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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준기는 TVM 본사에서 가까운 최고급 일식집에서 셰프의 추천 메뉴, 오마카세로 점심을 먹고 나서 대기 중인 차를 타고 JYB엔터로 출발했다. 이번 차는 TVM의 관용차가 아닌 그의 개인 차였다. 그 운전하는 기사도 백준기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사람이었고. 그러니까 중간에 부친 때문에 차가서거나 차 돌릴 일은 없었다.
“하아....”
가기 싫어 죽겠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모양새의 백준기.
하지만 그도 재벌가의 일원이었고 그가 할 것은 하는 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준하는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그도 잘 알았으니까.
“백준열. 이 수모는 반드시, 곱절로 되갚아주도록 하마.”
바득 이를 갈며 앙갚음 할 것을 머릿속에 거듭 새기며, 드디어 JYB엔터 본사에 도착한 백준기.
“새끼. 부동산 부자라더니....”
방송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연예기획사치고는 제법 큰 건물을 쓰고 있는 JYB엔터였다.
백준기도 여기 건물 전체를 JYB엔터에서 쓰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긴 이 건물이 백준열 소유라는 게 중요하지, 뭘 어떻게 쓰던 말든 그건 어차피 백준기 관심 밖의 일이었다.
부러운 눈으로 JYB엔터 건물 외관을 쳐다보던 백준기. 그는 들어가기 싫었지만 억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JYB엔터 본사 건물에서도 대표실이 있는 층에 도착한 그가, 백준열의 비서를 보고 입이 찢어졌다.
“준열이 비서인가?”
“네.”
바로 김 비서에게 반해 버린 백준기.
“이름이?”
“....”
그가 대 놓고 김 비서 이름을 묻자, 그녀가 곤란하다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준기는 집요했다.
일단 대표실 안으로 들어간 그가, 마치 이 대표실이 그의 방처럼 상석에 앉더니 김 비서에게 물었다.
“연봉이 얼마야? 혹시 이직할 생각 없나? 내가 여기서 받는 것 보다 2배는 더 줄 수 있는데....”
“저, 저기....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근처라고 하시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차는 뭐로 드릴까요?”
“커피 두 잔. 한 잔은 자기 꺼.”
“아네....”
오늘 백준열의 회사를 와 보고 백준기는 진심으로 그가 부러웠다.
특히 이렇게 아름다운 비서를 곁에 두고 있다니 말이다.
백준열이 자기 비서를 뭐고 꼬드겼는지 모르지만, 백준기는 자기 회사로 이직을 권고했는데도 끄떡도 없는 김 비서가 더더욱 탐이 났다.
김 비서는 커피 한 잔을 타서 백준기에게 가져다주고는, 업무를 핑계로 곧장 대표실을 나왔다.
그렇게 대표실 안에서 백준기가 차를 마시며 기다리길 10여분. 대표실 밖이 시끌시끌한 게 백준열이 온 모양이었다.
벌컥!
그때 문이 열리며 대표실 안으로 백준열이 들어섰다.
근데 그가 사촌 형을 보고 인사는커녕 인상을 썼다. 그걸 보고 백준기가 말했다.
“너는 형을 보고 인사도 안하니? 그 얼굴은 또 뭐야? 가만 두면 아주 내 얼굴이라도 치겠다?”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백준기. 그는 여기까지 찾아와서 사과해야 하는 자신이 비참해서, 백준열을 보자마자 시비부터 걸었다.
그의 도발에 백준열이 넘어가서 그의 멱살이라도 잡아 준다면, 그걸 꼬투리 잡아서 이번 일을 그 일과 쌤쌤으로 치고, 그냥 넘어가자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백준열은 그런 백준기의 도발을 철저히 무시하며 생 깠다.
그냥 못 들은 척 자기 책상으로 가서, 거기 자리에 앉으며 비서에게 인터폰을 눌렀다.
=네. 대표님.
“내가 아무나 대표실 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뭐? 아무나!”
백준기는 백준열이 자신을 아무나 취급하자 발끈했다. 그러던 말던 백준열은 계속 자기 할 말을 이어나갔다.
“경호팀장. 당장 들어오라고 해.”
=네. 대표님.
백준열이 바로 경호팀장을 부르자, 다급해진 백준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준열아. 너 정말 이럴 거야?”
“내가 뭘 어쨌는데?”
“우린 사촌사이라고.”
“이웃도 사촌인 세상이야. 남만 못한 사촌은 개나 주라고 그래.”
“뭐, 뭐?”
“왜 왔는지 알아. 그런데 내가 원한 건 진심어린 사과지. 이런 모습은 아니거든. 이게 사과하러 온 사람의 태도야? 남의 안방에 자기 마음대로 들어와서, 주인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게?”
“그, 그건 내가 왔는데 네가 없으니까....”
“그럼 공손히 기다렸어야지. 뭐 잘했다고.”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대식이 경호팀원 두 명을 달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 * *
나는 문대식을 보자마자 바로 외쳤다.
