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9화 (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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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처음 느끼기에 견신이 선물씩이나 한 아이템이 「개눈깔」 따위란 사실에 좀 실망했다.

현실적으로 써 먹을 수 있는 능력도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을 잘 파악하는 정도.

그 정도는 망원경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다. 한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견신이 「개눈깔」을 두고 특별한 선물이라고 한 이유가 다 있었던 것.

“와아. 그러니까 귀신을 볼 수 있단 거네? 또 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재능을 파악할 수도 있고?”

「개눈깔」의 추가 기능이 정말 대박이었다.

거기다가 「개눈깔」의 아이템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즉 더 많은 능력이 아이템에 내재되어 있다는 얘기.

아이템 효과는 어차피 내가 직접 써 봐야 알 수 있는 것.

그렇다고 지금 「개눈깔」 아이템을 장착 하는 건 ‘개 발에 편자’ 쓰는 거나 다름없다.

-디링! 당신의 유식함에 견신이 흐뭇해하십니다. 보상으로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에?”

갑작스런 시스템의 포인트 후원이 나를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내가 한 거라고는 생각뿐이었는데....

“아아! 속담!”

혹시 내가 속담을 언급한 게 견신에게 유식하게 보인 모양이었다. 해서 재미 삼아 ‘개 발에 편자’와 같은 의미의 속담 하나를 더 말했다.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

하지만 시스템의 반응은 없었다.

“그게 아닌가?”

그러다 내게 포인트 후원을 한 주체가 견신이란 게 떠올랐다.

“설마?”

견신이니까 자기 종족인 개와 연관 된 속담에만 포인트 후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개 발에 편자’와 같은 의미의 개가 들어가는 속담 하나를 중얼거렸다.

“개 대가리에 옥관자?”

그 말을 하자마자 바로 시스템이 반응을 보였다.

-디링! 같은 뜻의 속담을 두 개나 알고 있는 당신의 유식함에 견신이 아주 흐뭇해하십니다. 보상으로 개지수 +2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역시....”

이로써 나는 견신 시스템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철저히 개란 종족에 편향 된 시스템이란 걸 말이다. 그때였다.

-개지수 포인트가 100을 충족시켰습니다. 레벨 업이 이루어집니다.

시스템은 그 말 후 내 눈앞에 녹색창을 띄웠고 그 창에 글씨들이 빠르게 나열 되었다.

[이름: 백준열(Lv2)]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특성: 개(활성화)]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개지수: 0]

상태창에서 내가 볼 건 딱히 없었다. 레벨이 1에서 2로 늘어나고 보유 아이템이 생성된 거 말고는.

“뭐?”

그때 내 머릿속을 울리는 시스템의 말에 나는 신경 거슬리는 눈앞의 상태창을 바로 지워버렸다.

* * *

-언텍트 코치 서비스 시스템의 이용 유저 중 최초로 레벨 업을 이루셨습니다. 그 최초의 업적에 견신이 그 보상을 두고 고민합니다.

-디링! 놀라운 일입니다. 견신께서 어지간히도 당신이 마음에 든 모양이로군요. 견신 세계 최고의 아이템을 당신에게 하사하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펑! 펑! 펑! 축하합니다. 견신께서 선물하신 아이템을 지금 보시겠습니까? [Y/N]

아주 난리다. 시스템의 이런 호들갑에 사실 나도 한껏 기대가 됐다.

‘대체 얼마나 좋은 아이템이기에....’

“예스! 보여줘.”

내 대답에 시스템이 견신 세계 최고 아이템을 내게 공개하고 그 정보도 내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었다.

“A. C발!”

근데 그 아이템이 뭔지 듣고 난 내 입에서 바로 쌍욕이 튀어나왔다. 그럴 것이....

-개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종족 보존, 즉 번식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견신께서 하사하신 아이템인 「개좆」을 장착하실 경우 당신은 정력의 화신이 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개좆」이 뭐야?”

이름이 좀 거시기 해서 그렇지 시스템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개좆」아이템은 남자에게 있어서 최고의 아이템이라 할 만 했다.

「개눈깔」아이템 처럼 추가 기능도 초대박이었고.

“자지에서 매혹의 향기를 내뿜고 또 좆 질할 때 쾌속 절정에 오르게 만들어 준다고?”

