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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2화 (4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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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푸르죽죽했던 이재동의 얼굴에 혈색이 완연히 돌아왔다.

불법 왕진 의사 용건이의 외과적 치료 능력은 탁월했다.

하긴 조폭들을 하도 많이 치료하다 보니, 그쪽으로는 그 어떤 외과 숙련의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외과의는 결국 수술 방에 들어가야 그 빛을 제대로 발하는 법.

“아프면 말해요. 진통제 하나 더 놓아줄 테니.”

“끄응! 뭐 참을 만 합니데이. 약이나 좀 더 줘보이소.”

좀 전 이재동은 자신 계좌에 들어 와 있는 1억 5천만 원 중, 1억을 부산병원 접수처에서 알려주는 계좌로 송금했다. 이제 아들은 낼모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선지 그의 얼굴이 여태 본 얼굴 중 제일 밝았다.

용건이는 가지고 있는 소염진통제를 전부 이재동에게 건넸다.

그래봐야 한 사흘 치 먹을 양 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 떠나서, 사는 곳으로 가면 거기 동네 의원에 가보세요. 노가다 하다가 다쳤다고 하면 처방전을 써 줄 겁니다.”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 환자까지 살뜰히 챙긴 용건이.

그는 자신이 여기 올 때 들고 온 왕진 가방과, 지금은 텅 비어 버린 구급상자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이곳 책임자인 구재성에게로 갔다.

“다 끝났소?”

“네. 여기서 제가 할 일은 이제 다 한 거 같습니다.”

“수고 많았소. 여기....”

구재성은 용건에게 700만원을 건넸다.

원래는 600만원인데, 보스인 박칠석이 100만원 더 주라고 해서 700만원이 된 거다.

“아까 말한 두 명은 내일 큰 병원 데려가야 합니다. 안 그럼 끝일 날 수 있어요.”

“알았소.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빨리 가시기나 하시오.”

그 말 후 구재성은 수하 중 한 명을 불러서, 그로 하여금 용건이를 그가 타고 온 차까지 태워 주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이 별장에서 유일하게 조폭이나 범죄자가 아닌 사람이 떠나고, 별장 안의 정리도 끝났을 무렵 보스인 박칠석이 구재성을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어어. 그래. 이리 와라.”

박칠석은 아픈 사람 맞나 싶게 멀쩡한 모습으로 구재성을 가까이 불렀다.

“이따가 가평군내 사무실가서 장부 다 가지고 와라.”

“장부를요?”

“그래. 서울 가기 전에 채무는 정리하고 가야하지 않겠냐?”

“알겠습니다.”

“그 새끼 어때?”

여기서 그 새끼는 이재동을 말했다.

“괜찮아 보였습니다.”

“대표님도 참. 죽여야 후환이 없는데 말이야.”

박칠석은 아무래도 이재동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하긴 자기 말고 백준열이 신경을 써 주는 조폭이 있다면, 구재성도 신경이 쓰이긴 할 거 같았다.

“처리할까요?”

“새끼.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리하네. 하지만 안 된다.”

“왜요?”

“그 새끼 손 보면, 대표님이 누굴 제일 먼저 의심하겠냐?”

“그, 그야....”

“지금은 몸 사려야 할 때다. 나댈 때 나대야지. 알겠냐?”

“네. 형님.”

“아아. 그리고 장식이 말인데.”

“이장식이 말입니까?”

“어어. 그 녀석 전화 번호 좀 알려줘 봐.”

어제 조직에서 쫓아 낼 때는 언제고, 오늘 갑자기 그 인간은 왜 찾는단 말인가?

구재성은 팍 쳤지만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으며, 자기 핸드폰에 아직 남아 있는 이장식의 핸드폰 번호를 박칠석에게 알려주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박칠석도 구재성 면전에서 이장식에게 전화를 걸진 못했다.

“할일 많을 텐데 그만 가 봐.”

“네. 형님.”

“아아. 1층 거실 책장에 발렌타인 36년산 있던데. 그거 넣어주고.”

박칠석은 지금 2층 백준열의 방을 쓰고 있었다.

아까 점심 먹고 나서 백준열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가 여기 들리지 않고 바로 서울 가겠다고 하자, 얼씨구나 좋다며 박칠석이 백준열 방을 차지해 버린 거다.

“형님. 술은 아직....”

“괜찮아.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그러니 넌 내가 시킨 대로 그거 가져 와. 오케이?”

“네.”

구재성은 박칠석의 방을 나오자 바로, 수하 중 한 명에게 박칠석이 가져 오라는 양주를 가져다주라고 지시를 내린 뒤, 잠시 2층 창가로 가서 창문을 활짝 열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구재성.

그때 옆 쪽 방에서 창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박칠석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창가에서 이장식과 통화 중에, 갑갑해선지 창문을 연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좀 이따가 재성이가 군내 사무실에 가서 장부를 가져 올 거야. 그때 네가 그 애들과 재성이를 쳐서 은퇴시켜 버리면 되잖아.”

조폭은 사지 중 하나를 못 쓰게 됐거나, 죽을병에 걸리면 은퇴를 한다.

