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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26화 (32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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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어제 오늘, 홍대복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탈탈 털렸다.

그가 조폭계에 뛰어들면서, 저질렀던 30년도 넘은 죄목까지 다 나왔다.

물론 그것들이야 이미 공소시효(公訴時效, 어떤 범죄사건이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가 지났으니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그 뒤에 줄줄이 사탕처럼 나오는 죄목들이 문제였다.

그것들 다 엮어서 형을 때리면 20년은 족히 감빵에서 썩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나가 봐.”

“네?”

점심으로 오늘도 돼지국밥을 먹고 양치질을 제대로 못해선지, 입에서 돼지고기 특유의 역한 냄새가 풀풀 났다.

비록 자기 입에서 나는 냄새지만 그 냄새를 못 참겠던 홍대복. 그래서 그가 오후 취조에 앞서, 담당 검사에게 양치질 좀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하려 했는데, 그의 담당 검사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할 때였다.

“기소는 될 거야. 법원에서 부르면 나오는 게 좋을 거고. 나오기 싫으면 안 나와도 돼. 수고스럽겠지만 경찰이 잡으러 갈 테니까. 김 계장님. 저 인간 내 보내세요.”

“네.”

사전에 얘기가 되어 있었던 듯, 담당 검사의 말에 검찰공무원, 사법경찰이 홍대복의 손에 채워져 있던 수갑을 풀어주었다.

“갑시다.”

그리고 홍대복을 중앙지검 청사 밖까지 데리고 나갔다.

“가보쇼.”

그리곤 진짜 홍대복을 혼자 두고 중앙지검 안으로 들어갔다.

“허얼....”

홍대복은 이게 뭔 일인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법정 최고형을 때릴 거라며 협박해 대던 담당 검사였다. 그런데 그 한 시간 뒤에 이렇게 자신을 풀어 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그가 자유를 되찾았다는 건 일단 현실이고 팩트였다.

그가 경찰에 잡혔을 때 소지하고 있던 것들이, 그대로 그의 옷 속에 있었다.

물론 핸드폰은 경찰이 포렌식 한다고 가져가서 아직 돌려주지 않았지만, 그것 말고 지갑이며 시계, 반지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넣어져 있었다.

“왜 풀어 줬는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를 벗어나고 보자.”

홍대복은 주위를 살폈고, 그때 U턴한 택시가 중앙지검 앞을 막 지나가려는데, 마침 빈 택시였다.

“택시!”

홍대복이 크게 소리치며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서 흔들었다.

다행히 그걸 본 듯 택시가 우측 깜빡이를 켜고는, 홍대복이 서 있는 길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홍대복 앞에 멈춰 서자 홍대복이 ,바로 택시 뒷좌석에 타면서 말했다.

“고속버스 터미널로 갑시다.”

홍대복은 더 이상 서울에 있고 싶지 않았다. 법원에서 부르면 출석하기는 개뿔. 경찰? 잡을 테면 어디 잡아 보라지.

홍대복은 이대로 어디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한 몇 년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살 생각이었다. 검경이 그런 자신을 찾아낸다면 어쩔 수 없이 재판을 받을 거고, 아니면 지명수배자로 살아가게 되겠지.

“어?”

그런데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야 할 택시가 딴 쪽으로 가고 있었다.

“뭐야? 왜 저기서 우회전 하지 않고....”

그때 운전석의 택시 기사가 운전 중에 갑자기 방독면을 썼다.

피시이이이!

그리곤 택시 안에 뭔가 새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머리가 어질해진 홍대복. 그가 의식을 잃고 픽 쓰러지자, 택시기사가 택시 앞뒤 차창을 싹 다 열었다.

그렇게 차 안 환기를 다 시킨 후, 택시기사가 쓰고 있던 방독면을 벗더니,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헉헉헉헉....세르게이....방독면 필터 마개를 막아 놓으면....어쩌자는 거야?”

택시 기사는 빠르게 숨을 고른 다음, 택시 앞뒤 차창을 도로 닫았다.

그 뒤, 근처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경기도 화성 방면 쪽으로 빠르게 택시를 몰았다.

* * *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에 위치한 한 돼지 농장.

그곳은 김훈 에이전시 소유로, 서울과 경기 인근에서 나온 시체는 주로 거기서 처리됐다.

푹! 척! 푹! 척!

근데 지금 쯤 서울에서 김훈이 시킨 일을 처리하고 있어야 할, 세르게이가 이곳 돼지 농장에서 돼지 똥을 치우고 있었다.

“크으윽. 지독하군.”

세르게이가 러시아말로 혼자 중얼거리며, 연신 삽으로 돼지 똥을 퍼서 리어카에 실었다.

보통 다른 농장에서는 외바퀴 손수레에 가축의 변을 실어 날랐는데, 이곳은 돼지가 많아서 리어카에 퍼 담아서 치웠다.

그렇게 세르게이가 돼지우리 네 곳을 다 치워 갈 무렵, 서울 택시 한 대가 농장 입구를 통해 안으로 쭉 들어왔다. 그리고 돼지우리 앞에 멈춰 서더니, 택시 기사가 택시에서 내려서는 세르게이가 있는 쪽을 향해 외쳤다.

