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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7화 (4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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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봉천과 헤어져 지하로 내려간 오석천은, 자신이 탈 지하철을 기다렸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선지, 역 안에 점차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딱 한 타이밍, 이때 말고 신림역에서 2호선은 지옥철로 바뀌기 때문에, 오석천은 퇴근 할 때 꼭 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오석천이 5시 칼 퇴근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 시각에 오석천이 애용하는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오!”

그때 그의 눈에 쭉쭉빵빵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여자가 보였다.

오석천이 특히 좋아하는 가슴 큰 여자다.

여자는 무조건 가슴이 커야했다.

그래야 몸매가 도드라져 보인다.

가슴이 작으면 완벽한 S라인의 몸매가 나올 수 없다.

그 미인의 등장에 역 안 모든 남자들이 시선이 온통 그녀에게로 향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를 쳐다봤다. 물론 다른 의미로.

그녀 손에 들린 명품 백과 구두, 그리고 액세서리들은 최신 유행하는 것들이다.

백화점에 가도 바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여자들의 시선 역시 그 여자에게로 쏠렸다.

“어어! 으아아아!”

그때 갑자기 중년의 한 남자가 지하철 선로로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한때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적 있었다.

술에 취한 일본인이 지하철 선로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 이때 한국인 의인이 선로로 뛰어들어 그 일본인을 구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고 만 안타까운 사고.

이때 일본의 추모 열기는 엄청났다.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고, 선로 아래로 뛰어드는 사람을 자체를 찾아보는 것도 힘든,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 일본의 상황에서, 그런 일을 행한 한국인의 모습에 일본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 자국민도 아닌 외국인 유학생이, 죽음을 무릅쓰고 자국민을 구하려 선로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했다는 사연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그때 그 한국인 의인과 같은 사람이 과여 또 나오는 걸까?

“....”

사람들이 다들 서로 눈치를 보는 사이 몇 초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지하철은 무정하게 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선로에 떨어진 사람 위로 지나갔다.

역 안의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를 외면하다 뒤늦게 신고를 한다고 난리다.

사고로 지하철은 한 동안 멈춰 있어야 했고, 사고처리반이 와서 수습에 나설 때 경찰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들었다.

한데 그 사람들 사이에, 사고 나기 전 보였던 명품으로 도배한 미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출발해요!”

그 미인은 이미 지하철을 빠져 나와서, 대기 중인 검정 승합차에 타고 있었으니 현장에 없는 게 당연했다.

그때 그 미인이 탄 승합차를 운전하던 선글라스 낀 남자가 힐끗 백미러를 보며 말했다.

“김봉천. 부주의에 의한 선로 추락사. 의뢰 종결.”

그 말에 승합차 안의 미인이 앞쪽 운전석 사이에 커튼을 치며 물었다.

“딴 놈은 어떻게 됐어요?”

“좀 전에 연락 왔어.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이미 현장에서 죽은 놈을 어떻게 살려? 그런 응급의 있으면 나 좀 알려주라.”

“그럼 다 처리 된 거네요?”

“그렇지. 어떻게 본부로 갈까?”

“아뇨. 전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려주세요.”

그 말을 하며 미인은 다시 커튼을 열었는데, 그 사이 싹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모자까지 머리에 썼다.

그러자 완전 달라진 모습의 그녀.

잠시 뒤 승합차가 우측 깜빡이를 켜고 인도 쪽에 차체를 대자, 승합차 문이 열리고 모자 쓴 여자가 내렸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인파 사이에 묻혀 지하로 내려갔고, 그 뒤 그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를 내려 준 뒤 승합차를 몰고, 강남 방면으로 향하던 운전자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어. 나야. 민지 내려주고 본부로 가는 중. 돈은 들어왔어? 그래? 양태석 쪽 의뢰야 늘 확실하니까. 둘 다 사고사 처리 나게 검경에 확실하게 손 써. 어. 30분은 더 걸려. 그래. 가서 봐.”

전화 통화를 막 끝낸 운전자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러자 드러난 운전자의 얼굴.

각진 턱 선과 짙은 눈썹. 누가 봐도 잘 생겼다.

하지만 생긴 것으로 그를 판단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왜냐? 바로 이 남자가 국내 최대 규모의 처리자들 에이전시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김훈. 나이는 올해 35살?(정확하지 않음)로 전직 안기부 요원이라는 둥 북파공작원 출신이라는 둥 소문이 무성한 인물이다.

김훈의 처리자 에이전시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 대표가 김훈이라는 것 말고는.

“백준열이라....”

그런 김훈이 이번 의뢰의 진짜 고객인 백준열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구재성과 그를 따르는 수하들은, 박칠석이 길을 따라 움직였을 것으로 봤다.

