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9화 (8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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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똑똑!

그 승용차 운전석 문 옆에 서서, K씨가 차창에 노크를 했다.

검은 승용차는 그 주인이, 그 속까지 검은지 썬텐을 하도 진하게 해서, 밖에서는 안이 전혀 들여다보이지를 않았다.

K씨는 노크를 했는데도,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지 않자, 확 부아가 치밀었다.

“이봐요. 차창 내리라고.”

당연히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감정도 다분히 실렸다. 그때였다.

달칵!

차 뒤쪽에서 차문이 열렸다.

K씨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는데, 덕분에 그 차 조수석의 문도 열리는 걸 보지 못했다.

차 뒤쪽에서 시커먼 정장 차림의 깍두기 머리에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가, 차례로 두 명이 내렸다.

“뭐, 뭐야?”

그걸 보고 쫄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다.

K씨는 눈치껏 몸을 뒤로 빼려했다.

하지만 그때 그 열리지 않았던, 운전자석 차창이 쭉 내려가더니 운전석의, 역시나 검은 정장에 싸움 잘하게 생긴 남자가 손을 뻗어, K씨가 도망 못 치게 그의 허리끈을 꽉 틀어잡았다.

“이, 이거 놔!”

K씨는 어떡하든 운전석 남자의 손을 뿌리치려 했는데, 그때 그 차 조수석에서 내려 차 앞으로 돌아 뛰어간 검은 정장남이, K씨 뒤에 나타나서는 주먹으로 가볍게 그의 뒤통수를 툭 쳤다.

그러자 K씨가 입에서 ‘억!’ 소리를 내더니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런 그를 앞 뒤, 검은 정장 남들이 챙겨 들고는, 그들 차에 실었다.

그 사이 뒤에서 내린 검은 정장 남들 한 명이, 후다닥 뒤쪽 K씨 차로 가서 그 차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부웅!

이내 접촉 사고가 난, 두 차 모두 한꺼번에 움직였고, 적체 되었던 차량들이 원활하게 소통이 되면서, 정체구간도 금방 풀렸다.

잠시 뒤 비상등을 켠 차량 두 대가, 비보호 좌회전 구역을 빠르게 직진해 통과한 후, 순식간에 사라졌는데 그 두 차량이 바로 좀 전 접촉 사고 차량들이었다.

그 두 차량은 사고 도로에서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인근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K씨를 실은 승용차에서, 검은 정장 남 둘이 K씨를 받쳐 들고 나오자, 언제 왔는지 나타난 검은 승합차에서, 조폭들이 우르르 내려서 K씨를 챙겨 승합차에 싣고, 또 K씨 차를 끌고 어디론 가로 휑하니 사라졌다.

그 조폭들이 사라지자, 검은 정장 남들은 다시 자기들 차에 타고, 빌딩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그때 그 차 조수석의 검은 정장 남이 무전기를 꺼내서 누군가와 교신을 했다.

“지시하신대로 쏘렌토 XXXX번 차에 타고 있던 자를 제압해서 그쪽에 넘겼습니다. 네. 네. 그럼 여기서 화유각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무전 내용을 들은 그 차의 운전석 검은 정장남이, 알아서 차선을 바꾸고 유턴을 해서, 목적지인 화유각 쪽으로 차를 몰아갔다.

* * *

나는 문대식에게 지시를 내린 뒤, 운전석의 양태석에게도 부탁을 좀 했다.

서울 최대 조폭 조직답게, 서울 곳곳에 폭넓게 진출 해 있는 태천파 조직원들.

그런 그들을 나는 양태석을 통해 쉽고 빠르게 동원해서, 이용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 새끼 아마 박지수 사생 팬일 겁니다. 한데 누가 그놈에게 내 정보를 주고 있는 거 같아요. 그게 누군지 빨리 좀 알아내 주세요.”

뜬금없는 내 말에도 양태석은 일체 군말이 없었다.

그래서 내 경호팀과 양태석 조폭 조직원간의 공조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 결과 내가 목적지 화유각에 도착했을 때, 막 양태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어. 그래? 그 새끼 사촌 여동생이 JYB엔터 직원이라고? 이름이....조하나?”

찾았다. 박지수의 사생팬에게 JYB엔터의 내부 정보, 아니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자가 누군지 말이다.

“어떻게 할까요?”

양태석이 내게 뒤처리 여부를 물어왔다.

“그런 자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흔적도 남기지 말고 처리하란 소리다.

“네.”

감히 박지수 때문에 나를 해치려 한 놈이다.

뭐 딱 봐도 제정신이 아닌 놈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놈이 나를 없애려 한 것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 면죄부를 받으려면, 그 만한 값어치가 있는 몸임을 내게 증명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나에게 해를 끼치는 자는, 전부 사라질 것이다.

백준열이 그렇게 해 온 거처럼 말이다.