“세르게이. 손님이 정신 차렸어.”

그 말에 세르게이가 삽을 들고 택시 쪽으로 뛰어왔다. 그때 택시 뒷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누가 내렸다. 하지만 어지러운 듯 비틀 거리던 그 사람이 겨우 중심을 잡고 섰을 때....

터엉!

세르게이의 삽이 그대로 그 사람의 안면을 때렸고, 그 사람은 그 자리에 픽 쓰러졌다.

그러자 택시기사가 세르게이에게 삿대질을 하며 뭐라 시끄럽게 따졌다.

“....데 방독면 마개는 왜 안 열어 놓은 건데? 그리고 그 냄새 맡으면 두 시간은 시체처럼 뻗어 있는 다며? 근데 한 시간 좀 지났는데, 이렇게 정신을 차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세르게이는 그런 택시 기사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풍기는 돼지 똥 냄새가 택시기사의 코를 직격했다.

“우웁....이게 무슨 냄새야? 저, 저리 가.”

택시 기사가 묵은돼지 똥 냄새에 혼비백산해서 뒤로 대 여섯 걸음 물러나자, 세르게이는 돈사 옆에 세워 둔 외바퀴 손수레를 챙겨서, 그의 삽에 맞아 기절한 사람을 거기 실었다.

그리곤 돈사 뒤쪽에 있는 돼지 사료를 쌓아 둔 창고로 손수레를 밀고 갔다.

그런 그의 뒤를 택시 기사가 투덜거리며 뒤 따랐고.

원래 킬러인 세르게이는 타깃을 제거하면, 그 자리만 뜨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킬러에서 처리자로 전직을 하면서,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세르게이가 죽인 타깃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였다.

이제 세르게이와 한 팀이 된 철수는, 그 문제 해결을 위해서 김훈 에이전시 처리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그들이 말하기를 서울, 경기에서 제거한 자들은, 화성의 돼지 돈사에서 시체를 처리한다고 했다.

해서 철수가 그곳 돈사에 전화를 했더니, 그곳 돈사 관리인이 그랬다. 시체 하나 처리하는 데 수고비로 현금 200만원 내 놓으라고 말이다.

하지만 철수나 세르게이에게 당장 현금 200만원이 어디 있나?

그래서 이번 의뢰 수행 후 돈을 받으면 그때 주겠다고 했더니, 시체 처리비는 무조건 현금 박치기해야 한다나?

그러면서 현금 없으면 몸으로 때워도 된다고 했다.

“네? 돼지우리 4곳에 똥을 치우라고요?”

그렇게 하면 거기 돼지 돈사에서 시체 처리를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곳 돈사와 그곳 시설을 사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그 말은 시체 처리를 그들이 직접 해야 한다는 소리고.

그 말을 듣고 나서 철수는 곧장 다른 처리자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처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돼지우리 치우는 거 진짜 힘들다고 했다.

보통 사람은 하루 종일 일해도 돼지우리 두 개도 겨우 치운다고.

그 말을 세르게이에게 얘기하자, 세르게이가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철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돼지 돈사에서 돼지우리에 똥 치우는 동안, 철수 네가 그 홍대복인가 하는 자를 여기로 잡아 와.”

“뭐?”

세르게이의 처음 그 말에, 철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세르게이의 자세한 설명이 더해지자, 철수도 수긍이 되는 지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게이가 시킨 대로만 하면, 홍대복을 철수 혼자서도 충분히 납치해서, 화성에 있는 돼지 돈사로 데려 올 수 있을 거 같았다.

“좋아. 해 볼게.”

그게 아니면 다른 방법도 없었던 터라, 철수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먼저 택시부터 구했다.

그 다음 그 택시에 세르게이가 간단한 장치를 설치했다. 그리고 거기에 신경가스 배출기를 넣고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반드시 방독면 쓰고 배출기 열어. 그 전에 열려면 숨을 참고 열던지. 알았지?”

“알았어. 이제 그만 좀 말해라. 한 번 더 들으면 귀 썩겠다.”

그렇게 해서 당일 날 아침에 세르게이가 먼저 화성 돼지 돈사로 가고, 택시기사로 변신한 철수가 오후에 홍대복이 나올 때가 다 되자, 중앙지검 입구 앞에서 택시를 몰고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홍대복이 나왔고 그가 택시를 부르자, 철수가 쪼르르 거기로 가서 홍대복을 택시에 태웠다. 그리고 홍대복이 가자는 고속버스터미널을 가지 않고, 중간에 신경가스를 배출 시켜서, 그를 기절 시킨 다음 화성 돼지 돈사로 데려 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 * *

홍대복은 택시기사가 갑자기 방독면을 쓰는 걸 보고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머리가 핑 돌자 ‘아차’ 싶었다. 그 뒤, 의식을 잃었고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여전히 택시 안에 있었다. 그리고 택시가 꿀렁 거리는 게 택시는 이동 중이었다.

“으으으....”

