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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영섭의 그 말에 장하늘이 발끈했다.
“이번 달 안에 어떻게 사무실을 빼. 못 빼!”
그러자 김영섭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야 내 알 바 아니죠. 장 대표님이 건물주님께 잘 얘기 해 보던가요. 그럼 저는 할 말 다 한 거 같으니 이만....”
김영섭은 자기 할 말이 끝나자, 더 보고 자실 것도 없다는 듯, 뒤돌아서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야! 김영섭!”
그런 김영섭을 어떡하든 붙잡아야겠다 싶었던지, 장하늘이 이성을 잃고 가게로 뛰어들었는데....
턱!
“으허억!”
바로 백준열의 경호팀원들에게 가로 막혔다.
“비, 비켜! 비키라고.”
장하늘이 그런 경호팀원들을 밀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에게 언행 조심하라고 했던 그 경호원이 살벌하게 말했다.
“자꾸 이러면 쳐 맞는다?”
“저, 저....”
그 경호원의 눈빛을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던 창준과 재훈, 그 둘이 바로 나섰다.
장하늘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랐다.
그는 대표로 당장 이번 달에 내쫓기는, 신세만은 면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반면 대표가 아닌 창준과 재훈은 그런 책임감 따윈 없지만, 당장 장하늘을 말리지 않으면 그가 며칠 드러누워야 할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만큼은 같이 들었다.
그리고 장하늘이 누워 있는 동안, 모든 책임이 자기들에게 전가 될 것이고.
그게 걱정이 된 두 사람은, 장하늘을 말리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엇!”
그런데 그게 좀 늦었다. 장하늘이 미쳐 날 뛰다가 주먹질을 했고, 그 주먹에 경호원 한 명이 얼굴을 맞은 것이다.
“이 새끼가 진짜....”
퍽! 퍽! 퍼억!
한방은 장하늘의 배에, 또 한 방은 턱에, 그리고 나머지 한 방은 돌려차기에, 정확히 머리를 맞고 족히 2미터는 날아간 뒤로 훌쩍 날아간 장하늘.
털썩!
그가 길바닥에 자빠진 체 꿈쩍도 않자, 창준과 재훈이 놀라서 그를 부르며 그쪽으로 뛰어갔다.
“형!”
“하늘이형!”
그들이 장하늘의 몸을 흔들고 볼을 때리며 그를 살필 때였다.
갑자기 주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놀란 둘이 고개를 돌리자....
퍽! 퍽!
둔탁한 소리 두 번이 울리고, 창준과 재훈마저 장하늘 옆으로 픽픽 꼬꾸라졌다.
* * *
문대식은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날뛰는 장하늘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딱 봐도 저 새끼는 눈이 돌아 가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뵈는 게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비키라고. 이 개새끼들아. 으아악!”
그러다 녀석이 마구잡이로 휘두른 주먹에, 하필 문대식이 얼굴을 맞았다. 순간 욱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 문대식.
그의 주먹이 순식간에 나갔고, 장하늘의 배에 꽂혔다. 그러자 장하늘의 허리가 직각으로 굽혀졌다.
두 눈을 한껏 부릅뜨고, 그 두 눈에 핏발이 빠르게 곤두서고 있었다.
그 만큼 복부에 충격을 강하게 받았다는 얘기. 하지만 문대식의 화는 그걸로 풀릴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복부를 쳤을 때 보다는 약하게 다른 쪽 주먹을 가볍게 올려 쳤고, 그 주먹에 턱을 맞은 장하늘의 접혔던 허리가 다시 펴졌다.
하지만 이미 녀석의 동공을 풀려 있었고, 빠르게 하얀 자위를 드러냈다.
그대로 둬도 끝장난 장하늘. 한데 문대식은 그런 녀석의 머리에, 기어코 돌려차기 까지 먹였다.
문대식의 체중이 실린 그 한방에, 장하늘의 몸이 부웅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길바닥에 나자빠졌고 기절한 장하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녀석에게 그래도 동료랍시고 두 놈이 뛰어갔다. 정작 장하늘이 미쳐 날 뛸 때는, 모른 척 하고 있더니 말이다. 그런 그들을 보고 문대식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저 새끼들까지 싹 다 체육관으로 데려 간다.”
그 말에 경호팀원들이 움직였고, 장하늘과 같이 있던 두 놈을 마저 때려 기절 시켰다.
그 뒤, 차를 가져와서 트렁크에 그들을 무슨 짐짝 싣듯 실었다.
그 사이 문대식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좀 전 있은 일을 백준열 대표에게 보고를 했다.
그러자 백준열이 말했다.
“그것들 데려가서 뭐하려고?”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인 일만 하는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었다.
그들이 화난다고 장하늘과 그 동료들을 죽인 다음, 깊숙한 산에 묻거나 콘크리트 통에 넣어서 바다에 버릴 것도 아니고 말이다.
“주제 파악 시켜야죠.”
백준열을 문대식이 다 생각이 있어서 저러는 거겠지 생각했던지, 그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고, 문대식은 앞으로 이동 중, 잠깐 체육관에 들르겠다고 백준열에게 양해를 구했다.
