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34화 (334/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서울 도로가 안 막힐 리 있나? 그래서 박지수보다 10분 정도 늦게, 표준수 감독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내가 시킨 대로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 전화를 받고서야 차에서 내렸다.

“오래 기다렸어?”

“아뇨. 저도 방금 막 왔어요.”

우리는 식장 입구 앞에서 일단 만났다.

장례식장이라고 한들, 그녀의 외모가 감춰 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탑 스타급 외모는 어디에 갖다놔도 빛날 수밖에 없었다.

“가자.”

“네.”

나는 직접 그녀를 에스코트해서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그런 내 주위는 문대식과 그의 경호팀원들이 잘 에워싸고 있었고. 하지만 빈소 안까지 경호팀원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었다.

해서 그들은 두고 나와 박지수만, 빈소 안으로 들어가서 영정 앞에 섰다. 그때 나는 이미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느끼고 있었다.

상주석에 서 있는 두 여자 중, 젊은 여자가 나와 박지수가 빈소에 들어서기 전부터, 우릴 곧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고인의 영정 앞에서, 설마하니 행패를 부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게 보통 사람의 상식이니까.

하지만 종종 그 상식을 파괴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똘아이라고 부르고.

근데 표준수 감독의 하나 뿐인 딸이, 그 똘아이일 줄이야....

“으윽!”

그리고 그 똘아이가 날 뛰다가 내 가슴을 손톱으로 긁었다.

박지수를 덮치려고 나와 실랑이를 벌이던 과정에서 생긴 일인데, 어째든 긁힌 부위가 하필 가슴이다 보니, 그 자리에서 아프다고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어째든 결과적으로 박지수와 나는, 표준수 감독의 마지막을 제대로 보내줄 수 없었다.

표준수 감독의 똘아이 딸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하지 말았어야 할, 큰 실수 두 가지를 저질렀다.

하나는 내 가슴을 손톱으로 긁어 생채기를 낸 것이고, 또 하나는 장례식장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 놓고 박지수를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 해서, 그녀를 모욕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것이다.

증인은 넘쳐 났다. 남은 건 표준수 감독의 딸을 허위사실 유포죄,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것만 남았을 뿐.

딱 봐도 표준수 감독은 딸을 잘못 키웠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 뛰는 걸 보니 말이다.

아마 이 일로 인해서 표준수 감독의 딸도 깨닫게 될 것이다.

함부로 까불고 주둥이 털다가, 좆 된다는 걸 말이다.

“뭐, 뭐하는....”

차 안에서 내가 걸치고 있던 검은 정장 상의를 벗고, 갑자기 와이셔츠 단추까지 풀자, 내 옆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던 박지수가 기겁했다.

하지만 와이셔츠 단추가 풀리며, 드러난 내 앞가슴에 누가 봐도 손톱으로 긁힌 생체기가 드러나자, 그걸 본 박지수가 놀라며 외쳤다.

“병원으로 가요.”

그런 그녀에게, 나는 와이셔츠를 다시 여미고 단추를 다시 채우며 말했다.

“살짝 긁힌 거 가지고 병원은 무슨....괜찮아.”

“하지만 쓰라릴 텐데....”

그러다 이내 고개 푹 숙이며 말했다.

“나 때문에....미안해요.”

“그 참. 당신이 긁은 것도 아닌데 왜 미안해?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네?”

내 물음에 아무 생각도 없는지, 그게 무슨 말이냐며 멀뚱히 나를 쳐다보는 박지수.

역시나 그녀는 자신에게 행패를 부린 표준수 감독의 딸에 대해서, 아무런 제재를 가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러니 표준수 감독의 딸이, 자기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미쳐 날뛰는 똘아이가 된 거다.

* * *

나는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박지수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박지수가 발끈했다.

“안 돼요. 고, 고사라니....그 아이에게 내가 어떻게....”

“아니. 할 거야.”

“대표님!”

“사람들은 착각을 잘 해. 근데 그게 착각이란 걸 모르는 경우가 많아. 너처럼.”

“네?”

“전 남편의 아이니까 조심스러웠지? 그런데 말이야. 만약 그 아이가 네가 낳은 아이라고 생각해봐. 좀 전 같은 상황에서 너라면 어땠을 거 같아?”

“그, 그건....”

탑 스타지만 박지수는 예의를 중시하는 개념 있는 배우였다.

그런 그녀가 자기 아이가 그렇게 똘아이처럼 구는데, 가만 내버려뒀을 리 없었다.

“봐 주는 게 최선은 아니야. 훈계할 때는 확실하고 따끔하게 했어야지.”

“그, 그게....”

“뭐 보나마나 돌아가신 표 감독이 애지중지했겠지. 엄마 죽은 딸에 대한 동정심에서 말이야.”

“....”

내 말이 맞는지 아무런 대꾸도 없는 박지수. 그런 그녀에게 나는 확실하게 내 뜻을 얘기했다.

