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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신림 원룸 빌딩은 주인 세대를 제외하고 나면, 전체 세대가 원룸으로 구성 되어 있었다.
작년에 완공한 따끈따끈한 새 건물인 여기에, 경비와 관리인으로 인연을 맺게 된 김봉천과 오석천은, 이름 끝에 ‘천’자가 한자도 같은 ‘열천(闡)’을 쓴다는 이유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나이는 김봉천이 오석천 보다 2살 위였지만, 중년의 나이 때 2살 터울이야 그냥 묻고 가는 거 아니겠나?
그렇게 둘은 친구처럼 지냈고, 스스럼없이 가족사며 자기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부담 없이 얘기하는 편한 사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해선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
발단은 3층 5호실의 여자 공시생이 세면대 배수구가 막혔다고 해서, 오석천이 거기 갔다가 시작됐다.
당시는 8월이라 날이 더웠는데, 하필 그날 에어컨까지 고장 나는 바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막힌 배수구를 어떡하던 뚫어 보려 한 관리인 오석천.
“이것 좀 드시고 하세요.”
고생하는 오석천이 고향의 삼촌 같고, 아빠 같았던 여공시생이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넸고, 그 물을 받아 마시려던 오석천의 눈이 갑자기 뒤집어졌다.
그 여공시생이 너무 편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보니 물을 건넬 때, 고작 그 움직임에 반쯤 열려 있던 단추가 풀리면서 그녀의 앞가슴이 훤히 드러나 버렸던 것.
“어머머....”
오석천의 눈빛이 확 변하자 화들짝 놀란 여공시생.
그제야 자신의 가슴이 드러난 걸 알고 옷을 여몄지만, 그때 이미 오석천은 한 마리 욕정에 굶주린 수캐로 변한 뒤였다.
결혼 생활은 영위하고 있었지만, 잦은 불화로 인해 아내와 성관계를 맺어 본 게 벌써 1년 넘은 오석천.
자위도 하루 이틀이지, 안 그래도 욕구 불만이 극도로 차 있던 그에게, 바로 눈앞의 출렁거리는 여공시생의 뽀얀 유방은, 그의 이성의 끈을 여지없이 끊어 버렸다.
“아악! 왜 이러세요? 비켜요.”
그대로 여공시생을 덮친 오석천. 그때였다.
“석천아. 덥지. 여기 아이스크림....”
고생하는 친구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온 경비 김봉천.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경비아저씨. 빨리 경찰 불러요.”
오석천 밑에 깔린 여공시생이 김봉천을 향해 외쳤다.
순간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김봉천이 좌절하며, 얼굴에 핏기가 점점 사라져 갈 때였다.
찰칵!
김봉천이 여공시생의 원룸 방문을 잠갔다.
그리곤 오석천이 짓누르고 있는 여공시생에게 대뜸 다가왔다.
“경비아저씨. 뭐, 뭐하시는 거예요? 빨리 경찰에 신고를....우웁....”
황당한 얼굴의 여공시생. 하지만 진짜 그녀를 놀래 킨 것은, 그녀에게 다가 온 그 경비아저씨가 그녀 입을 자기 손으로 틀어막았을 때였다.
“김씨!”
“내 다 알어. 하고 싶으면 해야 제. 빨리 허드라고.”
오석천과 김봉천의 눈이 다시 마주쳤던 이때 둘은 직감했다.
자신들이 넘어선 안 될 선을 이미 넘었다는 걸.
그렇게 305호를 시작으로 오석천과 김봉천은 두 명의 여공시생들을 더 강간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절대 그 사실을, 경찰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한다.
그랬다간 그녀들이 강간당한 영상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갈 테니까.
여공시생을 강간하는 걸 동영상으로 남기자는 생각는 오석천이 했다.
실제 305호 여공시생의 경우, 김봉천이 강간할 때 오석천이 찍었고, 그 뒤는 둘이 돌아가며 찍었는데 ,그제는 오석천이 305호 여공시생을 따먹을 때, 김봉천이 자기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그렇게 찍은 동영상을 서로 공유해 가며 보던 두 사람은, 더 색다른 경험이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호주에서 어학연수 차 한국에 온, 에이미 페럿이란 백마를 강간하기로 하고, 어제 미리 그 방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아 놨다.
오늘 저녁에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데, 하필 오늘 건물 주인인 멍청이 새끼가 돌아왔다.
어디서 한 달 넘게 쳐 놀다가 집에 기어들어 온 건데, 오자마자 김봉천에게 짜증을 내더니, 인사하는 오석천은 개무시를 했다.
해서 둘 다 기분이 많이 상해 있었다.
“김씨. 오늘 백마 말고 그 새끼 조질까?”
“뭐? 그러다가 여서 잘리면?”
“아아. 그게 문제네.”
“니는 가끔 너무 충동적이여.”
“뭐 그래서 나쁜 거 있어? 김씨. 솔직히 말해서 나 아니었으면, 그렇게 젊고 예쁜 년들 어떻게 따먹어?”
“허어.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겨?”
