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108화 (108/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배창석으로서는, 폴짝 뛰고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황치국은 분명 죽이는 년이 하나라고 했다.

그 말은 두 미인 중 한 명만이, 황치국이 원하는 여자란 얘기다.

생각 같아서는 두 여자 다 납치해서, 황치국이 한데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 미인을, 웬 미친놈 하나가 악착같이 지키고 있었다.

저놈 상대하려면, 딱 봐도 피를 봐야 하는데 그건 배창석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저 새끼는 뭘 아는 놈이었다. 이대로 딱 싸우게 되면 그 위치가, 정확히 CCTV카메라가, 좌우에서 찍고 있는 곳이다. 피할 각도는 없었다. 고로 저 새끼와 싸우면 이쪽 얼굴이 CCTV에 노출 된단 얘기다.

거기다 저쪽 미인은 계속 어딘가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딜지야 뻔하지 않은가?

그 말은 이제 시간도 배창석의 편이 아니란 소리다. 경찰이 뜨기 전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젠장....”

별수 없이 배창석은 황치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제발 저년은 아니기를....’

황치국이 원하는 년이 저년만 아니라면, 배창석은 이미 납치한 미인과 밑에 녀석들을 데리고, 바로 여길 뜨면 그만이었다.

=왜?

싸가지 없이 배창석의 전화를 받는 황치국.

“황치국. 여기 죽이는 년 하나라며?”

=뭐?

“죽이는 년이 둘이라고. 이 씨뱅아. 지금 여기.”

=뭐?

뭐, 뭐 거리는 황치국. 보아하니 녀석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던 것 같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이.

“네가 말한 그 죽이는 년. 인상착의 빨리 말해.”

=인상착의? 하얀 티에 청바지?

“에이 씨발! 똥 밟았다. 알았다. 끊어.”

어차피 3천만 원을 챙기려면, 황치국이 원하는 년을 납치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먼저 납치한 그 미인은, 아쉽게도 황치국이 원하는 그 죽이는 년이 아니었다.

“야! 거기 그년 내버려 두고 다들 이리로 와. 어서!”

이렇게 되면 숫자 싸움으로 몰아쳐서, 저 새끼 빨리 조지고 황치국이 원하는 저년을 납치해 가야 했다.

배창석은 리더답게 빠른 판단력을 선보였고, 그건 누가 봐도 올바른 판단 같았다.

적어도 미친년 하나가, 여기서 설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배창석의 외침에, 이미 납치한 미인과 같이 있던 다른 3명의 양아치들은, 당최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힘들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껏 죽이는 년을 제압해서, 이제 여길 뜨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근데 다 잡은 고기를 내버려 두고, 다들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오라니?

이 무슨 개 소리란 말인가?

“씨발 새끼들. 빨리 안와!”

안에 배창석이 버럭 화까지 냈다. 그러니 양아치 셋이 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에이 씨. 좆같네. 진짜. 야! 가자!”

셋 중에 미인을 완전 끌어안다 시피해서, 제압 중이던 양아치가 제일 아쉬워하며, 잡고 있던 미인을 풀어줬다. 그리고 셋이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

“죽엇!”

갑자기 옆에서 튀어 나온 여자 하나가, 그 양아치 셋을 향해 뭔가를 겨눴고, 그것에서 압축가스를 이용한 스프레이식, 캡사이신 성분이 분사되었다.

취애애애애액!

“끄아아아악!”

세 양아치들에게 있어서, 이건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대 참사였다.

눈과 얼굴에 뿌려진 캡사이신 성분은, 그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선사했고, 동시에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다.

양아치 여섯이 삽시간에 셋으로 줄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세 양아치들에게 분사식 가스총을 쏜 그 여자는, 호신용으로 가스총만 소지한 게 아니었다.

타타타타탁!

바로 호신용 전기 충격 기, 영어로는 스턴건(Stun gun)이라고 부르는 이 녀석은, 전자 신호가 아니라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는 도구이므로, 전기충격기라고 하는 게 옳았다.

간단히 높은 전압으로, 맞은 사람에게 고통을 가해 굴복시키는 도구라고 보면 되겠는데, 이러한 전기 충격 기는, 안전성 인증이 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일부 회로는 사람을 요단강 익스프레스 태워 보낼 위력을 지녔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서 양아치 셋을 제압한 뒤, 그 여자는 전기 충격 기를 들고, 대담하게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배창석에게는 오라는 밑에 녀석들은 오지 않고 웬 미친, 아니 아주 위험한 년 하나가 그를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 * *

그 위험천만한 여자의 정체는 바로 차은석이었다.

그녀는 김 비서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박혜지를 구하러 움직였다.

박혜지는 아까 내지른 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양아치 넷에게 제압당해 있었다.

‘제기랄....’

아무리 차은석에게 호신용 가스총과 전기 충격 기가 있다지만, 혼자서 저 넷을 제압하고 박혜지를 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넷 중 하나가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김 비서 쪽에서, 뭔가 일을 만들어 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뭔가를 해야 했다.