“네 남자이자 보호자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다 취할 거야. 그런 줄 알고 있어. 그리고 어설픈 동정은 그 아이를 더 망칠 뿐이란 걸 명심하고.”

그러니까 그쪽에서 합의를 요구해도 모른 척 하라는 말을, 내가 박지수에게 에둘러서 한 거다.

“알았지?”

“하아....알았어요.”

나는 박지수를 재촉해서 그녀 입으로 굳이 그 대답까지 들었다.

마음 여린 박지수가 그쪽에서 울고불고하면, 어쩔 수 없이 합의해 줄 거 같아서 말이다.

이렇게 내가 확실히 못 박아 놓으면, 박지수도 섣불리 그쪽에 합의 같은 거 못해 줄 테니까.

“만약 네 마음이 흔들리면 나한테 전화 해. 약속?”

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그걸 보고 어처구니 없어하던 박지수. 하지만 내가 계속 새끼손가락을 들고 있자, 이게 진심이란 걸 알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면서 결국, 내 새끼손가락에 자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 뒤, 오후 스케줄을 소화하러 가야 했던 박지수. 그녀가 뒤따라오고 있던 매니저의 차로 옮겨가기 전 내게 말했다.

“저 JYB엔터에 들어갈게요.”

“그래.”

나는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이 흔쾌히 그녀를 JYB엔터로 받아들였다.

정식 계약은 내일 바로 하기로 하고, 내일 점심시간 맞춰서 박지수가 직접 JYB엔터로 오기로 했다.

그 뒤 도로가에 정차한 내가 탄 차에서 내린 박지수가, 바로 뒤에 정차 중인 그녀 매니저 차에 탑승하는 걸 보고 내가 말했다.

“가자.”

“네. 출발!”

박지수가 내리자 어느 새 내 옆자리로 복귀한 문대식의 말에, 내 차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바로 좌측 깜빡이 켜고 도로로 차를 진입시켰다.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아까 통화를 했었던 씨엔스타 하영이었다.

* * *

씨엔스타 하영은 내가 새벽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고, 아침에 내게 전화를 걸어왔었다.

그런 그녀를 나는 잘 위로했고, 또 그녀에게 병원까지 소개시켜 주었다.

물론 바로 그 병원, 병원장에게 출근길에 연락해서 하영이 산부인과로 가면 잘 챙겨주라고 거듭 당부했고. 그랬더니 하영이 그 병원에 간 모양이었다.

-의사선생님부터 거기 사람들, 다들 친절하시더라고요.

“거긴 하영씨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지켜 줄 테니까 안심하고 다녀도 돼요.”

-고맙습니다. 대표님. 근데....

막상 내게 전화 걸어 놓고, 정작 중요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하영. 통화 중 그게 답답했는데, 그때 그녀와 자이언트X 동준의 스캔들이 터진 게 생각이 났다.

“혹시 스캔들 때문에 그래요?”

-네. 그 때문에 전화가 끊이지 않고 와서....

“그래서 전화 받았어요?”

-아뇨. 무서워서 계속 안 받고 있어요.

“잘했어요. 기레기들하고 얘기해 봐야 좋을 거 하나 없고, 하영씨 회사에서는 어떡하든 이번 스캔들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하영씨에게 희생을 강요할 겁니다. 가령 낙태라던가....”

-뭐, 뭐라고요? 낙태요?

내가 낙태를 언급하자, 하영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역시 그녀를 산부인과로 먼저 보낸 건 잘한 일 같았다.

안 그래도 낙태한 것을 후회하며, 소속사와 기나긴 소송전도 불사했던 하영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초음파 사진을 통해 아이의 모습까지 봤으니, 이번에는 절대 낙태 같은 걸 할 리 없었다.

-그건 절대 안 돼요. 대표님. 시키시는 건 뭐든 다 할 테니까 제발 저와 아이를 지켜주세요.

‘빙고!’

하영을 완전히 내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알겠습니다. 하영씨의 부탁을 들어드리도록 하지요.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들이 하영씨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 갈 겁니다. 거기서 심신의 안정부터 취하세요. 나머지 일은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하영과 통화 후 나는 문대식에게 경호팀원 차량 한 대를 XX병원으로 보내게 했다.

그리고 하영을 내 소유의 강남 오피스텔 건물 중 한 곳으로 데려가게 했다. 이어 곧장 그 오피스텔 건물 관리사무소 소장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접니다. 소장님.”

-아네. 대표님.

“공실 있어요?”

-네. 두 곳 비었는데, 한 곳은 어제 계약을 했고 다른 한 곳은 곧 계약을....

“그 비어 있는 방 청소 좀 해 둬요.”

-네?

“지금 그 방 쓸 사람 그리로 가고 있으니까, 서둘러 주세요.”

-아네.

“보안 유지 칼 같이 하고 있죠?”

-그럼요. 저희 오피스텔처럼 출입 통제를 확실히 하는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인기가 많고요.

