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변정식은 내 생각보다 더 싸움을 잘했다. 녀석은 혼자 여기 올만 했다. 저 정도 실력이면 나라도 그랬을 거다.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오만했고 방심하고 있었다.
내 지시로 두 조폭이 녀석을 제압하려 들면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는데, 그들만 신경 쓰고 나는 뒷전에 둔 거다.
나도 남자고 싸울 줄 안다. 하지만 녀석은 그걸 망각한 건지 아니면 날 좆도 아닌 놈으로 본 거다. 아마 답은 후자겠지.
‘저 씨탱이가....’
욱하니 화가 치민다. 저딴 사기꾼 새끼가 날 무시하다니.
그와 더불어 이전 생에서 날 등쳐먹은 사기꾼 새끼와 변정식이 내 눈에 오버랩 됐다.
1대 2의 싸움은 치열해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다.
아니 끼어들었다간 잘 싸우고 있는 조폭들 방해나 안 되면 다행이지.
결국 치민 화를 풀 데가 없어진 나는 주위를 살폈는데, 무기로 쓸 만한 게 영 눈에 띠지 않았다.
그때 내 눈에 전기톱으로 잘린 듯 보이는 통나무 토막이 보였다.
크기가 제법 크고 생나무라 무거워 보였다.
해서 저걸 무기로 쓰긴 틀렸다 싶었는데, 하필 그때 두 조폭 중 하나가 변정식에게 당해버렸다.
“젠장....”
조폭 하나가 변정식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게 내 판단이었고, 나는 정신없이 통나무 토막 쪽으로 뛰어가서 그걸 들었다.
다행히 내 힘에 통나무 토막이 번쩍 들렸고, 그걸 들고 미친 듯 변정식과 혼자 남은 조폭이 싸우는 쪽으로 뛰어갔다.
마침 변정식이 조폭을 쓰러트리고 다리를 붙잡는 게 보였고, 나는 그대로 뛰어가서 들고 있던 통나무 토막으로 변정식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거기 맞은 변정식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맥없이 자빠졌다.
그걸 보고 나는 들고 있던 통나무 토막을 대충 옆으로 던져 버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
그때 변정식에 의해 쓰러졌던 조폭이 몸을 일으키더니 내게 머리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됐고. 빨리 저놈 데려 가요.”
나는 턱짓으로 쓰러진 변정식을 가리키며, 동시에 내 호주머니 속 차 키도 같이 꺼내 조폭에게 내밀었다.
그 조폭은 한쪽 팔이 꺾여 덜렁거리는 동료 조폭과 같이, 변정식의 팔다리를 미리 챙겨 온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묶었다.
이어 그의 입에 자신이 신고 온 양말을 쑤셔 넣은 뒤, 역시나 챙겨 온 테이프로 입을 막고, 마지막으로 머리에 두건을 씌웠는데, 두건이 길어 변정식의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네.”
그걸 보고 내가 한 소리 할 때 기절했던 변정식이 깼다.
“우우우우....우우욱....”
당연히 변정식은 버둥거렸고 녀석에게 팔이 꺾여 안 그래도 아파 죽겠는 조폭이, 바로 돌멩이로 녀석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 찍어버렸다.
빡!
그러자 다시 잠잠해진 변정식을 두 조폭이 내 차 트렁크에 실었다.
둘은 인사성은 또 밝아서 나한테 꾸벅 머리를 숙이고는 차에 타고 사라졌다.
저들이 갈 곳이야 내 별장이겠지.
“잠깐만....”
나는 민혜주에게 양해를 구하고, 펜션 한쪽으로 가서 박칠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정식의 원만한 뒤처리를 위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잠깐 개새끼 백준열에서 악귀 백준열로 변해야 했다.
“이러기 싫지만 어쩔 수 없지.”
이때 백준열은 이미 꽤 되는 사람들을 살인교사 했다.
하지만 녀석은 그걸 정당한 살인교사라 여기고 있었다.
전형적인 자신에게 관대한 위선자였다.
전화 연결 음이 거의 열 번쯤 울렸을까? 박칠석이 내 전화를 받았다.
