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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견신 시스템은 이미 내게 개 특성이 3차 업그레이드가 되면, 특성 하나가 더 늘어난다고 했었다.
나는 그 특성이 뭔지 궁금해서, 견신 시스템에게 상태창을 띄워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견신 시스템이 내 눈앞에 상태창을 띄워 주었다.
[이름: 백준열(Lv5)]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2Up), 「개좆」(Up)], 「개목걸이」(1Up), 「개코」(Up), 「개방울」(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Up), 「충견」(일,Up), 「개 끗발」(역,Up), 「개호구」(역,1Up)
[인벤토리: 개톤백(In)
[특성: 개(3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50]
나는 상태창을 보고 기존의 6가지 특성 말고, 새롭게 생긴 특성이 뭔지 살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라?”
역시 개하면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 아니겠는가? 그 만큼 친화력이 뛰어난 동물이긴 했다.
그렇다면 그 특성을 내가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를, 나는 견신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파악에 들어갔다.
친화력이란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잘 어울리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려면 역시 주저하지 말고, 그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다가가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한데 개 특성의 *친화력이 뛰어납니다*가 그걸 알아서 도와준다는 거다.
“와아. 이 말이 정말이면 친구는 많이 생기겠네.”
나의 혼잣말에 그걸 들은 듯, 옆에 문대식이 힐끗 날 쳐다봤다. 하지만 역시 모른 척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내가 혼자 중얼거리는 게 늘어 난 게 사실이다 보니, 문대식도 점점 더 지금처럼 날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횟수가 늘고 있었다.
뭐 그 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이는 건 아니다.
백준열의 기억 속에 문대식은 이보다 더 광인, 즉 미친 지랄을 하는 백준열을 많이 봐 온 인물이니까.
‘그래도 자제는 해야겠네.’
문대식이니까 날 그냥 두고 보고 있지, 정상적인 사람의 눈에 혼자 떠들어 대는 건, 실성한 놈 취급 받기 딱 좋았다.
마지막으로 상태창을 지우기 전에 개지수를 확인했다.
좀 전 획득한 40포인트가 더해져서 50포인트가 되어 있는 개지수를 보고, 나는 눈앞에 떠 있던 상태창을 지웠다.
그렇게 최문식의 가방까지 챙기고 나서 문대식에게 말했다.
“이제 서울 가자고.”
“네. 회사로 바로 가면 되죠?”
“어.”
나를 실은 차와 경호 차량들이 서울로 향했고, 네비게이션에 찍힌 도착 시간은 1시간 뒤였다.
즉 한 시간 동안 또 생각할 시간이 생겼단 소리다.
그런데 핸드폰을 살펴보니 내가 모르는 사이 제법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대부분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받지 않은 전화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들 생 깔 수 있는 전화들은 아니었다.
“어디보자....”
시간별로 살피니 제일 먼저 걸려 왔고, 또 가장 많이 전화를 건 사람은 황치국의 부친인 황충식 의원이었다.
하도 많이 걸어와서 아예 자동으로 착신 제한이 되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무작정 피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어째든 아직 국회의원이고 법사위원장이었으니까.
나는 먼저 황충식 의원에게 걸어 둔 착신 제한부터 풀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금방이라도 납치 된 아들을 구해 줄 거 같았던 경찰. 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뭐? CCTV에 나온 게 납치 차량 종류와 차량 번호 뿐이고 대포차? 그 차에서 나온 건? 뭐? 지문하나 머리카락 한 올 없어? 뭐 새 차보다 더 깨끗....아이구야!”
전화상으로 성질을 내던 형사과장이 황충식 앞에서 그의 눈치를 살피며, 아직 차량용 블랙박스가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떠들었다.
당연히 아들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여기서 포기할 황충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 눈앞의 형사과장은,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해서 황충식이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출신 여당 국회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막 핸드폰을 꺼냈을 때였다.
“백준열!”
그가 그토록 통화하려 했지만 착신 제한이 걸려, 통화가 불가능했던 그 백준열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황충식은 분통이 터졌지만, 일단 진정하고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백 대표님.”
=전화 많이 하셨는데 못 받아서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그것 처리하느라, 전화 받을 틈도 없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금 상황에서 백준열이 이렇게 예의바르게 나오자, 황충식은 그의 가증스러움에 치가 떨렸다.
하지만 그걸 티내서는 안 됐다. 어째든 잡혀간 아들은 구하고 봐야하지 않겠나?
“백 대표님. 다 저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 부디 아들 녀석은 돌려보내 주십시오.”
=네? 그게 무슨....아아! 그러고 보니 아드님이 오늘 출근을 안했던데. 집에 무슨 일 있습니까?
“이러지 마시고 원하시는 거 있으면 제가 다 하겠습니다. 무릎 꿇으라면 꿇고, 엎드려 빌라면 빌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미욱한 아들 놈 좀 살려 주십시오.”
