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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02화 (4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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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고, 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하고 사는 걸 모토로, 지금 백준열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운명이 자꾸 나를 삼명그룹으로 몰아간다고 할까?

희한한 게 백준열이 그토록 삼명그룹을 가지고 싶어 했을 때, 정작 삼명그룹은 그를 멀리하더니, 이제 내가 싫다니 나와 가까워지려 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지, 내가 속으로 답답해 할 때였다.

“드르렁! 쉬이이! 드르렁! 쉬이이!”

내게 머리를 기댄 체 꿀잠을 자고 있던 유혜라가 이제는 코까지 골았다. 그래서 슬쩍 옆을 돌아봤더니....

“어쭈. 이젠 침까지....”

내 손에 마침 핸드폰도 들려 있겠다, 나는 유혜라가 벌린 입가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걸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그것도 모르고 뭐가 그리 맛있는지, 입맛을 다셔가면서 계속 기분 좋게 자던 유혜라.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국제전화였다.

“몰도바에 도착한 모양이로군.”

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감이 좀 멀게 들려왔다.

-대표님. 저예요.

역시 김비서다.

“도착했나 보군?”

-네. 카시나우 공항이 너무 번잡스러워서 바로 전화 못하고 호텔 와서 전화 드리는 거예요.

“잘했어. 거긴 지금 오전이지?”

-네. 이제 뭘 하면 되나요?

“아침은 먹었어?”

-아직 이요.

“그럼 호텔에 룸서비스 시켜서 식사부터 해. 급할 거 없으니까.”

-그 다음은요?

“거기 시내에 시티호텔이 있을 거야. 거기 가서....”

나는 김 비서가 해야 할 일을 쭉 설명했다. 그녀가 할 일은 은행가서 거기 우주 그룹 비자금이 조성되어 있는 계좌의 돈을, 내가 알려주는 비밀 계좌로 이체시키기만 하면 됐다.

“....라서 계좌는 은행가면 김 비서가 내게 다시 전화해. 그때 알려 줄 테니까.”

바로 돈 세탁을 해야 할 돈이라서 비밀 계좌의 번호는 나도 몰랐다. 그때 가서 나도 블랙 머니 박 비서에게 물어보고 김 비서에게 알려줘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티 은행가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김 비서와 통화 후, 한 시간 정도 쭉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자, 드디어 남해 이정표가 나왔다. 그때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이게 누구 전환지 대충 짐작을 하며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철수라고 합니다. 김훈 대표님 소개로 전화 드렸습니다만.

“아아. 네. 철수씨. 반갑습니다. 앞으로 저를 전담하실....”

-네. 맞습니다.

김훈 대표가 말한 앞으로 나를 전담할 처리자의 전화였다. 그런데 어째 전화 상 목소리가 처리자와는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냥 주위에 흔한 보통 사람 같달 까? 하지만 자기가 맞다고 하니 나도 더 할 말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서포터 겸 통역이고 실무는 제 동료가 다 맡아서 처리할 겁니다.

“아아. 네.”

철수라는 사람이 사실대로 얘기를 했고, 나는 앞으로 나를 전담할 처리자가, 외국인이란 것과 철수라는 서포터와 2인 1조로 움직이며, 이후 내가 내리는 지시를 수행해 나갈 거란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세르게이요?”

-네. 러시아 출신인데 능력하나는 출중한 사람입니다. 믿고 맡기셔도 좋습니다.

자기 동료를 나한테 아주 대 놓고 극찬하는, 넉살 좋은 철수라는 사람이 나는 꽤 재미있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처리자와는 항상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좋군요. 두 사람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자아. 그러면 이제 일 얘기를 좀 해 볼 까요?”

-네. 정재욱이라는 사람은 지금 그의 집에 들어가고, 한 시간 째 밖으로 나오지 않고 틀어 박혀 있습니다.

“그래요? 혹시 도청 같은 게 가능할까요?”

-네. 안 그래도 정재욱의 핸드폰에 도청 프로그램을 깔았습니다.

“역시 유능하시군요. 그럼 그가 어디, 누구랑 통화하는 지 체크 하고, 혹시 차은석이라는 이름이 나오거든 내게 바로 연락 주세요.”

-차은석이요? 알겠습니다.

나는 철수라는 자와 그렇게 통화를 끝냈고, 그때 여전히 내 어깨에 기대자고 있던 유혜라가 잠에서 깼다.

“아아아함....헙!”

그녀는 내가 옆에 있는데도 늘어지게 기지개를 키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벌리고 있던 입을 재빨리 다물었다.

“잘 잤어?”

“네. 근데 여긴....”

신기하게도 유혜라는, 우리를 실은 차가 목적지인 남해시에 들어서자 잠에서 깼다.

“다 왔어.”

“어머. 그래요?”

그 말을 하고 나서 곧 남해대교가 나왔고, 바다가 보이자 유혜라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아. 바다다. 너, 너무 예뻐요.”

