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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차 안에서 나는 미스M의 멤버들 사이에 에이미를 넣어보고, 그녀들의 새로운 콘셉트를 짜봤다.
에이미는 특히 외모 면에서 미스M의 멤버들 중 가장 우월한 주미와 견주어서도 밀리지 않았다.
신체 비율 면에서는 아직 성장이 다 끝나지 않은, 풋풋한 주미에 비해 월등히 나았다.
그래서 중국인 멤버 둘과 같이 섹시 댄스를 추면, 충분히 섹스어필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에이미의 매력은 그 넘치는 ‘끼’였다.
특히 먹방 방송에는 무조건 투입 시켜야 했다.
또한 복면 가요왕 출연 역시 마찬가지고.
“이왕이면 데뷔 전에 거기 출연 시켜서, 에이미의 보컬로서의 능력을 최대한 부각 시켜 놓는다.”
그러려면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유능한 보컬 트레이너를 그녀에게 붙여야 했다.
“좋아. 에이미는....이제 해피걸스 멤버 하이디가 아니라....미스M의 새 멤버 에이미다.”
나는 에이미라는 진주조개에서 진주를 꺼내, 잘 가공해서 빛나는 진주로 거듭나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에이미. 내가 너를 저 하늘에 반짝이는 스타로 만들어 주지.”
그렇게 내가 에이미의 인생에 제대로 개입하기로 결심을 굳혔을 때, 내가 혼자서 미친놈처럼 떠들어 대는 데도, 마치 없는 사람처럼 내 옆에 묵묵히 앉아 있던 문대식이, 자기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더니 내게 말했다.
“대표님. 엘베의 비서가 좀 전 채용 되었는데 인사드리겠답니다.”
“그래? 이리 줘.”
다른 전화라면 내가 받을 필요 없이, 그냥 잘하란 말만 전하게 했을 거다.
하지만 엘베의 일이라면 달랐다.
“여보세요?”
=네. 대표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은 통화 중이지 만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만큼 엘베의 비서로 채용 된 사람은 긴장하고 있었다.
직접 볼 수 있었다면 「개눈깔」아이템의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 해 내는 능력을 통해 쓸 만한 작자인지 바로 알아 봤을 텐데. 아쉽게도 그건 내일로 미뤄야 할 거 같았다.
그래도 주의 할 점은, 내가 직접 엘베의 비서에게 말해야 했다.
“혹시 엘베가 계속 짖거든 나한테 바로 전화 하세요. 알겠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엘베가 계속 짖을 일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내게 알려 줄 게 뭔가가 생각났을 때고, 또 하나는 불만이 폭발했을 때.
후자의 경우 엘베의 비서부터 시작해서, 도곡동 타워 팰리스의 내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까지, 죄다 잘려 나가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엘베 근처에 있나요?”
=네.
“그럼 엘베한테 핸드폰 가까이 가져가 주세요.
=잠시 만요.
잠시 뒤 엘베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베. 오늘은 널 보러 못 갈 거 같다. 대신 내일은 보러 갈게. 그리고 문제 있으면 짖어. 그럼 나하고 통화 할 수 있을 거야.”
=월월(알았다).
그 후 나는 엘베 비서에게, 거듭 엘베 신경 많이 써 줄 것을 부탁하고 통화를 끝냈다.
* * *
서울경찰청 수사과장 정재욱.
아버지가 무려 경찰청장 되시겠다. 하지만 그 서슬 퍼랬던 아버지의 권력이, 이제는 빠르게 쇠락해가고 있었다.
그걸 일선의 정재욱은 요즘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이곳 서울경찰청의 우두머리인 박대순 청장이 안하무인으로 날뛰고 있었는데, 누구도 그런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다음 경찰청장이 될 것이 너무도 유력했으니까.
“정 과장. 식사하러 가나봐?”
“아예. 차장님도 식사하러 가십니까?”
“어어. 박 청장님이 불러서. 아아. 정 과장은....”
박대순 청장은 현 경찰청장인 정세현과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같은 경찰대 동기 사이인데, 아무래도 정세현이 먼저 청장을 달다보니, 둘 사이에 꼬인 게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박 청장이 보기에, 정 청장의 아들인 정 과장이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무엇보다 나이 40대 안 돼서 경무관이라니?
누가 봐도 정 청장의 입김이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건 자명했다.
박대순도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정세현보다는 낫다는 게 주위 인물평인 걸로 봐도, 정세현이 물러나고 박재순이 경찰청장이 되면, 정재욱이 좌천 될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원래라면 조사를 해서, 정재욱의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경찰 고위 간부들의 처벌까지 가능한 일이었지만, 전임 청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정재욱을 지방으로 좌천 시키는 선에서 마무리 될 거라는 게, 경찰청 내 다수의 반응이었다.
정재욱도 당연히 경찰청 내의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기라고 정세현 경찰청장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니잖은가?
아버지가 물러나도 계속 서울에 남아서, 지금의 지위를 계속 누리고 싶은 정재욱. 그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차장님. 저도 좀 데려가주십시오.”
