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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훈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은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
그들은 강원도 속초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서울로 상경해, 처리자 에이전시 아지트로 가던 중에 갑자기 차를 돌려서, 시흥시의 시화공단 쪽으로 향했다.
“65, 66....저기다. 69번지.”
그들은 시화공단의 한 제조공장 앞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40대 남성으로 이름은 철수고. 러시아말을 잘 한다고 한다. 가서 데리고 나와. 마약 관리소라니까 뭐 사람 좀 죽여도, 그들 자체적으로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신경 쓸 거 없어.”
그 말에 처리자 두 명이 아예 대 놓고 권총을 꺼내서 소음기를 끼웠다. 그리곤 권총을 든 체 제조공장으로 위장한 마약 관리소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헉!”
피슝!
입구를 지키던 마약 관리소 똘마니 하나가, 처리자가 쏜 총에 맞고 픽 쓰러졌다. 이마 한 가운데 구멍이 뚫렸으니 즉사했다고 봐야했다.
그렇게 제조공장 안으로 들어가 두 명의 처리자들.
피슝! 피슝! 피슝!
공장 양쪽으로 길을 나눠서 진입해 들어간 그들은, 처음에는 보이는 자들은 다 쏴 죽였다.
그러다가 자신들이 쏴 죽이는 자 중에, 철수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죽이기 전에 물었다.
“이름?”
“박, 박 명수....컥!”
아니면 쏴 죽였다. 그렇게 처리자들이 탄창을 세 번이나 갈아 끼웠을 때였다.
“이름이 뭐냐?”
“배, 배철수요.”
“철수?”
“네.”
“찾았다. 여기 찾았어. 철수!”
그때 공장 맞은편에 처리자가, 막 누굴 쏴 죽이려다가 말고 소리쳤다.
“어어. 알았어.”
철수를 찾았으니 더 이상 철수를 찾는 과정에서, 위험을 고려해서 별 수 없이 죽여 왔던 이 안에 있는 자들을, 이제 굳이 죽일 이유 역시 사라졌던 것이다.
두 처리자들 모두 복면을 쓴 상태였기에, 공장 안에 사람들은 어차피 그들의 얼굴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철수만 확보하면 이대로 여길 떠나기만 하면 됐다. 그때였다.
“나도 철순데요?”
좀 전 처리자가 막 죽이려 했던 자가 말했다.
“뭐?”
두 명의 철수. 두 명의 처리자들은 당황했다. 그때 한 명의 처리자가 자기 앞에 철수에게 물었다.
“너 몇 살이야?”
“42살이요.”
그러자 반대편의 처리자가 동료의 의중을 간파하고 자기 앞, 철수에게 물었다.
“나이가 어떻게 돼?”
“45살인데요.”
“젠장....”
둘 다 40대였다.
“아! 맞다. 러시아어. 너 러시아 말 할 줄 알아?”
“네.”
“해 봐.”
“네. &$#@%^#@$%^%”
“뭐....할 줄 아는 거 같은 데?”
그런데 다른 편의 철수도 러시아어를 했다. 근데 둘이 떠드는 외국어가 그 말을 못 알아 듣는 처리자들이 들어도 그 결이 달랐다. 즉 둘 중 하나가 러시아어가 아닌 다른 나라 말을 하고 있는데, 두 처리자들은 어느 게 러시아어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처리자 중 한 명이 별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서, 곧장 그들 아지트 통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여기 시흥시 시화공단 제조공장인데. 철수가 두 명이다. 둘 다 40대고 러시아어를 하는 거 같다. 그래서 더 정보가 필요하다. 외모적으로? 어어. 둘 중 한 명이....알았다.”
통화를 끝낸 뒤, 전화를 건 처리자가 반대편 동료 처리자에게 외쳤다.
“좀 있다가 알려 준다네.”
“알았어.”
그렇게 5분여쯤 지났을 까?
띠로링!
전화를 건 처리자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확인한 처리자가 반대편 처리자에게 물었다.
“거기 처리자 안경 썼어?”
“어! 썼어.”