근데 그의 보스가 이장식을 시켜서, 자신을 강제 은퇴시키려 하고 있었다.

“....”

말없이 불끈 두 주먹을 쥔 구재성.

그가 살벌하게 굳은 얼굴로, 뒤돌아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갔다.

* * *

박칠석은 이장식과 통화 후 기분이 께름칙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들어와!”

“양주 가져왔는데요?”

“저기 올려놓고 나가.”

박칠석은 새벽에 백준열이 마시던 와인 병이 올려 져 있었던, 바로 그 사이드테이블에 수하 녀석이 가져 온 발렌타인 36년산을 놔두게 했다.

그 뒤 그 수하가 나가자, 곧장 그쪽으로 걸어간 박칠석.

“딱 한잔만 하지 뭐.”

배에 칼침 맞은 박칠석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와 빠구리를 당장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 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푹 좀 잘 생각이었다.

물론 많이는 안 마실 거다. 그도 그 정도는 알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양주를 개봉한 박칠석. 그는 글라스에 한잔 가득 양주를 따랐다. 그리곤 그 글라스를 입으로 가져갔다.

“캬아! 이거거든. 크으. 좋다.”

그렇게 딱 한잔의 양주를 마신 박칠석은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이게 또 자려고 하니 잠이 안 왔다.

“에이. 그걸로 간에 기별도 안 가네. 그래. 딱 한잔 만 더 마시자.”

그렇게 시작된 박칠석의 음주는 결국 양주 한 병을 다 비우고 말았다.

“쩝....한 병 더 마실까?”

그래도 술이 약간 모자란다 싶은 박칠석.

그는 수하를 시켜 양주 한 병을 더 가지고 오게 했다.

구재성이 알면 잔소리 할 게 분명한 터라, 일부러 다른 수하를 시켜서.

그렇게 반병의 양주를 더 마시고 나서, 살짝 취기가 오른 박칠석은 침대에 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때 구재성은 별장 한쪽 방에서 혼자 고뇌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는 핸드폰이 놓여 있었는데, 그는 그 핸드폰을 들었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했다.

“지금이라도 보스한테 가서 좋게 얘기를 해볼까? 아냐. 이미 날 은퇴시키려는 사람에게 무슨....역시 그 길 밖에 없어. 지금이라도 그분께 전화를 드려서....아냐 못해. 그분이 화라도 내면....그래서 보스에게 전화라도 한다면....하아....이거 어쩌지?....하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뇌의 시간만 길어지던 구재성.

그런 그가 있는 방에 노크 소리와 함께 수하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군내 사무실 갈 준비 다 됐습니다.”

“어어. 그래. 지금 나간다.”

이제 정말 결정을 내려야 했다.

“씨발. 모르겠다.”

구재성은 눈 딱 감고 자신의 핸드폰, 구형 피처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그분이 그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대표님. 저 구재성입니다.”

=구재성?

“네. 박칠석 밑에....”

=아아. 지금 내 별장에 있는....

“네. 맞습니다.”

=왜요? 거기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

구재성이 그 앞에 그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으흠. 그러니까 그쪽 말을 요약해 보자면, 지금 그쪽이 박칠석 대신에 내 충견이 되겠다 이거로군요?

“그렇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십시오. 대표님.”

=이거 참. 혹시 공부는 좀 하셨어요?

“네?”

=학벌이 어떻게 돼요?

“저 고등학교 중퇴했습니다.”

=그럼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란 말은 알겠네요?

그분의 그 말에 구재성이 눈빛을 번뜩였다.

“네. 잘 압니다. 대표님.”

=잘 해보세요. 살아남으면 서울에서 봅시다.

그 말 후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는 그분, 백준열!

* * *

애초 내게 전화 건 협력업체 사장은 없었다.

당연히 내가 키다리 아저씨 노릇을 할 필요도 없었고.

대신 삼계탕집 밖에서 주위를 살핀 뒤, 나는 좀 전 내게 전화를 걸어 온 남소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왜 제 전화 씹어요?

전화 받자마자 씩씩거리는 남소라.

백준열의 기억대로 남소라는 한 성격했다.

올해 21살인 그녀에게 다른 여자들과 달리 유독 관대한 백준열.

그건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연을 기억 해 낸, 내 입에서 나온 건 바로 욕이었다.

백준열이 남소라를 자신의 여자로 만든 건, 그녀가 돌아가신 자신의 모친을 쏘옥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 어머니와 닮은 여자와 왜 매주 떡을 치는가 이 말이다.

무슨 근친물 찍는 것도 아니고.

황당한 건 근친상간에 대한 백준열의 인식이다.

누가 개새끼 아니랄까?

녀석은 근친자 사이에서 행해지는 성행위를 범죄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유전학상 열성(劣性)유전의 위험성? 그게 문제면 임신만 안 시키면 되지 않냐 는 거다.

이런 놈이니 그런 짓도 서슴없이 저지른 거겠지.

앞서 내가 차마 내 입으로 말 못하겠다고 한, 녀석의 비밀도 이런 놈의 삐뚤어진 성 윤리관에 기인 된 바가 아닌가 싶다.

