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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8화 (2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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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민혜주의 펜션, 아니 변정식이 어렵게 빌렸다는 그 펜션까지 거리는 가까웠다. 차로 5분이면 충분했으니까.

단지 으쓱한 산길을 빠져 나가는 데 5분이나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결과적으로 10분 만에 나는 민혜주를 싣고, 그녀가 묵고 있는 펜션이 있는 펜션촌에 도착했다.

민혜주가 같이 가 달란 말을 했을 때, 나는 제일 먼저 박칠석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알다시피 귀하신 이 몸이 사기꾼 새끼와 드잡이 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

박칠석이 바로 빠릿빠릿한 자기애들 둘을 펜션촌으로 보내 준다고 했다.

“저기 있군.”

펜션촌 안으로 들어가자 딱 봐도 조폭스런 녀석 둘이 보였다.

나는 그들 앞에 차를 댔고, 차창을 내리자 나를 확인한 조폭 둘이 직각으로 허리를 굽혔다.

“타세요.”

나는 그 조폭 둘을 뒷좌석에 태우고, 민혜주가 묵고 있는 펜션으로 차를 몰아갔다.

이젠 날이 완전히 저물어 주위가 어두웠다.

나는 그 펜션 입구에 차를 대고 차에서 내렸다.

한데 주위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변정식이란 인간이 진심으로 결혼할 여자, 민혜주를 많이 걱정했다면 밖에 나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물며 날도 어두운데.

민혜주 역시 변정식이 보이지 않자, 안색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턱짓으로 초인종을 가리키자, 민혜주가 움직여 그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긴 했는지 딱 봐도 사기꾼처럼 생긴 녀석이 펜션 문을 열었다.

“일찍 왔....누구?”

녀석은 민혜주를 보고 반가워하다가, 그 옆에 내가 서 있는 걸 보고 표정을 굳혔다.

“우욱!”

순간 나는 역겨운 냄새에 구토가 일었다.

그런 내 머릿속으로 견신 시스템이 그 지독스럽게 역한 냄새에 대한 개 특성 정보를 제공했다.

‘뭐? 미친!’

내 예상대로 그 냄새에는 ‘사기’가 포함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빙산에 일각일 뿐이었다.

녀석의 냄새를 개 특성 정보는 ‘상해’, ‘폭행’, ‘유괴’, ‘강간’, ‘명예훼손’, ‘주거침입’, ‘절도’, ‘강도’, 거기다가 결정타로 ‘살인’까지 규정짓고 있었다.

‘이 새끼 이거 순 범죄 종합 선물 세트잖아?’

“대표님. 괜찮아요?”

내 옆의 민혜주가 구토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를 부축하려 하자, 펜션 안의 변정식이 튀어나와 그녀를 밀어내고 대신 나를 챙겼다.

“그냥 나오면 토하세요. 그래야 속이 편해집니다.”

지가 의사야? 뭘 안다고.

팡! 팡! 팡!

어라? 이 새끼가 애꿎은 남의 등은 왜 두드리고 지랄이야?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토악질 중인데.

다정한 손길이다. 아마 이런 친절에 민혜주도 이 새끼한테 넘어갔겠지.

전에 나한테 사기 친 놈이 이랬다.

다정한 척, 친한 척, 내가 힘들 때마다 위로를 해주고, 이런 식으로 따스하게 다독여줬었다.

‘그러곤 제대로 내 뒤통수를 쳤지.’

놈에게서 나는 악취가 너무 심해 짜증이 치밀어 오히려 구토가 멎었다.

나는 숙였던 상체를 일으켰고, 변정식도 더는 내 등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때 변정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이시라고? 그럼 이분이?”

“맞아. JYB엔터 백준열 대표님이셔.”

변정식이 민혜주와 얘기 중이었다.

내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날 쳐다보고 있던 놈과 눈이 딱 마주쳤다.

녀석의 눈이 번들거렸다.

마치 맛있는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의 눈 같았다.

저놈의 눈에는 나도 먹잇감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누가 범죄 종합 선물 세트 아니랄까?’

