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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79화 (27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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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태석규는 처음에 자신이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에이 설마....’

이 자리에서 백준열이 방귀를 뀐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는데....

“욱!”

갑자기 역한 냄새가 나더니, 그 냄새가 순식간에 태석규의 코를 마비 시켜 버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동시에 그의 뇌신경까지 파괴시켜 버리더니, 머리가 아찔해졌다.

‘신경가스....’

태석규는 그 생각까지 하고는 의식을 잃었다.

털썩!

백준열은 자신의 방구에 설마 태석규가 기절까지 할 줄 몰랐다.

물론 그는 견신 시스템의 경고를 들었기에, 방구를 뀌자마자 바로 숨을 참았다.

뭐 살짝 냄새를 맡아 볼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태석규의 반응을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백준열은 몸을 일으켜서 창가로 가면서, 가는 중간에 대표실 안에 설치되어 있는 최첨단 공조시스템을 가동시켰다. 그리곤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외부에서 바람이 들어왔고, 그 바람을 얼굴에 직접 맞자 그제야 숨을 쉬는 백준열.

“후아....후아....웁!”

그때 살짝 내부 공기가 창문을 통해 외부로 나가면서, 냄새 일부를 맡게 된 백준열. 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 * *

내가 5분이면 내 방의 환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부한 건, 그 만큼 이 방에 설치 된 최첨단 공조시스템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라면 공조시스템을 가동하게 되면 2-3분 안에 내 방 공기를 전부 외부로 빼낼 수 있었다.

그래서 방귀를 뀌고 나서도 여유가 있었는데, 설마 그 냄새를 맡고 사람이 쓰러질 줄은 몰랐다.

나는 일단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 숨도 좀 골랐는데, 그때 살짝 맡은 냄새는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무슨 하수구 썩은 냄새의 10배? 악취도 그런 악취가 없었다.

나는 즉시 숨을 참았고, 공조시스템이 어서 이 지독한 냄새를 다 빨아주기를 기다렸다.

“헉헉헉....”

그렇게 숨을 거의 2분 가까이 참았더니 내 얼굴이 다 하얘졌다.

다행히 냄새는 사라지고 방안 공기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열려 있던 창문을 닫고 공조시스템을 끄고 나서, 여전히 기절해 있는 태석규에게 다가갔다.

찰싹! 찰싹!

그리고 녀석의 뺨을 때렸다. 사정 봐줄 거 없이 세게.

“으윽!”

그러자 녀석이 얼굴에 오만상을 다 쓰며 정신을 차렸다.

“아아....”

그리곤 눈앞에 나를 보고 흠칫 놀라며 손으로 자기 코를 잡았다. 그걸 보고 내가 언짢은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방, 방구....”

“뭐? 너 어디 아픈 거 아냐? 이따 어디 가자더니, 내가 볼 때 너 병원부터 가야겠다. 갑자기 기절하고 말이야. 너 혹시 폐쇄공포증이나 강박증 같은 거 있냐?”

“그, 그게 무슨....내가 왜 기절을....”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킁킁킁킁....”

그때 태석규가 개처럼 주변 냄새를 맡았다.

“너 뭐하냐?”

“진짜 냄새가 하나도 안 나네?”

그런 녀석을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이제 저 녀석을 내 일족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말이다.

-태석규를 당신의 충견으로 삼으시겠습니까?[Y/N]

태석규의 선친이 남겼다는 그 비자금을 내가 꿀꺽 하기 위해서, 나는 기꺼이 태석규를 내 충견으로 삼기로 했다.

‘예스! 태석규를 내 충견으로 삼도록 할게.’

이제 태석규가 내 충견인 이상, 녀석은 지금부터 내 말을 무조건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 * *

-참....주기 싫은데....견신이 개지수 10포인트를 선사합니다.

줘야 할 거 주면서 괜히 싫은 티를 내는 견신 시스템이 또 나를 짜증하게 만들 때였다.

5분이 지났는지, 김 비서와 문대식이 대표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물론 경호팀원들을 대동하고서.

“말씀은 잘 나누셨나요?”

김 비서가 대표로 내 옆에 다가와서 내게 물었고, 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내 충견이 된 태석규는, 아직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내 충견이 되면서 정신적 세뇌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아....”

하지만 이내 그 작업이 끝난 듯 정신을 차린 태석규. 그런 그에게 내가 물었다.

“그래서. 누가 시켜서 나한테 왔다고?”

“그, 그게....정재욱이 시켜서....너와 다리를 좀 놔 달라고....”

“정재욱? 서울경찰청 수사과장 정재욱?”

“어어? 재욱이를 알아?”

휘둥그레진 눈의 태석규. 하지만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정재욱 과장을 안 다기보다, 그 위에 청장을 잘 알지.”

“청, 청장?”