여기서 체육관이란 백준열의 경호팀원들의 훈련장이면서 동시에 아지트를 말했다. 왜 전에 백준열도 한 번 갔었다. 그의 싸움 실력을 테스트 해보려고 말이다.
“뭐 그러던지.”
백준열에게 필요한 허락을 전부 받아 낸 문대식은, 다시 가게 밖으로 나갔고 그 사이 백준열은 김영섭과 마저, 하던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아참, 갈 때가 없다고 했었죠? 그럼 우선 이걸로 호텔에서 자고, 내일 우리 회사로 와요.”
백준열은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서 김영섭에게 건넸다. 근데 김영섭이 선뜻 그 카드를 받지 않고 백준열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백준열이 웃으며 말했다.
“회사법인 카드니까, 쓰고 내일 회사에 반납하면 됩니다. 그리고 영섭씨 살 곳은 내가 내일까지 구해 놓을게요. 이왕이면 회사와 가까운 곳이 좋겠지요?”
“네. 뭐....저는 두 다리 뻗고 누울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그럴 수야 있나요. 우리 JYB엔터의 가수들에게 최고의 곡들을 선사할 작곡가님한테. 내일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하하하하.”
백준열의 말이 당연히 김영섭은 부담이 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말이 싫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백 대표 만큼은 그를 인정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가 앞으로 만들 곡들을 최고의 곡들이라고 아주 대 놓고 찬사를 하면서.
* * *
장하늘의 레이블 사무실이 있는, 그 건물의 1층 커피전문점에 들어갈 때 나는 봤다.
이곳 건물 주인이 건물을 내 놓은 걸 말이다. 그것도 앞에 ‘급급매’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그때 나는 여기 건물을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장하늘이 나를 자극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커피전문점의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건물주인 좀 만날 수 있을까요?”
그랬더니 그 직원이 되물었다.
“왜 그러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이 건물을 살까 해서요.”
“잠시 만요.”
그랬더니 그 직원이 ‘후다닥’ 커피전문점 밖으로 나가고, 잠시 후 후덕한 인상의 아주머니와 같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건물주가 직접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자식이 이곳에서 알바 중이었던 것.
“저희 건물에 관심이 있다고요?”
“네. 얼맙니까?”
내가 거두절미하고 묻자, 건물주 아주머니가 바로 대답했다.
“원래는 25억 정도 받아야 하는데, 급하게 팔아야 할 사정이 있어서, 23억만 받을게요.”
아주머니의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서울에 가지고 있는 건물만 몇 갠데 말이다.
“아주머니. 청구역에 대화 빌딩이라고 있습니다. 혹시 거기 아십니까?”
“당연히 잘 알죠. 35층짜리 초대형 빌딩이잖아요.”
“제가 거기 빌딩주인입니다.”
“네?”
“여기 건물이 얼마라고요?”
그러니까 인근에서 제일 비싼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내 앞에서 허튼 수작 부리지 말란 소리였는데 다행이 건물주 아줌마가 내 말을 알아 들은 모양이었다.
“그, 그게....21억....아니 19억만 주세요.”
“급급매라면서요?”
나는 결국 평화 빌딩이란 이 건물을 17억 5천만원에 구입하기로 했고, 건물주가 부동산 중개업자를 데리러 간 사이에, 장하늘의 심부름으로 김영섭이 나타났다.
그 김영섭을 한 눈에 알아 본 나는,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수작을 좀 부렸다.
그 과정에서 배고파 보이는 김영섭을 데리고, 평화 빌딩 건너편에 있는 중국집에 갔고.
거기서 김영섭과 같이 고추짬뽕과 탕수육, 팔보채를 시켰는데, 그때 평화 빌딩의 건물주 아줌마가, 부동산중개업자를 데리고 왔고, 바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를 쏴주고 나서, 김영섭과 같이 고추짬뽕을 먹었는데, 그때 김영섭이 감격해 하는 말이....
“성공하면 여기 있는 요리 다 시켜 먹기로 다짐 했었는데....벌써 그걸 이룬 거 같아서 너무 기쁩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바로 나머지 요리를 다 시켜, 김영섭의 버킷 리스트 하나를 해결해 주며 말했다.
“진즉 얘기하지. 앞으로 김영섭씨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다 말해요. 내가 다 사줄 테니까.”
내 그 말에 감격한 김영섭이 울면서 고추짬뽕을 먹다가 사래가 걸려서 식겁을 했지만, 그는 차례대로 나오는 중화요리를 맛보며 행복에 겨워했다.
그런 그를 JYB엔터 사람으로 만드는 건, 누워서 떡먹기나 다름없었다.
“어떻게....이제 저희 JYB엔터에 들어오기로 결심이 섰습니까?”
“네. 대표님.”
김영섭은 기꺼이 우리 회사로 들어오겠다고 했고, 내일 JYB엔터에서 정식으로 전속 작곡가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
그때 눈치 없이 장하늘과 그 일행이, 중국집 안에 난입해 왔고 당연히 내 경호팀원들에게 쫓겨났다. 그런 그들을 보고 김영섭이 치를 떨었다.
