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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35화 (23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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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황동식 국회의장.

그는 소속 당으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아....”

이게 다 그의 동생인 황충식이, 삼명家의 막내아들인 백준열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충식이 아들 녀석이, 백준열과 악연으로 엮여서 결국 파국을 맞게 될 줄이야.

동생의 심정이야 백번 이해가 됐다. 그라도 하나 뿐인 아들을 잃었으면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삼명그룹을 건드린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그 후폭풍이 너무 거셌다.

황동식이야 어떻게 버티고 있었지만, 그의 동생이 걱정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설 경호팀을 고용하라고, 진즉 황충식에게 말해 놓은 황동식.

황충식도 그 말뜻을 알아듣고, 꽤나 쓸 만한 사설 경호팀을 고용했다.

하지만 어제 그 사설 경호팀이, 황충식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에 따른 배상금으로 계약금의 5배를 즉시 지불했고.

돈이 문제가 아니란 거겠지. 부랴부랴 다른 경호팀을 구하려는 황충식.

하지만 서울에, 아니 대한민국에서 황충식을 경호해 주겠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왜냐하면 삼명그룹에서 벌써 손을 써 놓았으니 말이다.

=형님. 저 이제 어떻게 해요?

어젯밤이었다. 자기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며, 불안에 떨면서 전화한 동생.

그게 무슨 소리냐면, 불과 며칠 전까지 황충식의 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전부 그만두겠다며 나가 버린 것.

그들이 왜 그랬겠는가? 다 삼명그룹에서 손을 쓴 것이다.

사용인들이란 게 결국 좋은 조건,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하면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건,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적인 생리가 아니었던가?

그걸 황충식이 무슨 수로 막겠나?

결국 혼자 남겨진 동생이 겁먹고, 그에게 도움을 청해 온 것이다.

하지만 황동식은 선뜻 동생을 도울 수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거기 있지 말고 자기 집으로 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황충식의 재앙이, 그의 집에도 번질지 모르니 말이다.

동생 살리겠다고, 가장으로서 자기 가족을 위험에 내 몰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문 잘 잠그고 자라고 했다. 내일 날 밝으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보자고 하고서.

그런데 그게 동생과 마지막 통화일 줄이야....

다음날 아침. 황동식은 충격적인 소식을 먼저 접했다. 바로 전 대통령인 서재국의 부고.

“허어. 그분께서 이리 가실 줄이야.”

황동식은 그 소식을 듣고 아침 식사 후 바로 문상을 가려고 외출 준비를 했다. 그때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 아줌마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네. 여보세요.”

=황동식씨 되십니까?

“그런데요?”

=황충식씨가 동생 되시죠?

“네. 맞습니다.”

=동생 분이신 황충식씨가,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시다가 추락사 하셨습니다.

“네에?”

이게 무슨 개 풀 뜯는 소리란 말인가? 집에 문 잘 잠그고 잘 거라고 했던 그 동생이 웬 음주에 추락사?

“거, 거기가 어딥니까?”

=추락하신 곳은....전북 익산 춘포면으로 가는 국도변으로....

“전북 익산....”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동생이 야밤에 전북 익산까지 차를 몰고 갔다고? 그것도 음주 한 상태로?

황동식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동시에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뺨을 타고 그대로 주르르 턱밑으로 흘러내렸다.

* * *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 그는 자신의 막내아들을 누가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심가가 불편한데, 두 인간이 겁 대가리를 상실했는지, 감히 죽이려고 들었다지 뭔가?

그것도 이제는 자신의 후계자로 확정 한, 귀하디귀한 막내아들을 말이다.

그들에 대한 조치는 즉각적으로 치러졌다. 처리자들 에이전시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최현일의 에이전시가 삼명그룹으로부터 맡은 의뢰는, 애초 하동훈 하나 잡는 게 다가 아니었던 것.

또 하나 더, 현역 국회의원인 황충식의 깔끔한 제거.

그 일을 맡은 건 최현일이 하동훈을 잡으러 남해로 보낸, 에이전시 최고의 전문 처리자 박태석의, 쌍둥이 동생인 박태영이었다.

박태영은 밑에 처리자들을 데리고, 혼자 자기 집에서 쿨쿨 잘 자고 있던 황충식을 간단히 납치했다.

“어, 어디로 가는 거냐?”

“....”

납치 될 때 마취약에 취해 얌전했던 황충식이 원 상태로 돌아 온 것은, 다음 날 새벽 3시가 얼추 다 되어 갈 무렵이었다.

그때 황충식은 자신이 탄 차량이,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속도를 10분 이상 계속 내려면, 고속도로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래서 물었는데 돌아 온 대답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더 달렸을까? 30분 전부터 차량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그리고 요철이 유독 많이 등장했고, 차체 앞이 많이 들리는 느낌과 함께 몸이 뒤로 쏠렸다. 즉 경사로를 오르고 있다는 소리.

