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01화 (401/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그걸 모를 금명훈도 아닐 테고. 김훈은 잠깐 금명훈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그의 눈에 깃든 살기를 감지해 냈다.

‘아아....’

그제야 금명훈의 생각을 읽은 김훈이 말했다.

“네 뜻대로 처리해.”

“네. 고맙습니다.”

그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었던지 금명훈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그럼 전 이만....”

금명훈은 꾸벅 김훈에게 인사를 하고는 부리나케 대표실을 빠져 나갔다. 그리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은병세가 있는 곳.

그곳에서 은병세는 사지가 결박당한 채 빈 사무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자백제의 효과가 다하자 깊게 잠든 상태의 은병세.

툭툭!

그런 은병세의 얼굴을 발로 차는 금명훈.

“으윽....”

그러자 비몽사몽간에 억지로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어진 은병세. 그가 힘겹게 눈을 뜨자 금명훈이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명훈....”

은병세가 자신을 알아보자, 금명훈이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으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아는 걸 보니 이제 당신이 어떻게 될지도 알겠네?”

그 말에 은병세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로 망하는 법이지. 킬러가 킬러에게 제거 되듯이, 처리자도 결국에는 처리자에게 죽게 되어 있어. 빌어먹을, 마누라가 때려 치라고 했을 때 진즉 때려 쳤어야 했어.”

누가 봐도 은병세는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금명훈은 그가 누구보다 삶에 미련이 많은 인간임을 잘 알았다.

하긴 신비 에이전시에서 지도부 처리자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상대를 현혹시켜서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잡는 건 은병세에게 있어 별거 아닌 일이겠지

‘상대가 나만 아니었다면....’

은병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금명훈을 말로 홀려서 여기를 빠져 나갔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은병세라는 인간을 뼛속까지 다 파악하고 있는 금명훈이었다.

짝!

“어?”

금명훈의 손이 날았고 그 손바닥에 뺨을 맞은 은병세의 고개가 홱 옆으로 돌아갔다. 은병세는 돌아간 고개를 다시 원상태로 돌리며 금명훈을 쏘아봤다.

“너 지금....”

짜악!

하지만 은병세는 자기 말을 다 하지 못했다. 금명훈이 또 그의 뺨을 날렸으니까. 그리고 금명훈의 손찌검은 5분여간 계속 이어졌고, 자기 손바닥이 아파 더 못 때리겠자 몸을 일으킨 그가 이번에는 발로 은병세를 차기 시작했다.

퍽! 퍼억! 퍽! 퍽!

무차별적인 금명훈의 발길질에 은병세는 살아보겠다고 몸을 웅크렸다. 그러면서 최대한 금명훈에게 머리나 주요 급소가 차이지 않게 몸을 꿈틀거리며 맞는 게 금명훈의 눈에 훤히 보였다.

“헉헉헉....C발. 이제 좀 살고 싶어졌나?”

발길질을 멈춘 금명훈의 그 말에도 은병세는 계속 웅크린 상태를 유지했다. 그걸 보고 피식 웃으며 금명훈이 빈 사무실 한쪽에 널려 있는 현수막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현수막 양쪽에 현수막 천을 감고 있던 각목을 빼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목 쪽에 묶여 있는 밧줄도 챙겼다.

그 각목과 밧줄을 챙겨 들고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은병세에게 다가간 금명훈. 그가 싸늘하게 말했다.

“배고프니까 빨리 끝내자고.”

그리곤 들고 있던 각목으로 금명훈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크으윽....아아아악!”

금명훈이 뺨을 때리고 발로 차도 묵묵히 맞기만 하던 은병세. 그가 금명훈이 각목을 휘둘러 대자, 고통에 겨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금명훈의 매타작에 은병세도 더는 참지 못하고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각목에 맞을 때마다 아파했다.

“꾸에에엑....”

그러다 얼마 후 은병세의 입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시뻘게진 은병세가 살려고 몸부림을 쳐 댔지만, 그의 목을 감은 밧줄은 점점 더 그의 목을 조였고, 이내 의식을 잃은 은병세가 몸을 축 늘어트렸다.

하지만 은병세의 목에 밧줄을 휘감은 채 목을 조이고 있던 금명훈은, 족히 3분은 더 그러고 있었다. 그리고 은병세가 숨이 끊긴 걸 재차 확인하고는, 쥐고 있던 밧줄에서 손을 놓았다.

“하아....하아....”

한 동안 싸늘히 식어가는 중인 은병세의 시신 옆에서 가쁜 숨을 고르던 금명훈. 그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그 사무실을 나갔다. 그러자 그 밖에 대기 중인 두 명의 처리자들. 그들을 보고 금명훈이 말했다.