“뭐?”
서울경찰청에서 박대순 청장의 복심이라 불리는 민병도 공안차장.
정재욱은 일단 그의 바짓가랑이부터 잡고 늘어지기로 했다.
민 차장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인사 철이 돌아오면서, 서울경찰청의 에이스였던 정재욱 수사과장.
그가 졸지에 서울경찰청의 왕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다 정재욱 수사과장이, 차기 경찰청장이 유력한 서울경찰청장의 눈 밖에 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민 차장으로서는 안 그래도 정재욱을 벌레 보듯 하는, 서울경찰청장과의 식사 자리에 그를 데려 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 과장. 나도 너 데려 가고 싶은데, 박 청장님이 널 좋아하지 않으시니....”
“한 번 물어 보세요. 좋아할지 싫어할지.”
“뭐?”
정재욱은 남자답게 강경 돌파를 선택했다.
그건 박대수 청장의 취향을 나름 고려한, 정재욱의 결정이었다.
비록 지금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정재욱의 아버지와 박대수 청장은 경찰 생활을 30년 넘게 해왔다. 그러니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정재욱은 그런 아버지를 통해서, 박대수 청장의 성격과 취향을 전부 간파해 두고 있었다.
박 청장은 남자다운 걸 좋아하고 ,미적거리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래서 성격 급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문에 실적 면에서는 그가 더 뛰어났지만, 신중한 성격인 정재욱의 아버지 정세현에 밀려, 경찰청장이 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어어. 뭐, 그러자고.”
민 차장은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잠시 뒤, 정재욱에게 말했다.
“박 청장님이 너 데리고 오라신다. 같이 가자.”
‘됐다.’
정재욱은 속으로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그걸 티내지 않고, 의연하게 민 차장과 같이 박 청장과의 식사자리로 향했다.
* * *
둘 사이가 틀어지기 전까지는, 가족들끼리 자주 놀러 다녔었다.
그래서 어렸을 적 정재욱은, 박대순 청장에게 꼬박꼬박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저씨, 아니 청장님.”
박대순 청장에게 정재욱이 깍듯이 인사를 하자, 박 청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앉아. 너하고 식사 같이 해 본 게 제법 됐구나.”
“네. 5년 정도 됐습니다.”
“아버지는? 건강하시고?”
“네. 덕분에요.”
형식적인 인사말이 끝나자, 박대순 청장은 바로 시선을 다른 경찰청 간부 쪽으로 돌렸다.
그 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박대순 청장은 정재욱에게 어떤 말도 더 걸지 않았다.
그때 경찰 간부 중 한 명이 박 청장에게 불쑥 물었다.
“청장님. 이번 주말에 서울CC에서 골프 회동 있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어어. 행자부 장관님과 청와대 정무 수석과 같이 골프 치기로 되어 있어. 뭐 기업 관계자들도 몇 참석할 거고.”
“그 자리에 저도 좀 데려가 주십시오.”
“수사차장 자네를?”
잠시 고심하던 박대순 청장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동행 한 두 명은 괜찮다고 했으니, 따라 오고 싶으면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정재욱이 나섰다.
“청장님. 저도 가고 싶습니다.”
“뭐?”
“좀 전에 청와대 정무 수석님이, 그 자리 참석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분 성함이 최재훈님이시죠?”
“그런 줄 아네만.”
“제 외삼촌 친구 분이십니다. 저도 사석에서 몇 번 만난 적 있고요.”
“오오! 그래?”
정재욱을 봤을 때부터 줄곧 굳어 있던 박대순 청장. 그런데 그가 청와대 정무 수석과 아는 사이라니, 얼굴이 싹 돌변했다.
하긴 박대순 청장이 경찰청장이 유력하다고는 하지만, 그가 경찰청장으로 내정 된 건 아니잖은가?
그 때문에 박대순 청장으로서는 청와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정재욱이 청와대 정무 수석과 아는 사이라니, 귀가 솔깃해 질 밖에.
“그럼 정 과장도 이번 주말 골프 회동에 참가 하도록. 정확한 일정은 수사차장에게 알려 놓을 테니 물어보고.”
“네.”
그렇게 점심 식사가 끝나고 서울경찰청의 고위 간부들이 ‘우르르’ 청으로 복귀 할 때, 정재욱은 근처 약국으로 갔다.
“씨발. 제대로 얹혔네.”
약국에서 약사에게 얹혔을 때, 먹을 만한 약을 받아서 먹고 난 정재욱. 그가 깊게 탄식하며 말했다.
“하아아....먹고 살기 힘드네.”
아버지가 든든하게 그의 뒷배로 있을 때는 세상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곧 경찰 옷을 벗게 되면, 그 배경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그 혼자 힘으로 버텨야 하는 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일단 급한 대로 다음 청장이 유력한 박대순의 비위라도 잘 맞춰서, 서울에 살아남는 게 그의 1차 목표였다.
