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37화 (64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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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무분별한 폭로로 인해 연예인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요즘 늘어나고 있었다. 이병찬 변호사가 소속 된 로펌에서도, 그로인해 패해 연예인들이 폭로 당사자를 상대로 무고죄로 고소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표지수가 그 짓을 하겠다고 자신에게 통보하면서, 그 소송에 대비해라고 말하고 있으니 그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때였다.

“변호사님. 이거 좀 보셔야겠는데요?”

이병찬의 사무원이 평소와 달리 통화중인 그에게 말했다. 이병찬이 클라이언트와 통화 중일 때는 일체 방해 하지 않던 그녀가, 그걸 모르고 그런 말을 했을리 없었다. 그걸 알기에 이병찬이 통화 중인 표지수에게 말했다.

“지수야. 잠시만....‘

그렇게 표지수를 기다리고 하고 이병찬이 사무원을 쳐다보자, 그녀가 좀 전 그녀가 받은 등기 서류를 그 앞에 내밀었다.

“이게 뭔데....이, 이건....”

바로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사실이 등기로 날아 온 것이다. 거기다가 상해죄까지 더해져 있었다.

“이 무슨....”

문제는 그 가해자가 표지수란 점이었다. 그리고 피해자는....

"JYB엔터 대표....백준열. 허어....“

잠시 어처구니 없어하던 이병찬이, 다시 핸드폰을 받으며 말했다.

“지수야. 너 장례식장에서 백준열, 그러니까 박지수씨와 같이 온 젊은 남자를 손톱으로 할퀴었니?”

-할퀴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병찬은 자신이 좀 전에 받은 고소장의 내용을 표지수에게 쭉 설명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난 표지수가 길길이 날 뛰었다. 그런 적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 증거나 증인도 없이 고소장이 날아 올 수 없었다.

“진짜야? 그때 그거 본 사람 없어? CCTV에 찍혔다던가?”

-....

당시 그녀가 백준열을 할퀴는 걸 본 증인과 CCTV에 그 장면이 찍혔을 가능성에 대해서, 정작 표지수는 침묵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병찬이 변호사로서 말했다.

“지수야. 상해죄는 폭행죄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처벌을 받아. 이는 반의사불벌죄가 성립되지 않아서, 상해죄로 합의를 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야.”

이병찬의 중대한 범죄라는 그 말에, 그제야 표지수가 그제야 겁을 집어 먹고 말했다.

-아니. 나보다 훨씬 크고 건장한 남자를 좀 할퀴었다고, 그게 무슨 큰 죄가 되는 거처럼 말하시는 데요?

“그건 네 생각이고. 요즘은 신체에 접촉을 가해서 피가 나게 하거나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도, 상대방을 놀라게 하여 정신 장애를 일으키거나, 보호자가 피보호자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아 생긴 질병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성병에 감염시키는 등 여러 문제도 혐의가 된단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이거 빨리 합의해야 해. 아니면....너 구속될 수 있다.”

-구, 구속이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표지수.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아저씨. 저 감옥 같은 데서....하루도 못 있는 거 아시죠?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표지수는 구치소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죽었으면 죽었지 구치소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그쪽에 연락해서 잘 좀 얘기해 주세요. 합의하고 저도 구속 안 되게끔.

하지만 상대가 이렇게 고소한 것을 철회하고, 그녀를 용서해 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왜냐하면 그 상대가 돈으로나 힘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그쪽이 작정하면 표지수가 엿 될 수 있는 상황.

“일단 내가 그쪽에 연락 해보고 나서 전화 주마.”

-네. 잘 좀 부탁할게요. 아저씨.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꼬박꼬박 변호사라고 딱딱하게 굴더니, 정작 그녀가 도움 받아야 할 일이 생기자, 금세 돌변해서 자신을 친근하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표지수. 그녀와 통화를 끝낸 뒤 한숨과 함께 이병찬이 말했다.

“하아. 준수가 남긴 하나뿐인 핏줄만 아니었어도....”

이병찬은 이런 고소에 해박한 동료 변호사를 만나러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다.

* * *

블랙머니에서 볼 일을 다 본 뒤, 나는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김 비서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어. 다음 일정이 뭐야?”

그 물음에 김 비서가 바로 대답을 했다.

-영화진흥위원장과 11시에 만나시기로 되어 있고, 국민연금 이사장님과 점심 약속 잡혀 있으십니다.

둘 다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다.

“알았어. 점심 꼭 챙겨 먹고.”

-네.