“어쩔 수 없지. 백마는 내일이나 모레 따먹자. 그 새끼 보나마나 내일 우리 출근하면 사라지고 없을 테니까.”
“그래유. 그러슈. 하하하하.”
그렇게 두 강간마들의 타깃이었던 호주출신 에이미 페럿이란 여자가, 진짜 운 좋게 악마의 마수를 피해 가고 있었다.
* * *
양태석과 통화 후 원룸 건물 주인세대 집, 일명 내 집에서 잠깐 넋 놓고 앉아 있을 때였다.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 하지만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태석이 형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일찍 왔네요?”
그 말을 하며 시간을 확인하니, 양태석과 통화 한지 벌써 20분이 지나 있었다.
잠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잘 가다니.
뭐 그래도 양태석은 처리자들이 오는데 3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는데, 그보다 10분 빨리 왔으니 일찍 온 건 맞았다.
여기서 처리자들이란 일종의 해결사들로 돈만 주면 뭐든 다 하는 자들이었다.
그것이 살인이라도 괘의치 않는 진짜 무서운 자들이었다.
=마침 근처에 있어서....처리해야 될 놈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양태석씨가 의뢰자에게 직접 받으라고 하셨습니다만?
“그럼 태양 빌딩 근처에 있겠네요?”
=네. 동네 마트 옆에 잠시 정차 중입니다.
“그럼 한 사람 와서 가져가요. 여기 5층에 504호입니다.”
=네. 지금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나서 딱 3분 만에 누군가 내 집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문을 열고 경비와 관리인을 고용할 때 받은, 그들 신세명세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관련 서류가 들어 있는 파일을 통째 문 밖으로 내밀었고, 그걸 챙긴 누군가는 곧장 그걸 들고 사라졌다.
그 뒤 심심해진 나는 양태석에게 전화가 올 때까지 TV를 시청했다.
“이때 진덕여왕을 했었구나....프리지아도 이때고....사위의 유혹은 지금이 얼추 끝물이네....”
내가 좀 전에 언급한 세 작품이 올해 월화와 수목 미니시리즈, 그리고 일일드라마를 평정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진덕여왕’은 MVC의 창사 47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
이야기의 기본 베이스를 논란이 분분한 필사본 화랑세기를 모티브로 한 이 드라마는, 기본적인 설정만 역사에서 따왔을 뿐 판타지 장르에 가까운 드라마로,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면이 많다는 평을 들었지만, 뭐 재미만 있으면 그만 아니겠나? 그 덕에 편수를 늘여 연장 방송한 걸로 기억한다.
그 다음 수목 미니시리즈의 절대강자. ‘프리지아’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원작의 작가가 제이슨 본 영화 시리즈의 팬이라나.
뭐 그래서 프리지아에서도 비슷한 연출이 나오는 이유는 것이, 그 때문이라는 게 꽤 큰 이슈가 됐던가?
그리고 국민 막장 일일드라마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 할 ‘사위의 유혹’
빠른 전개와 자극적, 비현실적인 소재로 당시엔 상상도 못할 엄청난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한국 드라마 역사도 새로 쓴 드라마로 평가 받는다.
대중들이 막장 드라마를 하나의 장르로 인식하게끔 만든 한국 막장 드라마계의 정점 같은 작품이랄까?
내가 이들 드라마를 지금 언급하는 건, 이들 다음으로 들어갈 지상파 드라마 중 하나를 우리 JTB엔터에서 직접 제작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 작품은 바로 ‘추포!’다.”
원래는 내년 초에 KVS에서 제작될 퓨전사극이다.
전란 직후 늘어난 도적들을 잡기 위해, 포도청의 종사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는데, 방송 내내 숱한 화제성을 낳은 작품이다.
화려한 액션씬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과 높은 퀄리티로 첫 방부터 대작으로 평가받던 추포는, 마지막회 3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 된다.
이 작품으로 남자 주인공은 그해 연기대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즉 ‘추포’를 제작하는 우리 JYB엔터 소속 남자 배우가, 잘하면 올해 연기대상을 거머쥘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에 대해 내가 좀 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의 초안을 잡으려 할 때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양태석에게 걸려 온 전화라 바로 받았다.
“네.”
=대표님. 조사 끝났고 제거하는 데 별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여기 건물 경비와 관리인을 없애버려도, 뒤탈 같은 건 걱정할 필요 없단 얘기다. 그렇다면 더 기다릴 것도 없다.
“오늘 중으로 처리 가능하죠?”
=그러려고 지금 거기에 그 자들이 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좋아요. 그럼 처리해 주세요. 비용은 김비서에게 따로 청구하도록 하시고.”
=네.
뭐 양태석과는 더 할 말이 없으니 바로 전화를 끊....
=대표님?
“네?”
근데 내가 아닌 양태석이 내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 * *
불법 왕진 의사지만, 그래도 의사가 절대 술은 마시면 안 된다고 했건만, 기어코 양주를 한 병 반이나 비우고 잠든 박칠석.
