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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20화 (3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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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에게서 뜯어 낼 거 다 뜯어내고, 너덜너덜해진 그와 작별을 고하고 조사실을 나왔다.

마지막에 내가 내민 손을 추진호 대표는 잡지 않았다. 그 만큼 그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고, 그 여파가 어디로 미칠지는 뻔했다.

“합의 다 끝냈으니까, 나머지는 이 변호사가 처리해 줘요.”

“네. 대표님.”

나는 내 고문 변호사인 이주혁에게 나머지 뒤처리를 맡겼다.

박혜은과 쉐링턴 호텔 측과는 이미 얘기가 끝나 있었다. 내가 고발, 고소를 취하하라고 하면 따르기로 말이다. 그리고 추병진과도 무조건 합의하는 걸로.

박혜은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후에 서초경찰서에 오지 못했다. 대신 저녁 7시에 와서 참고인 진술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박혜은은 내일 따로 시간 내서 나와 만나기로 했다.

“최 변호사는 나와 같이 갑시다.”

어차피 회사로 가야 하니 나는 최태욱 변호사를 데리고 서초경찰서를 나섰다. 그때 내가 내 옆에 최 변호사에게 말했다.

“내 차로 갑시다.”

“네. 뭐....”

최 변호사도 차를 가지고 왔지만 그 차는 내 경호팀원이 운전해서 오기로 하고, 나는 내 옆자리의 송 부 팀장을 조수석으로 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최 변호사를 앉혔다.

이미 최 변호사에 대한 분석은 끝나 있었다. 「개눈깔」아이템을 통해서 말이다.

내가 살핀 최 변호사는 책임감 있고, 청렴한 인물로 나왔다.

물론 고집이 세고 야심도 많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소시오 패스 변호사인 이주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나는 이주혁을 제거하고 나서 ,최태욱을 내 고문 변호사로 키워 볼까 생각 중이었다.

물론 그걸 확실히 결정한 건 아니다.

아무래도 내 고문 변호사가 되려면, 변호사로서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법조계에 영향력이 있어야 하는데, 최태욱은 이주혁에 비해 그 점에서 많이 모자랐다.

물론 이주혁이야 자기 아버지가 국내 최대 로펌의 대표니, 스스로 이뤄낸 배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 빽도 빽은 빽이니....

그래서 최태욱은 계속 회사에 두고 키워 보다가, 한 20년 쯤 뒤에 로펌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20년 동안 나는, 다른 최고의 로펌을 이용하면 될 것이고.

회사로 가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최 변호사에게 물었다.

“이주혁 변호사와는 어떻게 아는 사입니까?”

내 그 물음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최태욱이 바로 대답했다.

“연수원 동깁니다.”

“그래요? 최 변호사가 보기에 이주혁 변호사는 어떤 변호사 같습니까?”

“이 변호사요? 그 새끼는 미친놈입니다.”

“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신랄한 최태욱의 이주혁에 대한 평가에 내가 놀라 할 때, 최태욱이 내게 차분히 말했다.

“대표님께서도 차차 알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주혁 변호사는 사이코입니다. 제가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그 자식 정신 감정하면 분명 사이코패스나 소시오 패스 일겁니다.”

나는 최태욱의 말을 듣고 그의 통찰력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걸 전혀 티내지 않고 다시 최태욱에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제가 이주혁을 처음 안 건....”

최태욱은 이주혁에 대해 상당히 조리 있게 내게 얘기했다. 그의 얘기는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주혁이 미친놈이라는 정황만 떠들었을 뿐, 물증이나 증인은 없었다.

그게 바로 이주혁의 무서운 점이었다. 내가 양태석을 통해 알아 본 바로도, 이주혁은 절대 자신의 소시오 패스란 게 드러나지 않게, 철저히 주위를 속이고 살고 있었다.

그건 최태욱도 알고 있는 거 같았다.

