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85화 (28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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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DJ 닥터!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갱스터 힙합 하는 그룹은 DJ 닥터가 유일하다.’라고 했을 정도로, 몇 년 전 크게 이슈가 됐던 장하늘을 리더로 하는 한국의 4인조 힙합 그룹.

초창기에는 댄스 그룹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그 성향이 바뀌었는데, 뛰어난 곡들과 실력만큼이나, 멤버들의 양아치 성향으로도 유명한 그룹이었다.

특히 멤버 중에는 폭력 전과자까지 있었는데, 올해 김영섭의 곡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될 예정인 DJ닥터. 하지만....

‘이제 그럴 일 없지.’

왜냐하면 내가 히트곡 제조기인 김영섭을 데려 가 버릴 테니까.

“생과일 쥬스 마셔도 되나요?”

“그럼요. 뭐든 다 시키세요. 샌드위치와 케이크도 드실래요?”

“그, 그래도 돼요?”

“되죠. 돼.”

나는 며칠은 굶은 사람 같은 김영섭에게, 이곳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건 죄다 시켜줬다.

“....쩝쩝....쭈웁....”

김영섭은 샌드위치 하나를 금세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과일 주스를 마셨다.

그리곤 케이크 쪽으로 손을 옮겼는데, 그때 내가 말했다.

“케이크는 커피와 먹어야 맛인데. 커피 한 잔 더 시킬까요?”

“그, 그래주시면 저야 고맙죠.”

김영섭은 보기와 달리 뻔뻔한 면이 있었다. 하긴 그러니 후일 작곡가로 성공했겠지.

세상에 그냥 성공하는 건 없다. 다 성공할 만하니 성공하는 거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독하단 거지.’

독하지 않고 성공하기에, 세상이 너무도 험난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김영섭은 새로 나온 커피와 케이크를 너무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질리기 마련.

그런 그에게 내가 또 말한다.

“여기 맞은편에 중국집 있던데? 화끈한 고추짬뽕에 팔보채 어때요?”

“....”

그래도 김영섭은 이때는 적어도 양심이란 건 있었던 모양이다.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보는 걸 보면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근데 자기에게 이런 식으로, 무한히 공짜로 퍼주는 사람의 등장.

그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김영섭도 그제야 깨달은 거 같았다.

“저,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 주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내가 대답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죠?”

“네. JYB엔터 대표님이시죠.”

“내가 손을 내밀면 잡을 생각 있어요?”

“네?”

나의 직설적인 영입 제안에, 김영섭의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 * *

DJ닥터의 리더이자, 힙합 레이블 ‘사람과 바다’의 대표인 장하늘.

그는 JYB엔터 대표인 백준열이 그의 광팬임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언제고 그걸 이용해 먹을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연예계에서 그런 식으로 상대를 이용해 먹는 건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팬이니까 그 정도는 해 줘도 되는 거 아니겠나?

하지만 자기 체면도 있고, 대 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던 장하늘은 소문을 냈다.

그랬더니 역시나 백준열이 그 소문을 듣고, 먼저 접촉을 해 왔다.

장하늘과 같이 일해 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쪽에서 먼저 연락오고 약속을 잡았다.

즉 장하늘이 먼저 주도권을 쥔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국내 빅4 중 한 곳인 연예기획사였다.

당연히 마주하게 되면, 장하늘이 기가 죽게 마련. 그게 싫었던 장하늘은 자기 편한 곳에서 백준열과 만나기로 했고, 거기다가 약속 시간에 제때 나가지도 않았다.

“한 10분 기다리게 내 버려두자.”

어째든 아쉬운 건 그쪽이라는 을乙의 정신을 백준열에게 더 심어 주기 위해서.

그래야 이쪽이 더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하게 될 테니까. 그때 DJ닥터의 창준이 말했다.

“형. 그걸로 되겠어?”

“그럼?”

“10분 뒤에 사람 보내서, 그쪽보고 여기로 올라오라고 해.”

“뭐? 무슨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 새끼도 똥개 취급을 당해 봐야 알지. 우리와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전과자 출신답게 입이 거친 창준의 말에, 장하늘이 한 손을 턱으로 가져갔다.

“그럴까? 근데 누굴 보내지?”

그때였다. 녹음실 청소를 막 끝내고 나온 김영섭. 그를 보고 창준이 턱짓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새끼 보내. 멍청하긴 해도 심부름 하나는 잘 하잖아?”

그 말에 장하늘이 바로 김영섭을 불렀다.

“영섭아!”

“네. 대표님.”

“일루와 봐.”

장하늘은 그렇게 김영섭을 1층 커피전문점으로 내려 보냈다. 그리고 10분이 지났다.

“왜 이렇게 안 와?”

“그러게. 띨빡한 그 새끼가 뭔 사고 친 건 아니겠지?”

“안 되겠다. 창준이 니가 내려 가 봐.”

“내가? 싫어. 귀찮게....”

“씨박아. 그럼 대표인 내가 내려갈까?”

“딴 애 보내. 저기 재훈이 있네.”