하지만 놈은 오늘 크게 두 가지 실수를 했다.

하나는 나에게 걸린 것이고, 또 하나는 지금 혼자란 거다.

내가 볼 때 변정식은 지능범이다.

아마 한 번도 잡힌 적이 없을 거다.

빵에 들락날락 거렸다면 이런 범죄 종합 선물 세트가 될 수 없었다.

‘체구도 좋네.’

나보다 키는 작지만, 상체는 더 발달해 있었다. 주먹도 크고.

정권이 딱딱하게 박혀 있는 게 격투 쪽으로 유단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싸움 좀 하는 모양이로군.’

그래도 변정식은 일을 할 땐 절대 혼자 움직일 놈이 아니었다.

자기 빠져 나갈 구멍은 항시 준비 해 둘 녀석이고.

그런 녀석이 오늘 민혜주와 밀회를 즐기려 펜션에 혼자 왔다.

설혹 펜션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의 주먹을 믿고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 한 거겠지.

그런 한 번의 방심이 자신에게 어떤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지 녀석은 아직 모르고 있다.

‘그걸 곧 가르쳐 주도록 하지.’

* * *

애인 변정식이 기다리는 펜션으로 가는 도중, 백준열 대표 차 안의 민혜주는 지금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백준열 대표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자기애인 변정식이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거다.

그러고 보니 변정식이 수상 쩍인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의 IT사업체도 그렇고 거기 직원들과 친구들, 그의 초대로 간 그의 집과 그 가족들까지 전부 부자연스러웠다.

그걸 알면서도 당시 눈에 콩깍지가 쓰인 그녀는 그걸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그때 옆 운전석의 백준열 대표가 말했다.

“혹시 해서 묻는 건데. 그쪽 애인 요즘 돈 필요하다고 해?”

“그, 그걸 어떻게 아세요?”

민혜주가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옆의 백준열을 빤히 쳐다봤다.

“얼마나 필요하다던데?”

“2억이요.”

“그러니까 나한테 당겨 달라는 그 2억이, 집 살 때 쓸 돈이 아니라 애인한테 주려던 거로군.”

“네. 뭐....”

민혜주는 가족모임 운운한 거에 이어, 돈 문제까지 백준열을 속인 게 부끄럽고 민망했던지, 슬그머니 시선을 그에게서 차창 쪽으로 돌렸다.

“이런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운전 중 백준열이 말을 하다 뜸을 들이자, 성격 급한 민혜주가 말했다.

“하세요. 그냥.”

“그래. 네 애인....아무래도 사기꾼 같다.”

“사, 사기꾼이요?”

“응. 나도 사업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결혼 할 여자에게 돈 얘기는 못할 거 같거든.”

백준열의 그 말이 결정타로 민혜주의 머릿속에 경종을 크게 울렸다.

왜 연인 사이에 가장 큰 딜레마가 있다면 바로 ‘사랑하면’이 아니겠나.

변정식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어떻게 돈 얘기를 그리 쉽게 자기에게 부탁할 수 있단 말인가?

“해서 말인데. 내 경호원 좀 불렀다.”

“경호원이요?”

“사람일이란 게 모르는 거잖아. 너랑 나랑 신변 보호차원에서 내 별장의 경호원을 펜션촌에 불러 놨다는 얘기지.”

JYB엔터 대표인 백준열쯤 되면 경호원도 두겠다 싶은 민혜주.

그녀는 그걸 별 대수롭지 않게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드렸다.

그렇게 펜션촌에 들어서자 백준열은 경호원 둘을 자기 차에 태웠다.

백준열은 그들을 경호원이라고 했는데, 각 잡힌 게 사실은 경호원보다는 조폭 같아 보였다.

민혜주의 친구 중 애인이 경호원이었는데, 친구와 헤어진 뒤 갑자기 조폭 조직에 들어가서, 요즘 잘 나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었다.

해서 그녀 기준에 경호원이나 조폭이나 매한가지였다.