“....데 워낙 철두철미한 놈이라 흔적도 남기지 않아요. 그러니 사람들은 다 속고 살 수밖에 없는 거고요.”

최태욱이 그 점이 상당히 답답하다는 듯 말 할 때, 나는 그 말에 동조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네? 지, 지금....제 말을 믿는단 말입니까?”

“네. 저도 이주혁이 소시오 패스란 걸 알고 있습니다.”

“....”

내 말에 완전 놀란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최태욱. 그런 그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최 변호사만 그 사람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도 봤어요.”

“아아....”

내 말에 감격한 얼굴이 역력한 최태욱. 그런 그와 이주혁에 대해 좀 더 얘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를 태운 차가 JYB엔터 본사에 도착했다.

* * *

나는 최태욱 변호사를 JYB엔터 본사 건물 입구 앞에서, 먼저 내려주고 계속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있어?”

-아뇨. 없습니다.

“그럼 나 먼저 퇴근한다.”

-네. 그러세요.

김 비서와 통화 후, 나는 오늘 퇴근하면 가던 내 여자 집 주인인, 박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던지 박지수가 내 전화를 바로 받았다.

“뭐해?”

-집에 있죠. 뭐하긴 뭐해요.

“가도 돼?”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이건 오라는 소리다. 예전에 그녀는 내가 자기 집에 오는 걸 정말 싫어했다.

그래서 내가 갈까 물으면 갖은 핑계를 다 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 말자지에 뻑 갔군.’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박지수에게 말했다.

“지금 갈 테니까 외출 준비하고 있어.”

-네?

“장 봐서 맛있는 거 만들어 먹자.”

-뭐, 뭘 봐요?

“같이 장 보자고. 필요한 거 있으면 사고. 왜? 싫어?”

-아, 아뇨. 싫다기보다....그럴 시간....아아....있구나.

아직 오후 5시도 안 됐다. 여기서 한남동에 가서 그녀를 픽업해서, 근처 마트나 백화점에 가도 6시 전일 테니, 장보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도착하는 대로 전화 할 테니까 바로 내려 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내가 옆을 쳐다보자, 조수석에서 내 옆자리로 복귀한 송명철 부 팀장이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한남동으로 가자.”

“네. 부 팀장님.”

최태욱 변호사를 내려주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지 않았던, 나를 태운 차를 비롯한 경호차량들이, 곧장 도로로 나가서 한남동 방면으로 움직였다.

출퇴근 시간이 막 시작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른 시간이라 차가 막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30분 만에 박지수가 사는 한남동 타운하우스에 도착한 나는, 그녀에게 말한 대로 바로 박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다 왔어. 내려 와.”

-알았어요.

5분쯤 뒤 박지수가 내려왔는데, 한껏 꾸민 그녀는 여신과 다름없었다.

여성의 외모를 언급할 때 ‘예쁘다’, ‘귀엽다’, ‘멋있다’는 말로 부족함을 느낄 때, 우리는 ‘여신같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물론 완벽한 얼굴에 롱 헤어, 늘씬한 몸매 등 박지수는 여신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랬기에 내가 그녀를 보고 여신이라고 생각 한 거고 말이다.

요즘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블랙 혹은 브라운 대신 과감히 연한 하늘색 가죽 재킷을 선택한 박지수.

하지만 이것이 그녀가 주목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순 없었다.

재킷 속에 저지 티셔츠가 하얗지 않았다면, 혹은 그 아래 매치한 쉬폰 원피스가 그토록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면, 완벽한 여신 룩은 완성될 수 없었겠지.

재킷과 스커트, 그리고 가방까지 파스텔 톤으로 컬러를 매치 시킨 건, 그녀의 패션 센스는 여전히 뛰어났다. ‘

‘그러고 보니 박지수, 밀라노에서 패션 스쿨에 다녔다고 했던가?’

그 기간이 비록 길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그쪽으로 재능이 있다는 건,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바였다.

