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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07화 (20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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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김훈 대표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거라 확신했다. 어제 그가 처리한 그 3명의 프로페셔널 한 킬러들에 비한다면, 하동훈이란 작자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하아. 안 그래도 대표님께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하동훈이란 자가 알고 보니 보통 놈이 아니더군요.

“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렇다면 하동훈이 무슨 특별한 놈이라도 된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 역시 아니었다.

=하동훈이 그 새끼 보통 약삭빠른 놈이 아닙니다. 우리 쪽 사람들이 갔을 때 벌써 튀고 없더군요. 추적을 해 봤더니 지금 경남 남해에 가 있지 뭡니까? 해서 우리 쪽 처리자들을 지금 김포 공항으로 보내 놓은 상탭니다. 국내선 타고 경남 사천비행장에 도착해서, 놈이 있는 곳까지 가는데 만 5-6시간이 걸릴 거로 예상됩니다.

“사실상 오늘 처리하는 건 어렵겠네요?”

=그런 셈이지요. 죄송합니다. 오늘 중에 처리하겠다고 장담했었는데.

“뭐 변수란 어디에서든 있는 법이니까요. 그걸 반복하면 곤란하겠죠.”

=내일까지는 무슨 수를 쓰던 제거토록 하겠습니다. 마침 남해에 가 있으니 제거하고 그 바다에서, 바로 뒤처리까지 해 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건 김 대표 좋을 대로 하세요.”

내가 원하는 건 하동훈의 죽음이다. 나를 해치려 한 자는 이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내가 그걸 결코 허락지 않을 테니까.

“아아. 그리고 뭐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데요?”

=뭡니까?

“QH엔터테인먼트와 거기 홍대복 사장하고 여배우 강지영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좀 알았으면 해서요.”

=연예계 쪽 정보라....제가 알아보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주세요.”

그렇게 처리자 에이전시 김훈 대표와 통화를 하고 난 뒤, 나는 어슬렁어슬렁 체육관 주위를 돌아다니며 몸들 풀고, 실전 대비 훈련을 비롯해서 개별적으로 수련 중인 경호팀원들을 살폈다. 그런 나에게 문대식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물었다.

“하시겠다는 격려는 안하시고, 애들 훈련하는 거만 그렇게 열심히 보시는 이유를, 자아. 이제 저한테 털어 놓으시죠?”

백준열과 미국 생활까지 같이 한 탓인지, 문대식은 마치 자기가 나에 대해 많이 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백준열 일 때 얘기고, 나는 엄연히 백준열이 아니다.

팔짱까지 낀 체 어서 말하라는 은연 중 압박의 눈초리로 나를 보는 문대식.

그때 실전 대비 훈련 중이던 경호팀원 하나가 병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좀 다쳤다.

“저, 저런....”

문대식은 그래도 자기가 팀장이라고 그쪽으로 뛰어가서, 그 다친 경호팀원의 상태를 직접 살폈다.

“이 정도면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겠다. 압박붕대하고 한의원에 가서 침 좀 맞고 와.”

“네. 팀장님.”

그 발목을 삐끗한 경호팀원은 가급적 다친 발로 바닥을 짚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체육관 한쪽 탈의실로 향했고, 그때 내 눈에 좀 전 경호팀원이 하다 빠지면서 빈자리가 보였다.

‘저기 들어가서 한 번 시험 해 봐야겠네.’

나는 곧장 그쪽으로 움직이며, 빠진 경호팀원으로 인해 훈련 방식을 바꾸려는 경호팀원들에게 말했다.

“내가 한 번 해보고 싶은데?”

“네?”

“대, 대표님께서요?”

경호팀원들은 다들 당황해 하며 어리바리하게 굴었는데 그때 문대식이 뛰어와서 내게 정색하며 말했다.

“대표님. 지금 애들 훈련하는 거 장난으로 보이십니까?”

“장난은 무슨.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해 보겠다는 거지.”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힘쓰는 근육과 장식용 근육은 다릅니다.”

그러니까 내 몸에 붙은 근육은 장식용 근육이란 소리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장식용 근육도 이제동이라는 싸움꾼의 재능과 만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지, 나는 그게 궁금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험을 지금 여기서 하고 싶은 것이고.

“알아. 그래도 해 보고 싶어.”

“하아....”

다른 건 몰라도 지금 문대식이 나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하고 싶으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란 것.

그걸 알기에 그가 아무리 반대해도, 내가 기어코 하고 말 거란 걸 문대식은 알았다.

그래서 한숨을 내 쉰 뒤 별수 없이 말했다.

“좋습니다. 대신 딱 한 번입니다.”

“그래. 좋아.”

