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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 결정이 그래. 민지가 너희 대표 눈에 차면, 그건 그것대로 좋고. 아니면 그 자리 분위기만 띄우고 마는 거고.
“....”
양태석은 진짜 더 할 말이 없어서,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김훈 대표가 계속 말했다.
=민지보고 야시시하게 입고 오라고 해야겠지? 수컷들이야 다들 비치는 걸 좋아하니 말이야.
그런 김훈 대표에게 양태석이 길게 한숨을 내 쉰 후 말했다.
“하아....내가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우리 대표님, 무능한 데 말 많은 걸, 아주 경멸하신다고 말이야.”
=쳇!
그게 누구 들으라고 한 소린지 모를 김훈 대표가 아니었다.
결국 김훈 대표도 더는 양태석의 부아를 치밀게 만들지 못하고 통화를 끝냈다.
“정민지.”
과거 양태석이 사랑했었던 여인, 정민숙의 여동생이다.
만약 그가 정민숙과 결혼을 했다면, 처제가 되었을 여자.
하지만 정민숙은 죽었고, 그들은 이제 남남이다.
소문에 7년 전인가? 여군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여자 특전사 대위로 전역해서, 현재는 처리자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었다.
정민숙을 많이 빼닮은 정민지다.
미모로는 JYB엔터 연예인들 뺨칠 정도는 됐다.
그녀가 김훈 대표와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면, 호색한인 백준열 대표가 당연히 그녀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래서?”
양태석은 자기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민지가 그 자리에 나오든 말든, 아니면 호스티스가 되어 룸빵을 전전하든 말든,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양태석이 진심으로 사랑했었던 그 여자, 정민숙은 이미 죽고 없는데....
“그래도 그녀 동생이잖아?”
그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 말에, 양태석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양태석은 지금이라도 김훈 대표에게 연락해서, 민지를 데리고 나오지 말라고 말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박혜지였다.
양태석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어.”
=저예요. 혜지.
“안다.”
=오늘 고마웠어요. 덕분에 살았고,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게요.
“계약은?”
=방금했어요. 차 팀장님, 아니다. 차 부문장님께서 친절하게 계약서 내용을 설명해 주시고, 향후 데뷔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할지에 대해서도 세세히 말씀해 주셨어요. 참 좋으신 분 같아요.
“그분 JYB엔터에서도 능력 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분이시다. 그러니 그분 말씀 잘 들으면, 3년 안에 널 탑 스타로 만들어 주실 거야.”
=와아. 탑 스타 식이나요?
“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정말이요?
“그럼. 내 눈은 정확하다.”
사실 양태석의 눈이 정확하다기 보다는, 박혜지가 그 외모만 놓고 봤을 때도, 그냥 탑 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연기가 부족해도 미모로 밀고 가도, 얼마든지 탑 스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그 외모가 특출하게 빼어나다는 소리다.
그러니 서울의 모든 연예 기획사에서, H여대 퀸카인 그녀를 섭외 0순위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뭐 좋아요. 그럼 아저씨 말만 믿고 연예인이, 아니 탑 스타가 되어보기로 하죠.
“그래. 잘 생각했다. 넌 크게 성공할 거다.”
=그럼 이제부터 저는 안전한 거죠?
“당연하지. 일단 회사 차원에서 널 보호해 줄 거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널 위해할 소지가 있는 자들은, 대표님이 차차 정리해 나가 주실 것이고.”
=여기 대표님이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세요?”
“당연하지. 재벌 3센데.”
=헉! 재벌가 사람이었어요?”
“몰랐어? JYB엔터 대표 삼명家 3세인 건, 연예계에서는 비밀도 아닌데.”
=삼명家면 혹시 삼, 삼명그룹?
“맞아.”
=우와아!
신나하는 박혜지와 몇 마디 더 통화를 하고 난 뒤, 양태석은 전화를 끊어야 했다.
왜냐하면 김 비서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말이다.