가평이 촌구석이지만 펜션촌을 오가는 차들이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박칠석이 그 차 중 하나를 얻어 타고 도망칠 가능성이 가장 컸다.

해서 구재성을 돕기로 한 4명의 수하들이 인근 차도와 그 주변을, 나머지 조직원들은 별장 주변을 폭넓게 뒤지며 박칠석을 찾았다.

하지만 박칠석은 아예 산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그들이 아무리 찾아도 박칠석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만약 보스가 가평을 벗어났다면....”

“그럼 가평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겠지.”

경황 중임에도 구재성은 가평군내 조직 사무실에 친한 조직원을 포섭해서, 그곳으로 박칠석이 오면 그에게 바로 전화를 해 주기로 되어 있었다.

“애들한테 전화해서 다들 돌아오라고 해.”

어차피 어두워지면 지금 상태로 박칠석을 찾기 더 어렵다.

적어도 랜턴이라도 들고 찾아야지.

또 조직원들 배도 채워 줘야 하고.

해서 구재성은 일단 흩어져서 박칠석을 찾고 있는 조직원들에게, 별장으로 전부 돌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뒤 구재성이 자신을 따르는 수하 넷과 같이 별장으로 갈 때였다.

끼이익!

갑자기 나타난 SUV차량이 구재성과 그 수하들 앞을 가로 막았다.

“뭐야?”

“운전 똑바로 안 해?”

“어떤 씨뱅이야. 야! 빨리 내려!”

안 그래도 박칠석을 못 찾아 성질이 날 때로 나 있는 구재성과 그 수하들.

근데 그런 그들의 코털을, SUV차량에 탄 인간이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뽑았다.

조폭들의 본성의 그대로 폭발했고, 그들이 먼저 SUV차량 쪽으로 다가갔다.

여차하면 차문을 열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SUV차량에 차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사람이 내렸으니까.

한데 SUV차 안에서 그들과 똑같은 다섯 명의 남자들이 내렸다.

다들 한 덩치 하는 젊고 싸움깨나 해 보이는 녀석들로 말이다.

거기다 손에 연장들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구재성은 아차 싶었다.

자신이 박칠석을 노리듯, 누군가 그를 노릴 수 있다는 걸 깜빡한 거다.

자신을 따르는 4명의 조직원들을 너무 믿은 게 화근이 된 셈이다.

조폭들이 같은 수끼리 싸우면, 아무래도 잘 치는 놈이 많은 쪽이 이긴다.

그게 아니면 연장 빨이라도 좋던지.

그런데 구재성이 아무리 봐도 둘 다 저쪽이 유리해 보였다.

“쳐!”

저쪽에서 먼저 시작했고, 이내 5대 5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구재성의 예상대로였다.

저쪽이 더 싸움을 잘했고 연장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보니, 구재성과 그 수하들이 당했다.

“끄으으으....”

머리에서 흐른 피가 구재성의 이마를 타고 눈에 들어갔다.

질끈 눈을 감았지만 피 때문에 눈알이 아리다.

구재성을 비롯한 4명의 수하들 모두 초주검 상태로 쓰러져 있다.

놈들은 구재성과 그 수하 넷을, 딱 죽기 일보 직전까지 연장질을 해댔다.

그리곤 담배한대씩 피면서 그 중 한 놈이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찾아서 족쳐놨습니다. 어떻게 끝장낼까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 놈이 겨우 눈을 뜨고 있는 구재성에게 다가와서, 그의 귀에 핸드폰을 가져대며 말했다.

“형님.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듯 핸드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재성아. 왜 그랬니?

귀에 익은 목소리. 구재성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태석이 형님?”

=그래. 나다.

“쿨럭! 쿨럭!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보스가....하아.”

구재성은 구질구질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다고 양태석이 자신을 살려 줄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남자답게 자기 본심을 얘기했다.

“나도....보스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으음. 그랬구나. 담배 한 대 필래?

“고맙습니다.”

바로 구재성의 입에 불붙인 담배가 물려졌다.

하지만 잦아진 기침에 제대로 담배 연기를 흡입하지 못하는 구재성.

=고통 없이 보내 줘라.

양태석의 사형 선고가 내려지고, 칼을 빼든 녀석 하나가 구재성 옆으로 다가갔다.

얼마 후 SUV차량이 한 대 더 나타났고, 자루에 담긴 시체 5개가 그 차에 실렸다.

그 후 그 SUV차량은 동해가 있는, 강릉 방면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사라졌다.

* * *

스파이 녀석이 말 한대로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자, 체육 공원이 나왔고 거기 임충길과 그의 수하들이 박칠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한다.”

