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이세계 TS 성인물-44화 (44/53)

〈 44화 〉 6­12 지루한 기다림

* * *

다음날 아침이 되자 나를 제외한 나머지 애들은 상단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모여있었고 나는 떠나는 그들을 배웅하기위해 방으로 찾아갔다.

"다들 몸조심하고 잘다녀와"

"그래. 너도 잘지키고 있어"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 받은 다음 윌리 일행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배웅해주고 난다음 창밖으로 떠나는 모습을 살펴보다가 눈으로 누군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멀어지자 창문에서 벗어난 다음 원래 방으로 돌아갔다.

여기가 B24교에 가장 가까운 도시라지만 거기까지 왕복으로 3일은 걸리는 곳이라고 했으니 제대로 출발했다면 아무리 빨라도 3일간은 돌아올 일이 없었다.

식비는 선불로 지불해둔데다가 해야할 일도 없으니 바쁘지 않아 좋았지만 그것도 다른 무언가 할게 있을 때야 의미가 있지 할 것도 없고 대화할 상대도 없이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니 시간 갈수록 매우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이런저런 시간 떼울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2일쯤 되자 전부 질려버렸다. 3일이 지나자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많이 피곤했고 이제까지의 고생때문에 힘들었나보다 하며 결국에는 침대에 박혀서 밥시간이 될 때에만 적당히 식사를 하고 그외의 시간에는 그냥 누워서 자는 등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그런식으로 지낸지 5일째가 되고 평소처럼 자던 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잠에서 깨버렸다.

막일어나서 정신이 없었지만 여관측에서 전달할 사항이 생겨서 왔거나 애들이 돌아왔거나 했을거라고 생각해서 문을 열었더니 모르는 남자 셋이 관을 들고 내 방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했지만 방을 착각한거라 생각해서 그들에게 말했다.

"방을 잘못 찾아 오신거 같은데요.."

그러자 남자는 시선을 위로 향해서 문번호를 다시 확인한 다음 내 티셔츠의 목부분을 잡아당겨서 셔츠안에 숨겨져 있던 위장용 노예목걸이까지 확인한 다음 말했다.

"여기 맞잖아. 노예년이 안자고 일어나 있어서 괜히 헷깔리게 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억지로 내 손목을 잡고 방으로 끌고간다음 문을 닫아버렸다.

창녀가 영업도 안하고 여관 방에 혼자 있다고 소문이 난걸까 싶어서 나는 벌벌 떨다가 일단 모면해야 겠다 싶어서 말했다.

"지금은 영업안해요.. 나중에 주인님 돌아오면 그때 해드릴게요.."

그러자 남자는 어이없어하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뭔소리야 너 주인님이 널 팔았어 여기 계약서 안보여?"

그 남자가 보여준 계약서의 내용을 읽어봤더니 계약서에는 엘리스라는 이름의 노예를 양도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엘리스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내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그들과 착오가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일단 항변하기로 했다.

"저는 엘리스가 아니고 노예도 아니에요. 그냥 사정상 노예인척 하는 것 뿐이에요"

"웃기고 있네 배에 살짝 보이는 노예문양하고 노예목걸이까지 차고 있는데 아니라고?"

"이건 진짜 노예 목걸이가 아니고 문양도 위장용 가짜에요."

남자는 내 말을 듣고 어이없어 하다가 말했다.

"주인 말론 착각이 심할거라고 하던데 정신병이 심하게 있는거면 환불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말이 안통하지만 일단은 증명만 하면 어떻게든 될거야..'

나는 자세를 잡고 노예목걸이를 손으로 잡고 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위장용 노예목걸이는 열쇠로 여는게 아니라 착용자나 마지막으로 착용시킨자의 마력을 흘려서 푸는 것이라 열쇠가 없어도 스스로 풀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열릴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나는 잠금부에 손가락을 댄다음 마력을 살짝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다가 막일어나서 그런건지 몸의 컨디션이 안좋은 건지 마력의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목걸이를 풀 수 없었다.