“납니다.”
=네. 대표님.
“그쪽으로 누구 좀 싣고 갈 겁니다.”
=네. 연락 받았습니다. 송구합니다.
“흔적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처리하세요.”
=걱정 마십시오. 뒤처리가 저희 전문입니다.
“한 시간, 아니 두 시간 쯤 뒤에 갈 테니, 손님 맞을 준비 잘 해주시고요. 혹시 모르니까 지원 더 받아 놓을 수 있으면 받아 놓으세요.”
=으음....알겠습니다.
내 별장으로 바로 가도 되지만 두 시간 뒤에 간다고 한 건 민혜주 때문이다.
놀란 그녀를 달래줘야 할 거 같아서.
견신 시스템이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라고 하기도 했고.
또 그녀 영입 문제도 다시 얘기해 봐야 할 성 싶다.
* * *
박칠성은 잠깐 근처 펜션에 누구 좀 만나고 오겠다고 해 놓고, 늦을 거 같으니 자기를 기다리지 말라는 백준열의 전화를 받고 짜증이 났다.
“C발. 좋은데 가면 나도 좀 데려 갈 것이지.”
전화할 때 분명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보나마나 여자 싣고 맛있는데 가서 저녁 먹고, 모텔가서 한 빠구리 하고 오려는 게 분명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박칠성은 진짜 백준열과 같이 다닐 생각은 전혀 없었다.
뭐 백준열이 그러라면 그럴 수는 있겠지만, 그 인간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일은 없었다.
“그래도 서운하네. 전에 몇 번 본 적 있는데. 오늘 완전 생 까고 말이야.”
박칠석은 태천파의 지시를 받고 몇 사람 처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박칠석은 먼 거리에서 백준열을 몇 번 봤었고, 작년과 올해에는 가까이서 그를 보고 악수까지 했었다.
한데 백준열은 그런 자신을 전혀 못 알아봤다.
뭐 그렇다고 백준열에게 그걸 따질 수는 없는 노릇.
“야! 근처 다방에 커피 좀 시켜.”
박칠석이 말하자 그의 오른팔격인 부하 이장식이 바로 물었다.
“티켓 끊어요?”
“어어. 두 시간.”
박칠석은 다방에 전화 거는 시큰둥한 이장식을 보고 외쳤다.
“두 명 불러!”
박칠석의 두 명이란 말에 입이 툭 튀어 나와 있던 이장식의 입이 도로 쏙 들어갔다.
이장식이 다방에 전화하고 10여분쯤 지났을까?
부아아앙! 부아앙!
다방 레지를 실은 스쿠터 두 대가 백준열의 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뽀글 머리에 빨간 립스틱을 진하게 처바르고, 팬티가 보일락 말락 하는 짧은 미니스커트에 오봉을 든, 다방 레지 둘이 스쿠터에서 내려 별장 마당으로 들어서자, 박칠석 밑의 조폭들 시선이 일제히 그녀들에게로 집중 됐다.
“야야! 이리 들어와. 야 이 새끼들아. 고개 안 돌려? 팍 눈알을 파버릴라.”
하지만 펜션 건물 안에서 박칠석 다음 서열의 이장식이 나와서 다방 레지들을 부르자, 마당의 조폭들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 조폭들에게 이장식이 험악한 소릴 내뱉었는데, 그 말을 들은 조폭들 중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그 중 절반 넘는 조폭들이 곧 죽일 듯 이장식을 쏘아봤다.
그건 조폭 조직원들이 조직의 2인자에게 보일 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만큼 마당의 조폭들 중 많은 수의 조폭들이, 이장식에게 불만이 많다는 소리였다.
이장식은 다방레지들에게 넋이 나가 있어 그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아악! 어딜 만져요.”
“C발년. 엉덩이 터지겠다. 흐흐흐흐.”
다방레지들과 시시덕거리며 펜션 건물의 거실로 들어간 이장식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박칠석을 보고 말했다.
“먼저 고르시죠. 형님.”
“너!”
가슴 큰 여자 좋아하는 박칠석.
