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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34화 (23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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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조직 생활을 하면서 하도 배신을 많이 당한 홍대복.

그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았다.

특히 조폭들은 절대로. 그런 그가 김민식을 만나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 없었다.

그래서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한 시간 빨리 움직였고, 그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김민식과 그 수하들을 쭉 살폈다.

그들이 이태원 역 근처 홀리데이 커피 전문점에서 나와, 그와의 접선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앤 크라운 호프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홍대복은 현재 있는 그 근방의 한 건물에서 김민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민식은 그의 전화를 호프집 밖에서 받았고, 덕분에 홍대복은 쉽게 그를 자신이 있는 건물 쪽으로 불러 낼 수 있었다.

홍대복은 김민식이 오는 걸, 전부 건물 창을 통해 지켜보다가 그 건물 만화방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곤 김민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그러자 김민식이 재깍 그의 전화를 받았고, 그런 그에게 그가 있는 12층 만화방으로 오라고 했다.

만화방은 현장답사 차원에서 이미 들어가, 출입구를 전부 살펴 놓은 상태.

그곳은 출입구가 양쪽에 있었고, 원래 막혀 있던 쓰지 않는 반대편 출구의 문을, 홍대복이 만화방 주인 몰래 열어 놓았다.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홍대복은 그 출구를 통해 곧바로 비상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 1층에는, 그가 언제든 타고 튈 수 있게 스쿠터가 준비 되어 있었다.

그런 만반의 준비를 갖췄기에, 홍대복은 김민식을 바로 만화방으로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야.”

“아네.”

만화방 안으로 들어 온 김민식을 향해 홍대복이 먼저 아는 척을 했다.

그러자 김민식이 그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이때 홍대복은 몰랐다. 김민식이 내린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말이다.

홍대복인들 알았겠는가? 김민식이 핸드폰 화면은 보지도 않고, 문자메시지를 보낼 정도의 문자 전송의 달인 일 줄 말이다.

“애들은?”

“말씀하신 호프집에 두고 왔습니다. 근데 이제 어쩌실 겁니까?”

“일단 서울을 떠나야지. 인천으로 갈까 해.”

그 말을 하면서 홍대복은 김민식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했다.

하지만 김민식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그게 홍대복을 제대로 방심케 만들었다.

그러니까 김민식이 제대로 연기를 한 셈이었다.

“민식아. 네가 보기에, 거기가 왜 들킨 거 같니?”

마음이 놓여서 일까? 홍대복이 지금껏 그가 가지고 있던 의문점을 김민식에게 물었다.

“누군가 찌른 게 아니겠습니까?”

“맞아. 배신자가 있어. 그게 누굴거 같니? 네가 보기에.”

“혹시 황치열이 아닐까요?”

“황치열? 어째서?”

김민식으로서는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러려면 얘기꺼리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 누구 한 사람 씹어 줄 때 시간이 제일 잘 갔다. 적어도 김민식이 여태 살아온 삶에 비춰 받을 때 말이다.

그래서 김민식은 그 씹을 꺼리로 황치열을 선택했고, 그게 의외로 잘 먹혔다.

“....데 그것까지 아는 자는 저희 쪽 사람들뿐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봤을 때 거기 관리 책임자인 황치열이 제일 의심스럽다는 거죠.”

“하지만 녀석은 잡혀서 지하실에 있었잖아?”

“그 전에 신고가 된 거죠.”

“그런가? 음음....응?”

그때였다. 누가 다가오는 소리에 홍대복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튀어!”

그리곤 손짓으로 출구를 가리켰고, 그걸 보고 김민식은 자기도 모르게 그쪽 출구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홍대복은 그 반대쪽으로 튀었고, 홍대복 쪽으로 다가오던 사람은 본능적으로 딱 보이는, 출구 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김민식을 잡으러 움직였다.

그 사이 반대편으로 뛴 홍대복은 사전에 점검까지 마친, 다른 쪽 출구를 통해 만화방을 빠져 나갔다.

* * *

강형욱 형사와 같이 만화방으로 들어간 이 형사.

그의 눈에 딱 봐도 조폭두목 같은 자가 보였다. 이제 조금 더 다가가서 좀 전 강형욱 형사가 보여 준, 홍대복의 얼굴과 비교만 하면 됐다.

그때 그의 접근은 눈치 챈 조폭두목 옆에 있는 자가 소리를 쳤고, 그 소리에 조폭두목이 바로 출구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 형사는 더 볼 것도 없이 그 조폭두목을 향해 뛰었고, 다행히 출구 앞에서 그 조폭두목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조폭두목이 너무도 순순히 그에게 잡히는 게 아닌가?

더불어 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버럭 화까지 냈다.

“이봐요. 지금 나를 잡으면 어떡합니까? 홍대복이를 잡아야지.”

“아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형사는,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음을 깨달았다.

지금 그가 잡은 자의 얼굴은, 확실히 그가 앞서 본 홍대복의 사진과 딴판이었다.

