혼과 가정의 신인 에스티아님의 가호로 사랑의 방해자는 저주를 받거나 죽을 수도 있습니다."
"뭐라고!"
"약혼의 파기는 성녀님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강제적인 약혼의 파기의 대가가 죽음!? 마법으로 맺은 약혼이 그렇게 무서운 효력이 있는 줄 몰랐어.'
* * *
디아노 저하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후우~"
곧이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다.
디아노 저하가 깊은 생각에 잠긴다.
"두 사람은 아직 성녀님의 약혼자일뿐,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르지는 않았없어."
"그 말씀은?"
"첫째 남편을 다시 정하고 싶없어."
"네?"
"아직 정식으로 첫째 남편을 성녀님이 선택한 건 아니잖아? 성녀님에게 그 선택권을 주고 싶없어."
'잠깐! 첫째 남편을 선택하는 게 왜 중요한 거지?'
잠자코 서 있던 멜빌이 허둥대며 말참견을 한다.
"당연히 저죠!? 오늘 아침에도 송이와 잔뜩 했으니까, 첫째 남편은 저에요!"
'뭐!'
'나랑 했다고 모두의 앞에서 자랑스럽게 떠벌리기니?'
멜빌이 드니와 왕자들을 노려본다.
'결투하도 신청할 얼굴이네...'
* * *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없어."
"그럼?"
"누구를 첫째 남편으로 할지 성녀님이 결정하기까지, 왕자들이 성녀님에게 자유롭게 구애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거야."
'……그 말은 왕자들이 모두 나랑 자유롭게 섹스를 하고 싶으니까, 드니와 멜빌은 상관하지 말라는 소리잖아?'
"성녀님 역시 많은 남자와 섹스를 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남자를 첫째 남편으로 삼으면 되니까, 나쁠 게 없을 것 같은데."
'속궁합이 제일 잘 맞는 남편을 첫째 남편으로 삼으라는 소리잖아?'
이 세상은 삼시 세끼를 먹 듯, 섹스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 왕세자의 말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말이다.
"성녀님. 우리 중 한명을 첫째 남편으로 뽑아주십시오. 왕자들 모두, 성녀님의 첫째 남편이 되고 싶어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공평하게 성녀님인 송이님께서 저희들 중에서 첫째 남편을 선택해 주십시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남편 다섯이 필요해. 많을 수록 좋고. 더 예뻐질테니까, 더군다나 왕자를 남편으로 두면, 가지고 갈 보석도 듬뿍 생길테고...'
'어차피 거느릴 수 있는 남편의 수는 제한이 없다. 잘생기고 재력도 풍부한 왕가의 남자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아, 알겠습니다. 저하의 말씀을 받아들일게요."
'일단 다른 귀족들은 당분간 만날 일이 없겠는데. 왕자님들만으로도 벅차니까.'
* * *
디아노 저하가 다가와, 나를 안아 올렸다.
"우선, 제가 먼저 성녀님에게 테스트를 받고 싶어요."
"네에...하지만 다른 왕자들과 호위기사가 보고 있는 앞에서는..."
왕세자가 태연하게 툭 말을 내던진다.
"드니에게 들었어요. 송이님은 남이 보는 앞에서 섹스를 하면서 조교할 필요가 있다고."
'드니! 그런 말까지 한거니?'
"성녀님, 저를 받아 주세요."
"네에……"
디아노 저하가 낮은 톤의 목소리로 귓가에 달콤한 속삭인다.
남편들과 다른 왕자들 그리고 젊은 호위 기사 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안긴 채 침실로 들어와,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 나를 내려놓자 마자, 재빨리 옷을 벗긴다.
그리고 털이 뽑히 듯 순식간에 알몸이 된다.
첫째 남편이었던 드니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 * *
"디아노님, 사실 오후에 송이를 조교할 생각이었습니다."
"조교?"
"성녀님은 아직 조교을 받지 않아, 항문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날을 개발해야만 합니다."
"서둘러야 겠는데, 아날을 사용할 수 없다면 결혼식은 할 수가 없잖아."
"맞습니다. 그래서 이미 도구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잘했다.."
"지금, 항문을 조교해도 되겠습니까?"
"빠를 수록 좋지. 조교하게."
'싫은데...똥꼬는. 휴우~ 어쩔 수 없지. 엉덩이를 써야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으니까. 할 바엔 빨리 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디아노님이 허벅지를 응큼하게 쓰담쓰담 어루만진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애무만으로 살틈 안쪽이 지그시 젖기 시작한다.
"성녀님, 엎드려 주세요"
'드디다...처녀 아날을 빼앗기는 거야...'
드니를 향해 엉덩이를 향하고 엎드렸다.
'항문을 쳐다보고 있다. 아, 창피해.'
"드니……엉덩이, 더러워..."
"아니, 깨끗하고 예뻐."
'똥꼬가 예쁘니?'
"처음이니까, 가는 걸 가져왔다. 힘을 빼고 숨을 규칙적으로 쉬없어."
"성녀님, 제가 보지를 어루만져 드릴게요."
"아, 아아~"
흘러넘친 애액으로 미끈미끈 젖은 클리토리스를 디아노님의 손가락이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엉덩이 구멍에 이물질이 느껴졌다.
'항문에 뭘 넣는거니?'
매끄럽고 울퉁불퉁한 손가락 굵기의 막대기 같은 것이 안으로 들어와, 휘젓는다. 게다가 점점 굵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구멍을 넓히려는 거야.'
나는 이물감과 함께 야릇한 느낌이 들어 오싹해지고 말았다.
살틈 아래의 구멍에는 이미 디아노님의 손가락이 들어와 있다. 기분 좋은 곳을 자극하면서, 클리토리스 역시 만지작거린다.
엎드려 있는 내 뒤에서 멜빌이 걱정스럽게 말한다.
"너무, 벌리는 거 아닙니까? 송이는 처음인데..."
"알아. 그래서 항문에 미약을 듬뿍 발랐다. 아프지 않을거야."
'이 나라에서는 미약이 약방의 감초네...'
곧이어, 아날 안쪽을 휘젓고 들락거리자, 울퉁불퉁한 막대기가 엉덩이의 주름을 문지른다.
"아, 아아....."
'말도 안돼. 기분 좋아...너무....'
'클리와 질 안쪽...게다가 항문을 들락거리고 있어..아아~ 너무 기분 좋아....'
믿기지 않았다. 항문 구멍을 활짝 펼쳐서 지켜보면서 그 안을 쑤시고 있는데...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가, 갈 것 같아…아, 아아~ 좋아...드니..."
"안 돼! 가면 안 돼, 송이."
'뭐? 왜?'
"참는 것도 조교야. 송이는 너무 민감하니까."
'참으라고? 어떻게 참아?!"
곧 절정을 느끼며 가려는 순간, 모든 움직임이 딱 멈춘다.
질을 애무하던 디아노님의 손가락과 엉덩이를 들락거리던 손길이 그대로 멈춰 버렸다.
달아올랐던 감각이 시들면서, 동시에 절정감이 멀어져 간다.
"아…싫어….애태우지 마,……어서...해 줘...어서...."
"송이, 참는 걸 배워야 돼. 이제 시작이야."
'안 돼! 이런 건 싫다....싫어! 싫단 말야! 나 다시 돌아갈래!!!'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