그 비밀은 그때 가서 그 당사자와 만났을 때 다루도록 하고, 지금은 성난 남소라부터 진정 시켜야 할 거 같다.

=하아. 지금 통화 중에도 내 말 씹는 거예요?

“아니. 니 말 씹은 적 없다. 왜 전화 했니?

남소라도 말을 받아주다 보면 통화가 길어지는 투머치토커다.

해서 백준열은 전화상에서는 늘 이렇게 용건만, 딱딱 끊어서 그녀와 통화를 했다.

=당신 개가 내 개 고추를 물었다고. 어쩔 거야?

“뭐?”

내 개라니. 비스마르크 말고, 나한테 또 개가 있었단 말인가?

=암튼 엘베 여기서 더 못 키우니까 당신이 딴 데 데려가. 나 말고 같이 사는 여자 많잖아.

“엘베?”

여기서 비스마르크에게 들었던 그 이름이 나왔다.

‘엘베, 엘베, 엘베라....’

서울에서 내가, 아니 백준열이 키우던 애완견의 이름이 엘베인 모양이었다.

나는 엘베에 대해 기억이 나게끔 그 이름은 계속 머릿속에서 곱놓았다.

‘아아!’

그러자 엘베가 뭔지 생각나기 시작했다.

‘엘베는 엘리자베스(Elizabeth)의 줄임말이었군.’

비마가 비스마르크의 줄임말이듯 말이다.

이후 서울에 사는 내 애완견 엘리자베스에 대한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 빠르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엘베의 견종은 킹찰스스패니얼이었다.

원산지는 역시나 영국, 그래서 백준열이 영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름을 따서, 애완견 이름을 엘리자베스로 지은 거다.

킹찰스스패니얼은 17세기 영국의 왕, 찰스 2세는 이 개를 좋아해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킹찰스스패니얼의 평균 수명은 12~15년이며 성격이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지만 활동적이고 무서움이 적으며 모험심이 강하단다.

키는 26∼32cm, 몸무게는 3.6∼6.3kg으로 소형견으로 구분되는데, 유연하고 부드러운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으며 머리는 돔 모양이고, 두개골은 크기에 비해 크고, 코는 검고, 콧구멍은 크게 벌어져 있으며, 눈과 귀가 튀어나와 있어, 더러운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끼지 않는지, 언제나 주의 깊게 살펴봐줘야 한다는데?

여기서 내가 남소라에게 불쑥 말했다.

“엘베 눈과 귀 이물질 들어 간 거 아니지?”

=무, 무슨 소리에요. 매일 한 번씩 목욕시키는데.

또 킹찰스스패니얼는 또 털이 길기 때문에 털 빠짐이 심한 견종인데, 매일 빗질을 통해 죽은 털을 정리해 주고 손질해 주어야 하며, 실내에서 키우기 적합한 품종이긴 하나, 넓은 장소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므로, 산책이나 운동을 자주 시켜주어야 한다네.

여기서 또 내가 남소라에게 물었다.

“엘베 매일 털 손질하고 산책 시켰나?”

=당, 당연하죠. 우리 훈이 산책 시킬 때 꼭 데리고 나갔다고요.

“그 집에 CCTV설치되어 있다.”

=....

나의 CCTV란 말에 남소라가 갑자기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녀에게 여기서 아주 내가 합리적인 제안을 했다.

“훈이 데리고 24시 동물병원 가 봐. 거긴 일요일에도 문 열었을 거야.”

=그, 그럴 게요.

“그리고 엘베는....내일 내가 거기 가서 데리고 갈게.”

=뭐 그러시던가.

“이제 됐지? 전화 끊는다.”

=잠깐만. 당신 내가 아는 그 백준열 맞아?

그 말에 나는 사실 속으로 뜨끔했다.

“뭔 소리야! 이참에 아주 그 집에서 살아줘?”

박지수도 일주일에 2번 간다니 경기를 일으켰다. 하물며 매일 같이 산다?

=미쳤어!

‘빽’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남소라가 웅얼거렸다.

그녀는 내가 그 소리를 못 들을 거라 여겼을 거다.

실제로 그 정도 소리는 전화기가 음성을 잡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내 귀가 보통 귀던가?

=오긴 어딜 와. 이 씨발, 개새끼가 어디서 사람 잡을 소리를....

백준열 이 인간은 대체 그 동안 어떻게 살았기에, 어찌 된 게 주변에서 그를 사람 취급하는 이가 하나도 없단 말인가?

=....끊어!

자기 할 말은 다한 상태라 남소라는 더 이상 나와 통화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평소 이 정도 무례는 백준열도 봐 주고 있었던 터라, 그런 모양인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었다.

남소라가 내 여자인 이상, 그녀가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걸 더 이상 좌시하지....

“어어어....”

그때 내 머릿속으로 그 동안 나와 남소라가 함께한 낯 뜨거운 정사 장면이 떠올랐다.

“우씨....존나 쩌네.”

아무래도 남소라가 나한테 버릇없이 굴어도, 계속 좌시해야 할 거 같다.

“아우....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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