그 두 기능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매혹의 향기로 유혹하고 쾌속 절정으로 뿅 가게 만든다면 세상의 그 어떤 여자도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개좆」아이템도 「개눈깔」아이템처럼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그야말로 「개좆」아이템은 섹스아이템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었다.

“견신님. 고맙습니다.”

그런 좋은 선물을 내게 준 견신에게 새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생각했다.

‘'개도 닷새가 되면 주인을 안다'고 앞으로 견신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디링! 견신께서 당신의 유식함에 흐뭇해하십니다. 보상으로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오케이!’

내 예상대로 개에 관한 속담을 얘기하자 시스템이 포인트를 선사했다.

꼬르르르르!

배에서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지만 「개좆」아이템과 「개눈깔」아이템을 생각하니 오히려 배가 불렀다.

‘자아. 그럼 나머지도 살펴볼까?’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개 특성 하나와 두 개의 스킬이 남아 있었다.

* * *

나는 이미 5개의 개 특성을 활성화 시켰다. 거기에다가 하나의 개 특성이 더 추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교미 합니다」로 그 특성에 대한 정보가 내 머릿속에 주입 되면서 시스템이 바뀐 상태창을 내 눈앞에 다시 띄웠다.

[이름: 백준열(Lv2)]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Up), 「개좆」(Up)]

[특성: 개(활성화)]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개지수: 10]

개 특성의 경우 그 정보가 방대하기 때문에 지금 일일이 언급하긴 무리다. 앞으로 백준열로 살아가면서 그 특성을 쓰게 될 것이고 그때 차근차근 얘기하는 게 맞을 거 같다. 「교미 합니다」 특성도 마찬가지고.

우선은 상태창에서 새로 생긴 보유 아이템의 「개좆」과 개 특성의 「교미 합니다」, 그리고 개지수의 포인트를 확인하고 눈앞의 상태창을 황급히 지웠다.

커피숍 직원이 내 쪽으로다가 오는 걸 보고서.

“주문하신 아이스 초코라떼와 소시지 빵, 초코머핀 나왔습니다.”

먼저 초코라떼부터 한 모금 마신 뒤 소시지 빵을 먹었다. 배가 고팠던 탓에 금세 내 손에서 사라지는 소시지 빵.

하나 더 시킬 걸 후회가 됐다. 하지만 곧 인천공항으로 가서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내 배가 불러서는 곤란했다.

그 아쉬움을 달달한 초코머핀으로 달래며 나는 이제 두 개 남은 견신 시스템의 스킬들을 살폈다.

견신 시스템은 두 개의 스킬이 뭔지 내게 친절히 말해주고 또한 그 자세한 정보를 내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었다.

“오오....”

아이템이 이어 스킬 역시 내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올 정도로 좋았다.

먼저 「말하는 개」스킬. 이 스킬을 사용하면 내가 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단점은 그 개와 소통까지는 안 된다는 점. 하지만 이 스킬 역시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정보에 따르면 업그레이드 시 개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단다.

다음은 「충견」스킬. 이 스킬은 내가 지정한 개를 충견으로 만든다.

즉 내가 시키는 건 뭐든 하게 된다는 것. 물론 그 충성심을 계속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딱 한 번, 하지만 이 스킬 역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그에 따라 쓸 수 있는 횟수도 늘어났다.

“와아. 개꿀!”

견신 시스템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에 대한 만족감을 과감 없이 표현했는데 그게 또 견신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

-디링! 견신이 당신이 만족해하는 게 여간 흡족한 게 아닌 모양입니다. 기분파 견신이 옜다하고 개지수 10포인트를 선사합니다.

“아이고. 감사!”

내가 넙죽 견신의 포인트를 받자 내 머릿속에서 매번 ‘디링’하고 견신 운운하며 끼어드는 시스템의 말이 견신 시스템의 운영자 격인 견신의 전언임을 알게 되었다.

뭐 어째든 시스템의 운영자께서 이렇게 헤픈 기분파란 점이 나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아니 운이 좋은 편이라 볼 수 있었다.

나는 남은 초코머핀을 입에 넣고 초코라떼를 쪽 빨아 얼음만 남기고는 몸을 일으켰다.

이제 슬슬 인천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잘 먹었어요.”

“네. 안녕히 가세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막 커피숍을 나설 때였다. 이젠 익숙해진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미친개를 발견했습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인 법. 개패 듯 패세요. 단, 죽이면 안 됩니다.