그때였다. 드디어 이 차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황충식은 처음 들을 수 있었다.

“얼추 다 왔습니다. 준비할까요?”

황충식의 옆에 앉아 있던 두 명 중 한 명이 운전석 쪽을 향해 묻자, 조수석에서 즉각 대답이 나왔다.

“그래.”

“허억! 왜, 왜 이래?”

그 대답과 동시에 황충식의 양쪽에 앉아 있던 자들이, 그의 몸을 붙잡더니 그 중 한 놈이 그의 머리를 뒤로 강제로 젖혔다.

그리곤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하더니, 그의 입에 양주병을 쑤셔 넣었다.

그 과정에서 저항하던 황충식은, 양옆에 두 놈에게 무지하지 얻어맞았다.

특히 복부는 하도 맞아서, 지금은 안 때려도 배가 아팠다.

골골골골!

양주병의 양주가 그대로 황충식의 목을 타고 그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꼴깍! 꼴깍! 꼴깍!

황충식으로서는 들이붓는 그 양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그의 코를 막아버려서,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렇게 양주 두 병을 들이 부은 녀석들. 하지만 그 중 절반은 황충식 입 밖으로 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정도는 별 상관없는 지, 딱 거기까지만 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술은 이 정도 먹여도 충분하다는 거겠지. 그때 조수석에서 누가 말했다.

“다 왔다. 내리자.”

그러자 황충식의 양 옆에 두 놈이, 황충식을 차 밖으로 끌어냈다.

어느 새 차가 도로 옆에 서 있었다.

억지로 차에서 끌어 내려진 황충식. 그의 시야에 보인 것은, 새벽녘에 저 멀리 먼 산 너머 어슴푸레하게 동녘으로 해가 뜰 기미가 보이는....이곳은 국도변이었다.

그것도 꽤 고도가 높은....근데 그곳 가드레일이 이미 파손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저기로 차가 돌진한다면....그대로 낭떠러지로 추락을 하는 거다.

“안, 안 돼!”

황충식은 놈들이 지금 뭘 하려는 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에게 술을 먹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 국회의원 황충식, 음주 운전하다가 국도변 가드레일 들이박고 추락사하다.]

아마도 그런 기사가 오늘 밤, 내일 아침 신문 일면을 장식하게 될 테지.

‘이, 이렇게 죽을 수 없어. 내 아들 복수는 하고 죽어야....’

황충식은 발악을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처지로서는 하나마나한 저항이었다.

빠악!

둔탁한 것이 황충식의 뒷머리를 때렸다. 순간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 버리는 황충식.

“야! 그렇게 세게 치면 어떡해? 검시하게 되면 후두부 타박상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뭐?”

“우리 의뢰 받은 곳이 어디야?”

“그야 삼명그룹....”

“거기서 이 시체를 부검하게 내버려 둘 거 같아?”

“그건 또 그러네.”

차량 뒤에서 황충식을 끊임없이 괴롭혀 온 두 사람. 그들이 티격태격할 때 그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그만들 하고, 그 놈 들어다가 운전석에 태우지?”

“네.”

둘은 그들이 속한 최현일의 처리자들 에이전시에서, 박태석과 함께 최고의 처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박태영의 말에 군소리 없이 따랐다.

곧 황충식이 운전석에 앉았고, 시동 걸려 있는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 가라.”

차는 그대로 가드레일을 부수고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쿠쾅! 쾅! 쾅! 쾅!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내려가자.”

박태영은 준비 된 로프를 타고 낭떠러지 밑으로 내려갔고, 추락한 차 안 상태를 살폈다.

그는 피투성인 황충식이 아직 죽지 않고 신음성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그런 치밀한 성격의 박태영을 보고, 따라 로프를 타고 밑으로 내려 온 두 처리자들이 치를 떨었다.

그러다 황충식의 신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그제야 그의 목 경동맥을 손가락으로 짚어보고, 그가 사망했음을 끝까지 확인한 후, 박태영은 다시 로프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철수한다.”

그리곤 올 때처럼 조용히 흔적을 남기지 않고, 최현일의 에이전시 소속 처리자들은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 * *

JYB엔터의 특수 1부문장 차은석은 차마 금요일 저녁까지, 자기 밑에 직원들을 야근 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6시가 되자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특수 1부문의 직원들이 전부 그녀를 쳐다봤다.

“불금인데 뭣들해요? 다들 퇴근하지 않고.”

그 말에 과장, 차장, 부장 등 나이가 있는 30-40대 관리자급을 제외한, 나머지 젊은 직원들이 다들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

그런 그들을 보고 싱긋 웃던 차은석. 그녀는 자신이 지금 사라져야, 여기 있는 사람들도 마음 편하게 퇴근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 동안 집에 가서 할 일들은 미리 챙겨 둔 서류가방과 백을 챙겨서 먼저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자 갑자기 특수 1부문의 사무실 안이 부산스러워졌다. 차은석의 예상대로 퇴근하기 위해 준비하느라고 말이다.