햇빛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답긴 했다. 그 정경에 넋이 나간 유혜라. 그런 그녀에게 뭐라 말 걸기도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뒀다.

그 뒤, 유혜라가 차창 밖의 정경에 완전히 넋이 나간 관계로, 나는 그녀 얼굴을 내가 대주주로 있는 특급 리조트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 * *

우리는 일단 베네치아 리조트의 VVIP룸에 짐을 풀었다. 나야 홀가분하게 맨몸으로 왔지만 유혜라는 달랐다.

커다란 캐리어 가방을 2개나 챙겨 온 유혜라가, 그 짐을 푸는 동안 나는 내 보트들이 있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녀 말에 따르면 짐 푸는 데 한 시간을 걸릴 거라는데, 거기 그녀와 같이 있을 수는 없었다.

저번 주에 왔었기에 선착장 찾아 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새 보트가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보트가 아니라 요트라고 해야 맞았다.

보트나 요트나 같은 거 아니냐고 말 할 수도 있는데, 이전 삶의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그 차이가 있었다.

우선 크기에 있어서, 요트의 경우 약 10m부터 약 49m까지 다양한 범위의 크기로 제작 되는 데 49m 이상 넘어갈 경우 '슈퍼요트'로 간주한다. 그에 비해 보트는 일반적으로 그 길이가 4m에서 9m 정도다.

항해구역 상으로 작은 보트의 경우, 호수나 강 혹은 얕은 항구 등에서 잔잔한 물결에 따라 운항할 수 있고, 6m에서 9m 길이의 더 큰 보트라면 더 넓은 바다로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요트는 더 깊고 파도가 센 바다에서 항해가 가능하며, 때로는 해외여행을 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반 보트가 한 명의 선장만으로도 충분히 조종이 가능한 반면, 요트의 경우, 항법 및 수리, 정비 그리고 승객들을 위해 여러 명의 선원들이 함께 상선하여 선장을 도와 항해를 한다.

또 추진력으로 보면 특정 보트의 경우에는, 하나 이상의 선내기 혹은 선외기 모터를 달아야 운전이 가능하기도 한데, 그럼에도 요트가 필요로 하는 엔진에는 거의 미치지 못한다.

요트 엔진은 보트 모터보다 훨씬 더 사이즈가 크며, 어떤 경우에는 800hp 정도까지의 힘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파워를 통해 훨씬 더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일부 보트엔 최첨단 해양 기술과 항법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도 한데, 요트를 운행할 때 필요한 만큼은 되지 못한다.

요트를 타고 바다를 횡단할 땐 정밀하게 항법을 활용하여 항해를 하는 것은 물론, 육안으로 관측되지 않는 다른 물체나 보트 등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요트의 탑재된 기술 및 시스템은 보트보다는 좀 더 명확하다 할 수 있겠다.

이렇듯 그 차이가 명확한 관계로다가, 나는 이번에 들여 온 저 배를 보트가 아닌 요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저 요트 주인 되십니까?”

“네.”

내가 선착장에서 내 새 요트를 넋 놓고 감사하고 있을 때, 다른 요트 주인이 나타나서 부럽다는 듯 말했다.

“와아! 한국에서 이렇게 빨리 람보르기니 요트를 보게 될 줄이야.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한 번 타 보면 안 될까요?”

“네?”

“부탁 좀 드릴게요.”

그 요트 주인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는데, 나로서는 좀 어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아직 한 번도 안 타본 완전 새 요트를 남이 먼저 타겠다는데 기가 찰 수밖에.

거기다가 자기가 나와 뭘 얼마나 안다고 내게 부탁을 한단 말인가? 뭐 그렇다고 그 사람 무안하게 얘기할 거 까지는 없어서, 나는 좋게 그 요트 주인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저도 아직 안 타 봐서요.”

“아아. 이런....제가 큰 결례를 저질렀네요. 죄송합니다. 요트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그래도 아주 예의를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해서 나도 너그럽게 그 요트 주인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새 요트에 타려는데....

“자기야. 진짜 이 요트 너무 멋지고 좋아.”

“당연하지. 이게 얼마짜린데.”

요트 안에서 갑자기 등장한 젊은 남녀 한 쌍. 여자는 봐 줄만한 외모였는데 ,그에 비해 남자는 영 아니었다. 하지만 걸치고 있는 건 죄다 명품이었다.

그러니까 아버지 잘 만나서 돈 좀 있는 녀석이, 허영심 심한 미녀하나 달고 다니며 돈질에 좆질 중이었던 것.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건 녀석의 바지와 여자의 원피스가 딱 봐도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만....”

그렇다면 혹시 저것들이 내 요트 안에서....

그때 내 예민한 코에서 바다의 비린 냄새 말고, 남녀가 섹스 뒤 남긴 밤꽃 향이 더해진, 체취가 훅하니 맡아졌다. 그러니까 지금 저것들이 내 새 요트를 무단 침입한 것도 모자라서 그 안에서 한 빠구리까지 한 것이다. 거기다가....