가급적 그가 깬 것을 택시기사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고 입을 다물었는데, 정신이 돌아오면서 계속 한 자세로만 쓰러져 있었던 탓에, 왼팔이 마비가 되었고 몸을 움직이다 보니, 그곳에 찌릿한 통증까지 더해지면서, 입 밖으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히익!”

그 소리를 들은 듯 택시기사가 백미러를 통해서 뒷좌석을 보고는 기함을 했다. 하지만 택시는 계속 움직였고, 그 동안 홍대복은 꿈틀거리며 굳은 몸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근데 잠시 뒤 택시가 멈춰 섰고, 택시기사가 운전석에서 후다닥 내렸다.

“으으윽....”

그걸 보고 겨우 팔을 움직이게 된 홍대복이 택시 문을 열었다. 그리곤 힘겹게 택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앉아 있었던 탓에 다리에 중심 잡고 서기가 좀 힘들었다. 그래도 이를 꽉 깨물고 기어코 두 다리로 버티고 서는데 성공한 홍대복.

‘됐다.’

속으로 이제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며 좋아 할 때였다. 뭔가 시커먼 것이 그의 얼굴로 날아왔고, 맞는 순간 머리가 띵해진 홍대복은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크으으으....”

그런 홍대복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윽!”

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팔다리가 의자와 일체형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꼼짝달싹 못하게 그의 팔과 다리가 의자에 꽁꽁 묶인 신세가 됐다는 소리다.

혹시나 싶어서 꿈틀거려 봤는데, 누가 묶었는지 어디 빈틈 하나 없이 잘도 묶어 놨다. 거기다 입 안에 뭘 쑤셔 넣어 틀어막고, 그 위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 놨다.

이러면 홍대복이 아무리 소리쳐도 그가 내는 소리는, 이곳 창고 안을 뚫고 나가지 못했다.

‘여기는....’

창고 안이 온통 사료 천지였다. 거기에 이 지독한 냄새는....

‘축사다. 근처 축사가 있어.’

그리고 그 축사의 가축들에게 먹일 사료가 여기 쌓여 있는 걸 테고. 그때였다.

“세르게이. 저 사람 정신 차렸어.”

“그래?”

잠시 후 외국인 한 명과 그를 여기까지 택시에 태워서 데려 온자가 나란히 홍대복 앞에 나타났다

“으으음음음....어어어엄....”

홍대복이 그들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디고, 너희는 누구냐고. 하지만 그의 입 안 가득 들어찬, 천 쪼가리 때문에 그의 말은 그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못했다.

“뭔가 할 말이 있나 본데? 입 만 풀어줄까?”

“아니. 그만 둬.”

“왜?”

“테이프 다 썼다.”

“아아....”

홍대복은 둘의 대화를 듣고 기가 찼다. 그러니까 그의 입을 막을 테이프 없다고, 할 말 많은 그의 입을 풀어주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 홍대복은 그깟 테이프 그가 100개, 아니 1,000개라도 당장 사줄 테니, 당장 그의 입에 테이프 좀 떼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입은 단단히 틀어 막혀 있었고, 지금 여기서 그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 *

철수는 언어적으로는 뛰어났지만 기계치였다. 그런 그가 돼지 사료를 만드는 기계를 돌릴 줄 알 리 없었다.

쿠웅! 우우우우웅!

그때 세르게이가 능숙하게 돼지 사료 제작 기계를 작동 시켰다. 그리곤 그 기계들이 예열되기를 기다리며 옆에 사료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번에 만들어질 사료의 재료로 쓰일 홍대복이 의자에 묶인 채 의식을 잃고 있었는데, 그 사이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철수가 바로 알아보고 세르게이에게 말하자 세르게이가 곧장 홍대복에게 다가가서, 그의 상태를 대충 살폈다. 그리곤 그의 뒤에 서 있던 철수에게 물었다. 하지만 질문이 길어선지 세르게이는 러시아어로 물었다.

“의뢰인이 이 놈 어떻게 죽여 달라고 특별히 부탁한 거 있다며? 그게 뭔지 말해 봐.”

“김훈 대표가 말하기를, 의뢰인이 가급적 저 놈이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다가,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하면....그때 죽이라고 했었어.”

철수의 대답에 세르게이가 히죽 웃었다. 세르게이가 지금 킬러로 여기 있었다면, 그는 바로 눈앞에 홍대복을 죽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돼지 사료 만드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세르게이는 가급적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그에게 주어진 의뢰인지 뭔지를 서둘러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의뢰자가 타깃을 죽이기 전에 요구한 게 있다면, 그것까지는 어떻게든 들어줘야 했다. 아니면 내일 한 바탕 난리가 날 테니까. 보나마나 김훈이 지랄염병을 떨 테고 말이다. 세르게이는 그게 싫어서 의뢰자가 원한대로 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막 호주머니 속에서 잭나이프를 꺼낼 때였다.

“이걸로 해.”

철수가 쇠망치 하나를 세르게이에게 건넸다. 세르게이는 무심코 그 쇠망치를 받았고. 그러자 철수가 대 놓고 세르게이에게 섬뜩한 소릴 내 뱉었다.

“그걸로 발가락 다 뭉개 놓으면, 아마 저놈이 죽여 달라고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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