이 형사는 다시 만화방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때 강형욱 형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비상계단으로 튀었다. 밑에 지원 요청해.”

이 형사는 재빨리 건물 밑에 출입구를 봉쇄 중인, 다른 세 형사들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곧 이 형사의 전화를 받은 세 형사 중 한 명인, 정 형사에게서 좋지 않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C발. 놓쳤어.

“네?”

=새끼가 엄청 날래더라고. 거기다 미리 스쿠터까지 준비해 뒀고.

한마디로 스쿠터 타고 내 뺐다는 소리다.

사람이 스쿠터 탄 사람을 뛰어 쫓아서 잡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곳 경찰의 지원을 받아서, 홍대복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강형욱 형사는 서둘러 이태원 파출소에 연락을 해서, 그곳 경찰의 지원을 요청했다.

부아아아앙!

그 사이 형사에게 거의 잡힐 뻔 했다가, 가까스로 형사를 뿌리치고 준비해 둔 스쿠터를 타고, 내빼는 데 성공한 홍대복.

그는 가급적 큰 길 말고, 좁은 길로 스쿠터를 몰면서 바득 이를 갈았다.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한 거구나.”

홍대복은 김민식의 배신을 100% 확신했다. 그러지 않고서 그 자리에 그렇게 형사들이 속속 나타날 수 없었다.

다행히 그의 기지로 형사들이 파 놓은 함정에서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정말 잡힐 뻔했다.

만화방에서야 김민식을 미끼로 쓰고 잘 빠져 나왔는데, 건물 밑 출구에도 형사가 대기 중일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홍대복도 단지 운만 좋아서 조폭 두목이 된 건 아니었다.

비록 지금은 조직에서 쫓겨났지만, 그래도 매일 운동을 해왔고. 그래서 자기 또래에 비해서 날래고 힘도 셌다.

반면 상대 형사는 피로에 쩐 데다가, 딱히 그를 잡으려는 의욕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바로 밀어 붙였다.

“어엇!”

홍대복의 몸통 박치기에 그래도 형사랍시고 그를 잡기는 했지만, 결국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잡고 있던 홍대복을 놓기고 만 형사.

홍대복은 생각 같아서 쓰러진 그 형사를 더 짓밟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랬다가 도우러 온 다른 형사에게 잡힐지 몰랐으니까.

홍대복은 자신이 숨겨 둔 스쿠터 쪽으로 내달렸고, 그건 잘한 결정이었다.

“저기다!”

그의 예상대로 다른 형사가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홍대복은 이미 스쿠터에 타고 있었고 바로 시동을 걸었다.

부웅! 부웅! 부아아아앙!

홍대복은 스쿠터를 타고 내달렸고, 형사 둘이 그 뒤를 쫓아 뛰어왔지만, 스쿠터를 따라 잡지 못했다.

근데 역시 경찰은 경찰이었다.

갑자기 경광등을 킨 경찰의 순찰차들이 곳곳에 등장했고, 홍대복은 대 놓고 스쿠터를 몰고 다닐 수 없었다.

실제로 순찰차들은 스쿠터만 보면 쫓아서, 멈춰 세우고 확인을 했다. 홍대복이지 아닌지를.

“C발....”

결국 홍대복은 더는 스쿠터를 타고 다닐 수 없게 되었고, 별수 없이 걸어서 움직이다가 겨우 택시를 잡아탔다.

하지만 인근에 그가 여태 숨어 지냈던 원룸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남동으로 넘어갔다. 거기에도 홍대복의 숨겨 둔 부동산이 있었던 것이다.

* * *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격이었다.

“하아....”

강형욱 형사가 길게 한숨을 내 쉴 때, 그를 도와 홍대복을 잡으러 같이 온 강동 경찰서의 형사들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를 못했다.

“죄, 죄송합니다. 강 형사님.”

그 중 홍대복이 아닌 김민식을 쫓으면서 홍대복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린, 이 형사가 강형욱 형사에게 머리를 숙였다.

“아니야. 괜찮아. 지가 뛰어봐야 벼룩이지. 이태원 파출소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으니, 곧 잡히겠지. 우리도 일단 서로 돌아가자.”

강형욱은 밝게 웃으며 동료들 앞에서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걱정이 되긴 했다.

중앙지검의 나 검사 볼 낯이 없어서 말이다. 이건 그가 잘 먹으라고 차려 준 밥상을, 끝에 가서 자신이 걷어 차 버린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어쩌랴? 이미 놓쳐 버린 홍대복을 이렇게 자책한다고 다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게 강동 경찰서로 복귀한 강형욱은, 그곳 숙직실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이 되자, 곧장 나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간밤에 홍대복 잡는 데 실패했음을 그에게 알렸다.

“정말 검사님 볼 면목이 없습니다.”