“시신은 알아서 좀 처리 해줘.”

그 말 후 금명훈은 김훈 에이전시의 아지트를 나와서, 인근에서 유명한 내장탕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 * *

김훈 대표와 통화 후 내가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유혜라와 문 팀장이 알아서 주문을 해 놓은 상황. 다른 경호팀원들 중에는 빨리 나온 음식을 이미 먹고 있는 경호팀원도 있었다.

“뭐 시켰는데?”

내가 유혜라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으며 묻자 그녀가 바로 대답했다.

“우렁냉이 된장찌개와 시골 순두부찌개요.”

“난 순두부 별론데.”

“걱정 마세요. 둘 다 내가 먹을 거니까.”

그러니까 내가 먹을 건 유혜라가 챙기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뭐? 그럼 나는?”

“지금 시키세요.”

“뭐?”

내가 어이없어 하자 옆 테이블에 문 팀장이 말했다.

“돈가스하고 비빔밥 시켜 놨으니까 둘 중 하나 고르세요.”

앞서 여기 돈가스가 맛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말했다.

“돈가스.”

그 말을 하기 무섭게 번호가 떴고 유혜라와 문 팀장이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각자 주문한 식당 코너로 가서는 음식을 받아왔다.

“여기....”

문 팀장은 먼저 돈가스를 받아와서 내게 넘기고, 또 한식 코너로 가서 비빔밥을 받아왔다.

그 사이 유혜라는 두 번 왔다 갔다하며 우렁냉이 된장찌개와 시골 순두부찌개를 받아와서는 식탁에 올려놓고, 번갈아 가며 된장과 순두부찌개를 떠먹으면서 신난 얼굴로 밥을 먹었다.

“음....”

내가 먹는 돈가스도 제법 맛이 있었다. 하지만 배가 좀 부른 탓에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한데 유혜라는....

“뭐야? 밥 두 공기를 다 먹었어?”

내가 기가 차하며 말하자, 유혜라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밥그릇이 작아서 두 그릇 먹어도 한 그릇 먹은 거나 진배없어요.”

유혜라는 밥 두 공기를 한 공기로 만들어 버리곤, 그걸 로도 부족한지 소시지 핫바 하나를 챙겨 들고 차에 탔다.

“냄새나게 먹고 탈 것이지.”

그걸 보고 내가 한 소리 했는데, 유혜라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고는, 쩝쩝거리며 기어코 차 안에서 맛있게 핫바 하나를 다 먹어치웠다.

“아아. 이제 좀 살 거 같다.”

그래 놓고 포만감 가득한 얼굴로 행복해 하다가 차가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고 달리기 시작하자 스르르 눈을 감더니....

“와아. 10초도 안 걸리네.”

그대로 잠들었다. 그냥 좀 자면 좋겠는데 꼭 내 쪽으로 머리를 기대왔다. 해서 나는 또 그녀에게 어깨 베개를 대 줄 수밖에 없었다.

지이이잉!

그때 내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누가 보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는 바로 문자 메시지 확인에 들어갔다.

“어디 보자.”

김훈 대표는 문자 메시지로, 내가 보기 좋게 정말 간략하게 신비 에이전시란 곳의 장로 3명이 누군지 적어 보냈다.

“유명석 국회의원, 채병무 한라건설 대표, 홍익태 문성일보 사주.”

그 중에서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나는 문성일보 사주인 홍익태를 잘 알았다.

* * *

사실 내가 인수할 생각인 5개 신문사 중 가장 유력한 곳이 바로 문성일보였다.

그러니까 종편 방송사인 TVM의 인수가, 현재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블랙머니의 박 비서는 내 지시에 따라서 이미 문성일보 주식을 몰래 사들이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박 비서는 이번 주에 문성일보 대주주 두 명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고. 그들 주식을 싹 다 인수한다면, 단번에 주식 32%를 보유하게 된다. 그럼 현재 최대 주주인 홍익태의 29%를 넘어서게 됨으로서 문성일보 경영권도 노려 볼만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문성일보를 움켜쥐고 경영해 나가려면, 홍익태의 지분을 내가 다 인수하는 게 맞았다.

그래서 안 그래도 홍익태를 작업할 생각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홍익태가 신비 에이전시의 장로란다.

“와아. 이거 자칫 좆 될 뻔 했네.”

멋모르고 내가 홍익태를 상대로 객기라도 부렸다면, 되레 내가 홍익태가 보낸 신비 에이전시의 처리자들에게 작업 당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물론 나에게는 견신 시스템과 견신이 준 능력들이 있으니 호락호락 당하진 않았겠지만....

다행히 박 비서가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문성일보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기 망정이지, 내가 자신의 경영권과 주식을 노린다는 사실을 홍익태가 알았다면, 그는 결코 가만있을 인간이 아니었다.