“네.”
=대표님 10분 뒤 퇴근하십니다.
“입구에 차 준비 시켜 두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제가 말한 다이아몬드 말인데요. 혹시 알아 보셨나요?
“네. 알아 봤습니다. 일단 중국과 러시아 쪽에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말씀 하신 만큼 다이아몬드가 정말 있는 거 맞습니까?”
=네. 물건은 확실해요. 그래서 두 곳에서 제시하는 조건은 어떻게 되죠?
“제가 듣기로 현 시세에 1.5배에서 1.7배로 알고 있습니다만.”
=1.7배가 어딘가요?
“러시아입니다.”
=그럼 러시아 쪽과 접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럼 물건은?”
=내일이라도 당장 넘길게요.
“돈은 저번처럼 세탁 잘해서, 대표님 계좌로 넣으면 됩니까?”
=네. 그렇게 해주시면 되요.
그렇게 김 비서와 통화를 끝낸 양태석은,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를 몰아서 JYB엔터 본사 입구 앞에다가 갖다 댔다.
대표 차가 움직이자 경호팀 차량 2대도 즉시 움직였고, 출발 준비를 끝내 놓고 기다릴 때, 태천파 내 양태석의 수족 중 한 명인, 정준호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
=형님. 저쪽에서 눈치 깐 거 같습니다.
정준호가 말한 저쪽은 신구미파, 혹은 전경일을 말함이다.
“걱정 마. 대표님과 얘기 잘 됐으니까.”
=휴우. 다행입니다. 그 개새, 아니 그 대표가 나서 준다면야, 문제 될 것도 없죠.
“더 할 말 없으면 끊자. 나 차 몰아야 한다.”
=아네. 일 보십시오. 그럼 이따 에로스에서 뵙겠습니다.
그렇게 양태석이 정준호와 통화를 끝내자, JYB엔터 사옥 로비 쪽으로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백준열의 모습이 그의 눈에도 보였다.
* * *
양태석에게 뒈지게 두들겨 맞고 나서, 여전히 입원 중이었던 강간마 전두철.
“C발 좆도. 아파 죽겠는데 무슨....”
하필 경일건설 주주총회가 오늘 열리는 바람에, 등기 이사로 꼭 참석해야 한다는 부친의 전화를 받고, 전두철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휠체어에 탄 채, 주주총회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한 전두철.
“야이 씨....살살 좀 못 밀어?”
자신의 휠체어를 신구미파 조직원이 좀 세게 밀었다고, 지랄을 떨던 전두철.
“어?”
그의 눈에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미인이 보였다.
그가 며칠 전 클럽에서도 그러했듯이 말이다.
“저, 저년 잡아! 빨리, 빨리 잡으라고. 이 새끼들아!”
전두철이 거의 게거품을 물고 휠체어에서 발작하며, 난리법석을 떨어대니 그 주위 신구미파 조직원들도, 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직원들이 우르르 전두철이 손짓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가는 걸 보고, 그제야 발작을 멈춘 전두철이 소리쳤다.
“저기 저년. 그래. 빨간 치마!”
그 소리를 그 여자도 들은 듯 전두철이 있는 쪽을 쳐다봤고, 둘이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전두철은 음흉한 입 꼬리를 비죽 말아 올렸고, 반대로 여자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는 냅다 달아났다.
“저, 저 도망친다. 빨리 잡아! 빨리!”
여자가 뛰자 그걸 보고 전두철이 또 지랄 발광을 해 댔다.
하지만 여자 쪽에 운이 따랐다.
하필 그때 인도로 택시가 한 대 멈춰 섰고, 그 안에서 손님이 내렸다.
그걸 보고 냅다 택시 쪽으로 달려 간 여자가, 손님이 내리면서 아직 닫히지 않은 택시 안으로, 쏘옥 들어가면서 택시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조폭들이 택시에 다다랐을 때, 택시는 이미 출발하고 있었다.