그 뒤 애인 변정식이 기다리는 펜션에 도착한 민혜주는, 자신을 따라 와 준 백준열 대표를 보고 대번 경계하는 낯선 변정식의 모습을 봤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대표님’이란 말에 사람이 싹 돌변해서는 애인을 자신까지 밀쳐내고, 갑자기 토악질하는 백준열 대표를 챙겼다.

그 모습에 민혜주는 분노하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프로 골프 생활을 하면서 종종 이럴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민혜주는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내곤 했었다.

그렇게 냉철해진 민혜주가 애인 변정식에게 말했다.

“자기야. 자기 회사에서 개발한 IT기술이 뭐였지? 투명 디스플레이라고 했던가?”

“어어?”

“왜 그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나보고 2억 댕겨 오라고 한 거고. 투자 금이 10억 쯤 돼야 한댔지? 여기 계신 백 대표님께 자기가 잘 말해 봐. 대표님한테 10억이야 껌 값인데 뭐.”

“그, 그럴까?”

자신의 말에 탐욕스런 눈으로 백준열 대표를 쳐다보는 변정식.

그런 그를 민혜주가 싸늘한 눈길로 바라보며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 * *

내가 부자고 재벌 3세이지만 10억이 껌 값은 아니다.

‘투명 디스플레이라....’

2025년에 관련 시장 규모가 84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전망 있는 기술은 맞다.

하지만 지금은 한창 개발 중인 기술이다. 3년 뒤에 20%정도 투명도의 투명 디스플레이가 개발 된다.

내 기억에 그때 개발 된 그 기술을 두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팀이, 5년쯤 뒤 보이지 않는 전화가 가능할 거라, 전망하는 잡지 기사를 본 거 같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변정식 회사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개발 했다는 건 개소리란 얘기다.

이제 녀석이 사기꾼이라는 건, 전화 한 통만 걸어 보면 알 수 있었다.

“ETRI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투자 결정하도록 하죠.”

한껏 기대 어린 시선으로 날 쳐다보고 있던 변정식.

그의 얼굴이 나의 ‘ETRI’이란 말에 싹 돌변했다.

보아하니 녀석도 ETRI가 뭔지는 아는 모양이었다.

거기서 모르는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이 국내에 있을 수 없었다.

고로 거기 아는 사람이 나와 통화를 하게 되면, 변정식의 거짓말은 금방 탄로 난다고 봐야했다.

“자, 잠깐만....”

녀석이 다급해졌다. 그러던 말던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려했고, 변정식이 그런 나를 다급히 만류했다.

“아뇨!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일 얘기는 좀....비즈니스는 천천히 평일 날, 다음 주 월요일에 하시죠. 제가 프레젠테이션 준비해서 JYB엔터로 가겠습니다.”

“자기야. 왜 그래? 대표님이 알아보시고, 바로 투자 결정하시겠다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민혜주가 끼어들어 내 편을 들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웃으며 하던 전화를 계속 하려 했다.

턱!

그때 경악스런 일이 일어났다.

좀 전까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변정식이 사나운 얼굴로 변해서는, 손으로 내 핸드폰을 친 거다.

그 때문에 내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이 저리로 날아가 버렸고.

“자기 미쳤어!”

그걸 보고 민혜주가 먼저 반응했다.

“좆같네! 니미! 지랄!”

변정식이 본성을 드러냈다. 쓰고 있던 가면도 벗어치우고.

아마 지금 상황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뭐, 뭐? 자기 지금 욕한 거야?”

“그래. 이 C발년아. 댕겨 오라는 2억은 안 가져 오고, 뭐 이딴 새끼나 데려오고 지랄이야.”

변정식이 민혜주와 나를 번갈아 쏘아보며 지껄였다.

그런 가운데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변정식이 나를 제대로 살피는, 그러니까 간을 보는 걸 말이다.

여차해서 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누가 이길지를 두고서.

그때 녀석이 히죽 웃었다. 벌써 간파가 된 모양이다.

내가 싸움 잘할 스타일이 아니란 걸 말이다.

‘쳇! 지금 저 새끼한테 얕보인 건가?’