그러려면 없던 인맥도 만들어 내야 할 판이었다.
즉 현재 정재욱은 자기 살아남기도 급급한 터라, 차은석에게 보복 같은 걸 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할 수 없지.”
차은석을 찾은 이상, 그년이 이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결심을 한 정재욱이, 강남경찰서 수사 2부의 오재수 경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과장님.
“정말 잘할 자신 있지?”
=맡겨만 주십시오.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좋다. 그럼 해 봐. 대신 뭐가 잘못 되면, 나는 너와의 관계자체를 부인할 거다.”
=네. 뭐....그러시던 지요. 대신 성공하면 저 끝까지 봐 주는 겁니다?
“그래. 당장 내년 인사 철에 서울경찰청으로 불러 주마.”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으로 정재욱에게 그 정도 힘은 있었다.
=약속하신 겁니다.
“내가 언제 너하고 한 약속 어긴 적 있었어? 넌 그년만 잘 엮어 놔. 안 되면 뒤처리 때, 내가 나서서 그년을 조져 버릴 테니까.”
=네. 절대 못 빠져 나가게 확실히 엮어 놓겠습니다.
그렇게 오재수 경감과 통화를 끝낸 정재욱은, 약 효과 때문인지 크게 트림을 했다.
“어허! 이제 좀 살 거 같네.”
얹힌 게 다 내려 간 듯 정재욱은 흡족해 하며 발걸음을 경찰청으로 옮겼다.
그때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바로 핸드폰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아. 또 뭔 사고를 친 거야?”
진짜 받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정재욱은, 그 전화를 받았다.
왜냐하면 전화 건 사람이 그의 아내였기 때문에.
* * *
정재욱 경무관의 아내 고미라.
그렇게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 때 남자 여럿 거느리고 다녔던 그녀는, 결국에 가서 집안과 재력 등을 고려해서, 경찰대 엘리트 출신 정재욱과 결혼을 했다.
그 둘은 결혼 후 제법 잘 살았다. 서로 지킬 거 지켜 가며 말이다.
한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둘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거의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사이가 되었다.
그래도 둘이 한 집에 같이 사는 건, 그들 사이의 아들인 정민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 귀한 아들 정민수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예인 병이 단단히 들었다.
그러면 엄마라도 나서서 훈계하고 공부를 시켜야 할 텐데, 고미라가 오히려 더 설쳤다.
아들을 연예인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보아하니 오늘도 학교 수업 째고, 아들 데리고 연예 기획사를 찾아 간 모양이었다.
“뭐?”
당연히 정재욱 입장에서는 기분 좋게 전화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전화 좀 예쁘게 받으면 어디 덧나요?
“너하고 더 말하기 싫으니까, 전화한 용건이나 말해.”
=흥. 나도 당신하고 말하기 싫거든요.
“그러니까 빨리 말하라고. 확 끊어버리기 전에.”
=정말. 화 좀 내지 말아요. 그러니까 민수가 당신만 보면 딸꾹질을 하지.
작년부턴가? 정재욱은 자신의 아들이 자신만 보면 딸꾹질을 해대는 걸 보고, 그나마 핏줄이라고 잡고 있었던 정까지 다 떨어져 나가는, 참담한 기분을 맛봤다.
해서 그때부터 아예 다른 여자에게서, 다른 자식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그 생각을 실천해서 성공을 거뒀다.
지금 은밀히 만나고 있는 여자가, 그의 아이를 가진 것이다.
그러니까 5개월 뒤에, 정재욱에게는 정민수 말고, 다른 자식이 생긴다는 소리다.
그 아이만 태어나면, 정재욱은 이 지긋지긋한 결혼 생활도 정리해 버릴 생각이었다.
보나마나 이혼하자면 아내는 민수는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할 것이다.
그때 자신이 양육권을 포기하는 대신, 위자료나 재산 분할에 있어서, 자신이 유리하게 가져 갈 계획이었다.
그렇게 이혼 하고 나면, 그 뒤 아내와 정민수는 알게 될 것이다.
정재욱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에게서 자식까지 봤다는 걸 말이다.
아마 그의 아내는 그때 가서, 그와 손쉽게 이혼해 준 걸 땅을 치며 후회 할 것이다.
=....던데 당신이 손 좀 써 봐요.
아내가 핸드폰으로 그에게 뭐라 한 참을 말했는데, 그는 그 말을 하나도 경청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늘 이런 식이었다. 사고는 자신이 다 쳐놓고, 끝에 가서 뒤처리는 자신에게 떠넘기는 것 말이다.
보나마나 오늘 그들 모자가 방문한 연예 기획사에서, 정민수는 연예인 할 깜냥이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아내는 다른 식으로 받아드렸을 것이고.
그녀는 돈과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아주 이상한 사고를 가진 여자였다.
그 때문에 몇 번 사기도 당했지만, 그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았다.
이제 정재욱도 지쳤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어. 알았어.”
바로 대답만 해 놓고, 그냥 내버려 둬버리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