그의 일관성 있는 선택에 이장식은 쩝쩝 입맛을 다셨다.
하필 오늘 따라 얼굴 예쁜 다방 년이 가슴도 컸지 뭔가.
아쉬운 대로 그 옆에 방탱이 큰 년을 끼고 박칠석 맞은 편 거실 소파에 앉은 이장식.
그가 다방레지로부터 커피를 받고 있을 때 박칠석이 말했다.
“야. 너 마당 정리 하고나서 커피 마셔.”
“네?”
“너 지금 나한테 눈 부라린 거냐?”
“아, 아닙니다. 눈은 무슨....”
후다닥 일어난 이장식은 구시렁거리며 펜션 건물 밖으로 나갔고, 그 사이 박칠석이 이장식이 끼고 있던 다방 레지도 자기 쪽으로 불렀다.
그렇게 두 다방 레지를 양쪽에 끼고 앉은 박칠석이 그녀들 가슴을 조몰락거릴 때 마당에 나간 이장식은 애꿎은 부하 조직원들을 갈구며 안 그래도 없는 인기가 더 떨어졌다.
* * *
박칠석 밑에 조폭들은 기본적으로 다들 싸울 줄 아는 녀석들이었다.
비록 상비군 출신이지만 박칠석부터 복싱 국가대표였고, 매일 세 시간 이상 훈련을 했다.
두목이 그렇게 솔선수범하니 그 밑에 조폭들도 술 마시고, 계집질 하는 시간 보다 훈련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렇다보니 그게 실력으로 드러났고, 가평군의 뒷골목도 손쉽게 평정할 수 있었다.
그랬던 조직이 요즘 들썩거렸다.
서울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던 박칠석이 가평을 떠나 있을 때가 많았던 것.
문제는 박칠석의 신임을 받고 있는 조직의 2인자인 이장식에게 있었다.
이장식은 박칠석과 달리 둔하고 편협한 인간이었다.
자기를 잘 따르는 부하들을 예뻐라 하고, 아닌 녀석들은 막 다뤘다.
그로 인해 조직 내 불협화음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을, 둔해 터진 이장식은 전혀 몰랐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이장식이 좋아하는 조폭들은 편하게 구운 고기를 먹었고, 아닌 조폭들은 먹는 것 보다 일하기 바빴다.
그건 바비큐 파티 후 뒷정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찬엽이하고 동찬이. 니들 이리 와 봐.”
자신이 좋아하는 애들을 불러서 괜히 일시키는 것처럼 굴었지만, 실상은 그들을 쉬게 하는 이장식.
그런 그를 보는 마당의 대부분 조폭들이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눈치라고는 전혀 없는 이장식은 낄낄 거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조폭들과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었다.
바비큐 파티 후 마당 치우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럴 게 백준열에게 잘 보이려고, 박칠석이 마당 안 재초작업까지 부하들에게 시켰기 때문에.
별장 건물 안에 박칠석과 같이 있었던 이장식이, 박칠석에게 내쫓겨 마당에 나온 지도 어느 덧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 사이 별장 건물 안에서 박칠석은 티켓 끊은 다방 레지 둘과 신나게 떡을 치고 있었다.
정력 하나는 자신 있었던 박칠석.
그가 다방 레지 중 하나는 벌써 초죽음으로 만들어 놓고 다른 다방레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아하아앙....오빠....나 죽어요....아악....그만....더 못해....아아악....그만....”
철퍽! 철퍼퍽! 철퍼억! 철퍽!
다방레지가 눈에 흰자위를 드러내면서 몸을 출렁댔다.
그런 그녀 입에서는 교성이라기보다, 애원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만 좀 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박칠석은 꿋꿋이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자기 욕심을 계속 채웠고, 벽에 손을 짚고 그의 뒤치기를 받아내고 있던 다방레지는, 정말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하늘이 그 다방레지를 불쌍히 여긴 걸까? 박칠석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니미 씨부랄 좆도....”
버럭 화를 냈지만 지금 걸려 오는 전화는 꼭 받아야 했던 박칠석.