장하늘은 창준이 DJ닥터의 다른 멤버 재훈을 걸고넘어지자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그냥 10분 늦게 내려가면 됐을 걸....”

“이야. 생사람 잡는 거 보소? 영섭이 새끼를 내가 내려 보냈나? 형이 보냈지.”

“자자. 그만들 해. 내가 내려가 볼 테니까.”

결국 장하늘과 창준이 또 싸울 기미를 보이자 재훈이 나섰다.

그렇게 재훈이 밑으로 내려가고 다시 10분의 시간이 흐르고....

“형. 정말 JYB엔터 대표랑 만나기로 한 거 맞아?”

재훈이 씩씩거리며 레이블 사무실로 올라와서 장하늘을 보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 JYB엔터 대표,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맞은편, 대만반점에서 고추짬뽕 먹고 있던데?”

“뭐라고?”

재훈의 말에 어처구니없어 진 장하늘. 그때 그 옆에 창준이 끼어들며 물었다.

“영섭이는? 영섭이 그 새끼는 뭐하고?”

“영섭이도 고추짬뽕 먹고 있던데?”

“내 이럴 줄 알았어. 영섭이 그게 잔대가리 굴렸네.”

“뭐?”

“여기 얘기를 JYB엔터 대표에게 다 나불거린 거지. 저 혼자 살겠다고.”

“이런 개자식을 봤나?”

발끈한 장하늘, 그리고 그 옆에서 그런 장하늘을 더 부채질 하는 창준.

그런 그들 사이에 낀 재훈.

그 셋이 우르르 레이블 사무실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건물 맞은편에 있는 대만반점 쪽을 쳐다봤다.

그랬더니 재훈의 말처럼, 그 가게 창가에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서, 열심히 중화요리를 먹고 있었다.

“씨발. 저거 팔보채 맞지?”

“영섭이 저 새끼 지금 처먹는 거 깐새우고.”

“내 이것들을....”

제대로 꼭지가 돈 장하늘과 창준. 그 둘이 횡단보도도 무시하고 무단 횡단해서, 맞은 편 대만 반점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하늘과 창준은 자기들 주제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높은 벽이 바로 그들 앞을 가로 막았다.

* * *

김영섭은 충북 제천에서 상경했다. 오로지 작곡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런 그가 3년 고생 끝에 DJ닥터의 힙합 레이블에 들어 갈 수 있게 된 건 행운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반년 일해보고 나서, 김영섭은 정말 행운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온갖 허드렛일은 자기를 다 시키고, 작, 편곡, 개사까지 자기에게 다 떠넘기면서, 정작 월급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원래 김영섭은 한 달에 200만원은 받기로 하고 이곳 레이블 사무실에 들어 왔는데, 6개월 동안 그가 받은 돈은 장하늘이 밥 사먹으라고 매일 주는 1만원이 다였다.

그러니까 김영섭은 그 만원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것도 장하늘이 레이블에 출근하지 않으면 못 받았다. 그렇다보니 굶는 날까지 생겼고, 졸지에 다이어트를 하게 된 김영섭.

돈이 없어 어제도 별 수 없이 굶은 가운데, 그래도 오늘은 출근을 한 장하늘이 김영섭에게 만원을 주었고, 김영섭은 그 돈으로 일단 편의점에 가서, 컵 라면 하나를 사 먹었다.

생각 같아선 삼각 김밥도 하나 같이 먹고 싶었지만, 그건 김영섭에게 있어 사치였다.

“그래. 내일 장 대표가 출근해서 돈 주면....그때는 삼각 김밥을 두 개 먹자.”

그렇게 겨우 허기를 달래고 사무실로 돌아 온 김영섭. 그런 그에게 DJ닥터에서 제일 성질 더럽고, 또 자신만 보면 못 괴롭혀 안달인 창준이, 오늘도 예외 없이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어이. 띨박이. 너 녹음실 청소 한 거야?”

“네. 했는데요.”

“했는데....킁킁....이 냄새는 뭐야?”

결국 다시 녹음실 청소를 한 김영섭. 그렇게 청소를 끝내고 나오는 그를, 장하늘이 갑자기 부르더니 밑에 커피전문점에 온 손님에게, 자기 말을 전하라고 했다.

그래서 김영섭은 장하늘이 시킨 대로 1층으로 내려갔고, 거기 있던 손님에게 장하늘의 말을 전했다.

그랬더니 그 손님이 갑자기 김영섭을 자기 자리에 앉히더니, 그가 먹고 싶은 걸 다 사줬다.

평소 돈이 없어서 사먹지 못했던 생과일주스며 샌드위치, 케이크를 먹으면서 김영섭은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었다.

그런데 꿈이었다. 왜냐하면 국내 최고 엔터테인먼트 중 한 곳의 대표가, 그에게 영입 제의를 했으니 말이다.

김영섭은 이 꿈이 제발 깨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하면서, 그 엔터 대표와 같이 맞은 편 중국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김영섭은 그가 성공하면 먹고 말리라 다짐했던, 중화요리를 원 없이 시켜 먹었다.