“이 사람 우리 회사에서 쫓아내.”
“잠, 잠깐. 나 백준열이 사촌이야. CH그룹 백승호 회장 아들 백준기라고. 내 몸에 손만 대 봐.”
백준기가 내 경호팀원들에게 버럭 소리를 쳤다. 하지만 문대식은 이미 대표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경호팀원들에게도 미리 얘기를 해뒀고.
때문에 그들은 백준기의 외침에도 끄덕도 않고, 그대로 백준기를 잡으러 움직였다. 그걸 보고 당혹한 백준기.
“이, 이것들이 미쳤나? 이것 놔. 내 몸에 손대지....아악!”
백준기가 저항했지만 문대식과 두 명의 경호팀원들에게 너무도 간단히 제압을 당했다. 그때였다.
“준열아. 나 진짜 사과하러 온 거야. 그러니 이러지 마라.”
뒤늦게 사과하러 왔다고 했지만, 백준열은 그의 그딴 사과는 받고 싶지 않았다.
“뭐해? 끌어내지 않고!”
“네.”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그대로 백준기를 대표실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고, 잠시 뒤 엘리베이터에서 끌어 내려진 백준기는, 그와 같이 온 비서와 같이 볼썽사납게 JYB엔터 건물 밖으로 쫓겨났다.
“백준열. 너 이 새끼. 감히 날 이따위로 대해. 어디 두고 보자.”
사과하러 와서 사과는커녕 내쫓긴 백준기는 분노해서, JYB엔터 앞에서 길길이 날뛰다가 그 자리를 떠났고, 잠시 뒤 그의 차가 와서 그를 싣고 떠났다.
나는 그걸 내 방에서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내 옆에 김 비서가 서 있었는데 그녀가 그런 날 보고 물었다.
“정말 이렇게 일방적으로 내쫓아버려도 되는 건가요?”
“그럼? 나보고 그 새끼 사과라도 받아주란 건가?”
“필요에 따라서는 요.”
사실 김 비서의 말이 정답이었다. 만약 백준기가 내가 사과를 받아줘야 할 위치에 있었다면, 나는 그 사과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준기는 그렇지 못했고 오히려 일만 더 키웠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아마도 지금쯤 CH그룹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백준기로 인해 야기된 문제로 인해, 일어난 강력한 후폭풍으로 인해서 말이다.
“나하고 내기 하나 할까?”
“네?”
“나는 저 새끼 10분 안에 돌아온다! 에 천만 원, 아니 1억 건다. 김 비서는?”
“에이. 설마....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돌아와요. 전 그럼 아니다 에 걸죠.”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가 어리둥절해 하며 날 보고 물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건다며?”
“네?”
“그러니까 좀 전에 아니다 에 뭘 거냐고?”
나는 이미 기다 에 일억을 걸었다.
“그, 그건....”
김 비서가 걸기에 일억은 너무 큰돈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김 비서의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마른 침을 꼴깍 삼키자, 그녀가 황급히 두 손으로 자기 가슴 쪽을 가리며 말했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뭐 하긴....아아. 그거 걸면 되겠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여전히 그녀 가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김 비서 가슴으로 내 자지 딸 쳐 줘.”
“네에?”
나의 노골적인 요구에 김 비서가 기겁해서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김 비서는 내 육변기였다. 즉 내가 원하면 언제든 다리를 벌려야 하는 욕구 해소용, 성적 노예 말이다.
그랬기에 사실 이런 요구,는 그녀에게 그리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다.
“좋아요.”
김 비서가 냉큼 나와 내기를 받아드렸다. 아무래도 자기가 이길 것을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지금이 17분이니까 27분까지 안 나타나면 제가 이기는 거예요.”
“그래.”
나는 자신의 손목시계와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김 비서를 느긋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어차피 10분 안에 백준기는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 * *
선약이 있어서 거기 갔다가 점심까지 먹고 CH그룹 본사로 돌아 온 백승호 회장.
“준기가 JYB엔터에 들어가는 거 확인했다고?”
“네. 회장님.”
“그래. 사내새끼가 꿇을 때는 꿇어야지. 대신 갚아 줄줄도 알아야 하는 거고.”
그 말 후 회장실로 들어간 백승호 회장. 그는 산적해 있는 서류를 빠르게 처리해 나갔다.
그렇게 절반 쯤 그의 책상에 쌓인 서류를 처리 했을 때였다.
똑똑똑!
노크 후 비서실장이 황급히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뭔데?”
백승호 회장은 비서실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서류를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비서실장이 바로 대답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말에 백승호 회장이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들어 비서실장을 보고 말했다.
“또 뭔 문제?”
“은행에서....저희가 대출한 자금을 상환하라는 독촉이 들어왔습니다.”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우리가 대출한지 얼마나 됐다고? 거기다가 삼명그룹에서 빚보증까지 섰는데....”