그 대답과 동시에 전화를 건 처리자가 바로 자기 눈앞에 안경 안 쓰고 있는 철수의 미간 사이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그렇게 안경 쓴 철수를 찾아 낸 처리자들이, 그 철수를 사이에 두고 제조공장을 빠져 나갈 때였다.
철수가 좀 전에 처리자의 손에 죽은 배철수를 보고 중얼거렸다.
“여기 관리소장의 이름이 나와 같은 철수였다니....”
아무래도 이름이 같다보니, 관리소장이 자신을 오늘 종일 갈군 거 같다는 생각이 든 철수는, 죽은 그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기도 언제 이들 손에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철수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타시오.”
하지만 공장안에서 마구잡이로 총질을 해 대던 자들이, 막상 공장 밖에 대기 중인 승합차에 타자, 그냥 보통의 순박한 사람으로 변했다. 그걸 당황해 하는 철수를 보고,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세르게이라고 아시오?”
“네.”
세르게이란 말을 듣자마자 철수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런 그에게 좀 전 세르게이를 언급한 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 자가 당신을 통역으로 정했고, 우린 지금 그에게 당신을 데려다 주러 가는 길이오.”
지금 가는 곳이 세르게이가 있는 곳이라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철수는 한손으로 자기 가슴을 쓸어 내렸다.
* * *
김훈은 생각 같아서는 세르게이와 같이 움직이고 싶었다.
예전에 러시아에서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바로 백준열 대표에게서 맡은 의뢰가 또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진호가 지금 어디 있다고?”
=청평 별장에서 아마 주말까지 쉴 생각인 거 같습니다.
“조사한 이 내용이 맞다면, 굳이 우리가 죽일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조진호에 대해 처리자 에이전시에서 낱낱이 파 본 결과, 조진호는 지금 알츠하이머, 즉 치매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의사 말에 따르면 그 진행 속도가 워낙 빨라서 한 달, 아니 일주일 안에 모든 걸 정리하고 병원에 입원해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치매가 호전 될 거란 기대가 10%밖에 안 된다니, 조진호는 끝났다고 봐야했다.
제 정신이 아닌 자를 누가 데리고 쓸 것이며, 뭘 믿고 일을 맡긴단 말인가?
김훈이 봤을 때 조진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일주일 때문에 청평 별장에 들어 간 거 같았다.
그 일주일 동안 그가 해 온 일을 보다 더 잘 정리하기 위해서 말이다.
한데 백준열은 그런 그를 오늘 당장 죽여줬으면 했다.
그 말은 조진호에게 주어진 그 일주일의 시간조차 백준열은 주고 싶지 않은 거다.
그 만큼 백준열이 조진호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았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김훈도 조진호가 백준열의 큰형인 백준경의 외삼촌이란 사실을 정보에서 확인하고 나서, 백준열이 왜 이렇게까지 하려는 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했다.
어째든 자기 조카니까 조진호는 백준경이 회장이 되길 바랄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주고 병원으로 들어가도, 들어갈 생각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백준열의 입장에서는, 그런 조진호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정신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굳이 죽이기까지 해 달라는 백준열이 완벽하게 이해되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죽일지 계획은 짰고?”
“네. 아무래도 조진호가 알츠하이머라고 하니....가스 폭발사가 어떨까 합니다.”
“가스 폭발사라....하긴 깜빡하고 실수하면 골로 가는 게 가스 폭발사고지. 좋아. 그렇게 하자고.”
김훈은 살인 계획이 수립 되자, 곧장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을 이끌고 조진호가 지금 있다는 그의 청평 별장으로 향했다.
그랬는데 조진호 별장 주위를 지키는 경호원들이 꽤 많았다.
현재 김훈이 조진호를 제거하는데 데려 온 인원 둘로는 어림도 없었다.
해서 김훈은 바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세요?
“대표님. 접니다. 지금 조진호를 제거하러 그의 청평 별장에 와 있는데, 주위 경호원들이 너무 많은데요?”
=그래요? 보아하니 큰 형이 자기 경호원들까지 내 준 모양이네요.