일종의 양동 작전이랄까?

차은석은 바로 자신이 핸드백에서 가스총을 꺼냈다.

분사식이라 에프킬라 뿌리듯, 놈들을 향해 뿌리기만 하면 됐다.

물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놈들의 얼굴에다가 대 놓고 뿌리는 건데, 그러려면 놈들이 잡고 있는 박혜지가 문제가 됐다.

가스총을 뿌렸는데, 그게 박혜지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데 갑자기 안에서 박혜지를 놔두고, 세 양아치보고 안으로 들어오란다.

‘기회다.’

차은석은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놈들이 박혜지를 놔 주고, 안으로 향할 때 득달같이 튀어나간 차은석이, 세 놈의 얼굴에다가 정확히 가스총을 내뿜은 것이다.

가스총에 당하면 적어도 10분 이상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차은석은 핸드백에서 전기 충격 기를 꺼내 들고, 가라오케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여기서 차은석이 그동안 밝히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그녀가 경찰대 출신이란 거다.

물론 경찰대를 졸업한 건 아니다.

경찰대에 2학년까지 다녔던 그녀는, 모종의 사건으로 경찰대를 관두고 나와, 다른 대학에 편입해서 그 대학을 졸업했다.

그랬기에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차은석은 침착하게 대응했고, 거기다가 호신용 무기를 이용해서, 양아치 놈들을 제압하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여자였고, 그 한계는 명확했다.

“으드드드드!”

차은석은 몰래 뒤에서 남은 세 양아치 중 하나를, 전기 충격 기를 사용해서 제압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퍽!

“아아악!”

배창석의 사정없는 발차기에 가슴을 맞고, 얼추 뒤로 3미터는 튕겨나가 나동그라진 차은석. 하지만 또 경찰대 출신답게 낙법을 활용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저 씨발년이....”

배창석은 생각 같아서는 뛰어가, 저년의 안면을 발로차서 뭉개 놓고 싶었다.

다시는 저 면상으로, 어딜 나돌아 다니지도 못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우지끈!

“크아아아악!”

배창석이 차은석을 걷어 찰 동안, 대치 중이던 놈이 움직였고, 이제 하나 남은 밑에 놈의 잭나이프 든 팔을, 아작 내 놓은 것이다.

그때였다. 위용위용 거리는, 배창석이 모기 소리만큼이나 싫어하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경찰까지 뜬 것이다.

“에이 씨....”

황치국이 말한 그 죽이는 년은, 좀 전 자기 밑에 녀석의 팔을 아작 내 놓은 녀석이, 칼같이 지키고 있었다.

싸울 수는 있지만 배창석이 녀석을 제압하고, 저 죽이는 년까지 납치해서 여길 빠져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배창석은 판단이 서자 바로 뒤돌아섰다.

다친 밑에 녀석들을 챙겨서 여기를 뜰 생각은, 애초부터 그의 머릿속에 전혀 없었다.

저런 양아치 새끼들이야, 또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으니까.

자기만 살아남아서 여길 뜨면 그만이었다.

“어이. 어디가?”

파지지지지직!

그게 배창석이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그 뒤 엄청난 충격파가 그의 등에 작렬했고, 바들바들 몸을 떨며 배창석은 쓰러져서 이내 기절했다.

그런 녀석 뒤로 황치국과 대치 중이었던 남자가, 이미 사용한 테이저 건을 들고 서 있었다.

* * *

배창석에게 테이저 건을 발사 한 건 송명철이었다.

경호원답게 경호 업무 시, 항시 테이저 건을 꼭 챙겨 다녔던 송명철.

하지만 테이저 건은 바로 옆에 지켜야 할 사람이 있거나, 여러 명의 적을 상대 할 때 막상 쓰기 불편한 무기였다.

테이저 건을 믿었다가, 되레 적에게 당하는 사례가 꽤 많았는데, 그게 다 테이저 건으로 인해 오히려 생각과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놈, 그것도 도망치는 놈의 등에다 쏴서 제압하기에는, 이놈 보다 확실한 놈도 없었다.

송명철은 정확히 테이저 건을 발사해서, 마지막으로 동료들을 버리고 튀려는 양아치도 마저 제압했다.

그 뒤 차은석의 기지와 용기로, 이렇게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양아치 놈들을 다 잡을 수 있게 된 것에 감탄하며, 아직도 아픈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겨우 서 있는 차은석에게로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구급차 부를까요?”

걱정스러워서 한 말인데, 차은석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이걸로 구급차 무슨.”

송명철은 지금 눈앞의 여자가, 무슨 여자가 아니라 동료 경호원을 보고 있는 거 같았다.

뭐 어째든 경찰이 가라오케 안으로 들어왔다.

앞서 차은석이 가스총으로 제압한 양아치 녀석들은, 이미 경찰에 의해 다 체포 된 상태였고, 가라오케 안에 쓰러져 있는 양아치들도, 경찰들이 수갑을 채우고 있었다.

“테이저 건 쏘신 분이십니까?”