=하아. 뭐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홍대복 그 새끼가 그렇게 눈치가 빠를 줄이야. 일단 대기하고 계셔 보세요. 지금 홍대복의 재산과 부동산 추적 중인데, 단서가 나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강형욱 형사는 동료들과 아침으로 해장국을 먹고 다시 서로 돌아왔다. 그때 나 검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검사님.”

=어제 이태원에서 홍대복을 놓쳤다고 했죠?

“네.”

=거기 홍대복 소유 원룸이 있어요. 일단 거기부터 가보고, 혹시 모르니 인근인 한남동 원룸도 가보세요.

그 말 후 나 검사가 이태원 원룸과 한남동 원룸 주소 두 개를, 강형욱 형사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출동이다.”

아직 중앙지검에서 지원 요청은 유효했고, 강형욱은 다시 강동 경찰서의 동료 경찰 다섯을 데리고, 홍대복 소유의 이태원 원룸으로 향했다.

“없는데요?”

거기 원룸 관리소에 도움을 받아, 그곳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거기 홍대복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한 강형욱 형사.

“한남동 원룸으로 빨리 가자.”

강형욱 형사는 촉이 왔다. 홍대복이 왠지 한남동 원룸에 숨어 있을 거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촉은 적중했다. 실제로 홍대복은 자신의 한남동 소유 원룸에서, 그때까지 쿨쿨 잘 자고 있었으니까.

* * *

홍대복은 혹시 몰라서 타고 있던 택시에서 내려서 다른 택시를 잡아탔다.

그렇게 인근을 몇 바퀴 돌고 나서, 자신의 은닉해 둔 부동산 중 한 곳인 비어 있는 원룸으로 들어갔다.

워낙 목이 좋아서 원래는 세를 줄까 하던 곳인데, 안주고 비워 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거기 들어간 홍대복.

“죽겠다.”

원룸에 들어오자 긴장감이 풀려선지 몸이 노곤해진 홍대복. 그는 곧장 원룸 침대에 엎어졌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으으으....”

그랬던 그가 잠에서 깬 것은, 다음 날 오전 11시가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원룸에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서 더, 날이 밝은 줄도 모르게 깊게 잠들었던 홍대복.

대신 푹 잔 탓에 머리도 개운하고 몸도 가벼웠다.

홍대복은 먼저 갈증이 나서, 냉장고 안에 생수 한 병을 꺼내서 마셨다. 그 다음 블라인드를 열었다.

“으윽!”

밝은 햇살에 눈을 질끈 감았던 홍대복. 그가 창밖을 내려다 볼 때였다.

“엇!”

건물 아래에 누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든 홍대복.

그가 황급히 블라인드를 다시 치고는,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서 원룸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철컥!

밖에서 문 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그의 원룸 문이 활짝 열렸다.

“제기랄....”

그리고 원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형사가 무려 넷이나 됐다.

홍대복이 제 아무리 조폭 두목 출신이지만, 형사 넷을 상대로 이 좁은 원룸 안에서 싸워 이길 자신은 없었다.

“하아....”

결국 좁은 원룸에서 구석에 내몰린 홍대복. 그가 긴 한숨과 함께 자포자기해서 자기 두 손을 내밀자, 네 형사 중 한 명이 수갑을 꺼내서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그의 권리를 떠들었다.

그때 그걸 보고 있던 형사 중 하나가 어디로 전화를 걸었다.

“잡았습니다. 강 형사님. 네. 네. 지금 데리고 내려갈게요.”

원룸 건물 밑에서 그 입구를 지키고 있던 강형욱 형사는 동료 이 형사의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뻐서 주먹 쥔 손을 위로 쳐 올렸다.

그 뒤 이 기쁜 소식을 중앙지검의 나재석 검사에게 바로 알렸다.

“검사님. 접니다. 여기 한남동인데 여기서 홍대복이 잡았습니다.”

=그래요? 휴우. 거기 있었군요. 아무래도 사람 심리가 가까운 아지트를 두고,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라 혹시나 싶었는데 그 예상이 맞았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강형욱 형사가 나재석 검사를 추켜세우자, 그게 싫지 않았던 나 검사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제 얼굴에 너무 금칠 하진 마시고. 아무튼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검사님이 두 번이나 밥상을 차려주셨는데....이번에 놓쳤다면....어휴. 아무튼 잡을 수 있어서 진짜 다행입니다.”

=홍대복이 직접 조사하실 거죠?

“네. 제가 제대로 탈탈 털어서, 이번에는 제가 검사님께 한상 거하게 차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그럼 저야 고맙죠. 부탁 좀 드릴게요.

그렇게 강형욱 형사가 나재석 검사와 통화를 끝마칠 무렵, 홍대복의 원룸을 급습했던 형사들이, 홍대복을 연행해서 건물 1층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연락이 된 듯 경찰차들이 그 앞으로 와서 섰고, 홍대복을 그 차에 실었다.

강형욱 형사는 홍대복을 태운 차에 탑승했고, 경찰차들은 곧장 강동 경찰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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