* * *

저번 주에 스케줄을 끝으로 일이 툭 끊긴 박지수. 그런 그녀 매니저 한은정이 박지수의 집 소파에 앉아서, 걱정스런 얼굴로 베란다 화분에 물주고 있는 박지수를 보고 말했다.

“언니. 우리 1인 기획사 말인데....아무래도 접어야 할 거 같아.”

“왜?”

“수익이 없다보니....벌써 세 달째 적자야.”

“네 월급이랑 사무실 운영비는, 내가 주고 있잖아?”

“그렇기는 한데....매달 적자 나는 회사를 계속 꾸려 나갈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냥 그분한테 JYB엔터와 계약하게 해달라고 해요.”

“그럼 너는?”

“저도 거기 들어가면 되죠.”

“그 인간이 행여나 너를 거기 넣어주겠다.”

“왜요? 달라졌다면서요? 언니 부탁인데 안 들어 줄까요.”

“뭐....확실히 달라지긴 했지. 근데 개새끼가 줄긋는다고, 호랑이 새끼가 되는 건 아니잖아.”

“크크크크. 그 소리는 또 어디서 들었어요?”

“왜? 아냐?”

“호박이 줄긋는다고 수박 되나 겠죠.”

“아아. 맞다. 뭐 아무튼 너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잖아? 그럼 된 거지.”

“근데 오늘 저녁은 뭐해 드실 거예요?”

“글쎄. 그냥 귀찮은데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좋죠. 그런데 집에 라면은 있어요?”

“싱크대 뒤져 봐.”

박지수의 말에 소파에서 일어난 한은정은 주방으로 가서, 싱크대 서랍을 다 열어보고 그 위 찬장까지 전부 뒤졌다. 하지만 라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언니. 라면 없는데요?”

“그래? 그럼 너 내려가서 라면 좀 사 와.”

“알았어요.”

그렇게 대답하고 한은정이 막 주방을 나와서, 라면 사러 현관으로 가고, 박지수가 화분에 물을 다 주고 거실로 들어와서, 거실테이블 위에 올려 둔 자신의 핸드폰을 챙겨 들었을 때였다.

박지수의 핸드폰이 울렸고 박지수는 누구 전환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전화건 사람이 박지수를 당황케 만들었다. 같이 장보러 가자고 해서.

“언니. 무슨 소리야? 장 보러 간다니?”

한은정이 박지수가 통화하는 걸 듣고 다가와서 물었다.

“그 인간이 글쎄 나보고 같이 장보러 가잔다.”

“네? 그, 그럴 리가? 진짜 그 인간 맞아요?”

“맞아. 그보다 나 외출 준비해야겠다. 여기로 오는 중이라니 서둘러야지.”

한은정은 박지수가 후다닥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그 인간도 그렇고, 언니도....둘 다 이상해.”

그러다 한은정이 박지수가 들어간 안방을 향해 소리 내서 물었다.

“언니. 라면 어떡해?”

“그냥 놔둬. 장보러 가서 사 올 테니까.”

“알았어.”

그렇게 20분 뒤 박지수가 화장을 하고 뭘 입을지 한은정을 불러서 물었다.

“이렇게 입을까? 아님 이렇게?”

“난 그게 더 나은 거 같아.”

“그래?”

박지수는 매니저인 한은정이 선택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그 뒤 한은정이 거울에 비친 박지수를 보고 말했다.

“언니. 진짜 예뻐요. 진짜 연예인 같아.”

“우씨. 나 연예인 맞거든.”

“요 며칠 집구석에 처박혀 있다 보니, 언니가 그 탑스타 박지수란 걸 깜빡 했네.”

“....”

한은정의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박지수의 가슴에 꽂힌 모양이다.