“저 개 자식들....”
나는 아무래도 장하늘과 그 일행에 할 말이 많아 보이는, 김영섭에게 결자해지(結者解之)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정, 정말 제가 나가서 그렇게 말해도 됩니까?”
“안 될 게 또 뭡니까? DJ닥터와 정하늘이 뭐라고요. 아아. 그리고 정하늘에게 이번 달 안에 사무실 빼라고 하세요.”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를 쳐다보는 김영섭에게, 나는 좀 전 계약한 건물매매계약서를 보여 주었다.
김영섭은 내가 평화빌딩 건물주와 계약을 할 때, 고추짬뽕과 같이 먹을 중화요리를 고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무슨 계약을 하는 지 전혀 몰랐다.
“헉!”
그 계약서를 보고서 김영섭은 깜짝 놀랐다. 내가 정하늘의 레이블 사무실이 있는 건물주란 사실에 말이다.
* * *
나는 아예 가는 길에 김영섭을 근처 호텔에 내려주었다.
그랬더니 김영섭이 한손에 JYB엔터 법인카드를 들고, 발걸음도 당당하게 그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내가 웃자, 문대식이 날 보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저게 재미있습니까?”
“그럼. 재미가 별 건가? 내가 보고 웃음이 나면 그게 재미지. 출발 안 해?”
“어디로 모실지 말씀하셔야죠.”
“설마....나도 여기 떨어트려 놓고 다들 퇴근하고 싶다는, 뭐 그런 거 아니지?”
“....”
내가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의 속내를 바로 간파 한 모양이었다.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슬슬 내 눈을 피하는 걸 보면 말이다.
당연히 나는 여기 호텔에 묵을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여긴 특급 호텔이 아니니까.
그때 마침 내 핸드폰이 울렸다.
“응?”
근데 전화 건 사람이 강지영이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병원치료 후, 지금 검경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는 걸로 아는데....
원래는 오늘 강지영과 정식 계약을 체결 할 예정이었다. 강지영이 퇴원하고 나서 바로 연기자 전속 계약을 체결하기로, 나와 얘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어제 갑자기 검경에서 오늘 참고인 진술을 요청해 오면서, 계약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여보세요?”
나는 일단 강지영의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내 생각보다 훨씬 밝은 톤의 목소리로 강지영이 말했다.
=대표님. 저예요. 지영이.
“네. 지영씨. 참고인 진술은 잘 하셨습니까?”
=네. 이제 막 서울중앙지검을 나왔어요.
“고생하셨네요.”
=뭘요. 나쁜 사람들 벌준다는데, 이 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때 나를 태운 차가 마침 서초 방면 회전 교차로에 접어들고 있었다.
나는 운전석을 향해 곧장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으로 가.”
내 지시에 차는 회전 교차로에서 쭉 직진을 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입구로 향했다.
그 사이 나는 강지영과 계속 통화를 했고 5분 쯤 뒤, 중앙지검 근처 횡단보도 앞에서 강지영을 발견했다.
그녀는 반포대로를 서초역으로 가기 위해, 건널목을 막 건너려 하고 있었다.
“지영씨. 횡단보도 건너지 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요.”
=네?
“지금 근처에요. 그쪽으로 차 댈 테니까 타시면 됩니다.”
그 말 후 반대편 횡단보도를 지나친 나를 태운 차가, 곧 U턴을 해서는 강지영이 서 있는 건널목 앞에 차를 붙여 댔다.
나는 차창을 내린 뒤,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내 얼굴을 강지영에게 보여 준 뒤,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던 문대식에게 말했다.
“뭐해? 빨리 내리지 않고?”
내 말에 문대식이 투덜거리며 반대쪽 차문을 열고 내렸고, 그 사이 내 차로 다가 온 강지영을 위해서, 나는 안에서 차문을 열었다.
“타세요.”
그리곤 내가 문대식이 앉았던 쪽으로 옮겨가면서, 좀 전까지 내가 앉았던 자리에 강지영을 태웠다.
“일단 출발!”
문대식이 없는 관계로 내가 바로 운전석에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차가 곧장 출발을 했고, 나는 내 옆에 강지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집이 어디시라고 했죠?”
“개포동이요. 개포 1동 주민센터에서 가까워요.”
강지영의 그 말에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빙긋 웃었다. 안 막히면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나는 내친 김에 결정을 내렸다.
“임페리얼 호텔로 가.”
내가 묵을 호텔을 말이다. 그 말 후 나는 강지영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같이 저녁 어때요?”
“네?”
서초동에 위치한 임페리얼 호텔에서 그녀가 말한 개포 1동 주민센터는 택시 기본요금 나오는 거리였다.
때문에 내 저녁 식사 제안이 그녀에게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을 거라 여기고 한 말인데, 나의 그 예상 밖으로 강지영은 많이 당황한 거 같았다.
“부담스러우면 바로 집으로 모셔 드리....”
“아뇨. 좋아요. 저녁 같이 해요. 우리.”
우리란 말을 유독 강조하며, 강지영이 날 보고 초롱초롱 눈빛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