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금지된 장난
* * *
아침부터 하반신에 이상한 따뜻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기에 몸은 피곤했고, 눈꺼풀은 내게 더 자라고 명령했지만, 이상한 감각이 신경 쓰여서 결국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핑크색 생물이 내 다리에 올라타 있었고 페니스에 강렬한 자극이 오고 있었다.
"역시 너였냐, 비렌데."
"우웁 우웁 아옳옳옳."
페니스를 입에 문 채로 대답하는 비렌데.
발음이 매우 뭉개지는 건 당연지사.
"뭐라는 거야?"
"요새 너무 굶었잖아. 동굴에서 나온 뒤로 해주지도 않고."
말을 마치자마자 말도 안 되는 테크닉으로 구강성교를 시전하는 비렌데.
더 자고 싶으니 그만두라고 해야 하는데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큰 쾌감이었다.
서큐버스의 섹스스킬이라 함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으니까.
혀를 요리조리 잘 돌리면서도 엄청나게 조여대는 흡입감이란!
게다가 침대 위에서 부끄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에린델의 시선이 묘하게 기분 좋았기 때문에 그냥 놔두기로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나 강단백. 상당히 낙천적인 인간이다.
솔직히 말해서 일어나자마자 서큐버스의 펠라치오를 받으며 엘프의 부끄러운 시선을 즐긴다? 망상 속에서나 가능한 짓이 아닌가.
금방 쾌감에 굴복하게 됐고, 몸에 힘을 빼고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그렇게 소중한 수면시간을 제물로 바쳐 쾌락을 소환한 후 진한 백탁액을 서큐버스의 식도에 식사로 제공했다.
****
콰아아아앙 꺄아아아악
요망한 서큐버스에게 빼앗긴 단백질을 보급하기 위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폭발음과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용한 마을인 노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운드다.
분명 이상한 일이 생긴 거겠지.
오늘은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글렀음을 직감하면서 바깥으로 나가본다.
"무슨 일이죠?"
놀란 눈을 하고 도망치고 있던 마을 사람에게 물었다.
"큰 돌덩이들이 갑자기 마을을 습격했어요, 건물도 부서지고 난리에요!"
돌덩이가 마을을 습격하다니? 의문을 가진 채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갔다.
마을 외곽 쪽으로 한참 달리다 보니 큰 소리를 나게 한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돌덩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덩치를 가진 몬스터.
판타지 만화에서 자주 보던 골렘(Golem)이었다.
창작물로 접할 때와 다르게 눈앞에서 보니 위압감이 대단했다.
일반 가정집의 두 배 이상은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
골렘 탓인지 마을 외벽은 부서져 있었고, 경비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몇몇 쓰러져 있었다.
일반적인 장비로 저런 스톤골렘을 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강단백, 어떻게 하지?"
내 마음의 소리를 대변해주는 듯한 에린델의 대사.
"뭐야, 언제 왔어?"
내가 허겁지겁 뛰어나가는 걸 보고 곧장 따라왔다는 에린델.
말없이 달려왔는데 따라와 준 것이 고마웠다.
잠시 골렘을 잡을 계획을 생각한 후 말했다.
"역시 마법으로 잡을 수 밖에 없겠지, 에린델 잠시 시선을 끌어줘."
에린델에게 계획을 빠르게 설명한 뒤 골렘 시선의 사각지대로 움직였다.
내가 말한 대로 에린델은 골렘에게 화살을 쏘기 시작했고, 화살이 얼굴 근처에 맞자 에린델 쪽을 쳐다보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방에 보내버려야 한다. 싸움이 길어지면 마을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 강한 마법을 떠올린다.
오크들을 몰이 사냥할 때의 익스플로젼? (Explosion) 아니다.
잘못 썼다간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나 건물까지 피해를 끼칠수 있다.
그렇다면 좁은 범위에 강한 마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판단이 선 순간 최대한 마나를 느끼려고 노력한다.
골렘이 에린델에게 점점 가까워진다. 덩치에 비해 꽤 빠른 이동속도를 가지고 있다.
아지랑이가 느껴지긴 하지만 부족하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조급해진 탓인지 마나가 잘 모이지 않는다.
'제발 빨리 모이라고 젠장할 마나 놈들아.'
보이진 않지만 대기중에 무언가가 일렁이는 느낌이 강해졌다.
에린델의 불안한 표정이 눈에 잡힐 때쯤에 마나가 충분함을 느꼈다.
"파이어 필라 (Fire Pillar)"
골렘의 발밑에서 강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잠시 골렘의 형체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불의 기둥.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골렘의 움직임이 멈췄으니까.
"역시 대단하잖아. 강단백. 5서클 급의 마법을."
하지만 내 느낌은 빗나갔다. 에린델의 칭찬을 즐길 새도 없이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기둥이 사라지자 골렘은 다시 움직였고 아주 멀쩡해 보였다.
'돌덩이라서 화염 마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건가.'
경험 부족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책할 시간은 없다. 얼른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골렘은 화가 난 듯 빠르게 움직였고 에린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꺅."
민첩한 편인 에린델은 피했지만, 옆에 있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재차 이어지는 돌덩이의 가차 없는 주먹.
제발 늦지 않길 바라며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랜스! (Fire Lance)"
골렘의 팔을 향해 빠르게 날아 갈 수 있는 마법을 펼쳤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날카로운 창처럼 생겨서 관통력이 있는 마법인 파이어랜스는 골렘의 팔을 부쉈고 다행히 에린델은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안일함 때문에 에린델에게 큰일이 날뻔한 것이 화가났고, 나는 전의 아울베어 전을 떠올리며 바로 태그를 사용했다.