“볼 면목이 없네.”

“앞으로 애들 단도리 잘해라.”

“뼈에 새기마. 그리고 고맙다.”

친구인 양평군의 뒷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조폭 두목 임충길과, 그 길로 가평을 빠져나간 박칠석은 양평군의 시외버스터미널 2층 다방에서, 연락이 오길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

하지만 어두워 질 때까지 아무 연락이 없었고, 초조해진 박칠석은 시킨 짜장면을 채 절반도 못 먹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더 먹다가는 얹힐 거 같아서 더 먹을 수가 없었다. 그때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가평으로 오셔도 됩니다.

아까 체육공원에서 박칠석과 헤어진 그 스파이 녀석이었다.

“재성이는?”

=사신대가 갔으니....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구재성이 어떻게 됐는지 뻔했다.

“지금 출발하도록 하지.”

그 말 후 전화를 끊은 박칠석은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죽은 구재성에 대한 묵념이랄까? 더불어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확실히 박칠석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박칠석은 임충길이 내 준 차를 직접 몰고, 가평의 백준열 별장으로 갔다.

그의 등장에 수하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다들 그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어디 갔었습니까? 많이 찾았는데.”

“형님. 근데 재성이 형님이 연락이 안 됩니다.”

“재성이는....내가 서울에 일이 있어서 먼저 올려 보냈다.”

차마 자기 입으로 구재성을 제거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박칠석은, 수하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들 먹었으면 퍼뜩 들 자라.”

박칠석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소처럼 굴었고, 그런 보스를 보고 수하들도 더는 동요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자기 자리를 찾은 박칠석. 그가 조심스럽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표님. 저 박칠석입니다.”

=아직 살아계시네요?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알면 앞으로 잘 하세요.

“이 한목숨 다 바쳐 대표님께 충성토록 하겠습니다.”

=말은 잘해요. 암튼 서울에서 봅시다.

“네. 들어가십시오.”

짧은 통화였지만 백준열과 통화 후, 박칠석은 많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꿈에 그리던 서울 진출을 진짜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비록 그 전에 뒈질 뻔 했지만.

그로인해 번쩍 정신을 차린 박칠석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속으로 거듭 다짐했다.

“응?”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이장식이었다.

박칠석이 전화를 받자 이장식이 삐뚜름하니 말했다.

=형님. 재성이 안 오는 데 어떻게 된 겁니까?

하여튼 이놈은 자기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됐다.

“그렇게 됐다. 너도 내일 남원으로 도로 돌아가라.”

=뭐라고요?

발끈하는 이장식. 하지만 지가 어쩔 건데?

하루 사이 두 번 죽을 뻔한 박칠석은 이제 두려운 것도, 무서운 것도 없었다.

“야이 씨발새끼야. 가라면 가! 알겠어?”

=네, 네.

이장식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전형적인 소인배 녀석이다.

이런 녀석에게 상투 잡혔다가 ,언제 머리털 다 뽑힐지 몰랐다.

어차피 서울 가면 빠릿빠릿한 애들이 많을 건데, 그런 녀석들 중에 그래도 배신 안 때릴 거 같은 놈으로다가 골라서, 2인자로 삼는 게 이장식 같은 놈을 데리고 쓰는 거 보다 백번 천 번 나았다.

* * *

원래 내가 먹으려던 건, 사당역 근처에 있는 한 맛집의 매운 등갈비 찜이었다.

근데 그 메뉴가 매운 엽기 떡볶이로 바뀌었다. 바로 저년 때문에.

“후아, 후아. 진짜 맵다. 쩝쩝쩝. 마싯다. 이히히히.”

입에 묻은 떡볶이 국물은 좀 닦고 먹지.

생긴 건 예쁘장한데 속에 능구렁이 백 마리는 들어 있는 게, 바로 저 존나 빠른 년이다.

참. 아까 내가 가졌던 의문은, 견신의 전언이 다 풀어주었다.

100년도 더 전을 살았던 카네기의 냄새를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가?

-디링! 견신이 추억의 이름 카네기를 듣고 흐뭇해합니다. 특히 카네기의 일화에 감명을 받았다며 특별히 「개코」 아이템의 후각 능력에 ‘추억의 향기’를 더해 주기로 했습니다. 추억의 향기는 옛날 견신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냄새를 떠올리게 해 줍니다.

그러니까 견신이 카네기와 아는 사이였단 거다.

그리고 ‘추억의 향기’라는 새로운 후각 능력 때문에, 앞으로 카네기처럼 견신과 관계가 있었던, 그의 추억 속에 사람들에 대한 냄새를 나는 맡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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