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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74화 (27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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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삼명家 본가의 경호는 삼명그룹 경호팀에서 전담하고 있었다.

현재 삼명그룹 경호원의 수는, 120여명으로 그들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삼명家와 삼명그룹에서 백승렬 회장과 사모, 그리고 직계 자식들을 전담 경호했다.

단, 막내아들인 백준열을 제외하고.

백준열은 자신의 경호팀을 따로 두고 있었고, 백승렬 회장도 그러라고 허락을 한 터라, 그쪽으로 삼명그룹의 경호팀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늘 새벽 같이 근무 교대를 한, 삼명그룹 경호팀의 팀장 유재봉은, 백승렬 회장이 출근하고 나자, 그나마 한가하게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었다.

본가의 경호 인력은 백승렬 회장과 사모님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났다.

근데 사모님은 부친상으로 저택에 없고, 백 회장도 출근하면서 현재 이곳 삼명家 본가 저택에는, 경호원이 유재봉을 포함해서 8명밖에 없었다.

단출하지만 그래도 경호할 사람이 없다는 건, 경호원에게 있어서 일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저택 주위를 돌고 경계하는 일은 사실 경비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경호원들에게 있어서 그건 일이라기보다 산책 수준이었다.

유재봉은 남은 경호원들에게 그 산책을 하라고 시켜 놓고, 자신은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신문을 읽었다.

그때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미전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아아. 또 무슨 소릴 하려고....”

당연히 경호팀장인 유재봉은 미전실이 전화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싫었다.

하지만 경호팀의 힘은 미전실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미전실의 과장이, 경호실장을 대 놓고 면박 주는 걸 보고 나서, 경호팀장에 불과한 유재봉은 꽤나 충격을 먹고서, 그 뒤 미전실의 지시라면 일체 군말 없이 따르게 됐다.

“네. 여보세요.”

=유 팀장? 나 최 부장이야.

“네. 최 부장님!”

유재봉이 자기도 모르게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냐하면 평상시와 달리 미전실의 2인자 격인, 최 부장이 그에게 전화를 해 왔으니 말이다. 대개는 미전실 평직원이 전화하거나, 높아봐야 과장 선을 넘지 않았는데, 오늘은 무려 미전실의 부장이 전화를 다 주시고.

유재봉으로서는 황송할 노릇이었다. 더불어 살짝 걱정도 됐다. 뭐 하러 미전실 부장이 이 시간에, 그에게 전화를 다 걸었을까 싶으면서....

=유 팀장. 내 말 잘 들어. 일단 주위에 누가 있는지 말해 보게.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 그럼 얘기해도 되겠군. 지금부터 자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그게 뭐냐면....

미전실 최 부장의 얘기를 쭉 듣던 유재봉 팀장. 그의 눈이 어느 새 휘둥그레져 있었다.

“최, 최 부장님.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십니까? 그, 그분이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미 명확한 증거까지 나왔어. 또 이건 회장님의 뜻이기도 하네.

최 부장의 회장님의 뜻이란 말에, 유재봉 팀장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황당함과 의문이 싹 사라졌다.

자신이야 회장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사람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다른 건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즉시 최 집사의 신병을 확보하란 이 말씀이시지요?”

=그렇지. 확보가 되면 나한테 바로 전화를 주게. 우리 쪽에서 사람을 보내든지, 아니면 자네 팀이 그를 데리고 모종의 장소까지 가줘야 할지 모르니까, 그런 줄 알고 있고.

“네. 그럼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수고하게.

그렇게 통화 후 유재봉은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산책 중인, 삼명家 본가 주위를 돌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무전을 쳤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곳에 혹시 최 집사가 나타나면, 경고 버튼을 누르라고 지시를 내렸다.

무전기에 경고 버튼을 누르면, 누른 경호원의 무전기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지만, 다른 경호원의 무전기에는 경고음이 울렸다.

이때 경고 버튼을 누른 무전기 넘버가 경고음과 함께 뜨기 때문에, 경고 버튼을 누가 눌렀고 그 경호원이 지금 어디 있는지 바로 파악이 됐다.

그러니까 다른 경호원들이 경고 버튼을 누른 경호원이 있는 쪽으로, 신속하게 달려갈 수 있는 것이다.

* * *

삼명家의 경호원으로 벌써 3년을 일해 온 전우진은 다음 달에 결혼을 한다.

그래서 요즘 매일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물론 결혼 준비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30살이 훌쩍 넘어서 하는 결혼인 만큼, 어지간하면 신부 쪽에 다 맞춰 주려고 노력 중인 전우진.

그런 그에게 팀장인 유재봉의 무전이 왔다.

-치익! 우진아. 지금 어디야?

“옆 마당입니다.”

-치익! 옆 마당 어디?

“차고 쪽이요.”

-치익! 혹시 그쪽으로 최 집사 나타나면, 일체 티내지 말고 경고 버튼 눌러. 알았지?

“네? 그게 뭔....무슨 일입니까?”

