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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으으으....으으....”
핸드폰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은 오전 7시 30분. 그래도 얼추 4시간은 잤다.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도 되지만 어제 자기 전에 일부러 알람을 맞춰 놨다.
아침에 약속이 있어서.
바로 골프 여신 민혜주와 아침을 같이 먹기로 한 것.
8시까지는 그녀가 있는 펜션에 가야 하기에 서둘러 세수만 하고, 차 키 챙겨서 별장 건물을 나섰다.
별장 마당에 조폭 몇 명이 나를 힐긋거리며 쳐다봤지만 무시하고, 주차 되어 있는 벤츠로 가서 차에 탔다.
운전해 줄 조폭 하나를 박칠석에게 요구할까 하다가 그만뒀다.
그냥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막 차에 시동을 걸자, 박칠석을 대신해서 2인자 구재성이 내 얘기를 들었는지, 이쪽으로 뛰어오기에 차창을 내렸다.
“어디 가십니까?”
“근처에요. 그쪽 보스는 어때요?”
박칠석은 내 충견이니 말을 놓지만 구재성은 아니니 말을 놓진 않았다.
“괜찮으십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좋다고 좀 전에 용건이가 물과 미음은 먹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잘 됐네요. 아침 먹고 나서 내가 전화 할 거라고 전해 줘요.”
“네. 조심히 가십시오.”
내가 탄 차를 향해 직각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구재성을 뒤로하고, 나는 차를 몰아 별장을 나섰다.
그리곤 펜션촌으로 향했는데, 채 10분도 되지 않아 민혜주의 펜션 초인종을 누르고 있다.
띠리링! 철컥!
안에서 현관문을 열고 민혜주가 나왔는데, 어제와 사뭇 다른 청순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는 골프 웨어 차림이었고, 오늘은 여자여자스런 원피스 차림이다 보니, 어제에 비해 그녀가 한결 샤방샤방하고 귀엽게 보였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봐요?”
“아, 아니. 너무 예뻐서.”
“와아. 대표님, 아니 오빠도 그런 말 할 줄 알아요?”
“그럼. 나도 남잔데.”
“치잇! 누가 여자래요. 들어와요. 아침 차려 놨으니까.”
“벌써?”
이제 아침 8시다. 이때 보통 직장 여자들은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
“오전에 라운딩 돌려면 지금 밥 먹어야 해요.”
“라운딩?”
“오전에 저랑 같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거야....그렇지만....”
사실은 그녀 영입 문제로 여기 온 거다.
그녀 곁에 떨거지를 처리하고 내 여자로 만든 뒤에 가만 보니, 민혜주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바로 성공의 냄새 말이다. 그녀의 운이 바뀐 거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잡아야지.
“마침 차로 30분 거리에 프리스턴 밸리 GC가 있거든요. 거기 한 바퀴 돌고 나서 근처 삼계탕 잘하는 데가 있는 데 거기서 점심 먹어요. 우리.”
“어, 뭐 그러던지.”
오늘 당장 스케줄이 생각나지 않은 나는 일단 긍정적으로 대답한 후, 민혜주와 아침 식사를 같이했다.
옥수수 스프에 식빵과 딸기 잼, 계란 후라이와 베이컨, 거기다 핸드드립으로 잘 내린 커피 한잔.
“주스 드려요?”
“아니. 됐어.”
식사 중 민혜주가 자주 날 쳐다봤지만, 신경 끄고 계속 먹었다.
딱 봐도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민혜주.
하지만 그녀가 투머치 토크란 걸 어제 알고 나서, 먼저 그녀에게 말 거는 게 무섭다.
“골프 구력이 어떻게 돼요?”
도저히 안 되겠는지 민혜주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원래 나야 구력이랄 것도 없었다.
골프 머리도 못 올렸으니까.
하지만 이 몸의 원래 주인이었던 백준열은 제법 구력이 됐다.
“한 10년 된 거 같아.”
“10년이면 10년이지 된 거 같다는 건 무슨 소리에요?”
“작년부터 쭉 골프채를 놓고 살고 있거든.”
“와아. 그렇게 바빠요?”
“어어. 아무래도 CEO란 자리가 그렇지.”
“뭐 이해는 해요. 위로다가 세대차 확 나는 형이 둘씩이나 있으니.”
“어?”
“아니에요. 빨리 먹어요. 커피 더 드려요?”
딱 보니 민혜주가 나에 대해 알아 본 모양이다.
그녀 말처럼 내 위에 두 형은 나보다 10살, 12살 많다.
때문에 세대차가 나는 건 당연했다.
‘뭐 세대차만 나면 다행이게?’
그것 말고도 그들과 나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그걸 알기에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는 거고.
‘아니지. 싫으니까 다른 점이 많아 진 건가?’
재벌 2세인 내 아버지 백승렬 회장도 순탄히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우리 형제들에게도 회장자리를 두고 경쟁하기를 백 회장은 원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처음부터 사이가 나빴다.