“어. 안 그래도 점심 먹고 나서 박 청장에게 전화 할 생각이었어. 정재욱이 좀 멀리 보내 버리라고 말이야.”

“왜, 왜?”

“그 인간이 내가 아는 사람을 별거도 아닌 걸로 자꾸 건드리잖아. 짜증나게.”

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태석규의 눈이 반짝였다. 아마 태석규도 정재욱이 그를 내게 접근시킨 이유까지는 몰랐던 거 같았다. 이제 알게 됐으니 녀석의 선택이 궁금했다.

“혹시 내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어?”

“뭐?”

나의 갑작스런 제안에 화들짝 놀라는 태석규. 그런 그에게 내가 이어서 말했다.

“우주그룹 망한 게 언젠데. 혹시 한 재산 챙긴 거 있으면 거절해도 되고.”

부자가 망해도 3년는 간다는 데 하물며 재벌이 망했는데 30년은 족히 먹고 살지 않겠나?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 일 할게. 네 밑에서. 뭐든 시켜 만 줘.”

“좋아. 일단 네 적성부터 살펴보자. 이왕 하는 일, 너한테 맞는 일이 낫지 않겠어?”

“그, 그렇지.”

“여긴 엔터사야.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는 대충은 알지?”

“어. 알아.”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배워.”

내 그 말에 태석규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대표 특챈데, 한 자리 줄줄 안 모양이었다.

어림없다. 이 개똥아. 넌 네 아버지 비자금이 어디 있는지만 알아내면, 어차피 그 길로 내 관심에서 사라질 테니까.

아아. 능력이 있어 위로 올라온다면, 태석규를 또 볼 수는 있겠네.

하지만 개똥 태석규의, 개똥으로서 그의 역할은 어째 딱 비자금까지 일거 같았다. 내 직감 상.

“김 비서. 태석규씨 이력서 받고, 적성검사 후 집으로 보내. 태석규씨는 내일부터 출근하시고.”

“고, 고맙....습니다.”

김 비서는 내가 태석규를 받아드리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봐도 태석규는 별 쓸모가 없어 보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지시니 일단 따르고 보는 김 비서.

“따라 오세요.”

김 비서가 태석규를 데리고 내 방을 나가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문대식을 보고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가자.”

“네.”

애초 나는 오늘 점심 때 약속 같은 거 없었다. 백 회장에게 약속 있다고 한 건, 가급적 그 인간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고.

‘내가 그렇게 대 놓고 싫다고 하는데, 왜 백 회장은 나에게 회장 자리를 넘기려는 걸까?’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나는 또 그 생각에 빠졌다. 백 회장의 마수를 벗어나려면, 내 나름의 조치를 취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확실한 건, 나 말고 백 회장에게 있는 장남과 차남이 백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는 건데....

‘그것들한테 주자니 확실히 삼명그룹이 아깝긴 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삼명그룹은 너무 덩어리가 컸다. 그걸 집어 삼켰다가 나는 진짜 삼명그룹이란 거대한 틀, 아니 감옥에 갇히고 말 거다.

감옥살이에 제일 힘든 게 뭐겠나? 바로 자유의 구속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서 여기 있지, 갇혀서 온갖 스트레스 다 받고 살려고 여기 있는 건 아니다.

“그래. 대 놓고 도와주진 못해도 내가 몰래몰래 도와 줄 테니, 제발 떠 먹여 주는 거나 잘 받아 쳐 먹어라.”

일단 이런 식으로 나 대신 다른 대안을 백 회장에게 제시 해 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부자 연을 끊는 거지.”

백 회장과 손절하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삼명그룹에 제대로 직격탄 한방 먹이면 되니까.

백승렬 회장에게는 자식보다 그룹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 아마 한방 제대로 먹고 나면, 그 양반이 알아서 나와 의절 할 거다.

* * *

차가 삼계탕 집을 스쳐 지나가자, 문대식이 급 실망한 얼굴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 점심은 헤비하게 가자고. 삼겹살 어때?”

“....”

내가 문대식에게 묻자 문대식이 대답 대신 입을 삐쭉 내밀었다.

역시 삼계탕 집에 안가는 게 불만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앞쪽 운전 중인 경호팀원과 그 옆 조수석의 경호팀원은 좋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는데 있으면 거기로 가지.”

그런 그들을 향해 내가 말하자, 둘이 어디, 어디 가게 이름을 거론하더니, 결론으로 솥뚜껑 삼겹살집으로 가기로 정했고, 이내 그 사실을 조수석의 경호팀원이, 앞뒤 경호차량에 무전으로 전했다.

그렇게 10여분 뒤 삼겹살 전문점으로 들어갔는데 과연 불판이 솥뚜껑이었다.

이제 경호팀원들도 내가 그들을 데려 오면, 당연히 내가 쏘는 걸로 아는 듯 했다.

“여기 20인분요.”

“여기는 25인분 주세요.”