-최 집사 못 잡으면 우리 좆 된다.

착 가라앉은, 딱 들어도 진지한 유재봉 팀장의 목소리에서 전우진은 직감했다.

최 집사가 무슨 대형 사고를 쳤다는 걸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 팀장이 이런 식의 무전을 칠 리 없었다.

“대체 뭔 짓을 저질렀기에....”

“그게 말이지....”

그렇게 유 팀장과 무전 교신 후, 황당한 얼굴의 전우진이 속으로 최 집사가 설마 그가 있는 여기에 나타나진 않겠지 하고 생각할 때였다.

“씨발....”

전우진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하필 그가 있는 쪽으로 최 집사가 진짜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외출복을 입고서. 딱 봐도 차고로 가서 자기 차를 타고, 저택 밖으로 나갈 모양이었다. 전우진은 손에 들고 있는 무전기의 경고 버튼을 눌렀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전우진. 하지만 그런 노력이 오히려 최 집사의 눈에 어색하게 비쳐 진 것 같았다.

‘제기랄....’

차고로 향하던 최 집사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자기를 쳐다봤다. 그리곤 눈살을 찌푸리더니 돌연 몸을 틀어, 진짜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전우진은 이걸 어쩌나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다.

유 팀장의 지시는 경고 버튼을 누르고 대기하다가, 바로 지원 온 경호원들과 같이 최 집사를 잡는 것이었다. 근데 지금 최 집사는 외출을 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전우진은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최 집사를 가급적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 별로 말 주변이 없는 그로서, 과연 최 집사와 얘기하는 동안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근처에 있었던 듯 유 팀장이 달려왔고, 유 팀장에게 시선을 뺏긴 최 집사의 뒤로 돌아간 전우진이, 최 집사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일단 그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사이 경고 버튼을 누른 전우진이 있는 곳으로, 우르르 달려 온 동료 경호원이 가세하면서, 최 집사의 신병을 확실히 확보하는 데 성공한, 유 팀장이 곧장 미전실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유 팀장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미전실 최세형 부장이 전화 받기 무섭게 바로 물어왔다.

“최 집사 잡았습니다.”

=그래? 잘했어. 일단 최 집사 잘 감시하고 있어. 위에 물어보고 어떻게 할지 전화 줄 테니까.

“네.”

미전실과 통화 후 유 팀장이 최 집사를 잡고 있던 다섯 명의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

“일단 차고 창고로 끌고 가서 팔 다리부터 묶어.”

“네.”

다섯 명의 경호원들이 최 집사를 둘러 싼 체 차고 안으로 향하자, 유 팀장도 끝으로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잠시 뒤 경호원들이 차고 창고 안에 팔 다리를 밧줄로 꽁꽁 묶은 최 집사를 넣어 놓고, 그 입구를 지키고 있을 때였다.

유 팀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지 확인한 유 팀장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위에서 거기로 직접 가겠다니까, 최 집사 잘 지키고 있어.

“알겠습니다. 근데 얼마나 걸릴까요?”

=바로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한 시간 이상은 안 걸릴 거야.

그렇게 미전실 최 부장과 통화 후, 유 팀장은 직접 차고 밖으로 나가서 대기 했고 30분쯤 뒤, 경호팀의 검은 승용차 세 대가 나타나자 알아서 차고 문을 열었다.

* * *

미전실에 지시를 내리고 나서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미전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동훈.

“뭔가?”

=본가에서 최 집사를 잡았답니다. 어쩔까요?

“내가 지금 그리로 간다고 해. 아아. 그리고 본사 입구에 경호차와 경호원들 준비 시켜 놔. 본사 도착까지 10분이면 될 거 같으니까.”

=네. 바로 조치해 놓겠습니다.

미전실은 이래서 좋았다. 시키면 뭐든 군소리 없이 한다.

비록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그들은 절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 이동훈은 자신의 차를 몰고 본사로 가는 중이었다.

본사 도착까지 10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신호등이 두 번이나 걸리면서 2분 정도 늦었다. 하지만 본사 입구에는, 그를 태우고 갈 경호차와 경호원들이 대기 중에 있었다.

자기 차를 그 경호차 뒤에 주차 시키고, 차에서 내린 이동훈이 경호차 쪽으로 향하자, 경호원 중 한 명이 그에게 물어왔다.

“이동훈 상무님 되십니까?”

“그래.”

“모시겠습니다.”

이동훈은 바로 경호차에 탑승했고, 3대의 경호팀 소속 차량들이 본사를 출발해서, 곧장 삼명家 본가로 향했다.

이동 중 이동훈을 몇 군데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는데, 그때 운전석의 경호원이 말했다.

“다 왔습니다.”

그 말에 앞쪽을 쳐다보니 서행중인 차 앞에, 경호원이 수신호를 보냈는데 동시에 삼명家 본가의 차고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3대의 차들이 다 들어가고 ,멈춰선 경호차의 차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내린 이동훈.