“조하나라는 직원에 대해 알아 봐요.”

“네.”

나는 JYB엔터 내부 정보를 미치광이 사촌에게 유출한 그 직원이, 제발 유능한 인재이길 바란다.

아니면 그 직원 역시, 내일 떠오르는 해를 보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내가 김 비서를 시켜 알아 봐도 될 일을, 양태석에게 시킨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쓸모없는 직원 같으면 바로 처리해 버리려고 말이다.

화유각 입구에서 멈춰 선, 차에서 내린 나는, 그 문을 열어 준 문대식과 같이 화유각 안으로 들어갔다.

“JYB엔터 백준열 대표 이름으로 예약이 되어 있을 겁니다.”

문대식이 나대신 화유각 직원에게 말했고, 그 직원은 나를 이곳 VIP룸인 국화실로....가 아니잖아?

매화실로 안내를 했다. 내가 인상을 쓰자, 그 직원이 황송해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국화실은 사전 예약이 되어 있어서....”

사전 예약은 핑계일 뿐이다.

한마디로 자리싸움에서 내가 밀린 거다.

삼명家의 막내아들인 나를 튕길 수 있을 만큼, 그 대단한 분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래서 국화실로 모른 척 들어가 볼까 하다가 관뒀다.

괜히 여기 사장을 곤란하게 만들어서, 내게 좋을 게 전혀 없었으니까.

“열어.”

나는 문대식으로 하여금 매화실 문을 열게 했다.

그러자 그 안에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나정도 키에 체구는 확실히 나 보다 더 커 보이는, 같은 남자가 봐도 남자다운 매력이 철철 넘쳐흐르는 상 남자가 먼저 머릴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처리자 에이전시 대표 김훈입니다.”

“반가워요. JYB엔터 대표 백준열입니다.”

나도 처음 보는 김훈 대표에게 일단은 말을 높였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지만 악수는 그 쪽에서 먼저 청해 왔고, 나는 그 손을 잡아주었다.

그건 내가 앞서 처리자 에이전시에서 한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해 준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악수였다.

“고맙습니다.”

그걸 알아 챈 듯 김훈 대표가 악수하면서, 다시 한 번 내게 머리를 숙였다.

* * *

백준열이 김훈과 첫 조우하던 그때, 양태석은 자신이 직접 운전해 온 차를 화유각 전용주차장에 대고, 화유각의 관계자만 출입이 가능한 뒷문을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화유각 직원들은 다들 양태석을 아는 듯, 그를 보자 바로 인사를 해왔다.

양태석은 그들 인사를 일일이 다 받아 주면서, 화유각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사장실로 향했다.

양태석은 사장실로 가는 도중, 화유각의 지배인을 발견하자 바로 반말로 물었다.

“형수님은?”

근데 그 지배인 역시 자연스럽게 양태석에게 말을 놓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둘 사이가 친한 듯 보였다.

“사장님은 지금 국화실에 들어가 계신다.”

“하지만 거긴....”

“괜찮아. 점잖으신 분들이시니까.”

“그야 술이 안 들어갔을 때 얘기고.”

“이 가게 주인으로, 첫잔만 치고 나오실 거니까 염려 마라.”

“형수님이 나 왜 보자고 하는지 형은 알지?”

“글쎄? 괜찮은 규수라도 찾으셨나보지.”

지배인의 말에 양태석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만약 그것 때문이라면, 그는 더 볼 것도 없이 여길 내뺄 생각이었다.

“농담이고. 며칠 전부터 무슨 고민이 생기셨는지, 혼자 계시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형수님이?”

“그래. 그러니 어디 튈 생각 말고, 사장실에 먼저 들어가 있어. 사장님 나오시면 너 왔다고 내가 알려드릴 테니까.”

“알았어.”

양태석은 지배인 말대로 화유각의 사장실로 계속 움직였고, 지금은 비어 있는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맞다.”

그때 양태석은 깜빡 한 일이 생각났다. 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잘못한 건 솔직하게 바로 사과하고, 알려야 할 건 지금이라도 얘기하는 게 맞았다. 그게 양태석이 생각하는 올바른 인간 관계였다.

=네.

백준열이 바로 그의 전화를 받았다.

“죄송합니다. 평소 쓰시던 국화실을 잡지 못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또 김훈 대표가 그 자리에 일행 한 명을 더 데리고 올 거라고 했는데, 제가 깜빡하고 말씀 못 드렸습니다. 그 점도 송구스럽습니다.”

=일행이라? 음. 알겠습니다. 그것 말도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아아. 조하나에 대해 알아 봤는데, 배운철 상무 라인이라는 군요.”

좀 전 JYB엔터에 양태석이 심어 둔, 직원 감시 목적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원에게서 문자로 받은 내용인데, 그걸 백준열 대표에게 말하자, 그가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처리하세요.

“네.”