“아아. 수고했으니까 먹고 싶은 거 뭐든 사먹어. 대표 판공비 괜히 있는 거 아니야. 알았지?”

-네. 맛있는 거 사먹을 게요.

“그래.”

그렇게 김 비서와 통화 후, 나는 바로 블랙머니 사무실을 나섰다. 그때 사무실 밖에서 대기 중이었던 문 팀장이 내 옆 바짝 다가와서, 나와 나란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으며 말했다.

“아까 말씀하셨던 이 빌딩 팔라고 한 사람 말입니다.”

“아아. 맞다. 그래 누구야?”

문 팀장에게 내 전용 주차 공간을 침범한 작자가 누군지 알아 오라고 해 놓고 깜빡했다.

“그게...최지훈이라고 대표님도 들어 보셨을 텐데....”

“최지훈?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거 같긴 한데....”

하지만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백준열의 관심을 받을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는 얘기.

“왜 인권 변호사로....요즘 유명한 젊은 변호사 있잖아요.”

“몰라. 그냥 있다 치고. 설마 나보고 그 인권 변호사가 내 빌딩을 사겠다고, 내 전용 주차장에 수십억 하는 외제차를, 알 박아놨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

“허얼! 진짜야? 내 살다 살다 인권 변호사 중, 그 정도 부자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 보겠네. 뭐 아버지가 재벌이라도 돼?”

나는 그냥 문 팀장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해서, 장난삼아 한 말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재벌이 아니고....대신 장인이....대통령입니다.”

“뭐?”

그러니까 요즘 인권 변호사랍시고 깝치고 다니는 젊은 변호사가, 알고 보니 대통령을 장인으로 두고 있었고, 거기다가 어디서 난 돈인지 몰라도 수백억 가량의 돈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 내가 아끼는 아크로텔 빌딩을 사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런데 문대식이 일을 만들어 왔다.

“최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차 빼라고 했더니, 저보고 빌딩주냐고 묻더라고요. 아니고 그분 경호팀장이라고 하니까, 여기로 당장 오겠다고....”

그러니까 나는 지금 현 대통령 사위 때문에, 영화진흥공사 사옥으로 바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상대가 대통령, 그것도 아직 선출 된지 1년도 안 된 따끈따끈한 권력자의 사위다 보니, 아무리 나라도 그 인권 변호사라는 작자를 무시하고 떠나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 그게 문제가 되면, 백승렬 회장에게 그걸 약점 잡힐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승렬 회장과 얼굴 붉히는 거 자체가 나는 싫었다.

“죄, 죄송합니다.”

지하주차장에서 내가 10분 넘게 꼼짝 없이 묶인 채 있자, 문대식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문 팀장 잘못도 아닌 데 뭐.”

말을 그렇게 했지만 상대에 대해 알아 낸 순간, 그 사실을 내게 먼저 보고했었어야 했다.

자기 마음대로 최지훈에게 전화할 게 아니라. 그때 국산 SUV 한 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차에 타고 있던 젊은 남자가 내려서 이쪽으로 다가왔고,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걸었다.

벨레레레레!

그러자 문 팀장 핸드폰이 울렸고 그걸 확인한 그 젊은 남자가, 히죽 웃으며 바로 걸고 있던 전화를 끊더니 이쪽으로 바로 다가왔다. 그리곤 문대식을 보고 말했다.

“반갑습니다. 최지훈이라고 합니다. 여기 빌딩주인은 아직 안 오신 모양이죠?”

그가 문 팀장 주위를 대충 훑어보고 나서 말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말했다.

“내가 여기 아크로텔 빌딩 주인인데요?”

“네? 아아....하하하하. 이거 좀 의외네요. 이렇게 젊으신 분이 여기 빌딩 주인이시라니.”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당신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돈이 있어서 내 빌딩을 사겠다고 개수작질인지 말이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어디 들어가서....”

“아뇨. 저 바쁩니다. 하실 얘기 그냥 여기서 하시죠.”

“그럴까요? 역시 젊으신 만큼이나 성격도 화통하시네. 하하하하.”

“제 빌딩을 사시고 싶으시다고요?”

나는 최지훈과 딱히 길게 말 섞고 싶지 않았다. 백준열은 몰라도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자를 경멸했다. 그런데 최지훈은 바로 그 겉과 속이 완전 다른 인간이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빛이, 회색과 누리끼리한 색이 그걸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 * *

견신 시스템의 「개눈깔」아이템과 「개코」아이템을 통해서, 내가 살펴 본 최지훈은 위선자였다. 거기다가 욕심은 또 어찌나 많더니....그에게서 나는 악취가 너무 지독해서 나는 아예 숨을 참았다.

