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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태석파 2인자 정준호. 그가 태석파의 총보스인 양태석을 지키는 친위대의 조직원들 중에서도 특별히 날랜 자들을 엄선해서 부른 건, 그들이 막 아침 식사를 끝냈을 때였다.
“내가 너희를 여기로 부른 건, 너희가 은밀히 해 줘야 할 일이 생겨서다.”
정준호는 우선 그들을 둘러 나눴다.
“너희가 1조고, 너희가 2조다.”
그렇게 그들을 두 개조로 나눈 정준호가, 1조에 기러기파 두목인 정현섭의 제거를, 그리고 2조에 1조의 보조 임무를 맡겼다.
“그러니까 2조가 임무를 완수하고 오면, 그때 1조나 움직이면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 형님!”
1, 2조의 친위대 조직원들이 동시에 대답했고, 정준호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 띠지 않게, 조직 본산 건물 후문을 통해 조용히 내보냈다.
정준호의 지시에 따라서 친위대 조직원들은 지정 장소로 움직였고, 거기에는 태석파 다른 조직원들이 미리 나와 그들을 지원했다.
그 중 2조 친위대 조직원들은, 동구파 두목인 심기도가 있는 그의 집으로 쳐들어갔고....
“튀어!”
심기도는 팬티 바람으로 자기 혼자 살겠다고, 자기 여자며 부하들을 버리고 혼비백산 내 뺐다.
“와아....저런 놈이 어떻게 한 조직의 두목인 된 건지....”
“그러게. 저렇게 내 빼는 것도 재주라면 재준데....”
2조 친위대가 심기도의 집을 급습한 것은 필요한 것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심기도가 그 필요한 걸 다 두고, 팬티 바람으로 내 뺀 덕에 그들은 굳이 그를 쫓을 필요가 없었다.
“여기 그 새끼 지갑하고....칼이 다 있네요.”
그걸 챙기는 2조 친위대는, 다들 장갑을 끼고 있었다.
“야! 지문 뭉개지지 않게 조심해서 챙겨.”
그들은 최대한 심기도의 지갑과 칼에 심기도의 지문이 남아 있게, 조심해서 그것들을 챙겨서 모처로 움직였다.
바로 그곳에서 1조 친위대를 만난 2조 친위대는, 심기도의 지갑과 칼을 그들에게 넘긴 뒤 바로 태산파 조직 본산 건물로 철수했고, 1조 친위대는 연락을 받고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이 있다는, 건물 지하 룸살롱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1조 친위대는 먼저 와 있던, 태석파 조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정현섭이 떨거지들 10명 쯤 달고, 지금 여기 지하 룸살롱에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현 상황을 들은 1조 친위대는 바로 지하 룸살롱으로 내려갔다.
정현섭이 10명이나 되는 수하들을 대동하고 지하 룸살롱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1조 친위대는 그딴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지하 룸살롱에 들어가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나왔는데, 다들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하나 다친 사람은 없어보였다.
“다 됐으니 철수 하시오.”
1조 친위대 중 한 명의 말에, 지원 나온 태석파 조직원들이 먼저 철수했고, 뒤이어서 1조 친위대가 떠나고 나서 30분 뒤쯤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들이 신경 써서 놔 둔 증거물 두 개를 잘 챙긴 경찰들이, 어디선가 연락을 받고 우르르 지하 룸살롱을 나와서,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어딘가로 긴급히 출동했다.
* * *
“C발....좆도....”
팬티 바람으로 쫓기듯 집을 뛰쳐나온 동구파 두목 심기도.
그가 연신 자기 입으로 욕설을 내 뱉으며 큰 길 쪽으로 내달렸다. 그러면서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누가 자기 뒤를 쫓아오는 지 확인하던 그가, 택시 승강장이 보이자 그쪽으로 뛰어가서 택시에 타면서 외쳤다.
“빨리 출발 해.”
“네?”
“어서. 출발하라고. C발!”
심기도의 서슬퍼런 겁박에 택시 기사는 일단 차를 출발 시켰다. 그러자 택시에 타서도 쭉 뒤를 살피던 심기도가 자기 뒤를 쫓아 오는 자들이 없음을 확인하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
그때 백미러를 통해 그를 힐끔 거리며 쳐다보던 택시 기사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손, 손님. 어디로 갈까요?”
“어디? 아아....”
쫓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심기도. 그가 그제야 자신이 지금 어디를 가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됐고, 그에게 있어 제일 안전한 곳은 바로, 그의 수하들이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회기동 동천병원 맞은편에 현일 빌딩으로 가.”
택시 기사는 탈 때부터 시작해서, 자기에게 반말을 지껄이는 심기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대 놓고 티 내지 못하는 게, 팬티 바람임에도 불구하고, 하도 몸에 문신을 많이 해서 옷을 입은 거처럼 보이는, 딱 봐도 조폭 같은 놈에게 무슨 말을 하겠나?
잘못 말했다가 칼침 맞으면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었다.