아니 4명씩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저렇게 많은 고기를 시키다니. 그때였다. 나와 같이 앉은 문대식. 그가 주문 받으러 온 여직원에게 말했다.

“여기는 간소하게 10분 주세요.”

“10인분?”

나야 1인분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문대식을 쳐다봤더니 그가 움찔하더니, 재빨리 주문을 고쳤다.

“미안합니다. 10인분이 아니라 11인분 주세요.”

“....”

그러니까 좀 전 주문한 10인분은 문대식 혼자 쳐드실 고기였던 것. 그걸 알고 난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고.

“내 입은 입이 아니라 주둥이였구나.”

내 그 말에 문대식이 멋쩍어 하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저 불편하시면 저리로 자리 옮길까요?”

문대식이 옆 테이블을 보고 그렇게 말하기에, 나는 성질나서 그러라고 했다.

아무래도 하인이 주인과 겸상을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막 그 생각을 하는 데 갑자기 팔에 소름이 돋았다.

왜냐하면 그런 쪽은 내가 아닌 백준열의 마인드였으니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철저히 그 신분으로 따지는 거 말이다.

‘허얼. 내가 백준열의 몸에 빙의는 했지만....어쩌면 백준열의 본성도 내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을 하면서 내 기분이 급격히 다운 됐다. 왜냐하면 이건 내 존재감에 대한 문제였으니까.

* * *

백준열이 약속한 대로 백지훈은 그날 바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인사명령서에는 ‘백지훈 귀하를 삼명종합화학 기획조정실장 ---> 삼명그룹 미래 전략 실로 발령내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출근일은 바로 다음 주 월요일 부터였고.

“축하드립니다.”

“네. 그 동안 고마웠어요.”

백지훈은 따로 위에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본사 미전실로 간다는 건, 사실상 권력을 쥔다는 뜻이고, 그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니 계열사 임원들에게 그가 따로 인사까지 할 필요가 없었던 것. 반대로 그들이 와서 그에게 인사를 해야지.

그런데 삼명종합화학의 임원들은 그걸 모르는 듯 했다.

그가 같이 일했던 기획조정실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러니 여기 촌구석에 계속 처 박혀 있는 거겠지.’

백지훈은 굳이 여기 임원들을 기다려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바로 퇴근을 해 버렸다.

“지훈아!”

“아버지!”

대신 집에서 아버지인 백동구가 그를 붙잡고 걱정을 한 바가지 했다.

“본사라니....거기 가서 괜찮겠니?”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제가 그냥 거기 가는 것도 아니고. 백준열이 오라고 해서 가는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너도 알다시피 백준열은 막내고, 또....”

“개새끼로 불린다는 거, 저도 알아요.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죠. 제가 직접 만나본 그는 완전 달랐어요. 영민한 자신을 숨기고 있었어요. 저는 백준열이 차기 회장이 될 거라 확신하고 그런 제 눈과 결정을 믿어요.”

“그래. 그렇다고 쳐. 하지만 정작 녀석은 본사에 없잖니? 그런 녀석이 널 어떻게 챙겨 준단 거냐?”

“본사에 없지만 저를 미전실에 꽂아 줄 힘은 있잖아요. 그게 무슨 뜻이겠어요? 본사로 들어 올 준비를 착착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머잖아 백준열 대표는 본사에 들어 올 거예요. 그것도 중요한 자리로요.”

“중요한 자리?”

그렇게 부자지간의 얘기가 좀 길어졌지만, 어떻게든 아버지 걱정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 백지훈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 서재국 전 대통령이 서거 하셨다네?”

“어머머. 어쩌다가요?”

“주무시다가 심장 마비로....”

“저런....가만, 서재국 전 대통령이라면....본가와 사돈 사이 아니었어요?”

“아아. 맞다.”

백동구는 그 사실을 알고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내일 백지훈을 대동하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백지훈이 지낼 곳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서울에 있는 백동구 소유의 오피스텔 건물에서 빈 방 하나를 마련 해 둔 것.

그러니까 내일 백지훈이 거기로 이사를 가는 길에, 백동구가 서재국 전 대통령 문상도 갈 생각이었던 것.

그런데 다음 날이었다.

“네? 오규동 비서실장님이요?”

=네. 백지훈씨는 어쩌실 겁니까? 우리는 오늘 거기 문상 갈까 하는데?

그러니까 내일 출근하면 자기 밑에 들어 올 예정인 백지훈을, 본사 미전실의 한 과장이 미리 챙기고 있었던 것.

“네 가세요들. 저도 오늘 시간 봐서 개별적으로, 문상 가도록 할 테니까요.”

=그럴래요? 그럼 그렇게 하시고 내일 8시까지 출근하도록 하세요.

미전실은 한 시간 빨리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퇴근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대신 연봉은 그들보다 2-3배 정도 더 받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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