거울 앞에 선 박지수의 표정이 굳었고, 그걸 보고 한은정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

“언니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박지수의 굳어 버린 얼굴은 다시 펴질 줄 몰랐다. 그러면서 그녀가 뒤돌아 자기 매니저 한은정을 보고 말했다.

“나 진짜 JYB엔터에 들어갈까?”

그 말에 한은정이 짧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하아. 현실적으로 거기 들어가면 일이야 있겠죠. 물론 예전처럼 언니가 주연 역을 맡진 못하겠지만....”

그때 박지수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백준열이었다. 박지수는 그의 전화를 받고 나서 바로 밑으로 내려갔다.

“타시죠.”

그러자 대기 중이던 백준열의 차 문을 그의 경호원이 열어주었다.

그녀가 그 차에 타자, 먼저 타고 있던 백준열이 그런 그녀를 반기며 말했다.

“오늘 진짜 예쁘게 하고 왔네?”

여자치고 예쁘다는 말을 싫어할 여자는 없었다. 그건 박지수도 마찬가지였고. 살짝 얼굴을 붉힌 박지수가 백준열을 보고 말했다.

“장 보러 어디 갈 건데요?”

“가까운데 가지 뭐. 혹시 가고 싶은 데 있으면 말하고.”

“아뇨. 그냥 여기서 제일 가까운 행운 마트로 가요.”

박지수의 말에 그녀에게 차 문을 열어주고, 다시 조수석으로 옮겨간 송명철 부 팀장이, 눈치껏 알아서 옆자리 운전석의 경호팀원에게 말했다.

“행운 마트로 가.”

“네. 부 팀장님.”

우리를 태운 차는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행운 마트로 향했다.

* * *

소시오 패스지만 일처리 하나 만큼은 칼 같이 잘 하는 이주혁 변호사.

그는 서초경찰서에 남아서 백준열 대표가 지시한 일 처리를 그야말로 신속하면서도 깔끔하게 해치웠다. 그런 그를 보고 상대변호사인 강태욱이 혀를 내둘렀다.

“과연 ‘월드’의 에이스다운 실력이야.”

“뭘요. 이걸로 합의는 다 끝난 거 맞죠?”

“어. 경찰에서 사건 종결만 하면 돼. 그건 내가 확인하고 갈 테니까, 이 변은 그만 가 봐.”

“알겠습니다. 선배님도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잘 들어가.”

추병진의 변호사인 강태욱은 상대 쪽 변호사를 보내고 나서, 합의서를 들고 추병진의 담당 형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에게 합의서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다 합의했으니 선처 바랍니다.”

그러면서 담당 형사의 눈치를 살피는 강태욱. 왜냐하면 추병진이 거짓진술을 해서 괘씸죄에, 전과까지 있다 보니 담당 형사에게 제대로 찍혀 있었다.

하지만 담당 형사에게도 백준열 대표가 손을 써 둔 거 같았다.

“그쪽에서 봐 주라고 해서 봐 주는 겁니다. 앞으로 조심하라고 하세요.”

담당 형사는 정말 이대로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 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백준열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사건을 여기서 종결지었다.

그걸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한 강태욱이, 곧장 추진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그러자 재깍 그의 전화를 받는 추진호 대표. 그런 그에게 강태욱이 곧바로 대답했다.

“사건 종결 됐습니다.”

-휴우. 수고했네.“

급한 약속 때문에 먼저 서초경찰서를 나온 추진호 대표. 근데 그가 강태욱에게 골치 아픈 부탁을 했다.

-저기....강 변호사. 병진이 말이야. 자네가 어디 좀 데리고 가 있어. 그리고 거기가 어딘지 내게 알려주고.

“네?”

딱 봐도 추진호 대표가 아들 추병진을 가만 안 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 큰 아들 혼내는 게 어디 쉬운가?

추진호는 자신이 부르면 추병진이 오지 않고 어디로 튈 것을 염려해서, 강태욱에게 추병진을 어디 좀 잡아두고 있으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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