황충식을 끝까지 납작 엎드려서, 백준열에게 읍소를 했다.
이 정도 하면 백준열도 심경에 변호가 생길 만 했는데, 그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당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아드님을 제가 어떻게 살립니까? 의사도 아니고. 그리고 의원님께서 저한테 무릎 꿇고 빌다니요? 이상한 소리 계속 하실 거 같으면, 저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안 됩니다. 제발....전화 끊지 마시고....백 대표님. 그 놈 제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다시는 백 대표님 눈에 띠지 않게 하겠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외국으로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얼굴을 봐서 살려주십시오.”
=하아. 이거 참....의원님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쩔 수 없는 일 같네요.
황충식은 자기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백준열이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결국 꼭지가 돌고 말았다.
“백준열. 잘 들어. 내 아들 터럭 하나라도 건드렸단 봐. 나도 가만있지 않아.”
=뭐 그러시던지.
“야! 내 아들 내 놔!”
띠띠띠띠띠띠....
황충식이 버럭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백준열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으아아아!”
분노가 폭발한 황충식. 그는 괴성을 내지르며 길길이 날 뛰었다.
당연히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은, 벽에 집어 던져 박살이 나 있었고.
“백준열! 이 개새끼! 죽여 버린다! 내가 꼭 죽여 버리고 만다!”
광기 어린 황충식의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했고, 실제 그의 두 눈에서 살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 * *
노회한 정치인답게 황충식은 내가 자기 아들을 납치한 배후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시치미를 뗐다.
내가 아니라는데 자기가 어쩔 것인가? 그리고 이미 시간적으로 봤을 때 황치국은 죽었을 가능성이 컸다.
죽은 아들을 내가 무슨 수로 살려서 그에게 보낸단 말인가?
그리고 전화 끊기 전에, 황충식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었다.
“가만 안 있으면? 지금 날 상대로 뭘 하겠단 건데....”
그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거나 진배없었다.
“바로 사람 붙여야겠네.”
황충식이 섣부른 행동에 나선다면 나는 가장 먼저 아버지, 즉 백승렬 회장에게 얘기를 할 것이다.
그럼 그분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다. 황충식 같은 거물은 괜히 내 선에서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백승렬 회장에게 욕 얻어먹기나 할 뿐, 내게는 아무 실익이 없으니까 말이다.
황충식에 관한 건 이쯤이면 됐다.
나는 그 다음 내게 전화 한 사람이 누군지 핸드폰을 살폈다. 그랬더니 내 고문 변호사인 이주혁이었다.
“새끼. 어지간히 고맙다는 소릴 듣고 싶었던 모양이로군.”
오늘까지 황치국을 집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이주혁이 지킨 이상 나는 그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나는 더 망설이고 자실 것도 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얘기 들었습니다. 성공하셨다고요?”
=하하하하. 별거 아니었습니다.
“아니요. 저한테는 정말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변호사님이 그걸 해결해 주신 거고요. 정말 고맙습니다.”
=하하하하. 아닙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 있으면 제게 말씀하십시오. 보셨다시피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될까요? 괜히 이 변호사님과 로펌 ‘월드’에 민폐 끼치는 게 아닌가 해서....”
=민폐라뇨. 아닙니다. 저도 제 아버님도 백 대표님을 가족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말씀 하십시오.
“그러죠. 그래도 성의는 좀 표하겠습니다.”
=아니 뭘 또....
돈 준다는 건 마다하지 않는 이주혁 변호사. 이렇게 보면 멀쩡한데 말이다.
‘이런 새끼가 소시오패스라니....’
그래서 더 오싹하고 무서운 놈이었다.
사이코패스인 황치국이를 처리했으니, 이제 그 보다 한 단계 더 위인 이 새끼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느낌상 벌써 쉽지 않을 거 같은 기분이 팍팍 들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어. 하다보면....황치국이처럼 없앨 수 있을 거야.’
좋게 생각하고 기분 더 좋으라고 이주혁 변호사를 좀 더 띄워 준 후 그와 통화를 끝냈다.
* * *
이주혁 변호사와 통화를 끝내고 나니 목이 좀 탔다. 그때 내 눈에 커피 전문점이 보였다.
“문 팀장. 차 좀 세우자.”
“왜요?”
“커피 한잔씩 하고 가게.”
“커피요?”
커피란 말에 문 팀장이 반짝 눈을 빛냈다. 삼계탕보다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문 팀장은 커피라면 사족을 못 썼다.
그래서 미국 있을 때도 커피로 삐친 문 팀장을 많이 달래준 추억이 백준열의 기억에서 떠올랐다.
잠시 뒤 커피 전문점 옆길에 줄줄이 선 차 안으로 테이크 아웃한 커피가 배달 되어왔다.