국내 재계 순위 1위, 삼명그룹이 보증을 선 이상 은행에서 돈 빌려 쓰는 건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은행에서 돈을 못 빌려줘서 난리였다. 한데 그런 은행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미 빌려 준 돈을 갚으라고 이렇게 독촉 해 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그러니까....삼명그룹에서 빚보증을 취소했다고....”
“뭐? 이런 씨발....”
제대로 화가 난 백승호 회장 그가 욕설을 내 뱉으며, 자기 핸드폰을 챙겨 들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대가 그 전화를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에이 씨....”
이제는 그가 전화를 걸어도 백승렬 회장은 그의 전화를 바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앞으로 백승호 회장도 절차를 거쳐야만, 백승렬 회장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걸 뒤늦게 깨달은 백승호 회장이 비서실장에게 소리를 쳤다.
“당장 삼명그룹 회장 연결 해.”
“네. 회장님.”
그렇게 비서실장의 노력 끝에 무려 30분 뒤, 백승호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다는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나 바쁘니 본론부터 말하세요.
자기가 알던 그 착했던 동생 백승렬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삭막하기 그지없는 백승렬 회장의 목소리에 백승호 회장이 말했다.
“동생아. 네가 이럴 줄 몰랐다. 어떻게 보증 선 걸 취소할 수 있니?”
=그러게 왜 내 아들 건드려요.
“뭐?”
=나는 준열이가 그래 달라고 해서 해 준 거 뿐입니다. 그 문제도 준열이하고 알아서 푸세요. 준열이가 보증 서 줘도 된다면, 다시 서 줄 테니까. 그럼 전 바빠서 이만....
뚜뚜뚜뚜뚜뚜....
백승렬 회장은 모든 걸 자기 막내 아들 백준열에게 떠 넘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런 씨발! 또 끊었어.”
자기도 할 말이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백승렬 회장과 통화하려면,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점.
이렇게 되면 앞서 자기 아들 백준기와 백준열이 광고문제로 해결 한 거처럼, 백승호 회장도 백준열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회, 회장님. 준기 도련님 전홥니다.”
그때 마침 그 당사자를 만나러 가서 광고 문제를 해결 했을, 자기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 잘 됐군. 바꿔.”
백승호 회장은 백준기가 당연히 지금쯤이면 백준열에게 사과를 하고, 광고 문제를 해결 했을 것으로 봤다.
무조건 사과하고 무릎 꿇으라면 꿇으라고 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뭐? 사과는 해보지도 못하고 쫓겨 나?”
백준기의 징징 대는 소리에 백승호 회장의 혈압이 급상승했다.
“아아....”
“회, 회장님!”
쓰러지는 백승호 회장을 황급히 부축한 비서실장. 그가 회장실 밖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구급차 불러. 어서.”
* * *
다행히 구급요원이 회장실까지 오는 일은 없었다. 백승호 회장의 상대가 급격히 좋아져서 말이다.
“회장님. 김 박사께 말해 뒀습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가 보시는 게....”
걱정스런 얼굴로 비서실장이 말했지만, 백승호 회장을 손사래를 쳤다.
“지금 병원 들어가면, 이 사태는 누가 해결하고?”
그러고 보면 백승호 회장 말도 맞았다. 은행에서 상환하라는 돈을 갚지 않으면, CH그룹 도산설이 자칫 퍼질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면 그 회사의 신용도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CH그룹이 지금껏 쌓아 온 건실한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 추락해 버릴 수 있단 얘기다.
그러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무슨 수를 쓰던 은행 문제는 해결해야 했다.
그걸 알기에 쓰러졌던 백승호 회장도, 불굴의 의지로 정신을 차린 것일 수 있었다.
“준기한테 다시 전화해서. 빨리 돌아가라고 해. 가서 꿇으라면 꿇고 핥으라면 녀석의 발이라도 핥으라고 해.”
백승호 회장이 비서실장에게 너무도 어려운 지시를 내렸다.
“회, 회장님?”
“어서! 그 광고 문제 해결하지 못하면....내 자식 아니라고 해.”
백준기가 백준열과의 문제를 풀지 못한 상태에서, 백승호 회장이 아무리 백준열에게 사정을 한다고 해도, 은행 문제는 해결 될 수 없었다. 그걸 알기에 백승호 회장이 나름 초강수를 둔 것이었다. 하지만....
“....라고 회장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을 전부 전달 받은 백준기.
=뭐? 내가 더 이상 자식이 아니라고? 하아. 좋아 그래. 호적에서 내 이름 빼라고 해.
뚜뚜뚜뚜뚜뚜....
백준기가 그 말 후 대뜸 전화를 끊어버렸다. 비서실장은 황급히 백준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백준기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비서실장뿐 아니라 누구의 전화도 말이다.
“아아....망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백승호 회장.
절망하며 그 말 후 혼잣말로 자식 잘못 키웠다며, 회한에 잠긴 얼굴 표정을 짓다가 또 쓰러졌고, 결국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후송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