“야이 빙신 새끼들아. 그걸 놓치나? 빨리 저 택시 쫓아! 빨리!”
전두철은 생각 같아서는, 자신이 저년 뒤를 직접 쫓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30분 뒤 열리는, 경일건설 주주총회에 꼭 참석해야 했다.
아니면 아버지한테 맞아 죽을지 몰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경호하고 있는, 조폭들에게 여자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허겁지겁 자신들이 타고 온 차를 몰아 택시를 쫓기 시작한 조폭들.
그 수가 셋 밖에 안 됐지만, 여자 하나 잡는데 셋이면 충분했다.
“들어가자.”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 전두철은 바득 이를 갈며, 그년을 잡으면 어떻게 할지를 두고 마구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사이 경일건설 주주총회가 시작 되었고, 전두철은 등기 이사로 거수기처럼 표결이 있을 때마다, 찬성에 계속 손을 들었다.
그런데 두 시간 넘는 주주총회가 끝나 가는데, 어찌 된 것이 그년을 잡았다는 소식이 여태 없었다.
이를 두고 안 그래도 신구미파에서도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조직원 셋이 한꺼번에 연락 두절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젠장....”
그로인해 그년을 잡아오라고,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던 전두철도 눈치가 보였다.
그년을 잡으러 갔다가, 조직원 셋이 한꺼번에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구미파에서 작정하고 찾아 나서자, 경찰 CCTV를 통해 그들이 JYB엔터 사옥 앞에서, 누군가와 싸우다가 제압당하는 게 포착 됐다.
신구미파에서 거금을 들여서 그 CCTV화면을 구했고, 전두철도 책임이 있는 만큼 그 장면을 보게 됐다.
전두철이 여자 잡으라고 보낸 신구미파 소속 세 명의 조직원들이, 웬 덩치 큰 자에게 맥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어! 어어! 저, 저 새끼야. 나를 이 꼴로 만든 놈!”
전두철이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CCTV화면에도 잘 찍힌 세 명의 조직원을, 간단히 제압한 덩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 그는 보지 못했다.
주위 신구미파 조폭들의 얼굴이, 다들 썩어 들어가고 있는 걸 말이다.
그럴 수밖에. 전두철이 계속 손가락질 하며, 당장 저 새끼 잡아오라고 지랄을 떠는 그 덩치가 바로, 서울에서 가장 큰 조폭 조직인 태천파의 2인자 양태석이었으니까.
조폭들이 가장 꺼리는 상대 하면 다들 검경을 생각할 텐데 아니다.
그들도 같은 조폭들을 가장 두려워했다. 특히 조직 규모가 클수록, 그 조직에 속한 조폭들은 더 야비하고, 잔인했다.
서울에서 태천파가 최고 조직으로 손꼽히게 된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걸 알기에 신구미파 조직원들은, 당연히 태천파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뭐해? 빨리 애들 데리고 가서, 저 새끼 잡아오지 않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지랄 염병을 떨고 있는 전두철.
신구미파 보스는 그런 전두철은 무시하고, 곧바로 그 아비인 전경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의원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드님이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린 거 같습니다. 태천파 양태석입니다. 물론 조폭 새끼에 불과합니다만. 그가 모시고 있는 사람이 JYB엔터 대푭니다. 네. 네. 맞습니다. 그 개새끼. 네. 삼명家 막내이기도 하고요. 네. 그렇지요. 네. 그래서 말인데 저희가 더 개입하긴 힘들 거 같습니다. 네. 죄송하게 됐습니다. 네. 그럼 강녕하십시오.”
전경일과 통화를 끝낸 신구미파 보스. 그가 주위 자기 수하들을 보고 말했다.
“여기서 철수 한다.”
“뭐, 뭐? 철수라니? 그게 무슨....”
그 말에 기겁하는 전두철.
“여기 얌전히 있으면 니 아빠가 보내 준 차가 곧 올 거다. 그 차타고 집에 기어들어가라.”