백 회장이 어떤 의도에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마 사자 새끼처럼 강하게 키우려 그런 모양인데, 결국 자기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원하는 후계자 아들, 즉 나 백준열을 회장자리에 앉히지 못하고, 다른 두 아들들에 의해 제거 되는 신세가 됐으니 말이다.
뭐 그런 일은 몇 년 뒤에 실제 일어날 일이지만, 그렇게 되는 걸 지금부터 내가 싹 바꿀 생각이다.
‘애당초 삼명그룹 경영권을 포기 해버리면 돼.’
그걸 포기하면 두 형도, 백승렬 회장도 더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니까.
아마 내가 그러면 백 회장이 노발대발해서 나와 자식 부모간의 연도 끊으려 들지도 모른다.
‘그럼 고맙지.’
그게 바로 내가 진짜 바라는 바다. 삼명가家와의 확실한 파문? 단절? 절연? 퇴출?
뭐가 됐던 그들과 영원히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내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게 내 이번 삶의 로망이다.
* * *
내 골프채는 별장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골프웨어와 모자, 신발까지 전부 다 구비 되어 있었다.
그래서 박칠성에게 전화를 했더니 구재성이 받았다.
그에게 골프채를 비롯해서 오전 라운딩 돌 때 필요한 것들을 전부 얘기한 후 그것들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어제 여기 왔었던 조폭 중 다치지 않은 녀석이, 이곳 위치를 잘 안다고 하니 알았다며 구재성이 전화를 끊었다.
전화 후 민혜주가 타 준 차를 마시는 동안, 그녀는 라운딩 갈 준비를 시작했다.
당연히 입고 있던 여성스런 원피스를 벗고, 어제와는 다른 디자인의 골프웨어를 착용했다.
어제는 상의는 착 달라붙고, 하의는 초미니 스커트로 섹시미를 강조했다면, 오늘은 다분히 실용적이랄까?
상의는 움직여도 품이 남을 정도로 약간 헐렁하고, 하의는 치마가 아닌 반바지를 입었다.
섹시미는 확실히 떨어지지만, 이미 그녀의 몸이 어떤지 다 아는 내 입장에서는 별 상관없었다.
‘어차피 벗기면 똑같은 데 뭐.’
그녀와 오전 라운딩 돌 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야외에서 빠구리를 한다면 스커트를 벗기나, 반바지를 벗기나, 그 안의 본질은 똑같았다.
스커트 입었다고 그녀의 보지가, 내 좆대를 더 잘 받아주고 조여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민혜주가 골프채를 빼고 라운딩 돌 준비를 다 갖췄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확인하니 어제 여기 왔었던 두 조폭 중 한 놈이었다.
“여기 말씀 하신 것들하고 골프채 가져왔습니다.”
“고마워요.”
녀석은 가져 온 걸 내게 건네고, 그가 타고 온 차로 돌아가서 내 별장으로 되돌아갔다.
박칠석과 그 밑에 조폭들은, 다음 주 수요일까지 내 별장에 있기로 했다.
박칠석이 시체처리 문제도 그렇고, 다친 수하들을 경찰 몰래 치료하기에 그곳만큼 좋은 곳도 없다며, 내게 특별히 부탁을 했는데 내가 그러라고 했다.
“잠깐 옷 좀 갈아입을 게.”
조폭이 가져 온 내 골프웨어를 들어 보이자 민혜주가 말했다.
“내 차 타고 가도 되죠?”
“어어. 상관없어.”
“그럼 오빠 골프채 제 차에 실어 둘게요.”
“내가 가지고 가면 되는데.”
“오빤 빨리 옷이나 갈아입어요.”
그렇게 내가 골프웨어로 갈아입는 사이, 민혜주가 자기 골프채와 내 골프채를 그녀 차에 실었다.
골프 모자와 신발은 바로 착용하고, 장갑과 함께 보스턴백을 챙겨 들었다.
보스턴백 안에는 라운딩 후 갈아입을 옷과 샤워도구, 로스트볼, 스페어로 쓸 골프화, 모자 같은 것이 잘 정리되어 들어 있었다.
그것만 봐도 백준열이 얼마나 꼼꼼히 성격인지 알 거 같았다.
그렇게 골프 치러 갈 준비가 다 됐지 싶어, 펜션 밖으로 나갔더니 민혜주가 자기 차 안에서 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차 예쁘다.”
민혜주의 차는 내 차와 같은 벤츠지만 가장 실용적인 벤츠로 불리는 C220이었다. 차 색깔이 노란 게 오늘 따라 청초한 민혜주와 잘 어울리는 거 같았다.
“고마워. 오빠도 골프웨어가 잘 어울려요. 프로 골프 같아 보여.”
“그래?”
실제 백준열은 거의 준 프로 골퍼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만 좋으면 프로인 민혜주와 박빙의 승부도 충분히 가능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진동모드로 호주머니 속에 넣어 둔 내 핸드폰이 울렸다.
“미안!”
민혜주에게 양해를 구하고 누구 전화인지부터 확인했더니 마크다.