대답 후 양태석은 백준열과 통화를 끝냈고, 이내 어딘가 문자를 보낸 뒤 전화를 걸었다.

“좀 전 문자로 보낸 여자 말인데....조용히 납치해서 태일공방으로 데려 가.”

이곳 서울에는 처리자 에이전시 말고도, 사람 하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어 주는 곳은 많았다.

그곳 중 하나인 ‘태일공방’은 도자기 공방으로, 가마만 10개나 있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가마 중 도자기를 굽는 가마는 달랑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다 시체를 태워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가마들이다.

물론 태일공방 측에서, 없앨 사람까지 일일이 잡거나 납치 하진 않는다.

그 정도 되려면 태일공방이, 전국구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해야 가능했다.

일단 그 일은 양태석 밑에 조폭들, 아마도 사신대가 하게 할 거고, 그 뒤처리를 태일공방이 맡길 생각인 양태석.

그는 마지막으로 태일공방 측에 전화를 걸어, 간밤에 쓸 예정이니 가마 하나를 비워 놓으라고 했다.

* * *

처리자 에이전시 대표 김훈와 악수할 때, 나는 그가 나와 같은 견족 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견신이 내게 돌발 미션을 낼 때 그보고 투견이라고 했으니, 그를 만나기 전에 그가 견족 이란 건,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견족은 견족의 느낌이 확실히 났다.

양태석에게서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김훈은 또 양태석과는 다른, 마치 그 결이 다르달 까? 여하튼 견족의 느낌은 이제 확실하게 구분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김훈에게 충성을 맹세 받기만하면, 개지수 30포인트를 획득하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는건가?’

김훈에게 충성을 받는 건 사실 쉬운 일이다. 내게는 「충견」스킬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견신 시스템에 따르면 「충견」스킬의 효력을 그리 길게 장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금 「충견」스킬을 사용해서, 김훈을 무릎 꿇려도 언제 그 효력이 다해서, 김훈이 날 배신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긴 충성을 맹세해도 배신하는 게 인간들이 아닌가?

그렇게 보면 당장 「충견」스킬을 사용해서, 돌발 미션을 완수하고 레벨 업 하는 게, 보다 현실적인 결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딱히 급할 게 없었다. 우선 김훈을 설득해 보고 실패하면, 그때 「충견」스킬을 써도 되니까.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김훈 대표는 처음부터 내게 바짝 엎드리고 눈치를 살폈다.

그런 그에게서 몇 가지 복합적인 냄새가 났는데, 그 중에서 두 가지 냄새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 냄새들을 견신 시스템에게 분석해 줄 것을, 머릿속으로 요구했다.

나머지 김훈에게서 나는 냄새들은, 거의 대부분 양태석과 일치했다.

‘조폭만 아니다 뿐이지, 조폭과 거의 유사한 냄새라....’

그 냄새로 인해 나는 김훈 대표도, 조폭 두목과 같은 급에 놓고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견신 시스템이 냄새 분석을 빨리도 끝내고, 그 결과를 내게 알려줬다.

‘뭐? 복수 향과 오이디푸스 향이라고?’

복수 향이야 김훈이 누군가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고, 복수를 원한다는 걸로 생각을 유추해 볼 수 있겠는데, 오이디푸스 향은 영....

‘오이디푸스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사람이지 않은가?

설마 김훈이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어머니를....’

그러려면 김훈에게 부모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 오기 전 알아 본 정보에 따르면, 김훈은 고아였다.

물론 지금의 김훈이 자기 생물학적 부모를 찾았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훈이 이제 와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

그가 황치국처럼 사이코패스라면 또 모를까 말이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 김훈의 특이한 냄새 때문에 복잡해지고 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울리고 내 등 뒤로 매화실의 문이 열렸다.

“어서 와. 민지야.”

그 말을 하고 김훈 대표가 웃으며 손을 드는 게 내 눈에 보였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방 안으로 눈을 확 떠지게 만드는, 고혹적인 미인 한 명이 들어왔다.

‘고혹적이다’는 말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름답거나 매력적이라는 소린데, 그러려면 섹시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다 하나의 매력이 더 해져야 하는데, 내 눈앞의 미인은 청순함이 더해지면서, 고혹적인 미인으로 완성 됐다.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양태석이었다.

내가 양태석의 전화를 받는 사이, 고혹적인 미인이 다소곳이 내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전화 건 양태석은 뜬금없이 사과를 해 왔다.

여기 국화실을 잡지 못한 걸 두고서 말이다.

백준열이었다면 상당히 자존심 상할 일이다.

뭐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전화상으로 그를 나무랄 수도 없는지라 괜찮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김훈 대표가 혼자가 아닌 일행 한 명을 데리고 올 거란 소리를 했다.

그 일행이 바로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고혹적인 미인일 테고 말이다.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란 말이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에야 알 거 같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내 눈이 자꾸 옆에 고혹적인 미인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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