"[Tag : slime girl]"
낮은 레벨의 미물에 불과한 슬라임이지만, 세상에는 그런 끈적거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듯하다.
그런 그들 덕분에 생긴 태그를 사용하며 바로 마법을 연계했다.
"콜 라이트닝 (Call Lightning)"
하늘에서 번개 한줄기가 떨어지며 슬라임 소녀가 되어버린 골렘에게 떨어졌다.
물 속성인 슬라임에 콜 라이트닝은 완벽한 선택이었는지 작은 슬라임 조각들만 남긴 채 전부 타버렸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바로 전력을 다해 태그와 마법을 연계했으면 에린델이 위험할 일도 없었을 텐데, 마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에린델이 크게 다칠뻔했다.
넘어지면서 다친 탓인지 에린델의 다리에 흐르는 피를 보며 복잡해 하고 있는데, 멀리서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마을 바깥으로 도망치는 게 시야에 잡혔다.
바로 다리에 신체 강화 마법을 걸고 쫓아간다.
직감으로 알 수 있다. 바로 저 녀석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겠지.
마을 뒷문을 통해서 도망치는 것이 보인다.
분노 탓인지 신체 강화마법이 능숙해진 것인지 금방 후드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흥분한 상태였기에 말을 걸 생각 따윈 하지 않고 바로 등에 발차기를 먹였다.
그대로 날아가서 넘어지는 후드.
지체하지 않고 곧장 따라가 후드를 벗겼다.
하지만 보이는 건 나무로 된 인형.
내가 따라온 건 속임수용 인형이었던 모양이다.
골렘을 다룬 녀석은 누군지 몰라도 꽤 철두철미한 성격을 가진 것 같다.
도망칠 수단까지 생각해 두었다니.
분노로 뜨거웠던 머리를 잠시 식히고 목각인형을 화염 마법으로 소각했다.
그 후 곧장 에린델에게 돌아갔다.
****
따라나서겠다는 에린델을 비렌데에게 맡기고 사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골렘술사는 커녕 골렘조차도 처음 본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제대로 된 목격자는 없는 듯 했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기엔 너무 찝찝했다.
그나마 가장 마을에서 정보가 있을법한 헤르메스 길드로 향하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헤르메스 길드입니다."
여전히 조금 차가운 말투로 반겨주는 시롬.
언제나처럼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슴에 시선을 뺏길 뻔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오늘 골렘 사건에 대해 정보가 있나요?"
질문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시롬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네. 다친 경비병들 중에서 골렘 술사를 목격한 사람이 있었어요."
시롬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전에 마을에 살던 연금술사인 것 같다고 했다.
타지에서 와서 마을에 정착하나 싶었지만, 마을 주민들과 트러블이 있었고 결국 오래 살지 못하고 나갔다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싸웠던 주민들에 대한 복수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시롬.
길드에서는 그 연금술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이미 현상금도 내건 모양이었다.
사실은 이제 노른 마을을 떠나서 마왕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투를 통해 실전경험을 늘리려는 생각이었지만, 에린델도 다쳐버렸고 이 일에 연관돼 버린 김에 확실히 마무리 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연금술사의 현 거주지 같은 정보는 더 없습니까?"
내가 평소보다 조금 격앙된 목소리 톤인 탓이었는지, 시롬은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바로 정보를 주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꽤 떨어져 있는 작은 산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였다. 마을에서 살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의 연금술 능력은 상당해서 마을의 잡화점 같은 곳과 종종 물약 거래를 했다는 듯 하다.
시롬과의 대화를 마치고 길드를 나서려고 하니 다른 모험가들도 여럿 길드안으로 들어왔다.
마을에 큰 손해를 끼친 사건이니만큼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다른 모험가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다.
현상금 때문이 아니라, 에린델의 다리를 다치게 한 대가는 꼭 치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골렘의 전투력은 상당했기에 태그와 마법을 결합한 다양한 전투방법에 대해 연구할 좋은 찬스라는 생각도 들었다.
길드를 나서 곧장 묵고 있던 여관으로 향했다.
에린델과 비렌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내 계획을 얘기했다.
마을 사람들과 문제가 있던 연금술사의 소행인 것 같고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그 연금술사를 혼내줄 생각이라는 것.
내 얘기를 듣고 있던 비렌데가 물었다.
"그럼 그 연금술사를 죽일 생각이야?"
혼내준다고는 생각했지만 죽인다는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사람을 죽여 본 적은 없는 데다 그 정도의 원한까지도 아니다.
"아니, 그냥 데려와서 벌을 받게하거나 이 주변에서 쫓아낼 생각 정도만 가지고 있어."
대답한 후 시선이 에린델쪽으로 향하게 됐는데, 아까 입었던 다리의 상처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에린델, 아까 다리를 다치지 않았어?"
"말했잖아. 난 원래 수녀였다고. 그래서 서큐버스인데도 회복마법에 대해선 자신 있어."
대답은 엘프가 아닌 옆에 있던 서큐버스가 대신해주었다.
"수녀 서큐버스라니 개 꼴리네."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
에린델과 비렌데가 동시에 굳었다.
특히 에린델이 이상한걸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쏘아봤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그렇게 결정했으니까 조금 쉬었다가 바로 가자고. 본거지에 대한 정보도 이미 얻어놨어."
현상금도 꽤 크게 걸렸다고 얘기하자, 동기부여가 더 생긴 듯 눈빛들이 달라졌다.
"덩치만 큰 돌덩이 놈들을 엉망진창으로 범해주자고."
비렌데는 풋하고 웃었지만 에린델은 아까보다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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