그는 별 수 없이 다방레지의 보지에서 자신의 좆을 빼냈다.
그리곤 자지를 덜렁거리면서 거실 소파 위에 던져 둔, 자신의 핸드폰을 허겁지겁 받았다.
그 사이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다방레지는, 그녀보다 먼저 박칠석을 상대하다 초죽음이 된 동료 다방레지가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두 다방레지 모두 더는 박칠석과 빠구리 하고 싶지 않았다. 비록 티켓을 취소하더라도 말이다.
“아놔! 존나 귀찮게 구네.”
하지만 통화 후 박칠석은 그녀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황급히 옷을 추스른 뒤 별장 건물 밖으로 나갔다.
“휴우....”
그런 그를 보고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던 두 다방레지들은, 박칠석이 벗긴 그녀들의 팬티를 찾아 도로 입고는, 어서 그녀들을 데리러 오라고 다방에 전화를 걸었다.
* * *
백준열의 전화를 받고 나서 별장 건물 밖으로 나온 박칠석은 조직의 2인자 이장식을 불렀다.
“장식아. 요새 누가 잘 싸우냐?”
“기철이하고 병석이요.”
“녀석들 지금 요 위에 펜션촌 있지? 거기로 보내.”
“펜션촌에요?”
“어어. 실은....”
박칠석은 자신과 백준열의 통화 내용을 이장식에게 간략하게나마 얘기했다.
그 말을 다 듣고 난 이장식이 말했다.
“제가 다 챙겨 보낼 테니 형님은 들어가십시오.”
“그래.”
박칠석은 이장식을 믿고 별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이장식은 마당에 있던 조폭들 중에 좀 전까지 자신과 농담 따먹기 하던 조폭 둘을 불렀다.
“이찬엽! 강동찬! 너희들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박칠석은 분명 기철이와 병석이를 보내라고 했는데, 중간에 이장식이 보낼 조직원을 자기 멋대로 바꿔 버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녀석들로다가.
그것이 장차 무슨 후폭풍을 일으킬지 몰랐던 이장식은, 그래도 챙길 건 잘 챙겨서 이찬엽과 강동찬을 백준열 대표가 오라고 한 펜션촌으로 보냈다.
박칠석 밑에 조폭 이찬엽과 강동찬은 이장식이 가라고 하니 펜션촌에 오긴 왔지만 그들도 나름 야심은 있었다.
“JYB엔터면 대형 기획사지?”
“암만!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기획사지.”
“거기 대표 한데 잘 보이면 우리도 그 회사 들어갈 수 있을까?”
“암만! 안 될 건 없지. 울들 유단자잔여. 운전도 허고. 경비나 매니저로 들어가면 된단 깨.”
“야! 넌 도대체 출신이 어디냐? 사투리가 영....”
“이상혀?”
“그래. 쓰지 마.”
“알았어. 참고로 나 서울에서 태어났어.”
평소에도 친했던 두 사람.
그들이 티격태격 거리며 백준열을 기다 린지 몇 분 되지 않아 백준열이 직접 모는 차가 나타났고, 둘은 그 차를 타고 펜션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백준열의 지시에 어떤 놈과 붙었는데 강동찬이 다치고, 이찬엽도 다칠 뻔 한 것을 백준열이 구해주었다.
그 뒤 백준열의 지시에 따라 강동찬을 다치게 만든, 그놈을 데리고 백준열의 별장으로 돌아간 두 사람.
그곳에서 두 사람은 살벌한 얼굴의 보스, 박칠석을 만나야했다.
“동찬이는 병원가고 찬엽이 너는 나 좀 보자. 장식아. 너도 따라 와.”
박칠석은 진짜 많이 화가 나 있었다.
그럴 것이 그가 자신 있게 보낸 수하 둘이 제 몫을 못하고, 다쳐서 돌아 온데다가 백준열이 인원을 보충하라고 은연 중 말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겠는가?
여기 온 박칠석과 그 밑에 조폭들을 백준열이 더는 믿지 못하겠다는 거다. 여태 박칠석이 백준열을 위해 해 온 것들이 한순간에 헛짓거리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