암캐에 이어서 이제는 미친개를 다짜고짜 패란다. 진짜 개 같은 미션이 아닐 수 없다.

* * *

내가 속으로 그 미친개가 어디 있냐고 시스템에게 묻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객실로 올라가세요.

그 말에 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랬더니 내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엘리베이터에 탔고 12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고속으로 12층까지 올라갔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내 머릿속으로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좌측 복도로 가세요.

나는 시스템이 안내하는 대로 걸었고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시스템이 시켜서 말이다.

-옆을 보세요.

내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옆쪽 통로 쪽의 객실 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헐벗은, 정확히는 속옷 차림의 여자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바로 따라 뻗쳐 나온 우락부락한 남자가 와락 근육질 팔을 뻗었고, 그 손아귀에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잡혔다.

“아악!”

여자는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지만 정작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 우악스런 남자의 힘에 다시 객실 안으로 질질 끌려들어가는 것뿐이었다.

“설마?”

-맞습니다. 당신이 개패 듯 패야 할 미친개입니다.

나는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백준열은 키가 큰 편이긴 하지만 몸무게는 80Kg이 넘지 않았다. 그래서 체형이 좋았고 어떤 옷을 입어도 그 핏이 살았다.

그 말은 남자들, 특히 상남자들이 봤을 때 백준열은 비실비실해 보인단 소리다.

물론 벗겨 놓으면 딱 보기 좋게 적당한 근육질의 몸이긴 하다.

그러나 그건 트레이너들이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전시용 근육이지, 제대로 힘쓰거나 싸울 때 쓰는 근육은 아니다.

한마디로 백준열은 싸움에 ‘싸’도 몰랐다. 그런 그에게 딱 봐도 한 싸움 할 거 같은, 거기다가 시스템이 미친개라고 부를 정도면 제 정신이 아닌 놈일 텐데.

“개 패듯 패는 게 아니라 개 맞듯 얻어터지겠네.”

이대로 좀 전 미친개가 나온 객실로 가서는 답이 없었다.

“가만....”

하지만 싸움을 꼭 내가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

마침 내게는 싸움 잘하는 녀석이 하나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고 있었다.

바로 태천파 2인자인 양태석 말이다.

나는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면서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네. 대표님.

“지금 어디 있어요?”

=호텔 지하 주차장입니다.

“호텔 로비에서 좀 봅시다.”

=네.

간단히 양태석과 통화 후 1층 로비로 도로 내려 간 나는 잠시 뒤 나타난 양태석에게 말했다.

“1218호에 가면 여자 때리는 변태 새끼가 하나 있어요. 손 좀 봐 주고 오세요. 10분이면 되죠? 아아. 오가는 데 시간도 걸리지 참. 20분 드릴게. 죽이진 마시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태석은 손목에 찬 시계에 타이머를 설정하더니 큰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 *

어제 25살 생일을 맞은 전두철. 그는 부자 아버지를 둔 행운아다.

그런 아버지가 8년 전에 떡하니 서울시의원이 됐고, 시의원을 연임한 후 이번에는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것도 여당 공천을 말이다.

여당 원내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돈이 들어갔으니 부친이 공천 받는 건 확정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역구도 여당 텃밭이기에 공천 받아 나가기만 하면 국회의원 배지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래선지 기분 좋아진 아버지가 마음껏 즐기라고 자기 카드까지 주었기에, 전두철은 어제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제대로 돈을 썼다.

술값만 얼추 2억에 육박했다. 대신 그 덕분에 클럽에서 신경을 써 주어서 어제 클럽 퀸카와 잘 맺어졌다.

뭐하는 년인지 모르지만 전두철은 진짜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한데 아침에 깼을 때 그년 때문에 완전 기분 잡쳤다.

“개새끼. 너 딱 걸렸어.”

그 퀸카가 그를 보고는 길길이 화를 내며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를 쳐 댔던 것.

그러니까 자기는 클럽에서 친구들과 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졌고 깨어보니 여기란 거다. 즉 전두철이 그녀에게 약을 먹이고 이곳 호텔로 데려와서 강간을 했다는 것이다.

“허어....”

그 말에 전두철은 기가 찼다. 자기가 뭐가 아쉬워서....

“가만....”

그러고 보니 어제 자신에게 퀸카를 붙여 준 클럽 직원들이 좀 이상하긴 했다. 아무리 클럽 매출을 위해서라지만 약까지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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