“어떻게 그 수를 다섯 명 정도로 죽일 수 없을까요?”
-으음. 알겠습니다. 내가 어떡하든 그쪽 경호원들 철수 시키도록 할 테니까, 거기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세요.
그 말에 김훈은 배준열이 여기 별장에 깔린 경호원들을 치워 주는데, 적어도 한 두 시간을 걸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채 10분도 되지 않아, 조진호 별장 주위에서 조진호를 지키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차에 타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뭐, 뭐야?”
“다 갔는데요?”
“아냐. 저기 한 명 있잖아?”
“헐! 그러니까 15명 있다가, 달랑 하나 남기고 죄다 철수 했다고? 저 사람 진짜 중요한 사람 맞아?”
김훈까지 5명인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 그들에게 경호원 하나와, 다 늙은 치매 걸린 남자 하나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일단 저 둘부터 제압하겠습니다.”
김훈은 딱히 자기가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두 명이 별장으로 가서 경호원과 조진호를 잡는 사이, 나머지 둘은 가스 폭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렇게 30분 쯤 뒤, 조진호의 청평 별장에서 4명의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이 우르르 함께 빠져 나왔다.
그리고 차 안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김훈을 보고 말했다.
“곧 가스가 집안에 꽉 찰 거고, 작은 스파크 한 번으로 저 집은 날아 갈 겁니다.”
“둘은 어떻게 했어?”
“조진호와 경호원 둘 다 프로포폴 주사해서 잠 재웠고, 조진호는 침대에 눕히고 경호원은 소파에 앉혀 놨습니다.”
이대로 별장이 폭발해서 둘이 그 자리에서 타 죽는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죽음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이 다들 타고 온 승합차에 탑승하고 나자, 시간을 확인하던 직원 하나가 작은 리모컨을 꺼냈다.
딱 봐도 발화장치를 무선으로 켜는 리모컨이었다. 즉 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저 집은 폭발할 터였다.
“시간 다 됐습니다.”
그 말을 하며 리모컨을 든 직원이 김훈을 쳐다봤다. 그러자 김훈이 누르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쿠콰쾅! 쾅! 쾅! 화르르르! 활활활활!
별장 안에서 세 번의 폭발이 일어나고 나서 집이 통째로 화염에 휩싸였다. 그리곤 빠르게 불타올랐는데, 그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표님. 다 끝났습니다. 곧 소방차와 경찰차가 올 겁니다. 그만 여길 빠져 나가는 게....”
불타는 별장을 넋 놓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던 김훈. 그런 그에게 에이전시 직원하나가 말했고, 그제야 정신이 든 그가 말했다.
“어어. 그래. 가자.”
그렇게 김훈과 네 명의 처리자 에이전시 직원들을 태운 차가, 청평의 한 별장 근처에서 나와 근처 국도를 우회해서 서울로 향했다.
* * *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퓨전 한식 레스토랑은, 저녁 식사 시간이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마저도 호텔 투숙객들이 많이 이용 중인지라 외부의 손님은 몇 명 되지 않았다. 한데 그곳 레스토랑 주방에 불이 붙었다.
진짜 주방에 불이 났다는 게 아니라 그 만큼 주방장 이하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빠졌다는 소리다.
특히 7성급 호텔의 한식 요리장 출신의 주방장이 바빠졌다. 그 말은 그만큼 비싼 음식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는 소리.
“떡볶이와 모둠 튀김은 나갔고, 잡채와 비빔밥은 지금 나가는 중이고, 새로 들어 온 들어 온 주문으로 너비아니와 불고기에, 궁중 요리로 신선로와 타락죽에다가, 궁중떡볶이에 새우두부선이 추가 됐습니다.”
“손님이 두 분이라고 하지 않았나?”
“네.”
“푸드 파이터라도 온 거야?”
“아뇨. 두 분 다 여자분들 이신데, 생긴 것과 달리 대식가들인가 봅니다.”
“뭐 일단 주문 들어 왔으니 만들기는 하겠다만, 궁중요리는 비싸다. 알지?”