‘이 새끼가 왜....’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차피 영어로 통화 할 거라, 민혜주는 들어도 무슨 내용의 통화인 줄 몰랐다.
* * *
내가 전화를 받자 마크가 화부터 냈다.
녀석이 내 이중계약을 알아차린 거다. 누가 알려줬는지도 바로 말했다.
‘백준호. 그 인간이....’
어제 괜히 전화해서 내 속을 긁어, 한 소리 했더니 결국 그 보복으로 마크에게 회사 기밀을 알려 준 거다.
삼명전자가 반도체 기술 이전료로 생각하고 있었던 그 금액, 1200만 달러를 말이다.
“뭐? 7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를 내 놓으라고?”
마크가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였다.
정당하게 한 계약이고 계약에 어떤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왜 그딴 놈에게 500만 달러를 헌납해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그 돈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하지.
당연히 나는 녀석에게 ‘Fuck you’를 날렸고, 녀석은 두고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문제는 녀석이 두고 보자고 한 점이다.
나를 곤란하게 만들 뭔가가 있으니 그런 소리를 한 게 아니겠나? 원래 마크는 성격이 편협하고 오만해서 농담이나 벙카 같은 걸 잘 못 쳤다. 그걸 알기에 녀석이 한 말이 계속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 이거 그냥 둬선 안 되겠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이럴 땐 녀석이 뭘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녀석을 쳐 버리는 게 최선이다.
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좋은 쪽은 몰라도 나쁜 쪽으로 백준열의 머리는 정말 천부적으로 잘 돌아간다.
‘그렇지.’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감탄할 만한 쌈박한 대비책이 나왔다.
“존 그라함. 현재 연방 뉴욕주 남부 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하고 있지.”
아마 마크에 대해 그 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거다.
마크에게 사랑하는 연인을 빼앗기고, 거기다 그 애인을 잃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마크에게 있어서 그저 재수 없는 그 일이,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되어, 한 사람을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 일은 마크가 그의 집에서 주최한 파티에서 시작 됐다.
여느 파티처럼 거기서도 약이 돌았고, 마크와 한 여자가 같이 마약을 복용 후 섹스를 했다.
근데 그 여자가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 된 거다.
부검 결과 마약과다복용으로 인한 자기 과실사로 수사 종결이 됐고, 마크는 집행유예로 벌금만 내고 끝이었다.
당시 그 죽은 여자의 전 애인이었던 존 그라함 만이, 그 여자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약 혐오자인 전 애인이 마약을 한 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고, 분개한 그라함은 하던 학업을 중단, 전과해서 법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 뒤 뉴욕에서 변호사자격시험에서 합격,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잠깐 하다가, 법무부에서 자체 선발한 자격 심사를 통과 후, 연방 검사가 되었다.
그 존 그라함이 지금은 연방 뉴욕주 남부 지검의 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잘 가라. 마크.”
나는 김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크의 스토커 범죄 증거를 연방 뉴욕남부 지검의 존 그라함 검사 앞으로 지금 바로 보내라고 말이다.
* * *
민혜주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지만, 그래도 10분 넘게 그녀를 기다리게 한 점에 대해 나는 사과부터 했다.
“괜찮아요. 차 안에서 음악 듣다보니, 뭐 10분 금방이던데요.”
“이제 가자.”
나는 민혜주의 차 조수석에 올랐다.
“출발! 꽉 잡으세용!”
그렇게 신난 민혜주와 나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는 프리스턴 밸리 GC로 향했다.
빠른 음악을 듣고 와서일까? 민혜주가 국도에서 좀 밟으면서 막상 목적지인 프리스턴 밸리 GC에 도착하니,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약은 민혜주 앞으로 되어 있었지만, 앞서 라운딩 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좀 지체 하면서, 우리는 한쪽 퍼터 연습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근데 천연 자연 연습장이 나무에 잘 가려져 있어서 외부에서는 안쪽을 볼 수 없었다.
드나드는 출입구 쪽에서 일부러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거기서 뭘 해도 모를 거 같았다.
나는 왜 이런 곳에 퍼터 연습장을 만들었는지 이곳 골프장의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뭐 나야 좋지.’
아무래도 오늘 라운딩은 물 건너 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면서 의심의 눈길이 민혜주에게로 넘어갔다.
‘이거 혹시 민혜주가....’
앞 팀 때문에 라운딩이 밀렸다는 것도 다 민혜주가 꾸민 일일지 몰랐다.
나를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서 말이다. 내 이 합리적인 의심이 맞다면 민혜주는 색정녀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긴 어제 보니 그녀의 섹스 능력 습득력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특히 그녀의 오랄 실력은 백준열의 겪어 본, 수백 명의 여자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빼어났다.
‘늦바람이 무섭다고....남자 맛을 알고 나더니 아주 작정을 했네.’
뭐 나로서도 색다른 경험이 될 거 같다.
야외, 그것도 골프장에서 골프 여신과 빠구리를 하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