나는 샷이 추가 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아 먹으며 탄 목을 달랬다. 그러면서 다시 핸드폰을 살폈다.
그랬더니 백준열의 둘째 형인 백준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자존심 때문인지 몰라도 내가 안 받자, 다시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시간 뒤쯤에 은근슬쩍 문자 메시지 하나를 보내 놨다.
[새끼가 빠져서는. 형 전화도 안 받고. 할 말 있으니 전화해라.]
이 정도면 백준호가 엄청 아쉬운 상황이었다.
자기가 아쉽지 않았다면 애당초 전화도 안했을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는 건, 놈에게 급한 일이 생겼음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뭣 때문인지 궁금하네.”
해서 막 백준호에게 전화를 하려 할 때였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린지 잘 알았다. 바로 내 보유 아이템 중 하나인 「개방울」아이템이 작동을 시작한 것이다.
인천에 있을 때는 울리지 않다가, 서울에 오니 울리고 있었다.
그 말은 지금 내가 미행을 당하고 있단 얘기다.
찾아보니 우리 차들이 정차 해 있는 맞은 편 도로에 SUV차량이 한 대 서 있었는데, 나는 그 차 안에 대포카메라며 감시 장치들이 잔뜩 들어 있는 걸, 개 특성인 *멀리 봅니다.*를 통해 눈으로 다 확인했다.
“문 팀장. 저어기 SUV보이지?”
“네.”
“우리 미행하는 자들이거든. 가서 잡아 와.”
“네.”
문대식은 내 말에 즉시 자신이 경호팀원 둘과 같이 움직였다.
당연히 놈들이 눈치 차리지 못하게 말이다.
그 때문에 나와 나머지 경호팀원들은 커피를 마시며 5분을 더 차 안에 있어야 했다.
그 사이 그 SUV차량을 급습한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그 차 안에 있던 자들과 싸움을 벌였다.
물론 그들은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잠시 후 문대식과 경호 팀원에게 잡혀 온 SUV안의 두 사람.
“둘 다 흥신소 직원들이랍니다.”
그들을 잡아 온 문대식이 잽싸게 내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두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이미 구린 냄새도 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둘의 정체를 좀 더 확실하게 알기위해서 「개눈깔」아이템의 ‘색을 통해 능력을 감별’ 해 내는 능력을 사용했다.
그랬더니 둘 다 짙은 핏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에게 누리끼리한 빛이 어려 있었다.
나는 그게 뭘 뜻하는 색인지 견신 시스템에게 생각으로 물었다. 그랬더니 견신 시스템 왈.
-배신을 상징하는 똥색입니다.
그러면서 그 똥색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했는데, 한 마디로 지금 두 흥신소 직원 중 하나가 다른 직원을 배신하고 있단 얘기였다.
‘그걸 이용하면 되겠군.’
그때였다. 두 흥신소 직원에게서 같은 냄새가 났다.
향수, 아니면 화장품 냄새인데 살 냄새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그건 누구 한 사람의 몸에서 나는 채취라고 볼 수 있었다.
가량 두 흥신소 직원이 한 여자와 빠구리를 했다던가 말이다.
‘가만....혹시....’
나는 일단 두 사람에게 툭하니 말을 내 뱉었다.
“친구가 자기 와이프랑 떡치고 있는 거 모르지?”
그 말에 왼쪽에 흥신소 직원이 흠칫 놀라는 게 누가 봐도 티가 났다.
그리고 오른쪽에 흥신소 직원은 이게 무슨 개소린지 어리둥절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고 내가 말했다.
“너 말이야 너. 니 마누라가 옆에 놈과 떡치고....”
“그만!”
그러자 왼쪽에 흥신소 직원이 버럭 소리를 쳤고, 그제야 오른쪽 흥신소 직원도 눈치를 차린 듯 발끈해서 자신의 오른쪽에 동료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새끼....우리 은혜랑 진짜 떡쳤냐?”
‘끝났네.’
둘의 신뢰가 깨지자, 오히려 친구 와이프랑 떡 친 놈이 더 자발적으로 술술 불었다.
“그러니까 내 형님인 백준호가 너희들을 고용했단 거로군?”
“그렇습니다.”
백준호가 그랬을 거란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들을 이용하면 백준호를 라이크 펀드 대표인 이명운과 엮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거기 휩쓸려 한 번 된통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릴 백준호였다.
“너희들 백준호가 주는 푼돈 말고, 큰 돈 한 번 벌어 볼 생각 없어?”
“네?”
“그, 그게 무슨?”
친한 동료에서 이젠 다신 안 볼 거 같은 원수 사이로 변한 두 사람. 하지만 돈 앞에서는 친구고 와이프고 다 필요 없었다.
“10억씩 줄게. 내가 시킨 대로 할래?”
“네!”
둘이 동시에 대답을 했다.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역시 10억은 이때도 큰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