통상적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보안이 가장 좋은 편이다. 해서 요즘은 혼자 사는 전문직 여성들이, 최신 보안 시스템을 갖춘 오피스텔을 선호하는데, 나는 그걸 노려서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에, 새롭게 최첨단 보안 시스템과 함께 보안 인력을 확충 시켰다.

그 결과 공실률이 확 떨어지면서, 오피스텔 임대 수익이 거의 2배로 늘어났다.

해서 나는 강남 오피스텔 뿐 아니라, 다른 쪽 오피스텔에도 이런 보안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강남 오피스텔처럼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보안 인력을 늘릴 수는 없겠지만. 그 수준에 맞게 확충한다면, 기대 수익은 충분히 노려 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씨엔스타 하영의 신병을 확보한 뒤, 나는 그 다음으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를 뿌리째 뒤흔들 대형 악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내 전화를 김훈 대표가 재깍 받았다.

-네. 대표님.

“오늘 아침에 부탁한 거 어떻게 됐어요?”

오늘 아침 나는 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때,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서 두 가지 부탁을 했다.

둘 다 김훈 대표에게 있어서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거라, 그는 오전 중에 연락 주겠다고 했었다.

-안 그래도 또 전화 드리려 했습니다. 제가 전화 걸 때마다, 어떻게 계속 통화 중이시더라고요.

“오늘 따라 전화가 유독 많이 걸려오고, 또 전화 걸때도 많아서 그런가 보군요. 그래서 그 둘 어디 있나요?”

내가 아침부터 김훈 대표에게 부탁한 건 바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의 가수 라이언과 배우 한지민이 지금 어디 있냐는 거였다. 또한 그들과 다이렉트로 통화 가능한 연락처 하고.

-라이언은 그의 평창동 집에 칩거 중에 있고, 한지민은 스케줄 소화 중입니다. 그 스케줄 표와 그녀 개인폰 번호, 그리고 라이언 평창동 집 전화번호는, 지금 문자메시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평소 내가 뭘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 김훈 대표였다. 하지만 연예계 쪽에는 영 관심이 없는 지, 내 부탁만 들어주고는 바쁘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나는 대충 시간을 확인한 후, 옆에 문대식에게 말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수제버그 맛집 있는데 거기로 가.”

내 그 말에 황당하다는 듯 날 쳐다보던 문대식. 하지만 20분 뒤, 내가 말한 그 수제버그 맛집 앞에 내가 탄 차가 멈춰 섰다.

역시 유능한 문대식. 그런 그에게 내가 또 말했다.

“저 가게 시그니처 버거인 베이컨 치즈버그 세트 두 개 포장 해 와. 아아. 그리고 이거저것 섞어서 햄버그 세트 3개 더 챙기고. 너희들도 저기서 먹을래?”

내 물음에 시간을 확인한 문대식이 그러겠다고 했다. 햄버그가 달리 패스트푸드겠는가?

빨리 먹는 것도 먹는 거지만 빨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해서 10분 뒤 내가 먼저 주문한 햄버그가 나왔고, 나는 그걸 챙겨서 평창동 라이언의 집으로 먼저 향했다.

이전 삶에서 나는 가수 라이언의 팬이었다. 그래서 그의 취향에 대해 좀 아는 데, 그는 햄버거를 유독 좋아했다.

하지만 관리를 해야 하는 연예인인 그가, 패스트 푸드인 햄버거를 마음대로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몰래 먹었는데, 그렇게 몰래 먹던 햄버그 중에서도, 그가 유독 좋아하는 햄버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좀 전 내가 간 그 수제 햄버거 가게의 시그니처 버거인 베이컨 치즈버그고.’

아마 이거면 칩거 중인 라이언의 평창동 집 대문이 열리지 않을까 싶었던 것.

“저깁니다.”

얼마 후 내가 탄 차가 라이언의 평창동 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라이언과 같이 먹을 햄버거를 챙겨서 차에서 내린 뒤, 그 집 초인종을 직접 눌렀다.

라이언을 설득시켜서 그와 바로 계약을 하려면, 대표인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누구세요?

“저는 JYB엔터 대표 백준열입니다.”

-....

라이언도 JYB엔터 대표 백준열은 알 것이다. 그의 소속사인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와 가수 쪽으로 경쟁 관계에 있었으니까.

-무슨 일이시죠?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혹시 계약 때문이라면, 그쪽과 할 말 없으니 그만 가주십시오.

역시 라이언의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애착은 강했다. 만약 내가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그를 설득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하지만....

“점심 드셨어요? 아직 안 드셨으면 저랑 같이 베이컨 치즈 버그 드시죠?”

-뭘 먹자고요?

“베이컨 치즈 버그요.”

-어디 거죠?

“신사동 가로수길에 XX버거요.”

철컥!

평창동 라이언의 집, 육중한 철제 대문이 열렸다.

“오예!”

내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다. 나는 웃으며 양손 가득 햄버거를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라이언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