“당신 뭐야?”

“그러게. 아저씨 왜 우리 요트에 들어왔어요? 어머. 혹시 요트 도둑?”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것들이 이 요트 진짜 주인인 나를 요트 도둑으로 몰았다.

* * *

남해에서 가장 큰 리조트가 바로 베네치아 리조트였다. 그리고 그 리조트의 총괄 지배인인 조명국에게는 망나니 아들 녀석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조진우로 삼수 끝에 지방 대학에 겨우 보냈는데, 거기 들어가자마자 사고를 치면서 바로 휴학을 하고, 지금은 군대 갈 날 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데 이놈이 그래도 사람이 되려는가, 아빠 일을 돕겠다고 리조트에서 알바를 하겠다지 뭔가.

그래서 쉬운 일을 좀 맡겼는데....

“뭐, 뭐라고? 그 새끼가 누구 요트에서 그 짓거리를 해?”

조명국은 뒷목을 잡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은 학교 여학생을 떡 하니 임신 시킨 아들놈이었다. 그때부터 여자라면 환장을 하더니 재수, 삼수할 때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여대생을 건드려서 문제를 일으키더니, 대학에 들어가서는 무려 다섯 여자를 건드렸고, 그 중 둘이 임신을 하면서 그걸 해결하느라 수억 깨진 조명국.

그런데 그 버릇 개 못 준다고, 알바 하면서 리조트 여직원을 꼬셔서 리조트 VVIP고객의 요트에서, 그 짓거리를 하다가 그 요트 주인에게 딱 걸린 것이다.

“아이고. 하필 그 분 요트를....”

근데 그 VVIP고객이 베네치아 리조트의 대주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가 작정하면 총괄 지배인인 그의 목도 날려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조명국은 급한 대로 조치를 취했다. 리조트 청소 용역 업체 사람들을 그 요트로 보내서 내부 청소를 깨끗하게 시킨 것. 그리고 그 분이 리조트로 오시면 그가 직접 나가서 그분께 사과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명국은 이번 일을 너무 안일하게 봤다. VVIP고객이니까 총괄 지배인인 자신이 사과하면, 그 정도에서 무마 될 거라는 그의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곧 알 수 있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뭘 모르고....”

조명국은 굳은 얼굴로 리조트로 돌아 온 그 요트의 주인인 VVIP고객에게 머리 숙여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그 VVIP 고객은 끝까지 들어 주지 않았다.

“새 요트였다고. 나도 한 번 타보지 않은 내 요트에서....당신 아들이....하아....”

조명국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자기 아들이 수십억도 넘는 새 요트에 그냥 들어가도 열 받을 텐데, 거기서 그 짓을 해 놨으니....

“고, 고객님. 제, 제가 최대한 깨끗하게 청소를....”

“됐어요. 청소 한다고 그게 새 요트가 됩니까?”

제대로 빡친 것으로 보이는 VVIP 고객은 조명국이 꼴 보기도 싫다는, 듯 그를 지나쳐서 그대로 가 버렸다.

“아아....”

조명국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거나 진배가 없었다. VVIP고객이 리조트 대표에게 전화라도 걸어서 뭐라고 한다면....

그의 목이 뎅강 잘릴 수도 있었다. 물론 여기 관둔다고 일 할 곳이야 없겠냐만, 이런 식으로 해고당하면 좋은 직장은 구하기 어려웠다.

“내 이놈에 새끼를....”

조명국은 아들 녀석을 찾았다. 그랬더니....

“뭐? 경, 경찰서?”

자신의 아들이 요트 안에서 떡친 리조트 여직원과 같이, 남해경찰서에서 지금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부리나케 그쪽으로 달려갔다.

* * *

자신이 친 사고 때문에, 이번에 부모님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무릎까지 꿇는 걸 보고 조진우는 깊게 반성을 했다.

그래서 군대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가 일하는 남해의 리조트에서 알바를 뛸 생각을 했고.

그런데 알바 중에 그가 총괄 지배인의 아들임을 알게 된 리조트 여직원이 그에게 꼬리를 치자, 또 그 버릇이 나왔다.

그리곤 여자 앞에서 뭐라도 된 거처럼 굴었는데, 그때 마침 리조트의 선착장에 새 요트가 들어왔다.

조진우는 그 요트가 자기 아버지 꺼라고 뻥치곤 그 여직원을 거기로 데리고 가서, 그 안에서 섹스를 즐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진우는 자기가 하고 있는 짓이 별거 아닌 걸로 봤다. 왜냐하면 새 요트도 결국 리조트 소유일 테니, 거기 총괄 지배인의 아들이 좀 탔다고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요트의 주인은 따로 있었고, 그 주인은 바로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조진우와 리조트 여직원을 무단침입과 요트 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둘은 현행범으로 비록 체포까지 당하지는 않았지만, 경찰들과 같이 경찰서로 따라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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