당황해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그들은 점점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다가오는 그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동시에 마법을 사용하여 노예가 아닌걸 증명하도록 홀리실드를 써보기로 했다.

"[홀리실드 !!]"

하지만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고 초조해진 나는 아무 마법이나 다 써보기로 했다.

"[힐]!! [라이트]!!"

더 쉬운 마법도 써봤지만 역시 제대로 발동되는 마법이 하나도 없었다.

"얘들아 잡아라"

옆에 있던 두명은 거의 내 앞에 근접해 있었고 나를 제압하기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오지마!! 이럴리가 없어!!"

"거참 시끄럽네 입 막아라"

남자 한명은 나를 바닥으로 넘어트리고 체중을 실어 발버둥치는걸 막았고 나머지 한명은 손으로 입을 가려서 소리가 새지 않도록 한다음 나를 관에 넣어버렸다.

관이 들어간 다음 입을 막고 있던 손이 떨어지자 나는 다시 말을 걸었다.

"제발 풀어주세요.. 조금만 시간을 주면 증명할 수 있어요"

"그래 그래. 일단은 관안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 아니면 다치니까"

"기회를 주세요.. 그러니까.."

그들이 내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는게 확실해서 어떻게든 설득하기위해 관에서 몸을 일으키면서 얘기하려고 하자 그 남자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고 째려보면서 말했다.

"못움직이게 힘줄 몇군데 끊어두고 옮기는게 더 편할까"

그 싸늘한 목소리와 표정이 농담이 아니고 권한 없을 것 같은 이들에게 더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 나는 입을 다물고 얌전히 누워 있기로 했다.

결국 관뚜껑은 닫혀버렸고 그 뒤 관뚜껑 안쪽에서 이상한 문양의 빛이 살짝 나왔다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손으로 관뚜껑을 살짝 들어보려 했지만 뚜껑은 단단히 고정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빛과 소리조차 그치고 관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으로 계속 이동되는 것 같았다.

'괜찮을거야… 도착한 다음 권한 있는 높은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면 돼… 괜찮을거야… 그렇겠지..?'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시각과 청각조차 차단되고 폐쇄된 좁은 공간에서 기약없이 지내니 심장이 진정되지 않고 계속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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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난지도 모를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관이 이동하는게 완전히 멈췄고 조금 뒤에 안쪽의 문양이 빛난 다음 관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나를 관에 넣었던 남자들은 이미 떠난건지 주변에 보이지 않았고 대신에 나를 꺼내준 사람은 체격이 좋고 얼굴에 흉터가 잔뜩 있는 남자였다.

"따라와"

그 남자가 말을 걸자 무서운 기세에 눌려서 바로 대꾸할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따라갔다.

주변을 살펴보니 창문이 전혀없는 어느 건물 안인 것 같았고 입구 주변에는 알몸 여자의 조각상들이 여러개 장식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아서 분위기가 음산했고 각각의 작은 방이 여러개 나뉘어져 있었다.

그 남자를 따라 안내해준 방안에 들어가자 침대와 샤워실이 갖추어진 붉은 조명의 방이었다.

"여기가 니 방이다. 있다가 신고식이 있을테니 조금 기다리고 있도록."

말을 걸었다가 맞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남자가 나간다면 더 이상 물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용기를 내서 물어보기로 했다.

"여기는 어디에요?"

"노예취급전문 성매매업소 [폴 오브 플라워즈]"

분위기로 대충 눈치챘지만 결국 나는 업소에 팔린 것 같았다.

"제가 노예가 아니라면 믿어주실래요?"

그 남자는 그 말을 듣자 어이없어하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그때는 막 일어났고 당황해서 안됐던 걸테니 이제는 제대로 될거야..'