“네. 이미 제가 가서 말씀 드렸는데, 돈 걱정 할 필요 없다고 하더군요.”
“좋아. 그렇다면 오늘 나의 궁중요리 실력을 마음껏 뽐내 보실까!”
한식 요리장이 직접 팔을 걷어 붙였고 주문한 궁중 요리가 하나 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레스토랑에서는, 익숙한 얼굴의 두 미녀가 열심히 주문한 음식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쩝쩝쩝....언니 진짜 잘 먹는다.”
“우걱우걱....사돈 남 말 하지 마. 저기 쌓은 접시들은 네가 다 먹은 거거든.”
“근데 여기 음식들 너무 맛있지 않아요?”
“어. 나도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와 튀김은 처음 먹어봐. 특히 인삼 튀김은 먹고 나니 힘이 불끈 나더라고.”
“언니. 그거 인삼 아니라 산삼이었어요.”
“뭐?”
“메뉴판에 산삼 튀김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제가 시킨 거거든요. 튀김 하나에 백 원이면 진짜 싸죠? 산에서 막 나는 삼이라 싼 건 가 봐요?”
에이미의 말이 당연히 정민지는 이해가 안 됐다. 그 귀한 산삼이 왜 산에서 막 자란단 말인가?
“잠, 잠깐만....”
정민지는 주위를 살피다 옆 테이블에 놓여 있는 메뉴판을 보고, 그쪽으로 가서 그 메뉴판을 챙겨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아까 추가 주문할 때 여기 직원이 메뉴판을 다시 건넸지만, 그때는 에이미가 받아서 주문을 했었다.
그리곤 에이미의 주문이 끝나자, 그 직원이 메뉴판을 다시 챙겨 가버렸고.
해서 정민지는 지금까지 자신과 에이미가 시켜 먹은 음식의 가격이 얼마인지 감도 안 왔다. 하지만 지금 메뉴판을 보니 알거 같았다.
“와아....여기 진짜 비싸다.”
처음 떡볶이와 모둠 튀김을 주문할 때, 그 가격이 백만 원도 넘는 단 건 알았다.
하지만 추가로 시킨 음식들 중에서, 특히 에이미가 싸다고 시킨 산삼 튀김은....
“아아....”
하나당 백 원이 아니라 하나 당 백만 원씩 이었다. 그런 산삼 튀김을 그녀와 에이미는 8개나 먹었다.
거기다가 그녀들이 좀 전에 다 먹어치운 잡채와 비빔밥의 가격도 엄청났다. 거기 들어가는 재료들이 다 귀한 것들 위주라서 말이다.
하지만 진짜는 에이미가 좀 전에 시킨 궁중 요리들이었다.
“헉! 5백만 원? 8백만 원? 천, 천만 원?”
궁중 요리 값은 그야말로 어마무시 했다. 놀란 얼굴의 정민지를 보고 에이미가 물었다.
“언니 왜 그래?”
“에이미. 우, 우리....아무래도 너무 비싸게 먹은 거 같아.”
그러면서 산삼 튀김의 실제 가격이며, 특히 궁중요리 가격에 대해 정민지가 대충 달러로 얘기하자, 에이미도 좀 놀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진짜? 무슨 음식이 그렇게 비싸?”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걸 보고 정민지도 눈치를 챘다. 에이미의 집이 부자라는 걸 말이다.
어째든 주문한 음식은 다 나왔고, 돈이 아까워서라도 정민지와 에이미는 나온 비싼 음식들을 다 먹어치웠다.
“아아. 배불러.”
“더는 못 먹어.”
그때 후식이 나왔다. 이곳 7성급 호텔 주방장의 서비스라며 나온, 페닌슐라 애플 망고 빙수를 정민지와 에이미는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식사를 모두 끝낸 뒤, 정민지는 계산을 하려고 자기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그 카드를 레스토랑 직원에게 넘기며 영수증을 부탁했다. 그런데....
“저기 손님. 이 카드 한도가 초과 되었다고 나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