‘재수 더럽게 없네.’
저런 놈이 택시에 탄 거 자체가 재앙이었다. 그러니 택시 기사로서는 자신에게 몰아닥친 이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 조폭놈이 가자는 데 빨리 데려다 주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조폭 놈이 가자는 곳은 그리 멀지 않았다. 기본요금보다 좀 더 나올 테지만, 택시 기사는 애초 저 조폭 놈에게 돈 받을 생각이 없었다.
“다 왔습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자, 택시 기사가 생각한대로 조폭 놈은 당연히 택시비 내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휑하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걸 보자마자 택시 기사도 휑하니 택시를 몰고 거기서 내빼기 급급했다.
“개새끼....”
하지만 자신의 신변이 안전해지자 택시 기사는 분통이 터졌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웬 팬티 바람의 미친 새끼가, 택시에 타서는 무임승차했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경찰 쪽에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놈을 어디 내려 줬냐고요? 그야 회기동 동천병원 맞은편에 현일 빌딩 앞에요. 네. 네.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거,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네? 그, 그놈이 지명수배자라고요? 포, 포상금요?”
택시 기사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자신의 신고가 제보가 되어 그 놈을 경찰이 잡는다면, 택시 기사에게 포상금이 지급 될 거라는 경찰의 말에, 택시기사는 팬티 바람의 그 조폭 놈이 재앙이 아니라,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파랑새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 * *
“헉! 형님!”
팬티 바람으로 나타난 자기들의 보스를 보고, 동구파 조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뭘 봐. 새끼들아. 빨리 입을 거 가져와.”
“네. 네.”
급한 대로 조직원의 트레이닝복을 챙겨 입은 심기도. 그런 그에게 동구파의 2인자라고 볼 수 있는 나기훈이 물었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애들은 어쩌고요?”
당연히 동구파 두목인 심기도에게는 늘 4명의 조직원들 따라 다녔다.
그런 그들은 어디 두고 혼자, 그것도 팬티 바람으로 여기 나타났는지, 나기훈이 묻고 있었는데 정작 심기도는, 그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딴소릴 했다.
“맞아. 어떤 새끼들이 날 노리고 있는 지부터 알아내야해.”
“네?”
“집에 있다가 습격 받았다. 나 혼자 여기까지 겨우 왔고. 일단 내 집으로 애들을 보내서 놈들 거기 있으면 잡아 와.”
“네. 형님.”
나기훈은 동구파 두목 심기도가 집에서 습격을 받았다는 말에 많이 놀랐다.
하지만 어째든 심기도는 무사히 여기 왔고, 어떤 간 큰 놈이 자기 두목을 노렸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놈들을 찾아내서 응징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나기훈이 직접 밑에 애들 10명을 데리고 심기도의 집으로 출발했다.
그 사이 심기도는 조직원이 근처 백화점에서 사온 옷들로 싹 갈아입고는, 예전 동구파 두목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휴우....”
그제야 모든 게 원래 상태로 되돌아 왔다 싶었던 심기도. 그가 깊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그가 즐겨 마시던 차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였다.
“헉! 짭새다!”
경찰들이 그들 아지트를 급습했고, 심기도가 달아날 곳은 창문 쪽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아지트가 위치한 층은 12층으로, 거기서 뛰어내렸다가는....
철컥! 철컥!
잠시 뒤 심기도의 양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심기도. 당신을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당신이 하는 말은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당신에게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미란다 원칙을 읊는 형사의 무덤덤한 말은 ,이미 심기도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뭐, 뭐? 누가 누굴 죽여? 정현섭이를 내가 왜 죽여?”
“그걸 밝히고 싶으면 순순히 따라 와.”
“그래. 가자. 가.”
형사는 노련하게 말로 심기도를 자극해서, 그를 조용히 경찰서로 연행해 갔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심기도 앞에 빼박 증거를 제시했다.
“내 지갑과 칼이 왜 정현섭이 뒈진 곳에서 나와?”
“그거야 정현섭을 칼로 찌르고, 내빼다가 지갑을 떨어트린 네가 잘 알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미, 미친....가, 가만....그럼 아까 내 집을 습격한 놈들이....”
심기도는 그제야 눈치 차렸다. 자신이 누군가의 잘 짜 놓은 함정에 빠졌다는 걸 말이다.
“잠, 잠깐만. 나 아니야. 나 진짜 정현섭 안 죽였어. 그 보다 내가 아까 집에 있을 때, 웬 놈들이 쳐들어왔거든. 그 바람에 내가 팬티 바람으로 도망쳤고....아마 그때 놈들이 내 지갑과 칼을 가져 간 걸 거야. 그리고 정현섭을 죽이고 거기 내 지갑과 칼을 놔 둔 거고.”
심기도는 자신을 취조 중인 형사에게 한참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형사가 하는 말.
“너 조폭 두목 말고 소설가 하지 그랬어?”
“뭐, 뭐라고?”
“개소리 작작하고 자백 해.”