나는 그때처럼 실패하지 않도록 진정한 다음 손가락에 마력을 모아 목걸이를 해제해 보려고 했지만 역시 마력이 제대로 모이지 않으면서 저번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게 다인가?"

나는 굉장히 당황하면서 둘러댔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

조금 더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안됐고 그 남자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져 갔다.

"[힐].."

마지막으로 마법까지 써봤지만 역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럴리 없어.... 예전에 너무 아플 때 힐도 제대로 썼어… 그때는 잘됐다고!!.. '

혼란스러워서 정신이 없었지만 아무튼 지금 상태론 노예가 아닌 걸 증명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나는 그쪽에서 믿을 리가 없다고 스스로도 생각했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당에 물어보면 증명할.."

"정식 양도승인된 노예문서, 몸에 새겨진 노예문양, 채워진 노예목걸이 모든게 너가 노예임을 증명한다. 백번 양보해서 너말대로 진짜 노예가 아니라도 이 시점이 된 이상 넌 여기서 못나간다. 엘리스"

"전 엘리스가 아니.."

나는 그대로 멱살을 잡힌채로 살짝 들어올려졌고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너도 알아먹기 쉽게 말해주지. 너는 엘리스고 최소한 전에 엘리스가 아니었더라도 이제부터는 엘리스다. 헛소리를 계속할거면 말을 아에 못하게 해줄까? 그런걸 좋아하는 좋아하는 손님들도 있고 그들 대부분은 하드코어한 취미를 가졌는데 말이야. 알았으면 고개를 끄덕여"

들어진 상태에서 힘들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 남자는 나를 내려주고 밖으로 나갔다.

사실 믿어주면 좋았겠지만 역시 믿어줄 리 없었다. 아마 나도 같은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믿어주지 않았을 것 같았다.상황으로 보면 누가봐도 영락없는 노예였고 말도안되는 사소한 가능성 때문에 괜히 풀어주고 손해본다는 건 상식에 반했다.

오랫동안 관에 갇혀있던 것으로 인한 피로와 바로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마저 무너지자 나는 허탈해졌고 이 사태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막막해졌다.

'다른 애들이 이변을 느끼고 도움을 주면 좋겠지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구하러 올 수나 있을까.. 그리고 임무가 아직 안 끝났으면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 관리자의 태도로 볼 때 성당측이나 본가에 연락하기도 힘들 것 같고.. 남은건… 몸을 팔고 손님에게 부탁하는 방법뿐일까… 손님에게 부탁해도 승낙할지는 모르지만 여러명에게 부탁하면 한명쯤은 들어줄지도.. 결국은 최소 당분간은 또 노예생활인가.. 그것도 몸을 파는 창녀로... 대우는 더 안좋아졌어.. 아 굳이 말하면 공작부인때 보다는 낫긴 하려나..

그것보다 도대체 왜 마력이 제대로 안움직이는 거지.. 또 미아일까? 가장 의심스럽긴 해도 그래도 최근에는 화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긴한데… 다른 애들은 아닐 것 같고.. 그것도 아니면 제3자? 처음 왔을 때 일어나 있는 게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고 외부에서 며칠 동안이나 노예 혼자 여관에 있는 걸 인지하고 빼돌리기 위해 여관과 공모해서 다른 노예의 계약서를 양도하고 나를 판 것처럼 한걸까? 마력이 제어가 안되는 건 저항못하도록 여관의 식사에 수면제나 약화제 같은 걸 타서 부작용으로 그렇게 된걸 수도.. 그러고 보면 이상하게 최근에 특별히 더 많이 피곤하기도 했는데.. 만약 그런거라면 일시적으로만 못쓰는건지 해독제가 필요한건지.. 후자라면 답이 없어… '

생각에 잠겨있을 때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후 그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신고식 할테니 나와라"

말을 안들었다가는 험한 짓을 당할것 같으니 이곳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 어떻게 벗어날지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나는 그 남자의 지시에 따라 방밖으로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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