차은석은 그 길로 곧장 JYB엔터 본사를 나서서 집으로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그녀가 탈 3호선이 왔고 거기 탑승했는데, 마침 빈자리가 보였다.

그래서 거기 앉았는데 그녀 맞은편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근데 평소와 달리 헝클어진 머리, 풀어헤친 넥타이 차림의 그는, 많이 지쳐보였고 또 늙어보였다.

“김 과장님?”

먼저 그를 발견한 차은석이 그를 먼저 불렀다. 하지만 그는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지 그녀 말을 듣지 못한 거 같았다.

“김 과장님!”

그래서 차은석이 좀 더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고, 그제야 그가 그 소리에 반응하며, 맞은편에 앉은 차은석을 쳐다봤다.

그로 인해 차은석 양 옆에 앉은 사람들이 그녀를 흘겨봤지만, 지금 당장 차은석에게 있어서 그녀의 첫 직장에서 그의 사수였던, 김효석 과장을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에 비교한다면, 그딴 건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어? 너, 너는 차은석?”

“네. 저예요. 과장님.”

차은석이 반갑게 웃는 얼굴로 김효석에게 인사를 했다. 사실상 차은석을 엔터계에 발목 잡은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김효석이었다.

한데 그가 왜 지하철에서 저렇게 초라하게 앉아 있는지 차은석은 이해가 안 됐다.

차은석이 알기로 김효석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일 잘하기로 소문, 아니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었다.

즉 어느 엔터테인먼트 사에서도, 임원급의 대우를 받을 인재란 소리다.

그런데 기사 달린 회사 차를 타고 다녀도 모자랄 사람이, 일반 회사원들처럼 지하철을 타고 있는 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실 차은석도 다음 주 월요일부터, 회사에서 기사가 달린 차가 나왔다.

JYB엔터에서도 대기업처럼 임원급 인사들에게는 차량이 제공 되었던 것.

차은석은 상무급인 특부 부문장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차와 기사가 제공 됐다.

임원들에게 차량과 기사가 제공 되는 이유는, 그들보고 운전할 시간에 회사를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라는 뜻이다.

그걸 알기에 차은석도 그녀에게 제공 될 차량과 기사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차은석으로서는, 사실 오늘이 출퇴근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마지막 날인 셈이었다.

“다음에 같이 내리자.”

아무래도 지하철 안에서, 둘이 그 동안의 회포를 풀고 자세한 얘기를 나눌 수 없었기에, 김효석이 먼저 그 말을 했고, 차은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10분 뒤, 두 사람은 같이 타고 있던 3호선에서 내렸다.

“차은석. 진짜 반갑다.”

지하철 안에서는 내색하지 못하고 있던, 김효석이 진짜 반가워하며 차은석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차은석은 웃으며 그 손을 잡았고. 그렇게 악수를 나눈 뒤, 김효석이 주위를 살피더니 말했다.

“이곳 역 근처에 포장마차 잘하는 데가 있는데, 거기로 갈래?”

“네. 좋죠.”

예전 차은석은 김효석과 밤늦게까지 일하고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우동과 닭발, 그리고 소주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 * *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지 포장마차에 손님은 몇 명 없었다.

그래서 차은석과 김효석은 비교적 안쪽에,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뭐 먹을래? 저녁 전이지?”

“네.”

“그럼 꼼장어 구이에 우동 어때?”

“거기에 닭발도 추가해도 될까요?”

“되지 그럼. 아주머니. 여기 꼼장어 구이 2인분에 우동 2개, 닭발 1인분 주세요. 소주 한 병 하고요.”

김효석이 살짝 신 난 듯 주문을 하자, 그런 그를 보고 차은석이 물었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있었지.”

“무슨 일인데요?”

“나 다니던 회사 때려치웠거든. 오늘.”

“네?”

회사를 그만 둔 게 어떻게 좋은 일이란 말인가? 차은석이 황당해 할 때, 김효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동안 정말 다니기 싫었거든. 그런데 막상 때려치우고 나오려니 내 자존심이 그걸 용납 못하겠는 거야. 그래서 1년을 더 다녔는데....드디어 오늘 사표 썼다. 하아. 그 알량한 자존심이 뭐라고....이렇게 후련 한 걸, 왜 여태 버티고 버텨 왔는지 몰라.”

그런데 그 말을 하는 김효석의 얼굴은 전혀 후련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때려치우고 나온 회사에, 미련이 많이 남은 모습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이제 그 정도 안목쯤은 차은석도 갖춘 거겠지. 그러니 그녀도 이제 대한민국 최고 엔터테인먼트 중 한 곳의 임원이 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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