“뭘?”
“네가 정현섭 죽였잖아?”
“아냐.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그러니까 내가 함정에 빠진 거라고.”
심기도는 억울했다. 그래서 다시 결백을 주장하며 설명을 했지만, 형사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러면서 또 심기도에게 자백을 강요했다. 순간 심기도도 직감했다.
“너, 너희들도 한 패로구나?”
심기도의 그 말에 그를 취조하던 형사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모든 증거가 네가 정현섭을 죽였다고, 널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어. 아니라고 해 봐야 그게 검사, 판사한데 먹힐 거 같아? 그냥 순순히 자백하고 10년 쯤 감옥에서 썩다가 나와. 아니면 평생 감옥에서 썩던지. 나야 형식적으로 조서 꾸며서 너 검찰에 넘기면 그만이야.”
형사의 태평한 그 말에 심기도는 미쳐 버릴 거 같았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냉철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10년은 너무 길어. 5년으로 해. 그럼 자백할게.”
심기도의 그 말에 형사의 눈이 번뜩였다.
“8년!”
“쳇! 7년! 더는 안 돼.”
“좋아. 위에 얘기해 보지.”
형사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 조사실을 나섰고 잠시 뒤 돌아와서 심기도에게 말했다.
“7년에 출소 후 지방 내려가서 쥐죽은 듯 사는 조건. 대신 정착금으로 10억 준단다.”
“10억이라....나쁘지 않네. 콜!”
그렇게 심기도는 자신이 정현섭을 찔러 죽였다고 자백했고, 사건은 빠르게 정리 되어 특별히 중앙지검으로 보내졌다.
* * *
정재욱은 누가 자신의 몸을 흔들자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하지 마! 건드리지 말라고!”
그러자 그의 몸을 흔든 사람의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여보. 출근해야죠.”
‘출근?“
아내의 출근이란 말에 정재욱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때 지독한 두통이 그의 머리를 급습해 왔다.
“으으윽!”
정재욱이 잔뜩 인상을 쓰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자, 그걸 보고 그의 아내가 말했다.
“어디 아파요?”
“아, 아냐.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맙소사. 양주를 대체 몇 병이나 마신 거예요?”
그 말 후 정재욱의 아내 고미나는 서재 책상 위에 널려 있는 양주병을 치웠다.
그런데 그녀 손에 쥐어진 빈 양주병만 세 개다.
어젯밤 정재욱은 정확히 양주 2병반을 마셨다.
원래 시작은 마시던 남은 양주 반병이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 정재욱은 딱 양주 반병만 마시고 자자 싶었다.
하지만 그 반병을 마시고 나니 취기가 올랐고, 제대로 발동이 걸려버렸다.
뒤이어 두 병의 양주을 더 마시고, 그대로 책상에 뻗어버린 정재욱.
그런 그를 다음 날 아침 8시가 다 돼서, 그의 아내가 깨운 것이다.
“헉!”
시간을 확인한 정재욱이 기겁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지 두통에 이어 현기증이 일었다.
“여봇!”
비틀거리는 그를 보고 놀란 그의 아내 고미나가, 그래도 그가 남편이랍시고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안 되겠어요. 우리 병원가요.”
“병원은 무슨....그냥 술이 아직 덜 깨서 그런 거뿐이야. 비켜. 나 씻고 출근해야 돼.”
“오늘 하루 쉬면 안 되요?”
걱정이 된 듯 아내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말했는데, 정재욱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 오늘 신임 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을 임명 할지 몰라. 출근해서 그분 눈도장 찍어놔야 돼.”
비록 신임 경찰청장에게 찍혀서 제주도로 발령 날게 확실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은가?
신임 경찰청장의 마음이 바뀌었던지, 아니면 새로 서울경찰청장에 임명 된 분이, 정재욱을 서울에 계속 붙잡아 줄지 말이다.
정재욱은 기어코 아내를 뿌리치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대충 세수만 하고 욕실을 나와서는, 안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출근하러 집을 나서려 할 때였다.
“여보. 이거라도 마시고 가요.”
아내가 급하게 탄 꿀물을 그에게 건넸다. 안 그래도 속이 쓰렸던 정재욱은, 그 꿀물을 받아서 쭉 들이키고는 바로 집을 나갔다.
그렇게 출근길에 오른 정재욱은, 차가 밀리는 바람에 5분 정도 늦게 서울경찰청에 도착했다. 서둘러 차에서 내린 그가 서울경찰청 본관 건물에 들어섰을 때였다.
그곳 게시판에 부착 된 인사발령 공고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 중 누가 정재욱을 발견하고는 옆 사람에게 수군거렸다.
그러자 거기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정재욱을 쳐다봤고, 이내 시선을 거둔 그들이 우르르 그 자리를 떠났다.
“뭐야?”
정재욱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불쾌해 하며 게시판으로 다가갔고, 그곳에 부착 되어 있는 인사발령 공고를 보고 와락 얼굴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