“문성일보 홍익태라....”

홍익태는 홍종수 문성일보 창업주의 아들, 그러니까 재벌 2세로 나보다 20살이 더 많은 양반이었다.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과 함께 백준열과 친분이 있었는데, 투자 문제로 김명진 회장과 대판 싸운 뒤에 홍익태가, 백준열에게 선택을 강요했었다.

자신과 함께 갈 건지, 아니면 김명진 회장과 같이 할 건지를 두고서 말이다.

그래서 당시 백준열은 뭐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이 바로 김명진 회장을 선택했고, 그길로 홍익태와 백준열의 사이도 끝이 났다.

“유치하긴....”

아이들이 싸우는 걸 두고 유치하다고들 하는데, 알고 보면 어른들이 더 유치하게 싸우고 삐져서 말도 안하고 산다.

“그러니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홍익태와 나는 형님, 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단 말이지.”

원래는 김명진 회장까지 삼총사였었다. 김명진 회장이 큰 형님이고, 홍익태가 작은 형님, 그리고 백준열이 막내고 말이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사실은 홍익태가 백준열에게 더 잘 챙겨주고 잘 해 대해줬다. 하지만 계열사를 여럿 거느린 서진그룹 회장과, 언론재벌이라지만 문성일보 사주에 불과한 홍익태는 사실 비교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 당시 삼명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었던 백준열에게는 홍익태보다 김명진 회장이 더 도움이 될 테니 그를 선택 한 거고.

그 선택을 두고서 백준열은 한 번도 후회를 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내게 주식을 판 문성일보의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내게 될 것이고, 그때쯤이면 홍익태도 알게 되겠지.”

누군가 문성일보 주식을 대거 사 모으고 있단 걸 말이다. 물론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아마 홍익태는 그게 누군지 파악하려고 난리를 칠거고, 그 배후에 내가 있단 걸 알아 낼 거다. 그리고는....

“신비 에이전시 쪽을 움직여서 날 작업하려 들겠지.”

하지만 그걸 아는 데 내가 가만있겠나? 먼저 손을 써야겠지. 그리고 홍익태가 신비 에이전시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김훈 대표와 손을 잡고 신비 에이전시부터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즉 내가 홍익태에게 작업을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비 에이전시의 대표와 그 수뇌부들을 먼저 손 봐야했다.

그 사이 머리가 없어 혼돈에 빠진 신비 에이전시를 김훈 대표가 집어 삼켜 버리는 거고.

그 손보는 일은 검경이 해줘야 했다. 하지만 그 두 곳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면 삼명그룹의 도움이 필요하단 건데....

“아무래도 내일 저녁에....이동훈 비서실장을 좀 만나 보긴 해야겠는데....”

백승렬 회장의 지시로 이동훈 비서실장이 나와 만나려 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데 내가 굳이 먼저 나설 이유는 없었다. 원래 아쉬운 쪽이 먼저 연락하는 법이고, 그렇게 만나면 무조건 먼저 연락한 쪽이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훈 비서실장은 그걸 알기에 내게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취해 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백 회장의 압박이 계속 되니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다. 해서 나는 섣불리 지금 이동훈 비서실장에게 먼저 연락할 생각은 없었다.

“버텨 보자. 어차피 내일 저녁 때 연락해서 바로 보자고 해도, 이동훈 비서실장은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

그 전에 이동훈 비서실장이 백 회장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내게 연락을 취해 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해서 고심 끝에 나는 이동훈 비서실장과의 접촉은 내일 저녁으로 미루고, 그 다음 김훈 대표가 언급한 나머지 두 신비 에이전시의 장로들인 유명석 국회의원과 채병무 한라건설 대표에 대해서 대충 인터넷에 인물 검색을 해 봤다. 그랬더니....

“유명석은 여당 3선 의원이고 당내 입지도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네.”

그렇다면 여당의 실세에게 연락해서 이번 총선에 유명석에게 여당 공천권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채병무 한라건설 대표의 경우는, 삼명건설 쪽과 하도급 계약이 체결 되어 있을 공산이 컸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작년에만 삼명건설에서 하도급 받아서 지은 건물이 꽤 되는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삼명건설을 이용해서 부실채권과 약속어음을 하도급 대금으로 지불해서, 한라건설의 재정건전성을 악화 시키면서, 바로 은행의 대출을 옭죄어 버리면 한라건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부도가 나게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신비 에이전시의 두 장로들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역시나 삼명그룹의 힘이 꼭 필요하다는 건데....

나는 삼명그룹에서 멀어지고 싶은데, 주위 여건이 나를 삼명그룹과 엮이게 자꾸 몰아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