“네. 여기 빌딩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 아내와 상의 끝에 여길 사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래서 얼마에 사시려고요?”

“네?”

“여기 사시고 싶으시다면서요? 그러시면 먼저 가격을 제시하셔야지요.”

“그, 그거야 여기 빌딩의 적정 가격 선이 있으니까, 그 선에 맞춰서 흥정을....”

“하하하하. 흥정은 제가 이 빌딩을 팔려고 내 놓았을 때 하는 거고요. 저는 여기를 팔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 굳이 사시고 싶으시다니, 기존 시세에 얼마를 더 붙여주실지 묻고 있는 겁니다만.”

한마디로 여긴 기존 시세에 팔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좀 전까지 웃고 있던 최지훈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곤 문대식을 보고 말했다.

“빌딩주에게 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았어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문대식 대신 내가 했다.

“대통령님 사위시라고....”

내가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자, 최지훈의 태도가 싹 돌변했다.

“그걸 알면서 이래?”

“그러니까 얼마에 살지 말하라니까.”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이다. 최지훈의 반말에 나도 반말로 응수하자, 녀석이 재미있다는 듯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말하면? 그 가격에 팔게? 10억 어때?”

10억이라....500억을 준다고 해도 안 팔 건데, 그 1/50로 사겠다는 건 그냥 내 빌딩을 넘기라는 소리였다.

‘완전 도둑놈 심보네.’

최지훈의 그 말에 나는 그냥 웃으며, 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리곤 그를 더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돌아섰다. 그런 나에게 최지훈이 버럭 소리쳤다.

“너 이 새끼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손가락 욕을 해? 곧 지금한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다.”

그때 견인차가 왔고, 내 전용 주차장에 주차 되어 있는, 거기 알박아 놓은 최고급 외제차를 견인하려 하자, 최지훈이 또 버럭 소리쳤다.

“내 차에 손대지 마.”

그리곤 내 전용 주차장에 주차해 둔 그 최고급 외제차로 가서, 리모컨 키로 차에 시동까지 걸고 난 뒤 그 차에 탔다. 그리곤 그 차를 몰고 유유히 아크로텔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빠져 나갔다. 그걸 지켜보던 나는 대기 중인 차에 타기 전 말했다.

“저 새끼가 타고 온, 저 SUV차 견인해 가라고 해.”

신고 받고 달려 온 견인차를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 나는 견인차가 최지훈이 여기까지 타고 온 SUV를 그들이 견인하는 걸 보면서, 차를 타고 아크로텔 빌딩 지하주차장을 나왔다.

그때 내 옆자리의 문대식이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상대는 대통령 사윈데....”

그 말에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문 팀장 말대로야. 상대는 대통령 사위일 뿐이야. 그 놈이 대통령은 아니잖아?”

“그, 그래도....”

아무래도 최지훈과 직접 통화를 한 탓인지 문대식은, 최지훈 떠벌린 그 헛소리들을, 다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 것처럼 느끼는 듯 했다.

“걱정할 거 없어. 그 놈이 이와 발톱을 드러내면....그 이와 발톱을 전부 다 뽑아 버릴 테니까.”

내 그 말에 그제야 문대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원래의 그로 돌아갔다.

“영화진흥공사 사옥 갈 때 성산대교 말고 양화대교로 건너 가. 그쪽에 뭔 공사한다고 차선 두 개나 통제하고 있다니까.”

문대식의 지시에 나를 태운 차는 방향을 틀었고, 양화대교를 건너서 영화진흥공사 사옥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 보다 10분 정도 늦었지만, 이동 중 문 팀장이 성산대교 쪽 공사 때문에 좀 늦어 질 거 같다고, 미리 영화진흥공사 측에 얘기를 해놨던 터라, 영화진흥위원장은 그 때문에 불쾌한 얼굴은 아니었다.

“저번 청룡 영화제 때보고 처음 보는군요.”

“그때는 영화 투자 계획이 없었던 터라....이제부터는 자주 뵐 수 있을 겁니다.”

“뭐 JYB엔터에서 영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온다니 기쁜 일이긴 한데....”

탐욕스런 눈빛. 그에게서 썩은 내가 진동을 해 왔다. 딱보고 냄새 맡아보니 영화진흥위원장도 영화진흥공사 사장만큼이나 대우를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가량 사과 박스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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