그 앞으로 좀 전 수신호를 하며, 차고 문을 연 경호원이 뛰어와서 말했다.

“경호팀장 유재봉입니다.”

“이동훈 상무다. 최 집사, 아니 최명도 지금 어디 있나?”

“저기 있습니다.”

유 팀장이 손짓으로 가리킨 곳은 바로 차고 안 창고. 그 입구를 경호원 4명이 지키고 있었다.

“가지.”

이동훈은 곧장 그쪽으로 움직였고, 유 팀장이 뛰면서 앞장서서 그를 차고 창고 쪽으로 안내했다.

잠시 뒤 창고 문이 열리고 이동훈과 유 팀장, 그리고 경호원 두 명만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팔다리가 밧줄로 결박 된 채, 최 집사가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동훈이 바로 다가가며 말했다.

“최 집사님. 오랜 만입니다.”

“누구? 아아. 이동훈 부장?”

최 집사는 한 눈에 이동훈을 알아봤다.

이동훈이 미전실 부장으로 있을 때, 본가를 자주 들락날락 거렸는데, 그런 그를 최 집사가 아직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내 생각대로야. 백 회장이 자네를 내 친 게 아니었어. 하긴 자네 같은 인재를 버릴 백 회장이 아니지.”

마치 자신이 누구보다 백 회장을 잘 안다는 듯 말하는 최 집사. 하지만 그에게서 더 이상 백 회장에 대한 예우와 깍듯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긴 자신의 정체가 탄로난 마당에 그런 연기를 더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백 회장은 언제 오기로 했나?”

최 집사는 확신하는 듯 했다. 백 회장이 와서 자신을 만나주고 나서, 그에 대한 처결을 직접 결정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여기로 오는 도중 최 집사는 백승렬 회장의 수행비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최 집사를 늘 해 오던 대로 처벌하라고 말이다.

백승렬 회장은 자신을 배신한 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냈다.

그게 그 자의 목숨일 수도 있고, 또 그 자의 미래, 혹은 소중한 뭔가 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은 배신자 중에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없었고, 그 가족들 역시 다들 비참한 삶을 지금껏 영위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안 된 일이지만, 최 집사와 그 가족도 그 배신자들의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삼명그룹이 망하지 않는 한 지속 될 거라, 이동훈이 볼 때 곧 죽게 될 최 집사보다는, 그 가족이 더 불쌍했다.

“회장님은 오시지 않습니다.”

“뭐?”

“몇 가지 확인만 하겠습니다.”

어차피 첩자들은 아는 게 없었다. 주로 자기 쪽과 전혀 관계없는 자들을 포섭해서 첩자로 침투시키기 때문에.

고로 그들을 취조해 봐야 알 수 있는 건, 무슨 첩자 질을 했는지 뿐이었다.

그걸 잘 아는 이동훈이기에 그는 그 동안 삼명그룹이 금도그룹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를 다 찾아왔다.

그리고 최 집사를 통해 쭉 확인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그 중 절반 이상을 최 집사가 관여 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말 금도그룹에게는 최고의 직원이었군요?”

“....”

안타까운 건 최 집사가 금도그룹의 첩자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금도그룹에서 그걸 다 부정할 테니까. 그리고 그들이 꼬리 자르기에 들어가면, 제 아무리 삼명그룹이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 * *

이동훈은 최 집사가 너무 의연하게, 지금의 상황을 받아 드리고 있는 걸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마치 자기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저 태도는....흡사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거 같지 않은가? 후일이나 후사는 걱정할 거 없다는 듯....가만....’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눈살을 찌푸리던 이동훈.

그가 재빨리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미전실에 전화를 걸었다.

=네. 상무님.

“최명도의 부인과 자식들, 지금 공항에 있는지 확인 해.”

그 말을 하면서 이동훈은 최 집사를 살폈다. 그랬더니 그 말을 듣고 최 집사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고, 그걸 놓칠 이동훈이 아니었다.

=네?

“아니. 그들 출국 금지 시켜. 지금 당장.”

검찰과 법원을 움직이는 건 미전실에 있어서 누워서 떡먹기였다.

조치가 늦지 않았다면, 최명도의 가족들이 비행기 탑승하기 전에, 그들을 다시 주저앉힐 수 있을 것이고, 또 탑승해도 상관없었다.

“최명도의 가족들이 비행기 탑승했으면, 공항출입국사무실에 연락해서 그들이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하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만들어.”

이동훈의 그 말을 듣고 최 집사도 더는 참을 수 없었던지, 이동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소리쳤다.

“야이 개, X새끼야. 내 가족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동훈은 분노 게이지가 이성의 범주를 넘어서 버린 최 집사를 보고, 그가 오전에 어디에 가려 했는지 대충 감이 왔다.

“그래도 여유가 있었네. 가족 배웅하러 공항에 가려 했다니 말이야.”

“....”

이동훈의 그 말에 최 집사가 입을 꾹 다물더니, 곧 죽일 듯 그를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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