“뭐, 뭐? 너 이 새끼....”
“그리고 반말 하지 마. 이 씹 새끼야. 생각 같아선 확 목을 그어버리고 싶은데. 니 아비 땜에 참는 줄 알아.”
“....”
살벌한 조폭 두목의 겁박에, 전두철은 잔뜩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긴 강간마로 불리며, 온갖 나쁜 짓을 다 해 온 전두철이지만, 상대는 사람 여럿 죽여 본 경험이 있는 조폭 두목이었다.
그런 자의 광기어린 살기 앞에, 전두철이 겁을 집어 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기가 약한 사람은 오줌까지 지리는 데, 전두철은 그 정도 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가자.”
우르르르~
신구미파 조직원들이 그들의 보스를 따라 일제히 사라지면서, 달랑 혼자 남게 된 전두철.
안 그래도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겨우 기어 나온 그가 아니던가?
주위에 아무도 없자 겁이라도 집어 먹은 듯, 볼품없이 온몸을 움츠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처량 맞아 보였다.
누가 이런 모습을 보고, 그를 강간마 전두철이라고 생각이나 하겠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 * *
일단 퇴근은 했지만 따로 스케줄이 있었다.
지금 시각은 저녁 6시.
정확히 30분 뒤에, 처리자 에이전시 대표인 김훈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 뒤 본가로 가서 아버지, 즉 백승렬 회장과 담판도 지어야 했고.
그 다음 오늘 내가 쉴 집, 즉 박지수 명의로 되어 있는 한남동의 타운하우스는, 룸 4개 욕실3개 구조로 넉넉한 크기의 85평형 고급주택으로, 이때 시가가 벌써 50억에 육박했다.
이 집은 이전 생의 나도 아는 곳이다.
바로 K-POP을 대표하는 세계 최정상급 월드스타 보이그룹으로, 연일 가요계에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음악계를 비롯한 세계 음악계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게 되는 ‘폭탄 소년단’의 한때 숙소가 여기였던 것.
PTS는 아직 결성도 전이었다.
아니 그 소속사인 ‘대박기획’은 이때 존재는 하고 있었지만, 다른 중소 연예 기획사들에 치이며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왕 엔터 대표로 쭉 살아 갈 거 같으면, PTS도 내 손으로 키워 버려?’
그 방법이란 게 너무 간단했다. JYB엔터가 가장 잘하는 거. 바로 인수합병.
우선 먹음직스런 중소 연예 기획사를 찍는다.
수단 방법 가지지 않고, 그 중소 연예기획사를 망하게 만든다.
망하기 바로 직전 내가 가서 싼 값에 인수한다.
-끝!-
어때? 참 쉽죠?
그때 운전석의 양태석의 시선이 자꾸 사이드와 백미러로 자주 움직였다.
그걸 내가 눈치 챘으니 내 옆의 문대식이 모를 리 없다.
“이번에는 꼭 잡겠습니다.”
문대식이 호주머니 속에서 무전기를 꺼내며 말했다.
“잠깐!”
하지만 그런 그를 내가 먼저 말렸다.
내 경호팀원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고생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
‘내게 탐지 능력이 없었다면 또 몰라....’
견신이 준 「개방울」아이템이 있으니 말이다.
또 「개방울」아이템의 제대로 된 성능도, 이번 기회에 한 번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냥 계속 따라오게 내 버려 둬.”
“하지만....”
“타초경사(打草驚蛇), 괜히 풀을 건드려서 뱀을 놀래게 만들 필요 없어. 뱀은 때가 되면 그때 내가 직접 사냥 할 테니까 그냥 놔둬.”
누가 봐도 내게 생각이 있어 보이는 말이었다.
물론 생각은 있다. 「개방울」아이템을 이용해서 놈들이 누구고, 어떤 자가 배후에 있는지 알아낸 다음에, 한꺼번에 일망타진(一網打盡)할,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