그는 지금 자신의 목숨이 풍전등화와 같다는 사실도 모르고, 코까지 곯아가며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그의 핸드폰은 아까부터 계속 울리고 있었는데, 자는데 시끄럽다고 진동으로 해 둔 탓에, 아무리 울려도 깊게 잠든 박칠석을 깨우지는 못했다.
반면 백준열로부터 약육강식에 적자생존 얘기까지 들은 구재성은, 자기를 따르는 수하들을 따로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근데 그 수가 4명밖에 되지 않았다. 하필 새벽에 싸우다 다친 녀석들 중 구재성과 친한 조폭들이 많았던 것.
“나 좀 도와주라.”
구재성은 그들에게 진심으로 부탁을 했다.
물론 자기가 보스가 되면 너희들에게 잘해주겠다는 약속이야 당연했고. 그들은 상의 끝에 구재성을 돕기로 결정했고,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구재성은 자신과 수하 4명이면, 혼자 방에서 처 자빠져 자고 있는, 박칠석을 은퇴 시키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열어!”
박칠석이 지금 혼자 자고 있는 방은 백준열의 방으로, 아까 새벽에 바로 구재성과 그 수하들이 억지로 열면서 문고리가 고장이 난 상태였다.
때문에 안에서 잠글 수 없어, 그냥 밖에서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구재성의 외침에 문이 열리고, 먼저 연장을 든 4명의 수하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구재성이 맨 뒤에 방에 들어섰을 때....
“없습니다.”
침대에 자고 있어야 할 박칠석이 보이지 않았다.
4명의 수하들은 알아서 방을 뒤졌지만, 그 방에서 박칠석을 찾을 수 없었다.
“젠장....”
입술을 질끈 깨문 구재성. 그가 소리쳤다.
“멀리 못 도망갔을 거다. 찾아!”
구재성은 누군가 자기 일에 개입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박칠석을 손보기 전에, 먼저 그를 빼돌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누군지 알지 못하니, 속에 천불이 나면서도 또한 걱정도 됐다.
“양평에서 온 애들 다 돌려보냈지?”
“그럼요. 점심 먹고 보냈고 그 녀석들 싣고 간 상석이도 벌써 돌아왔는데요?”
그 말에 일단 안도부터 하는 구재성.
양평군의 조폭두목 임충길과 박칠석은 아주 친했다.
박칠석이 도움을 청하면 임충길이는 박칠석의 편을 들 게 확실했다.
그래서 혹시 몰라 가급적 빨리 양평 조폭들은 돌려보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신의 한수였다.
구재성은 비록 박칠석이 운 좋게 도망을 쳤지만, 자신 역시 오늘 운이 나쁘지 않다 여겼다.
“차타고 튀지 않은 이상 찾을 수 있다. 애들 다 풀어.”
처음에는 조용히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구재성은 다쳐서 움직일 수 없는 애들 빼고, 나머지 애들을 전부 동원해서 박칠석을 찾기로 했다.
일단 그들이 박칠석만 찾아내면, 그를 제거하는 건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 버리면 될 테니까.
박칠석이 비록 1대 1 싸움에 강하다지만, 그건 그가 배에 칼침 맞기 전 얘기고.
지금은 부상 중이라 조폭들 중 막내와 붙어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런 박칠석을 상대로 싸운다면 그가 일부러 져주지 않는 한, 구재성이 결단코 지려야 질수 없는 싸움이었다.
* * *
“헉헉헉헉....”
“형님. 이쪽으로....”
이때 박칠석은 휘하 조직 수하 한 녀석과 산길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황당한 건 그 수하 녀석이 뜬금없이 자신에게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만약 그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박칠석은 절대 이 녀석을 따라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다.
“헉헉....좀 쉬자.”
별장에서 확실히 빠져 나왔고, 이쪽으로 오는 사람도 보이지 않자, 박칠석이 먼저 말했다.
“네. 그럼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저는....”
“태석이한테 전화하러 가려고?”
“....”
녀석은 대답대신 멋쩍게 웃더니, 이내 박칠석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하아....”
불과 30분 전만해도 박칠석은 술 한 잔 마시고 잘 자고 있었다. 한데 놈이 그를 깨웠다.
그리고 구재성이 자기를 노리고 있으니 지금 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기가 차서 웃던 박칠석.
하지만 그 놈이 자기 입으로, 자기가 태천파 스파이라고 했을 때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박칠석이 살아 있는 건 다 양태석 때문이란 얘기다.
양태석이 태천파에서 심어 둔 스파이를 활용해서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한 거다.
만약 저 스파이가 자신을 깨워서 몰래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다면....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구재성의 손에 그대로 은퇴 당했겠지.”
구재성의 심성으로 봐서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들진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이제 서울로 가서 성공하는 것만 남았는데 은퇴라니? 차라리 죽고 말지.
그때 여기까지 자신을 잘 데려 와 준 ,태천파 스파이 녀석이 나타나서는 박칠석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태석이 형님이 전화 바꿔 달라 십니다.”
“줘봐.”
박칠석은 까칠한 얼굴로 손을 내밀어, 스파이 녀석이 건네는 핸드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