나는 문대식의 말에 바로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물론 나는 한 번만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과연 문대식이 내가 하려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문대식도 무도 인이니 호승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 * *

문대식은 훈련 중인 팀원들에게 살짝 다가가서 말했다.

“살살해.”

“....”

문대식의 그 말에 경호 팀원들은 다들 대답 대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팀원들에게서 물러나며 문대식이, 실전 훈련을 다시 시작하는 팀원들을 쳐다 볼 때, 그들 사이로, 경호팀원 트레이닝복으로 바꿔 입은 백준열 대표가 끼어드는 게 보였다.

“자자. 시작 한다.”

실전 훈련은 경호팀원 한 명이 여러 사람에게 쫓기다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대치하는 훈련이었다.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이 뛰는 시늉을 하자, 나머지 경호팀원들이 그를 쫓으며 이내 그를 에워쌌다.

포위당한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 그 상황에서 포위한 경호팀원들이 하나 둘씩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시기적절하게 막고 피하며 시간을 잘 끌던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

“차앗!”

그때 백준열 대표가 그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을 바라보면서 몸을 날렸다.

그런데 공중에서 홱 몸을 튼 백준열 대표가,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 안면을 차 버렸다.

퍽!

주인공 역의 경호 팀원은 방심하다가 백준열 대표에게 제대로 한 방 맞으며 쓰러졌고, 그가 바닥에서 낙법을 사용하며 몸에 균형을 다시 잡기 전에, 백준열 대표의 주먹이 날아왔다.

“헉!”

기겁한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이 고개 숙이며, 그 주먹을 가볍게 흘리고 반격 삼아 어퍼컷을 날렸다.

휙!

하지만 그의 주먹은 분명 거기 있어야 할 백준열 대표의 턱이 아닌 허공을 갈랐고, 대신 갑자기 훅하니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의 가슴께에서 튀어나온, 백준열 대표의 무릎이 그의 턱을 강타했다.

쩍!

무릎에 제대로 걸리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딱 듣는 순간 주위 경호팀원들과 그들보다 좀 더 떨어진 거리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문대식은 알 수 있었다.

제대로 들어갔다는 걸 말이다.

털썩!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뻗었고, 그걸 문대식을 비롯한 주위 경호팀원들은 한 동안 넋 놓고 바라만 봤다.

그들이 직접 봤지만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 때문에 말이다.

“맙소사!”

“대, 대표님이 언제 저렇게 잘 싸우게 되신 거지?”

“그러게. 내가 알기로 상당한 몸치 인걸로 아는데....”

“몸치 정도가 아냐. 태극 1장도 제대로 못하셨는걸.”

태권도 품새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걸 못하는 게 이상하다고 봐야 할 정도로, 누구나 다 하는 게 태극 1장이다.

한데 백준열은 정말로 그걸 다 못했다. 며칠 지도를 받아도 도저히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할 정도로 백준열은 몸치의 끝판 왕이었다.

그랬던 백준열이 좀 전 보여 준 동작들은, 누가 봐도 훌륭한 주먹 지르기와 발차기였다.

“으윽!”

그래도 파괴력은 떨어지는지 잠깐 기절했던 주인공 역의 경호팀원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직접 당해 본 터라 다른 경호팀원들과 다른 눈으로 백준열 대표를 쳐다보았다.

“다음으로 안 넘어가나?”

그때 백준열 대표가 상당히 신난 얼굴로 경호팀원들에게 말했고, 그 말에 경호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대식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어느 새 끼고 있던 팔짱을 푼 문대식이, 진지한 얼굴로 팀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실전 훈련 매뉴얼로 넘어가란 지시였다.

* * *

하동훈은 그가 아는 처리자 3명중 한 명과 접촉 후 그쪽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접촉자의 미국 가족의 사진을 메시지로 보냈다.

만약을 위해 그 사진 받기까지, 하동훈은 미국에 나가 있는 한국대사관 직원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그 직원은 하동훈이 청와대 있을 때 뒷돈 받고 외교관으로 뽑아 준 자였다.

그런 식으로 하동훈은 자신이 저지른 비리를 오히려 역이용하며, 자신이 원하는 걸 기어코 쟁취해 나가고 있었다.

만약 처리자들이 딴 맘을 먹는다면, 그 가족들이 무사치 못할 거란 이런 식의 협박은, 처리자들에게 확실히 먹혀들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처리자로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미국에 있는 그들 가족 때문이란 걸, 하동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들이 백준열을 제거 하고 나면....”

그 뒤 자신의 서재에서 향후 뭘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따져 보던 하동훈.