그때 형사로 보이는 자가, 송명철 앞에 나타나서 물었다.

“네. 제가 쐈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시죠?”

테이저 건이나 스턴 건은 비교적 높은 전류를 흘리기 때문에 총포, 도검, 화약류 등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소지 허가를 받아야 했다.

송명철은 형사가 왜 자신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는지 눈치 채고, 자신의 경호원 신분증과 함께 소지 허가증을 같이 제시했다.

“아아. 경호원 분이셨군요?”

송명철의 신분을 확인한 형사가, 그를 대하는 태도부터 싹 달라졌다.

하지만 송명철은 그게 단지 자신이 경호원이어서, 형사가 이러는 게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경호원이 있는 곳에 누가 있겠나?

바로 최상류층에 속한 이들이 있기 마련.

그냥 상류층 사람은 경호원까지 고용하지 않는다.

그걸 눈앞에 형사는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분의 경호를 맡고 계신지요?”

그 형사가 은근슬쩍 송명철에게 물어왔다.

뭐 거짓말을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JYB엔터 대표의 비서를 경호하고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형사가 그를 이상하게 여길 게 뻔했다.

해서 사실이지만, 있는 그대로 다 말하지는 않았다.

“JYB엔터 대표님의 여자 분의 경호를 맡고 있습니다.”

“아아! JYB엔터! 거기 대표님 이름이....”

“백준열 대표님이십니다.”

“아아! 맞다. 요즘 주위에 하도 대표가 많아서....자아. 그럼 서에 가서 자세한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합시다.”

그렇게 송명철과 김 비서, 차은석, 박혜지는 피해자겸,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임의 동행 형식으로다가, 여기 관할서인 강남 경찰서로 향했다.

* * *

경찰들은 김 비서를 JYB엔터 대표의 여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때문에 송명철을 비롯한 차은석, 박혜지에 대한 그들의 대우는, 다른 참고인과는 완전 달랐다.

특별히 따로 조사실까지 내어 주었는데, 그곳에는 간이침대도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술을 많이 마신, 박혜지가 거기 누워서 자고, 나머지 세 명은 조사실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경찰이 특별히 갖다 준 별 다방 커피를 마셨다.

“지금 시간이 너무 늦어서, 조사는 날 밝아야 할 거 같다 네요.”

아무래도 경찰 쪽에 인맥이 있는 송명철이 나서서 알아 본 모양이었다.

그의 말에 김 비서와 차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불쑥 김 비서가 송명철에게 물었다.

“그런데 송 부 팀장님이 왜 그 가라오케에 계신 거죠? 보아하니 일행도 없으신 거 같은데?”

예리한 김 비서의 질문에, 송명철이 웃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실은 대표님께서 김 비서님이 걱정 되신다면서, 경호팀에 뭐라고 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문 팀장이 저에게 그 얘기를 했고요. 오늘 비번이었던 제가 다른 팀원들 힘들지 않게 나서게 되었고, 그 자리에 있게 된 겁니다.”

송명철은 자신이 굳이, 김 비서의 뒤를 미행한 얘기까지 직접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말 안 해도 그 정도는, 다 눈치 챌 김 비서이기도 했고.

“어째든 고마워요. 송 부 팀장님 아니었다면 곤경에 처할 뻔했어요.”

“근데 그 놈들 뭐예요? 왜 김 비서님을 납치하려 한 거죠?”

아직까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차은석이 묻자, 송명철이 김 비서를 쳐다봤다.

그러자 김 비서가 짧게 한 숨을 내 쉰 뒤 입을 열었다.

“하아. 아까 놈들 중 하나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라고요. 그때 그 자의 입에서 황치국이란 이름이 거론 된 걸 저랑, 송 부 팀장님이 들었어요.”

“황치국?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대표님 수행 비서에요.”

“아아. 맞다. 대표실 앞에 할 일 없이 앉아 있던, 그 젊은 남자 맞죠?”

“네. 맞는 거 같네요.”

“그 남자가 왜?”

차은석으로서는 황치국이란 그 수행비서가, 왜 그런 짓을 사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황치국이 누군지 잘 아는 김 비서와 송명철은 달랐다.

특히 문대식으로부터, 수시로 황치국이 위험한 놈이란 얘기를 들어 온 송명철은, 지금쯤이면 황치국이 그가 시킨 이 일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알게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평소 저를 보는 눈빛이 음흉하긴 했어요.”

“우와. 그러니까 백 대표님이 지금 황치국이 김 비서님을 노릴 줄 알고, 경호팀에 미리 언질을 줬다는 거잖아요?”

“뭐 그런 셈이죠.”

“이야. 우리 대표님. 일 쪽으로만 능력자인줄 알았더니, 은근 여자도 챙길 줄 아시고. 매력 있으시다.”

“....”

차은석의 그 말에 김 비서는, 그걸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하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하지만 송명철의 눈에 그녀는 뭐 때문인지 몰라도, 혼란스럽고 두렵기도 하고, 또 불안해 보이는, 여러모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