“야! 김영섭!”

“저 띨박이 새끼가!”

그때 악귀 둘이 나타났다. 김영섭은 이제 꿈에서 깰 때가 됐구나 싶었다.

저 두 악귀들이 지금 김영섭이 먹고 있는, 중화요리들을 뒤집어엎어 놓을 것이고, 그럼 행복했던 그의 꿈도 깨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허억!”

“이 X새끼들은 뭐야?”

두 악귀들이 JYB엔터 대표와 같이 온 경호원들에게 가로 막혔다. 그리고....

“먹어요. 계속.”

맞은편에 JYB엔터 대표는 두 악귀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김영섭에게 웃으며 손짓을 했다. 계속 먹어도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김영섭의 꿈은 깨지 않아도 됐다.

* * *

장하늘과 창준과 달리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재훈은, 그 둘처럼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통해, 맞은 편 대만반점으로 향했다.

당연히 그 둘로 인해 대만반점은 시끄러웠는데, 재훈이 굳이 그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그 전에 장하늘과 창준이 대만반점 밖으로 나왔으니까.

그들이 이렇게 순순히 나온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나 그들 다음으로, 검은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이 따라 나왔다.

창준이 한 싸움 한다는 건, 연예인이라면 이미 다 아는 사실. 하지만 재훈이 봐도 저들은 창준이 상대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창준이야 일반인들 상대로 잘 싸우는 거지, 딱 봐도 유단자들로 체격부터 확연히 차이 나는, 저들과 싸우는 건 창준도 제 무덤을 파는 일이었다.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한 창준이지만, 또 영악하기가 짝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자기 다칠 짓을 할리 없었다. 오히려 꼭지 돌면 눈에 뵈는 게 없는, 장하늘이 재훈은 더 걱정이었다.

“너 것들 뭐 꼬?”

역시나 재훈의 생각 대로였다. 눈치껏 꽁무니를 빼는 창준과 달리, 장하늘이 하룻강아지처럼 겁 없이 저들에게 삿대질을 한 것이다. 그러자 그쪽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언행에 신경 좀 씁시다. 우리가 서로 말 놓고, 삿대질 까지 할 정도로 아는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그, 그야 너 것들이 우릴 밀어 냈으니까 그란 거지.”

“가게 주인이 말했을 텐데요. 여기 저희가 전세 내서 영업 안한다고 말입니다.”

“그, 그건....”

순간 할 말이 없어진 장하늘. 좀 전에 말 한 사람의 말처럼, 그들이 가게 안에 들어서자 가게 주인이 말했다. 영업 안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가게 안으로 들어간 건 장하늘과 창준이었다.

그때 눈치 보고 있던 창준이 그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에 우리 직원이 있어. 그러니까 들어가도 되지.”

그 말에 옳다구나 싶었던지 장하늘이 말했다.

“그래. 내 직원이 저 안에 있으니까, 대표인 내가 들어가도 문제 될 거 없잖아?”

그때였다. 가게 안에 있던 김영섭이 밖으로 나왔다. 그를 보고 장하늘과 창준이 반가워하며 그를 불렀다.

“영섭아!”

“띨박이!”

하지만 김영섭은 더 이상 그들이 알던 그 김영섭이 아니었다. 특히 창준을 향해 표독스런 얼굴로 소리치는 김영섭.

“야! 너. 한 번만 더 나보고 띨박이라고 하면 가만 안 둔다.”

“뭐, 뭐?”

“나 보다 한 살 어린 게 어디서....멸치 대가리 같이 생긴 게. 진짜.”

“....”

돌변한 김영섭에 할 말을 잃어버린 창준.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옆으로 돌린 김영섭이, 이번에는 장하늘을 보고 말했다.

“이거 봐요. 장하늘씨. 내가 어째서 당신 직원입니까?”

“뭐, 뭐라고?”

“당신이 나한테 월급을 줬습니까? 아니면 4대 보험을 넣어줬습니까?”

“그, 그거야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웃기지 마세요. 나 이용 만 처 해먹고 내 보낼 생각이었잖아? 저 새끼랑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

분노한 김영섭이 창준을 손짓하며 말하자, 장하늘도 더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에게 김영섭이 화를 삭이며 말했다.

“어째든 그쪽과 함께 한 반년의 시간, 좆같았고 다시 보지 맙시다. 그리고 이건 JYB엔터 대표님께서 그쪽에 전해 달라고 하신 말씀이신데....”

김영섭의 입에서 JYB엔터 대표란 말이 나오자, 장하늘과 창준 모두 시선을 김영섭에게 도로 집중시켰다.

“힙합 레이블 ‘사람과 바다’와 JYB엔터는 서로 맞지 않는 거 같으니, 그냥 각자 갈 길 가자고 하시면서, 장 대표님께 이 말을 꼭 전해 주라고....”

잠깐 뜸을 들인 김영섭이 장하늘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하던 말을 마저 이어나갔다.

“이번 달 안에 사무실 빼세요. 좀 전에 저희 대표님이 평화 빌딩 매입 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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