그는 너무 피곤했던 터라, 잠든 지도 모르고 꼬박 잠이 들어버렸고, 눈을 떠니 아침이 밝아 있었다.

“여보! 설마 책상에서 주무신 거예요?”

“어? 어어. 지금 몇 시야?”

“8시 다 됐어요. 씻고 식사 하시라고 왔더니....”

하동훈은 일이 있을 때면 서재에서 일하다가 거기 간이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래서 그의 부인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가 책상에 엎드려 잤다는 말에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나 씻을 테니까 속옷 좀 가져다줄래?”

“네. 그럴게요.”

하동훈은 당장 몽롱한 지금 정신부터 바로 잡기 위해서 욕실로 향했다.

쏴아아아아!

정신 차리려 일부러 찬물로 샤워를 하며 하동훈이 퍼뜩 든 생각.

“유지태가 왜 연락을 안 한 거지?”

협박용 메시지를 보낸 뒤, 처리자 3명 중 한 명인 유지태가 감감무소식이었다.

보통은 맡겠다고 전화를 하거나, 하다못해 문자메시지라도 그런 쪽으로 답장을 보냈어야 했다.

그런데 좀 전 서재를 나오기 전 확인한 그의 핸드폰에, 유지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뭐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며 정신이 번쩍 드는 하동훈.

“혹시....”

3명의 처리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원론적인 생각을 하는 하동훈.

하지만 그는 이내 머리를 내저었다.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동훈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살인기계들인지 말이다.

“아무래도 딴 놈과 접촉을 해 봐야겠어.”

하동훈은 샤워를 끝내고 아내가 욕실 밖에 놓아 둔, 속옷을 챙겨 입은 뒤 다시 서재로 들어갔다.

“여보. 식사는요?”

그런 그를 보고 그의 아내가 외쳤다. 하지만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니었다.

“됐어. 나가서 먹을 테니 치워.”

그렇게 서재 밖을 향해 말하곤, 하동훈은 자기 핸드폰에서 ‘No2’로 저장이 되어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으음....”

그런데 신호는 가는데 그 쪽에서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태 그들과 인연을 이어 오면서 그가 전화를 걸었을 때, 그들이 받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찌푸린 하동훈의 이마 골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

하동훈은 No1, 유지태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봤다. 하지만 유지태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서 마지막으로 하동훈은 그의 핸드폰에 ‘No3’로 저장이 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런데 받아야 할 No3, 전규호가 아닌 웬 아이가 그의 전화를 받았다.

하동훈은 바로 그 전화를 끊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하동훈은 잠시 고민하다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저어. 좀 전에 전화하셨던데....

이번에는 여자 목소리다.

“네. 번호를 잘못 눌러서요. 죄송합니다.”

=아아. 네.

하동훈의 말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여자. 하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끌어선 안 됐다.

그는 바로 전화를 끊고 No1, No2, No3로 저장 되어 있던 연락처를 전부 삭제했다.

그리곤 그걸 로도 부족한지, 그 핸드폰의 유심을 빼내서 구긴 뒤, 욕실로 가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렸다.

그리곤 안방으로 가서 그가 출장 갈 때 자주 이용하던, 작은 캐리어 안에 그가 입을 옷가지를 챙겨 넣었다. 그걸 보고 그의 아내가 말했다.

“출장 가세요?”

“어어. 지방에 며칠 있을 거 같아. 도착하면 바로 연락할게.”

하동훈이 아내의 물음에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며칠이 몇 년이 될 수 있다는 말과, 떠나는 순간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그의 가족이 아니었다.

가족이야 어떻게 되던 말든 그에게는 상관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필요하면 언제든 말들 수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렇게 안방에서 대충 짐을 챙긴 하동훈은, 그 캐리어를 들고 다시 서재로 갔다.

그리고 서재에 숨겨 둔 비밀 금고에서, 현금과 위조 된 신분증, 그리고 권총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다녀오세요.”

“어어. 들어가.”

문밖까지 배웅 나온 아내를 뒤로하고, 그가 엘리베이터를 막 잡아타고 아래로 내려 갈 때였다. 그때까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그의 아내가, 걸치고 있던 앞치마 앞쪽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저예요. 그이 행동이 좀 이상해서요. 꼬박꼬박 먹던 아침도 건너뛰고....갑자기 짐을 챙기더라고요. 네. 좀 전에 캐리어 끌고 내려갔어요. 네. 시킨 대로 그이 구두 밑창에 그걸 붙이긴 했는데....네. 알겠어요.”

누가와 한 통화인지는 모르지만 하동훈의 아내는 그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는 하던 설거지는 내팽개쳐 두고 급하게 외출복으로 갈아입더니, 차 키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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