확실히 변정식은 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거 같았다.

‘이거 둘로 안 되는 거 아냐?’

나는 박칠석이 보내 준 조폭 둘로 변정식을 제압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됐다.

박칠석이 빠릿빠릿한 애들로 보낸다고 했는데, 그 빠릿빠릿한 게 부디 머리가 아니라 몸이어야 할 텐데 말이다.

* * *

민혜주는 돌변한 자기애인 변정식을 보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백준열을 보고 말했다.

“대표님 생각대로네요. 저 새끼 사기꾼 맞는 거 같아요.”

“뭐? 너 지금 뭐랬어?”

원래 바보가 자기보고 바보라고 하면 화를 낸다.

변정식도 마찬가지.

사기꾼인 그에게 민혜주가 사기꾼이라고 하자 버럭 화부터 냈다.

“왜? 너 사기꾼인거 들키니까 쪽팔리긴 하냐?”

“아아. 그러니까 니들 다 알고 온 거네?”

그 말을 하며 잽싸게 주위부터 살피는 변정식.

이어 펜션 밖으로 나가는 길목을 막아섰다.

누가 범죄 종합 선물 세트 아니랄까. 눈치 하나는 9단이다.

“알긴 뭘 알아. 다 네가 멍청하니까 대표님 앞에서 들통 난 거지. 이 병신 새끼야.”

“허어. 이 C발년이 진짜....”

민혜주는 이미 악에 받쳐 있었다.

하긴 다음 달에 결혼할 남자가 사기꾼이라니 꼭지가 돌만 했다.

그래도 너무 대 놓고 상대를 자극하고 있었다.

“왜? 치게? 자아. 때려 봐. 때려 보라고. 왜? 막상 때리라고 하니 못 때리겠냐? 이 병신 찐따 새끼.”

“이게 죽을라고....”

변정식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풍기는 냄새에는 위험한 종류의 정보도 있었고.

그걸 알기에 백준열은 변정식에게 미친 척 들이대는 민혜주를 잡아끌었다.

그대로 뒀다가는 진짜 민혜주가 변정식에게 맞을 거 같아서.

“왜 말려요. 저딴 새끼한테 마음 주고 몸 주고, 이젠 돈까지....흑흑흑흑!”

민혜주는 결국 더 참지 못하고 울분이 폭발하고 말았다.

그런 그녀를 다독이던 백준열.

그가 펜션 안으로 들어가려는 변정식을 스리슬쩍 가로 막으며 외쳤다.

“이제 나와요!”

그의 외침에 백준열이 몰고 온 차 안에 있던 조폭 둘이 차 밖으로 나와서는 곧장 백준열이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뭐, 뭐야?”

그들을 보고 그제야 긴장한 변정식.

그의 눈 굴리는 소리가 백준열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제압해요.”

백준열이 그 두 조폭에게 지시를 내렸고, 곧 변정식과 두 조폭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파앗! 팟! 퍽! 퍽!

백준열에게 다행인 건 박칠석이 보내 준 두 조폭이 머리가 빠릿빠릿한 애들이 아니었단 점이었다.

격투 쪽 유단자로 보이는 변정식을 두 조폭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서 압도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변정식은 지능범답게 잔머리를 굴렸고, 놈이 판 함정에 조폭 하나가 걸려버렸다.

우지끈!

“아아악!”

변정식에게 팔이 잡혔다가 못 빼내고 꺾이면서, 오른팔 팔꿈치가 뒤로 꺾여 버린 것.

그렇게 조폭 중 한 놈이 더 싸울 수 없이 무력화 되자, 남은 한 놈을 변정식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쓰러트린 뒤, 막 왼 다리를 꺾으려 했다.

빠악!

그때 둔탁한 타격 음이 울렸다.

그 소리와 함께 변정식이 두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쓰러졌다.

털썩!

그 쓰러진 변정식의 뒤에 백준열이 서 있었다.

장작으로 쓰려고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자기 머리보다 더 커서 스툴의자로도 써도 될 거 같은 잘린 통나무를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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